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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 방편문方便門
제30장 다섯 가지 조건을 갖춤
식息과 색色 두 문은 도를 닦고 도를 증득하는 법인데,
이 가운데에는 때에 따라 변화하여 알맞은 방편을 쓴 뒤에야 이 도를 진전시킬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만약 방편을 알지 못하면 마치 기러기발을 아교로 붙여 놓고 거문고를 타는 것29)과 같아서 여러 가지로 삿된 쪽으로 나아가게 되니,
이를 맹인의 수련이라 한다.
그러므로 내외의 방편문을 세운다.
29)기러기발을 아교로~타는 것(膠柱鼓瑟) : 기러기발을 아교로 고정시켜 놓으면 음조를 바꿀 수가 없어 한 가지 소리밖에 내지 못한다. 고지식해 융통성이 없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외방편外方便에는 다섯 종류가 있다.
첫째 다섯 가지 조건을 갖춤(具五緣),
둘째 다섯 가지 욕망을 다스림(訶五欲),
셋째 다섯 가지 덮개를 버림(棄五蓋),
넷째 다섯 가지 법을 조절함(調五法),
다섯째 다섯 가지 법을 행함(行五法)이다.
내방편에도 다섯 종류가 있다.
첫째 지문止門,
둘째 선악의 근성을 증험함(驗善惡根性),
셋째 마음을 편안히 함(安心),
넷째 병을 치료함(治病),
다섯째 마사를 분별함(辨魔)이다.
무릇 이들의 대강을 앞서 입식문入式門에서 설했던 이유는 수행자로 하여금 미리 알게 하려는 뜻이었다.
지금 이 문에서 조항에 따라 다시 자세히 설명하는 것은 수행자로 하여금 세밀한 마음으로 밝게 분별하여 도를 돕는 방편으로 삼게 하기 위함이다.
다섯 가지 조건을 갖추는 것(具五緣)이란 무엇인가?
첫째 계를 청정하게 지키고, 둘째 옷과 음식을 갖추며, 셋째 한적하고 고요한 곳에 머물고, 넷째 모든 인연과 업무를 쉬고, 다섯째 선지식을 만나는 것이다.
첫째, 계를 청정히 지키는 것이다.
재가자인 경우엔 오계五戒를 닦고, 출가자는 십계十戒를 닦되 마치 부낭浮囊30)을 지키듯이, 기름 담은 발우31)를 지니듯이 해야 한다. 오계는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고, 음행하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고, 술 마시지 않는 것이다. 십계는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고, 음행하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고, 술 마시지 않고, 높고 넓은 평상에 앉지 않고, 머리를 꽃으로 장식하는 짓 등을 하지 않고, 노래나 춤 등을 멀리하고, 금은보화를 갖지 않고, 식사시간이 아닌 때에는 먹지 않는 것이다.
30)부낭浮囊 : 물에서 뜰 수 있게 하는 바람 주머니로 구명정과 같다. 생사의 바다를 건너 열반의 언덕으로 향하는 자들에게 계율戒律은 의지해야 할 유일한 수단임을 비유로 표현한 것이다.
31)기름 담은 발우 : 『雜阿含經』 권24 「623. 世間經」(T2, 174b)에 나오는 비유이다. 한 방울이라도 흘릴 땐 즉시 목숨을 잃을 상황에서 기름이 가득 담긴 발우를 들고 가면 아무리 아름다운 미인과 화려한 볼거리가 있어도 한눈팔 겨를이 없다. 이에 비유하여 계율의 소중함을 강조하였다.
둘째, 옷과 음식을 갖추는 것이다.
수행자는 바른 생활에 의지하여 음식을 구하며 잘못된 생활에 의지하여 음식을 구하지 않는다.32) 오직 굶주림과 추위만 면할 뿐 사치를 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역시 몸과 마음이 불편할 정도로 옷과 음식을 갖추지 못해 선을 닦는 데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된다.
32)이를 각각 정명식正命食과 사명식邪命食이라 한다. 재가자는 생활 수단의 옳고 그름에 따라 이를 나누고, 출가자는 걸식을 정명식이라 하고 길흉을 점쳐 주는 등의 방법을 생업으로 삼는 것을 사명식이라 한다.
셋째, 한적하고 조용한 곳에 머무르는 것이다.
여러 가지 일을 하지 않는 것을 ‘한적함’이라 하고, 산만하고 시끄러운 곳을 멀리 피한 것을 ‘조용함’이라 한다.
또 마음속에 일이 없는 것을 ‘한적함’이라 하고, 마음속에 시끄러움이 없는 것을 ‘조용함’이라 한다.
몸과 마음이 한적하고 조용해야 곧 도를 닦을 수 있다.
넷째, 모든 인연과 업무를 쉬는 것이다.
작위적인 어떤 사업도 하지 않고, 또한 속인을 쫓아다니며 왕래하지 않는다.
방술方術과 기예技藝를 익히지 않고 학문과 강론을 숭상하지도 않는다. 마음을 오로지하여 오직 선을 닦는 것에만 집중한다.
다섯째, 선지식을 만나는 것이다.
선지식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밖에서 보호하는 선지식으로서 살림을 꾸리고 공양하여 수행자를 잘 보호하며 서로 괴롭히지 않는 자들이다.
둘째는 함께 수행하는 선지식으로서 같은 도를 함께 닦으면서 서로 채찍질하고 북돋워 주며 서로 어지럽히지 않는 자들이다.
셋째는 가르쳐 주는 선지식으로서 내외의 방편과 선정의 법문을 가르쳐 이롭게 하는 자들이다.
具五緣第三十章
息色二門。即修道證道之法。而其中有
可以隨時通變。善巧方便然後。乃可坐
進此道。若不知方便者。如膠柱鼓瑟。
種種趣邪。是謂盲修瞎鍊。故立內外方
便門。外方便有五種。一具五緣。二訶
五欲。三棄五蓋。四調五法。五行五法。
內方便亦有五種。一止門。二驗善惡根
性。三安心。四治病。五辨魔。凡此大綱。
先說於入式門中者。欲使行者。預知之
意也。今此門中。逐條詳悉者。欲使行
者。細心明辨。以爲助道之方焉。
云何具五緣。一曰持戒淸淨。二曰衣食
具足。三曰 [2] 閑居靜處。四曰息諸緣務。
五曰得善知識也。
第一持戒淸淨者。如在家修五戒。出家
修十戒。如護浮囊。如持油鉢也。五戒者。 不殺。不
盜。不淫。不妄語。不飮酒也。十戒者。不殺。不盜。不淫。不妄語。不飮酒。離高廣大床。離花鬘等。離歌舞
等。離金寶物。 離非食時也。
第二衣食具足者。行者。當依正命食
不依邪命食。唯免飢寒。不求奢侈。然
亦不可使衣食不具。身心不寧。妨於修
禪也。
第三閒居靜處者。不作衆事曰閒。遠避
憒閙曰靜。心中無事曰閒。心中無閙曰
靜。身心閒靜。乃可修道也。第四息諸
緣務者。謂不作一切有爲事業。亦不追
尋俗人往還。不習方術技藝。不尙學問
講論。使心專一。惟在修禪也。
第五得善知識者。此有三種。一者外護
善知識。經營供養。善能將護行人。不
相惱亂也。二者同行善知識。共修一道
互相勸發。不相擾亂也。三者敎授善知
識。以內外方便禪定法門。示敎利益也。
제31장 다섯 가지 욕망을 다스림
다섯 가지 욕망을 다스리는 것을 설명하겠다.
마음을 기쁘게 하고 몸에도 적당한 빛깔·소리·냄새·맛·촉감 등의 법은 범부의 마음에 애착을 일으켜 온갖 악업을 짓게 한다. 그때 수행자는 자기 마음으로 이렇게 다스려서 책망한다.
“일체중생은 항상 다섯 가지 욕망으로 괴로워하면서도 구하는 짓을 멈출 줄 모른다. 이 다섯 가지 욕망은 얻을수록 점점 힘들어지니 마치 불에 땔나무를 더하는 것과 같다. 오욕은 개가 말라빠진 뼈를 씹는 것과 같아 아무런 이익이 없고, 오욕은 새들이 고기를 서로 차지하려고 다투는 것과 같아 다툼만 늘리며, 오욕은 역풍에 횃불을 든 것과 같아 사람을 태운다. 오욕은 모진 뱀을 밟은 것과 같아 사람을 해치고, 오욕은 꿈에서 얻은 것과 같아 실체가 없으며, 오욕은 잠시 빌린 것과 같아 오래 가지 않는다. 어리석은 저 중생은 항상 오욕의 부림을 당하므로 오욕의 노예라고 부른다.
이에 연루되어 (삼악도에) 떨어지면 영영 벗어날 기약이 없으니 어찌 슬프지 않으리오. 내가 지금 수도하는 데도 장애가 되니 이것은 큰 도적이다. 서둘러 멀리해야만 하고 염두에 두어서는 안 된다.”
訶五欲第三十一章
訶五欲者。如色聲香味觸等法。悅於心
神。適於身軆。能令凡夫。心生愛著。作
諸惡業。行者。當自心訶責曰。一切衆
生。常爲五欲所惱。而猶求之不已。此
五欲者。得之轉劇。如火益薪。五欲無
益。如狗齧枯骨。五欲增諍。如鳥竸肉。
五欲燒人。如逆風執炬。五欲害人。如
踐惡蛇。五欲無實。如夢所得。五欲不
久。如暫假借。愚彼衆生。常爲五欲所
使。名曰五欲奴僕。坐是墜墮。永無出
期。豈不哀哉。我今修道。復爲障蔽。此
爲大賊。急當遠之。不留念頭也。
제32장 다섯 가지 덮개를 버림
오개五蓋란
첫째 탐욕개貪欲蓋, 둘째 진에개瞋恚蓋, 셋째 수면개睡眠蓋, 넷째 도회개掉悔蓋, 다섯째 의개疑蓋이다.
개蓋란
덮고 가린다는 뜻으로 곧 번뇌를 의미한다.
이 다섯 가지가 마음에 있으면 구름이 해를 가리고 물건이 눈을 덮은 것과 같아 마음이 밝고 깨끗하지 못하다. 그러므로 버려서 없애야 한다.
첫째, 탐욕개貪欲蓋를 버리는 것이다.
수행자가 좌선 중에 문득 탐욕을 일으켜 찰나찰나 이어 가면 착한 마음을 덮어 자라나지 못하게 한다. 따라서 그렇다고 지각하면 곧 버린다.
둘째, 진에개瞋恚蓋를 버리는 것이다.
수행자가 좌선 중에 ‘이 사람은 나를 괴롭힌 자, 나의 친구를 괴롭힌 자, 나의 원수를 찬탄한 자이다’라고 사유하고, 이렇게 과거·현재·미래를 사유한다면 이것을 아홉 가지 고뇌라 한다. 고뇌 때문에 화가 나고, 화내기 때문에 원한이 생기며, 원한 때문에 원망이 생기고, 원망 때문에 복수하려고 든다. 이런 각과 관이 마음을 덮으므로 개蓋라 한다. 성냄은 불선법不善法의 근본이고 악도에 떨어지는 인연이며, 법의 즐거움을 없애고 선한 마음을 빼앗아 간다.
그러므로 마땅히 자비와 인욕을 닦아 서둘러 없애고 마음을 청정하고 안온하게 해야 한다.
셋째, 수면개睡眠蓋를 버리는 것이다.
안으로 마음이 어두운 것을 수睡라고 하고, 사지를 제멋대로 한 채 편안히 누워 깊은 잠에 빠지는 것을 면眠이라고 한다. 이것은 무명을 증장시키고 도력을 떨어뜨리는 최고의 악법이다. 다른 개는 마음으로 지각해 제거할 수도 있지만 깊은 잠에 빠지면 죽은 사람과 같아 아무런 지각도 없다. 따라서 물리치기 어려우니 항상 경책하여 어둠에 덮이지 말도록 하라.
넷째, 도회개掉悔蓋를 버리는 것이다.
돌아다니기를 좋아하고 유희에 빠지는 것을 몸의 들뜸(身掉)이라고 한다. 읊고 노래하기를 즐기고 시비 가리기를 좋아하며, 무익한 담론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을 입의 들뜸(口掉)이라 한다. 방종한 마음으로 제멋대로 상상해 문장을 짓고 재주를 부리며, 온갖 나쁜 각과 관으로 생각을 그치지 않는 것을 마음의 들뜸(心掉)이라 한다. 수행자가 마음을 거두어 단속하여도 선정을 얻기 어려운데 하물며 들뜨고 산란할 때이랴. 마땅히 서둘러 버려야만 한다.
만약 들떴었더라도 후회가 없다면 오히려 개蓋가 되지는 않지만, 만일 그것을 후회하기를 그치지 않는다면 근심과 괴로움이 마음을 덮어 곧 개가 된다. 또 큰 죄를 지은 사람이 항상 공포와 두려움에 휩싸이듯, 후회의 화살이 마음에 박히면 견고해 뽑을 수가 없다. 모름지기 과실을 알았으면 곧 후회하고, 후회하고 나서는 곧 잊어버려 항상 정신을 맑고 편안하고 걸림이 없게 해야 한다.
다섯째, 의개疑蓋를 버리는 것이다.
의심에는 세 가지가 있으니, 이것은 도의 가장 큰 장애가 된다. 첫째는 자신을 의심하는 것이요, 둘째는 스승을 의심하는 것이요, 셋째는 법을 의심하는 것이다.
자신을 의심함이란 무엇인가?
가령 어떤 사람이 스스로 “나는 모든 근根이 어둡고 둔하며 죄와 허물 깊고 무거우니 법의 그릇이 못되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스승을 의심함이란 무엇인가?
스승의 위의를 보면서 “저 사람의 위의와 외모를 보아하니 그럴듯하지 못하다. 스스로도 도가 없는데 어찌 나를 가르칠 수 있겠는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무릇 사람을 선택할 때는 단지 그 도만 취할 뿐 그 모습을 취해선 안 된다.
냄새나는 가죽 주머니 속에 금이 들었을 때, 속에 금이 있기 때문에 그 주머니를 경시하거나 버리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저분이 비록 누추하고 보잘것없긴 하지만 나는 마땅히 부처님과 같다고 생각하리라.”라고 하고는, 그의 말을 공손히 받아들이고 진실한 마음으로 믿고 복종한 뒤에야 이익이 있다.
법을 의심함이란 무엇인가?
무릇 도를 닦고자 한다면 먼저 법문을 선별하고 그것을 의심 없이 깊이 믿으며 오롯하게 공부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법마다 모두 진리요, 문마다 다 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의심을 품어 “어떤 법이 더 낫고 어떤 법이 못할까, 과연 이것이 참일까 거짓일까?”라고 하며 머뭇거리는 마음을 일으키면 법이 마음속으로 젖어들지 못해 법 가운데 있더라도 끝내 얻는 바가 없다.
따라서 이 세 가지 의심은 버려야 옳다.
棄五蓋第三十二章
五蓋者。一曰貪欲蓋。二曰瞋恚蓋。三
曰睡眠蓋。四曰掉悔蓋。五曰疑蓋。蓋
者。覆蔽也。此五者。在心則如雲遮日。
如物蒙眼。心不明淨。故棄而祛之也。
第一棄貪欲蓋者。如行人坐禪中。忽生
欲覺。念念相續。覆蓋善心。令不生長。
覺之即棄也。
第二棄瞋恚蓋者。如行者。坐中思惟。此
人惱我及惱我親。讃我怨家。思惟過
去現在未來。是爲九惱。惱故生瞋。瞋
故生恨。恨故生怨。怨故欲報。覺觀覆
心。故名爲蓋。瞋是不善法之根本。墜
惡道之因緣。消滅法樂。戕賊善心。當
修慈忍。急爲除滅。令心淸淨安穩也。
第三訶睡眠蓋者。內心惛暗。名爲睡。
放恣支節。委臥垂熟。名爲眠。此能增
長無明。耗損道力。最是惡法。他蓋情
覺。尙可除去。眠如死人。無所覺悟。故
難却逐。常須警責。勿令惛覆也。
第四棄掉悔蓋者。好遊走。耽戱謔。謂
之身掉。喜吟詠。好是非。無益談論。張
皇說去。謂之口掉。心情放逸。縱意攀
緣。文章技藝。諸惡覺觀。思惟不已。謂
之心掉。行者攝心。猶難得定。何况掉
散。當急棄之也。若掉而無悔。猶不成
蓋。若悔之不捨。憂惱覆心。即能爲蓋。
又如重罪人。常懷怖畏。悔箭入心。堅
不可拔。須當知過即悔。悔而即忘。常
令心神。淸寧無礙也。
第五棄疑蓋者。有三種疑。最爲障道。
一者疑自。二者疑師。三者疑法。云何
疑自。若人自念。我之諸根暗鈍。罪垢深
重。無乃非法器乎。云何疑師。觀彼威
儀相貌。如是不似。自尙無道。何能敎
我。夫取人。但取其道。不取其相。如臭
皮囊中金。以其中有金故。不敢慢棄其
囊。彼雖陋拙。我則應生佛想。敬受其
言。誠心信服。然後有益。云何疑法。凡
欲修道。當先揀擇法門。深信無疑。專
一做去。法法皆眞。門門可通。若自懷
疑。孰勝孰劣。果眞果僞。心生猶䂊。法
不染神。雖在法中。終無所獲。此三種
疑。棄去可也
『선학입문』 禪學入門下卷(ABC, H0254 v10, p.915a01-916a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