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토끼와 산토끼
전 세계에 사는 30종이 넘는 토끼를 대별하면, 굴을 파고 사는 굴 토끼류(穴兎類)인 '집토끼(rabbit)'와, 굴을 파지 않고 사는 멧토끼류(野兎類)인 '산토끼(hare)'로 나눈다.
우는 토끼(pika)와, 일부 지역에만 남아있는 옛 토끼도 존재하며, 대한민국에는 특히 북방 토끼(또는 만주 토끼), 멧토끼가 분포한다고 알려져 있다.
산토끼
집토끼와 산토끼는 상당히 다르게 생겼다.
집토끼는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동글동글하고 짧은 다리에 눈동자가 커서 순하고 귀여운 생김새인 반면,
산토끼는 대체로 귀가 훨씬 크고 몸에 비해 머리가 작은 편이며 얼굴이 길쭉하고 다리가 집토끼보다 훨씬 길어 적을 만났을 때 재빨리 도망치기에 적합한 모양새를 하고 있고, 동공 크기도 집토끼보다 작다.
때문에 한참 어린 새끼 때를 제외하면 보통 흔히 토끼 하면 떠올리는 모습과는 상당한 괴리감을 느낄 수 있다.
다만 한국에서 서식하는 멧토끼나 일본멧토끼, 미국의 알래스카나 캐나다의 숲에서 서식하는 눈 덧신 토끼처럼 일부 종의 경우 집토끼와 별반 다를 바 없이 생겼기 때문에, 둘을 생김새만으로 완벽히 나누기는 어려운 편이다.
또 산토끼는 집토끼와 달리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털이 자라고 눈을 뜨며 뛰어다닌다는 점이 있다.
엄밀히 말해 집토끼 속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고, 토끼과 중에서도 산토끼 속에 속하는 것을 산토끼(hare), 나머지 속들을 집토끼(rabbit)라고 하는 것이다.
영어로 따지면 다른 동물이지만 한국어로는 둘 다 토끼라고 부르는데, 그 이유는 동아시아에서는 전통적으로 산토끼만 살았고 그것을 토끼라고 불렀지만, 유럽에는 산토끼와 래빗 모두가 살아서 두 동물을 구별하는 문화가 생겼으며, 나중에 구한말 즈음 서양에서 래빗을 가축화한 집토끼를 소개받자 이 동물이 자국에서 토끼라고 불리는 산토끼와 비슷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토끼라고 부르게 되었고, 점차 토끼의 이미지가 집토끼로 굳어지자 정작 토끼라고 불리던 동물은 산토끼가 된 것으로 추측된다.
그렇다면 서양의 입장에서는 rabbit을 hare라고 부르는 셈이다.
양배추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양 토끼'라는 용어를 만들어 토끼라는 단어는 hare만 의미할 수도 있으나, 이미 둘 다 토끼로 굳어진 지 오래다.
따라서 한국의 설화에 등장하는 토끼는 집토끼가 아니라 산토끼인 셈이 된다.
한 예로 영어 위키백과에서 동아시아의 달 토끼 전설을 소개할 땐 문서 제목이 Moon rabbit이지만 Moon hare라는 다른 명칭도 쓰고 있는데, 동아시아에는 집토끼가 살지 않고 산토끼만 살았기에 hare라는 명칭을 쓰는가 하면, 현대의 동아시아인들은 토끼 하면 집토끼를 떠올리기에 rabbit이라는 명칭을 쓰기도 하는 듯하다.
이렇듯 둘을 구별하지 않는 문화권이 있어서인지 영어 위키백과에서도 두 동물의 문화에서의 역할을 서술할 때도 한 문서에서 서술한다.
한편 한국어 위키백과에서는 토끼 문서에서 토끼과(영어의 Leporidae에 해당) 전체를 서술하고 영어의 Rabbit에 대응하는 래빗 항목이 따로 존재하는데, 한국인의 언어생활과 크나큰 괴리를 느끼는 부분이다.
참고로 일본어 '우사기'(ウサギ)가 영어의 Rabbit으로, '우사기과(ウサギ科)'가 영어의 Leporidae으로 연결되며 '우사기'가 산토끼 아닌 토끼와 산토끼를 모두 가리키는 말이지만 '우사기' 문서에선 산토끼를 제외한 토끼 위주로 설명한다고 문서 처음에 말해주고 있다.
요즘은 토끼 하면 집토끼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rabbit이라는 단어를 보면 산토끼와 구분할 일이 없는 상황이라면 '토끼'라고 번역해 주면 좋다.
참고로 이솝우화 토끼와 거북이의 영문 명칭은 Rabbit and Turtle이 아니라 Hare and Tortoise. 즉 산토끼와 땅거북이다.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를 알 수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는 집토끼와 산토끼가 모두 등장한다.
한국어에서는 둘 다 토끼라고 번역했지만, 흰토끼(화이트 래빗)는 집토끼, 미친 3월 토끼(마치 헤어)는 산토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