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주삼매와 십육관법
2)십육관법
『관무량수경』은 극락세계의 장엄과 아미타불‧관세음보살‧대세지보살 등을 관함을 설하는 경전이다. 이 관(觀)이라는 것은 여러 의미가 있는데 관념‧관찰‧관행‧관법 등으로 범어의 위빠사나(vipaśyana)에 해당한다 관법이란 마음으로 법을 관찰하는 것인데, 지관(止觀)과 삼학의 정혜(定慧)에 해당한다. 즉, 마음속 진여와 객관대상의 실상을 관하는 것이다. 주관과 객관을 관하며 융통하고 상즉하므로, 관법이고 관심(觀心)이라 할 수 있다.
십육관법은 『관무량수경』에서 설하는 열여섯 가지 관법으로, 정토교의 선도는 주석에서 유식법신관‧자성청정불성관이라 하였다. 『관무량수경』은 석존이 마가다(Magadha)국 왕사성(rājagṛha)의 왕비인 위제희(Vaidehī) 부인을 위해, 세 가지 복덕과 정토에 왕생할 수 있는 열여섯 가지 관법을 설한 것이다.
세 가지 복덕은 부모와 스승에게 효순하며 십선업(daśakuśala-karmapatha)을 닦고, 삼보에 귀의하여 지계하며, 보리심으로 경전을 읽고 전하는 것이다. 첫째를 세선(世善)이라 하고, 둘째를 계선(戒善)이라 하며, 셋째를 행선(行善)이라 한다. 아래에서 그 법문을 들어보기로 한다.
나는 이제 위제희와 미래 세상의 모든 중생이 서방 극락세계를 관하도록 가르쳐 주리라. 그들은 불타의 위신력으로 청정한 극락세계를 보는 것이, 마치 맑은 거울에 자기 얼굴을 비춰 보는 것처럼 분명히 볼 것이다. 극락세계의 지극히 미묘한 장엄과 즐거운 일들을 보면, 마음이 환희에 사무쳐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게 되리라.
위의 인용문에서는 불타의 위신력으로 모든 중생이 청정한 극락세계를 분명하게 관하게 되며, 그곳의 지극하고 미묘한 장엄과 즐거운 일들을 보면 기쁨에 넘쳐 무생법인을 얻는다고 하였다.
십육관법은 일몰을 관상하는 일상관에서 정토 장엄의 각종 의보(依報)와 아미타불‧ 관음‧세지 등을 관하는 십삼관과 삼품의 상배(上輩)‧중배(中輩)‧하배(下輩)를 관하는 삼관이다. 일상관을 처음 두는 이유는 첫째가 서방정토의 소재를 알 수 있기 때문이며, 둘째는 구름에 가려진 태양을 보고 죄업이 무거움을 알 수 있고, 셋째는 정토의 장엄과 광명이 태양보다 뛰어난 것을 알게 하기 위함이다. 또 마음이 고요하고 점점 미세해지면 온갖 관법을 모두 닦음을 이루며, 서방에서 고요한 생각을 취하여 미타가 거주하는 곳을 향하기 때문이다. 십육관법을 차례대로 요약해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모든 중생은 오로지 생각을 한 곳에 집중하여 서방 극락정토를 생각하라. 서쪽으로 바르게 앉아 지는 해를 자세히 관하되, 마치 하늘에 매달아 놓은 북처럼 그 모습을 보라. 해를 본 후에 눈을 감거나 뜨거나 분명히 보이게 하라.[日想觀]
둘째, 물을 생각하되 극락 전체가 큰물이라 생각한다. 물이 맑고 깨끗함을 보되 생각이 분산되지 않게 하라. 다음에 얼음을 생각하되 투명하게 비침을 보고, 유리를 생각하되 땅의 안팎이 투명하게 비치는 모습을 보라.[水想觀]
셋째, 국토의 땅을 분명히 보고 생각하는 관이다.[地想觀]
넷째, 보배나무가 낱낱이 일곱 겹의 나무가 줄지어 있다고 생각하라. 다시 나무의 줄기, 가지, 잎, 꽃, 열매를 관하고 분명히 보라.[寶樹觀]
다섯째, 극락에 여덟 가지 공덕의 연못이 있는데, 모두 칠보로 이루어져 팔공덕수를 생각하는 관이다.[寶池觀]
여섯째, 보배 국토에 오백억 개의 보배 누각이 있어, 거기서 한량없는 천인들이 천상의 음악을 연주한다. 이것이 총체적으로 관하고 생각하는 제육관이다.[寶樓觀]
여기까지는 극락세계 대중들이 거처하며 살아가는 곳의 의보관(依報觀)이다. 모든 불타는 법계의 체성과 동일한 의보의 관상염불인 것이다.
일곱째, 연화대는 석가비능가마니보(釋迦毘楞伽摩尼寶)로 되고, 온갖 보배로 미묘한 진주(珍珠) 그물을 교차시켜 장식하였다. 연화대를 생각하는 화좌상(華座想)의 제칠관이다.[華座觀]
여덟째, 여래는 법계신(法界身)으로 일체중생의 마음속에 들어있다. 이것이 불상(佛像)을 생각하는 것이며 제팔관이다.[像想觀]
아홉째, 무량수불의 상호와 광명을 생각하라[眞身觀]
열째, 관세음보살의 진실한 색신을 관하고 생각하라.[觀音觀]
열한째, 대세지보살을 관하라.[勢至觀]
열두째, 서방 극락세계 연꽃 속에 결가부좌하고 있다고 생각하라.[普觀]
열셋째, 서방정토에 왕생하려는 사람은 광대하고 장엄한 불상이 연못 위에 있는 모습을 관하라. 무량수불의 다양한 모습과 관음‧세지보살의 교화행을 섞어 생각하는 관이다.[雜想觀]
선도의 주석에는 여기까지 정선십삼관(定善十三觀)이고 다음이 산선삼관(散善三觀)이다.
열넷째, 상품상생은 지성심(至誠心)‧심심(深心)‧회향발원심(廻向發願心)을 가지고, 계행(戒行)을 지키며 대승경전을 독송하고, 육념(六念, ṣaḍ-anusmṛtayaḥ)을 수행하고 회향 발원한다. 상품중생은 대승경전을 독송하지 않지만 대승의 뜻을 잘 이해하고, 심오한 진리에 놀라거나 동요하지 않으며, 인과를 깊이 믿고 대승을 비방하지 않는다. 상품하생은 인과를 믿고 대승법을 비방하지 않으며, 도를 구하는 마음으로 회향하여 왕생극락을 발원한다.[上輩觀]
열다섯째, 중품상생은 오계(五戒)‧팔재계(八齋戒, aṣṭâṅga-poṣadha) 등 모든 계를 수지하고, 오역죄(pañcânantaryāṇi)가 없어 과실과 죄악이 없으며, 이러한 선근(善根)으로 회향하여 왕생극락을 발원한다. 중품중생은 하루 동안이라도 팔재계‧사미계‧구족계(susamāpta-śīla) 등을 지켜, 위의(威儀)에 부족함이 없는 공덕을 회향하여 왕생극락을 발원 한다. 중품하생은 부모에게 효도하고 세상에 인의(仁義)를 행하다가, 임종 때 선지식으로 부터 극락장엄과 사십팔대원을 듣고 생을 마친 경우이다.[中輩觀]
열여섯째, 하품상생은 대승경전을 비방하지 않지만, 많은 악업을 짓고 부끄러워 하지 않는다. 임종 때 선지식으로부터 대승 십이부 경전의 이름을 듣고 천(千) 겁(劫)의 악업이 소멸하며, 합장하고 나무아미타불을 부른 까닭으로 오십억 겁의 죄가 없어진다. 하품중생은 오계‧팔계‧구족계를 비방하고 승가의 물건을 훔치고, 청정하지 않은 법을 설하면서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 온갖 죄업을 짓고 자신이 옳다고 여기며 마땅히 지옥에 떨어지려 하지만, 선지식으로부터 아미타불의 위신력과 불타의 광명 신통력, 오분향(五分香, pañcâṅga-gandhāḥ) 등을 찬탄하는 법문을 듣고 팔십억 겁의 죄를 소멸한다. 하품하생은 불선업‧오역‧십악(daśâśubhāḥ) 등 온갖 악한 일을 하여 악도에 떨어지지만, 임종 때 선지식으로부터 미묘한 법을 듣고 염불의 가르침을 받는다. 그렇지만 경황이 없고 염할 수 없어 아미타불을 부르는 가르침을 받아, 소리가 끊이지 않게 열 번만 부르면 일순간에 팔십억 겁 생사의 죄가 소멸한다.[下輩觀]
이처럼 열여섯 가지를 관하고 생각하는 것은 실상(實相)의 모습을 관함이며, 마지막 순간에야 비로소 행할 수 있고 관이 이루어지면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는다고 한다.
이 가운데 제칠 화좌관(華座觀)의 고뇌를 없애는 법을 설할 때, 아미타불과 관음‧세지 보살이 허공 가운데 나타나 광명이 눈부시게 빛난다. 제팔 상상관(像想觀)은 실질적인 불타관의 시작이며, 마음으로 부처를 생각하면 마음이 32상 80종호가 됨을 설한다. 또 유명한 게송인 "마음으로 부처를 이루고[是心作佛], 이 마음이 바로 부처[是心是佛]이다."라고 설한다.
다음은 제구 진신관(眞身觀)이며, 핵심적인 설법이다. 다음의 설명을 들어보기로 한다.
낱낱의 광명은 시방세계를 널리 비추고 부처를 생각하는 중생을 섭수하여 버리지 않는다. 이러한 광명과 상호와 화신불은 가히 말할 수 없으니, 다만 기억하고 생각하여 마음의 눈으로 보도록 하라. 이같이 보는 사람은 바로 시방의 모든 부처를 보며, 모든 부처를 보기에 염불삼매라 한다. …부처의 몸을 관하므로 부처의 마음도 볼 수 있다. 모든 부처의 마음이란 대자대비이며 무연(無緣)의 자비로써 모든 중생을 섭수한다.
아미타불의 진신(眞身)은 한량없는 광명으로 장엄하여 시방세계를 두루 비추며, 부처를 염하는 모든 중생을 받아들여 버리지 않는다. 그러한 낱낱의 광명과 화신(化身)의 출현은 이루 말할 수 없고, 마음의 눈으로 보면 시방의 모든 부처를 보는 염불삼매에 이른다고 설한다. 또 부처의 몸을 관하면 마음도 보게 되며, 부처의 마음이란 대자대비로서 그러한 무연자비(無緣慈悲, niṣkāraṇa-karuṇā)로 모든 중생을 포용하는 것이다.
열세 가지 관법이 차례로 깨닫는 것은 아니지만, 보살의 십지 차제와 견주어 보면 이해가 될 수 있다. 즉, 일곱째의 화좌관에서 무생법인을 얻으면 보살의 여덟 째의 부동지(不動地)에 해당하며, 여덟째의 상상관(像想觀)에서 염불삼매를 얻으므로 보살의 열째인 법운지(法雲地)에 상응한다. 열째와 열한째의 관음‧세지관은 아미타불을 관상한 후에 보살을 관상하므로 보살의 등각(等覺)에 비견된다. 열두째의 보관(普觀)과 열셋째의 잡상관(雜想觀)은 극락세계에 왕생하여, 아미타불과 관음‧세지 보살의 교화행을 상상하므로 묘각(妙覺)에 상응한다. 이 같은 십육관은 칭명염불뿐만 아니라, 지관(止觀)의 수행체계와도 연관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편 정영사(淨影寺) 혜원(慧遠, 528~592)은 제일 일상관에서 제칠 화좌관까지는 의보를 관하는 것이고, 제팔 상상관에서 제십육 하배관까지는 정보를 관하는 것이라 하였다. 반면 지의는 처음 육관은 의보를 관하고, 다음 칠관은 정보를 관하며, 뒤의 삼관은 삼배구품의 왕생을 밝힌 것이라고 한다. 즉, 일상관에서 보루관(寶樓觀)까지는 의보를 관하고, 화좌관에서 잡상관까지는 정보를 관하며, 상배관‧중배관‧하배관은 구품왕생을 설한 것이라는 의미이다. 그런가 하면 가상길장(549~62삼)은 앞의 십삼관은 과관(果觀)으로 의‧정보의 관이고, 뒤의 삼관은 인관(因觀)의 삼배왕생이라 함으로써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
하지만 선도는 앞의 십삼관을 정선(定善)이라 하고 뒤의 삼관을 산선(散善)이라 한다. 정선이란 산란한 마음을 쉬고 고요히 극락세계의 국토와 불보살을 차례로 관조하는 것이다. 산선이란 산란한 마음을 끊지 않고 악을 범하지 않으며 선을 닦는데, 삼복(三福)이라 하여 세간선(世間善)‧소승선(小乘善)‧대승선(大乘善) 등을 가리킨다. 즉, 상품의 상중하생(上中下生)은 대승선을 닦고 중품상중생(中品上中生)의 이품(二品)은 소승선을 닦으며, 중품하생(中品下生)의 일품(一品)은 세간선을 닦아 각각 극락에 왕생한다. 하품의 상중하생(上中下生)은 삼복으로 나눌 수 없고, 악인이라도 칭명염불만으로 극락세계에 왕생한다고 설한다. 이것은 관법을 못하는 산란한 범부를 위해 염불과 제행으로 왕생을 설하며, 정선십삼관은 주로 관불(觀佛)삼매를 설하고, 산선구품(散善九品)은 주로 염불삼매를 밝힌 것이다.
앞의 삼복(三福)을 열면 구품의 행이고, 구품의 행을 합하면 삼복의 행이며, 요약하면 칭명염불과 제행으로 양분할 수 있다. 특히 오역(五逆)과 십악의 하품하생의 중생을 위해, 오직 칭념나무아미타불로만 죄업을 벗어나 왕생하게 한 것이다. 당대 정토종의 흥기는 이러한 악업중생의 구제설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금강심론』수행론 연구/ 박기남(普圓) 동국대학교 대학원 선학과 박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