수바시오 산 중턱 아래의 평지에도 우뚝 선 성당이 있고 그 주변에 성인과 관련된 중요한 유적이 있다. 여러 유적 가운데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천사들의 성모 마리아 대성당’(Basilica di Santa Maria degli Angeli)이다. 1909년에 바로크 양식으로 꾸며진 이 성당의 정면 양쪽에는 천사상이 서 있다. 그리고 가장 높은 곳에는 양손을 벌리고 세상의 구원을 위해 전구하는 성모 마리아상이 있다. 두 성상은 이 건물이 천사들의 성모 마리아 대성당이란 것을 알려준다.
천사들의 성모 마리아 대성당 내부에는 ‘포르치운쿨라(Porziuncula : 작은 몫)’ 라는 작은 성당(경당)이 또 하나 있다. 포르치운쿨라 성당은 성 프란치스코가 가장 사랑했던곳이자 생을 마감한 장소이며, 성녀 글라라가 프란치스코 앞에서 머리를 자르고 착복식을 한 곳이기도 하다. 프란치스코 성인의 사후 700년을 기념하기 위해 포르치운쿨라 성당 위에 천사의 성모 마리아 대성당을 건축한 것이다.
▲ ‘천사들의 성모 마리아 대성당’ 내부에서 바라본 포르치운쿨라
교회 박물관에서 장미정원으로 가는 복도에는 바구니를 든 프란치스코상이 있다. 바구니에 둥지를 튼 순백의 비둘기 두 마리는 다른 곳으로 날아가지 않고 성인과 함께 있다. 하느님의 창조물인 자연과 동물을 형제자매처럼 사랑했던 성인의 폭넓은 사랑을 이 상에 머무는 비둘기를 통해 볼 수 있다.
경당의 제단 벽에는 성모 마리아와 프란치스코 성인의 삶과 관련된 프레스코화가 있다. 그 가운데서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나타나 아기 예수의 잉태에 관한 소식을 예고하는 장면과 성모님께서 승천하여 예수님 곁에 앉으신 장면이 눈길을 끈다. 이 벽화는 성모 마리아처럼 언제나 하느님의 말씀을 첫 자리에 두고 살았던 프란치스코의 삶이 떠오르게 한다. 수많은 순례자가 좁은 경당에 들어가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것은 성인에게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다.
▲ '포르치운쿨라’ 제단 벽에는 승천해 예수 곁에 앉아 있는 성모 마리아의 모습 등이 프레스코화로 그려져 있다.
경당의 규모는 폭 4m, 길이 7m에 불과하지만 천장에서 쏟아지는 자연광으로 밝게 빛난다. 호노리오 3세 교황은 1216년, 경당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전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작지만 보석처럼 은은히 빛나는 경당은 대성당에서 가장 사랑받는 장소이며, 중요한 곳으로 여겨진다. 일상의 작고 단순한 삶 속에서도 하느님의 뜻과 아름다움을 찾아 찬미하여 살았던 성인의 삶을 경당에서 느낄 수 있다.
천사들의 성모 마리아 대성당에는 ‘아시시의 기적’이라는 신비한 현상을 볼 수 있다. 하나는 가시 없는 장미인데 성 프란치스코가 욕망을 없애기 위해 장미가시 덤불 속으로 몸을 던진 후 가시가 없는 장미가 자랐다고 하는데 지금도 가시 없는 장미를 볼 수 있다. 또 하나는 순백색의 비둘기 한쌍으로 700년째를 이어가며 성 프란치스코 조각상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