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여름 손님이 온단다.
동생네가 친구와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더위를 피해 여름 휴가를 대음집으로 온단다.
그 좋은 계곡과 바다를 다 제쳐두고 이곳으로 온단다.
어릴 적 시골 외갓집 감성을 추억하며 아이들에게도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단다.
그래서 나는 손님맞이를 하러 시골집을 찾았다.
이번에는 우리가 비우고 동생네와 그 친구에게 이 집을 내어준다.
언제든 좋은 사람에게는 이 집을 내어줄 수 있다.
동생네가 반가운지 집 앞에 지난주에는 피지 않았던 배롱나무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어서 오세요.’라며 배롱나무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는 것 같다.
창고에 먼지가 가득하게 쌓여 있던, 조립식 수영장을 꺼내 물청소를 한 다음 펼쳐놓는다.
아이들이 온다고 하니 바닥 돌에 닿아 다칠까 봐 두툼한 돗자리를 깔고 그 위에 수영장 조립대를 놓는다.
작년에 설치하고 넣어놓았던 수영장이라 다시 꺼내 조립하려니 머리가 새하얘진다.
한참을 머리를 써가며 설명서를 이해하고 이제야 하나씩 잡고 조립을 시작한다.
설명서 잃어버렸으면 어쩔 뻔?
설치를 마치고 긴 호스를 꺼내 수영장에 물을 받기 시작하니 차가운 지하수가 푸른 빛으로 수영장을 채운다.
더운 땡볕 그늘을 만들기 위해 파라솔을 꺼내 양옆에 세우고 아이들이 딛고 올라갈 의자도 하나 가져다 놓는다.
이젠 집안이다.
온 문을 열어젖혀 일주일 동안 안에 갇혀있었던 묵직한 공기를 밖으로 보내고 가볍고 뽀송뽀송한 신선한 공기로 집안을 채운다.
비를 들고 방을 쓸고 닦고, 이불을 털고 개고, 냉장고에 있는 묵은 음식물은 버려 비우고, 화장실은 오랜만에 물청소를, 선풍기와 에어컨은 잘 되는지 확인하고 그러고 나니 내 이마에는 땀이 몽글몽글.
지쳐 에어컨 바람 밑에 대자로 누웠다.
반가운 이를 맞을 준비를 한다는 것은 바쁘고 힘겹지만 즐거운 일이다.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즐겁고 기쁘다.
이곳에서 재밌게 놀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동생네와 그 친구 가족을 생각하니 하나도 힘들지 않다.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잠깐 잠이 들었다.
밖에서 물소리가 들린다.
어느새 수영장에 물이 다 채워졌나 보다.
풍덩 뛰어들까?
에어컨 바람 때문에 땀이 식었지만, 저 가득한 물을 보니 뛰어들지 않을 수 없다.
여름엔 풍덩이지!
와~ 너무 차갑다.
역시 지하수라 그런지 온몸이 차갑다.
하지만 느낌은 좋다.
이보다 개운할 순 없다.
물속에서 나와 평상에 누워 파란 하늘을 떠가는 하얀 구름을 보면서, 하하호호 신나게 놀 동생네 가족을 생각했다.
지금은 어디쯤 오고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