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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렬에 관하여 몇 자 적음(대종중 질의 관련)
반남박씨 가문에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 때가 임박한 것 같군요. 축하합니다.
항렬자와 관련하여 참고로 몇 자 적습니다.
28세 항렬자는 문중에서 정한 <天(천)ㆍ仁(인)ㆍ持(지)> 세 글자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세 항렬자 중 <持(지)>자는 조선 말에 간행한 반남박씨 제4차 세보(족보)인 을유보(1825)에서 반남박씨 28세 항렬자로 정해 놓은(강정講定이라 함) 것입니다.
그런데 반남박씨 항렬은 일제강점기인 1924년에 간행한 제5차 세보인 갑자보에 와서 27세부터 새로운 항렬자로 개정하였습니다. 이때 이른바 수교법(數交法)이라는 항렬 강정 방식을 채택하였는데, 수교법이란 한자(漢字)를 쪼깼을(파자破字라고 함) 때 한자 숫자 <一ㆍ二ㆍ三ㆍ四ㆍ五ㆍ六ㆍ七ㆍ八ㆍ九ㆍ十>이 들어가는 한자를 항렬자로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이 수교법에 따라 27세부터 36세까지 모두 10세대의 항렬자를 강정하였습니다. 그리고 항렬자 배열을 세대마다 지그재그(zigzag) 형식으로, 이름 두 글자 중 한 세대는 앞쪽에 바로 그 다음 세대는 뒷쪽에 항렬자를 넣는 형식을 취했습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27세: O雨(우) [一]
28세: 天O(천) [二]
29세: O春(춘) [三]
30세: 憲O(헌) [四]
31세: O吾(오) [五]
32세: 章O(장) [六]
33세: O虎(호) [七]
34세: 謙O(겸) [八]
35세: O旭(욱) [九]
36세: 平O(평) [十]
※34세 謙은 言(언)과 兼(겸)이 결합된 글자인데 오른쪽의 兼자는 그 부수(部首)가 八(팔)입니다. 나머지 항렬자들은 그 속에 숫자가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들 항렬자는 1958년에 간행한 제6차 세보인 무술보 때 다시 개정되는데, 30세까지는 갑자보의 강정을 그대로 쓰기로 하고 31세부터 45세까지 소위 오행상생법(五行相生法)에 의한 항렬 강정 방식을 택하였습니다. 오행상생법이란 오행, 즉 <金(금)ㆍ水(수)ㆍ木(목)ㆍ화(火)ㆍ土(토)>가 들어 있는 한자를 항렬자로 규정하는 방식인데 무술보에서는 <31세 O鍾(종←金), 32세 淳O(순←氵=水), 33세 O榮(영←木), 34세 熙O(희←灬=火), 35세 O圭(규←土), 이하 생략)>라는 글자를 항렬자로 정했습니다.
1958년 무술보에서 강정한 항렬자는 1980년 경신보에 와서 다시 모두(31세~45세) 폐기되고 31세~36세의 항렬자는 갑자보의 것을 복원하여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항렬자의 지정으로 인해 같은 이름이 속출하는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경신보 때 27세에서 36세에 이르기까지 항렬자를 보충하여 선택할 수 있게 정하였습니다. 그 결과 보충된 항렬자는 <27세 夏(하), 28세 仁(인), 29세 承(승), 30세 寧(녕/영), 31세 五(오), 32세 宰(재), 33세 純(순), 34세 善(선), 35세 九(구), 36세 斗(두)>로 정하여 기존의 (갑자보 때 강정한) 항렬자와 함께 쓸 수 있게 하였습니다. 다만, 31세의 五(오)자는 갑자보 때 정한 吾(오)자와 한자는 다르지만 독음(讀音)이 같아서 같은 이름이 속출하는 것을 완화해 보겠다는 원래의 의도에서 좀 벗어난 것 같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은, 27세 항렬자로 나오는 雋(준/전)과 28세 항렬자로 나오는 持(지)는 을유보(1825) 때 강정한 것으로, 갑자보의 雨ㆍ天과 달리 수교법에 의한 항렬자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을유보에는 27세, 28세가 한 사람도 존재하지 않았고, 갑자보에도 그 수가 아주 적으며 특히 28세는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따라서 雋자와 持자는 대개 갑자보(1924) 이전에 출생하신 분들 이름에서 발견되는데 그 수는 매우 적습니다. 물론 이 두 항렬자는 오늘날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갑자보 때 강정한 항렬자와 경신보 때 보충한 항렬자의 실제 사용 빈도를 대강 살펴보면, 전자가 압도적으로 우세합니다. 아마도 경신보 이후 <항렬강정표>에 갑자보 항렬이 앞에 나오고 그 뒤에 경신보 항렬이 나와 사람들이 앞에 있는 글자를 우선적으로 택하기 때문일 수도 있겠으나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항렬자를 따라가는 심리적 요인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결과적으로 (예컨대) 27세의 경우, <朴O雨>라는 이름을 보면, '아, 반남박씨겠지'라고 생각하겠지만, <朴O夏>라고 하면, '음, 무슨 박씨지?'라고 고개를 갸우뚱할 것 같습니다. 28세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朴天O>하면 금방 반남박씨라고 짐작하겠지만, <朴仁O>라고 하면 본관을 쉽게 추측하지 못할 것입니다.
아무튼 天자를 사용하든, 仁자를 사용하든, 아니면 아예 항렬을 무시하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 영역에 속하지만 부르기 쉽고 듣기 좋고 멋진 뜻을 담은 작명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終
승혁 謹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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