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박람회를 다녀보면 관련 업체들이 전시한 여러 게시물들을 접합니다. 저마다 화려하고 눈길을 끄는 디자인과 문구로 관람객들을 불러 모읍니다. 부스안에서는 많은 상담사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준비된 포토폴리오의 예쁜 집들을 보여주고 각종 혜택을 제시하며 예비 건축주들의 선택을 강요하지요. 익히 볼 수 있는 모습들입니다.
하우징업체의 규모가 클수록 화려함은 더 합니다. 상담좌석마다 모니터를 깔고 근사한 주택을 선택한 당신의 선택은 최고라는 찬사로 건축주의 마음에 만족과 우월적 자신감을 불어넣습니다. 뭐 비난하려고 이렇게 나열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일어나는 건축박람회의 모습이 실제 그러니까요.
다만 약간의 안타까움이 보여 우리가 빠트리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하는 생각이 일어서 그렇습니다. 어느날엔가 하우징업체의 예쁜 주택을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는 모녀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집이 예쁘지요? 그런데 두 분께서는 이런 전시회에 오시면 주로 어떤 점을 먼저 보시나요?"
"뭐, 아무래도 집이 예쁘면 눈길이 먼저 가지요."
"아, 그렇군요. 그럼 먼저 집이 얼마나 예쁜지를 보고 난 후, 두 번째로 보게 되는 것은요?"
"돈이요. 그런 집은 얼마나 하면 지을 수 있는 지를 따져봐야하니까요."
"그럼 평수나, 집 짓기에 쓰이는 자재는 요?"
"우선 집, 돈을 따져보고 평수도 보지만 자재는 다 거기서 거기 아닌가요? 대부분 비슷한 거 같던데..."
몇 몇 분 만나 나눈 이야기니 절대적인 결과는 아닙니다. 상담해 본 예비 건축주분들 중에는 어떤 부분에서는 저 보다 더 많은 지식과 열정으로 찾아오는 분도 계셨으니 말입니다. 중요한 것은 집 짓기를 주비하면서 찾아온 관람객들의 접근 방식과 하우징 업체의 전시 전략사이에 너무나도 중요한 걸 빠트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입니다.
보통의 경우 어떤 물건을 구매하더라도 그 물건의 히스토리나 스펙을 확인하고 구매하곤 합니다. 어디서 만든 것인지, 재료는 무엇인지, 반품은 되는지 등등 확인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확인하고 구매합니다. 아무리 예쁜 제품이라도 내용이 빈약하면 소비자들은 구매하지 않는 법입니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집짓기를 생각하고 관련된 정보을 얻기위해 전시장을 찾았다면 제품을 구매하는 것처럼 집에 관한 여러 내용들을 확인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어떤 자재를 쓰고, 어떤 방식-도급 또는 직영 여부-으로 지어지는지, 건축주가 생각하는 집의 컨셉이 가장 잘 드러나는 방식인지, 그만한 시공력은 갖췄는지 일일히 나열하기도 힘들만큼 많은 확인포인트가 존재합니다.
그런 것들을 제쳐두고 집의 외양만 보고 결정하는 것은 성공 보다 실패의 확률이 더 큽니다.
여기서 제목을 다시 쳐다보시지요. 무슨 이벤트도 아닌데 제목에서 왜 □□라고 붙여 놓았을까요? 한번 생각해 보자는 겁니다. 저는 <집짓기는 결혼이다> 라고 말합니다. 배우자의 얼굴만 보고 결혼하는 사람, 지금은 없습니다. 많은 시간을 갖고 서로를 알아가고, 그러고 나서도 건강상태나 재정상태, 비전등등을 확인하고 하지요. 그래도 실패하고 이혼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요즘 젊은 세대는 결혼전 동거부터 한다고도 하더라구요.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됩니다. 충분히 알아볼 수록 실패는 줄어듭니다.
집짓기를 원하시면 결정하시기 전까지 불편하십시오. 외모에 혹해 덜컥 일 저지르지 마시고 깐깐히 따져보고 모르는 건 다 물어보십시오. 업체가 되었든, 업자가 되었든 많이 괴롭히고 불편한 시간을 가지십시오. 그래야 공사들어가면 편안해 집니다.
사족 - 그도 저도 귀찮을 땐 방법이 딱 하나 있습니다. "다 알아서 해주세요. 가진게 돈 밖에 없으니까 다 알아서 해주세요." 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