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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Zoom Meeting
일시: 2021년 8월 23일 월요일 오후 7시 30분
진행: 허샘
참석: 나샘, 손샘, 이샘, 천샘, 허샘
허: 책을 읽은 감상평을 말해보자.
나: 서양편은 재밌게 죽 읽었다. 허샘 추천 <우먼인골드> 봤을 때 나왔던 변호사의 이야기도 있어서 연결되는걸 알았다. <서양미술사>를 읽고 읽어서인지 이해가 잘된다고 생각했고, 한국편은 읽으면서 많이 울었다. 나혜석 부분에서는 잠시 멈췄는데 폭풍통곡했다. 우리나라는 전쟁이 나도 갈 곳도 없고 불쌍하더라. 이우환 작가는 그림이 하나도 책에 없어서 점, 선 등의 작품들을 찾아봤는데 너무 좋더라. <이중섭의 아내>라는 다큐도 같이 봤다. 연결되는 경험이 많아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손: 서양미술사를 읽고 난 후에 현대미술의 주요 인물들을 삶과 작품 위주로 다시 한 번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미술사의 큰 줄기를 알고 읽으니 저자의 설명이 더 잘 이해되었다. 1권은 중간중간 쉬기도 했었는데, 한국편은 단숨에 읽었다. 일제시대, 한국전쟁은 우리의 역사, 우리 할머니, 아버지의 역사이기에 그 속에서 고군분투했던 작가들의 삶이 사실적으로 다가왔다. 한국편에서 시대상으로, 역할상으로 나혜석이 맨 먼저 다뤄져야지 않나 생각해봤다. 김환기, 장욱진, 백남준 등의 남자 화가들에게는 자신의 꿈을 접고 지극정성으로 뒷바라지했던 아내들이 있었는데 이들의 내조를 시시콜콜 다뤄져서 고마웠다. 이런 지경이니 나혜석의 삶이 용감했다고 말할 수밖에. 옳고 그름을 떠나, 개인적인 상처나 사회적 혼란을 떠나 그녀가 배운대로, 본대로, 느낀대로 사회적 편견을 뚫고 행동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용감했다고 말해야할 것 같다. 불어 책의 저자가 한국 현대미술가들에 대한 애정이 큼을, 그래서인지 더더욱 1권보다 감정적인 동요가 컸음을 말해두고 싶다.
천: 일종의 자서전, 전기문, 위인전 종류의 글을 읽는 것 같았다. 갑자기 너무 많은 이웃들을 만나고 많은 친구들을 사귄 것 같아서 정리가 안된다. 이름이나 사건들이 자꾸 오버랩되어서 아주 친해지지는 못했다. 나름대로 이들의 이야기를 내면화하는 과정을 거쳐야할 것 같다. 예술가들은 항상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공부하는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위대성과 함께 마음이 짠한 감정이 공존하더라. 예술이 먼저냐, 현실이 먼저냐 묻고도 싶었다. 많은 인생들을, 그 시대의 민족상, 세대상과 함께 만났기 때문에 내가 한 개인의 인생을 어떻다고 평가하지는 못하겠다. 한 인생이 이런 일을 하고 갔구나라고 받아들이고, 공감대가 생기는 것은 공감하고 안타까웠던 부분은 그냥 안타까웠다고 생각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이: <서양미술사>를 읽고 읽어서인지 이해도 쉽고 잘 읽혔다. 화가 개개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이해하고 그림을 보니까 그림이 새롭게 다가오더라. 나혜석 이야기가 나오면 늘 전혜린씨 이야기가 같이 떠오른다. 비슷한 시기에 살았고, 보통 사람들이 꿈꿀 수 없는 유학도 가고, 대표적인 신여성이었다. 나혜석은 행려병자로 죽고 전혜린씨는 자살했다. 잘난 사람들이 끝이 안 좋아서 평범한 내가 낫구나 생각했다. 1권은 서양화가, 2권은 한국화가들을 다루고 있는데 (1권에서) 여류화가들이 있었을텐데도 여성화가에 대해 많이 다루지 않아 아쉬웠다. 칸딘스키를 다루면서 잠깐 나올 뿐이라 당시에 여성화가들의 두드러짐이 없었단 말인가 궁금했다. 오히려 한국편에 나혜석, 천경자씨가 나온다. 천경자씨는 잘 몰랐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왜 그렇게할 수밖에 없었나 안타까웠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장욱진화가와 그의 그림. 천진난만해서 한참 쳐다보게 되더라. 아내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이런 그림들을 그릴 수 있었을까? 화가들이 복이 많은 것 같다.
허: <서양미술사>를 통해 큰 도로를 따라가면서 (미술을) 개관했다면 <방구석미술관>은 골목으로 들어가 비하인드 스토리를 읽는 느낌이었다. 저자가 개인의 사생활을 어쩌면 이렇게 잘 알고 있을까 신기했다. 그걸 알고보면 그림이 좀 더 구체적으로 보이더라. 작가의 삶이 반영된 것이니까 친근감도 들었다. 1편을 읽으면서는 새로운 사조, 화가가 나오기까지는 그 앞전 세대의 화가들의 고민과 노력이 있었고, 그걸 발판으로 새로운 뭔가가 나온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뭔가를 극복하고 새로운게 나온다면 극복되었던 어떤 것도 의의를 가지는 것 같다. 앞의 것이 나빴던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고민의 결과로 뒤의 것이 나오는 것이다. 2편은 읽기가 쉽지 않았다. 우리 역사가 다 들어있어서 가슴아프게 읽었다. 전쟁통에 살아남기 위했던 특히, 여류화가들이 겪어야 했던 일들이 가슴아팠다. 인간의 삶이 몇 십 페이지 분량으로 정리가 되는가 생각이 들더라. 그러면서도 하나 하나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느낌이었다. 울림이 있는 책이었다. 나혜석씨의 경우는 한동안 중앙일보에 19, 20세기 초를 살아갔던 신여성의 삶을 다룬 기획기사가 있었는데, 거기서 봤던 기억이 있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경영학박사 학위를 받았던 신여성의 이야기도 나오는데, 결국 직장을 잡지 못하고 아사를 당한다. '사의 찬미'를 불렀던 윤심덕도 그렇다. 결국 자살한다. 이 당시에 여성으로서 뭔가를 더 알고 노력한다는 것은 불행의 시초다. 최초의 여성 판사도 있었는데, 20대인가 30대초반에 자다가 죽었다. 사인이 약물중독이었는데 그 당시에는 밝혀지지 않았다. 알고보니 시댁의 2세 강요가 있었다고 한다. 천경자씨는 좀 달랐지만 그것도 아프더라. 박경리씨도 그랬다. '내 인생이 평탄했다면 내가 글을 썼을까?'라고 했다. 우리 사회가 1세기 전에도 지금도 여성을 억압하는 것은 그대로인 것 같다.
김: 책을 읽으면서 수많은 그림을 보았다. 각자 내가 돈 주고 산다면 사고싶은 그림이 있었나? 어떤 것이었나?
나: 세 작품 있었다. 이중섭화가의 작품 하나와 나혜석화가의 <해인사 3층석탑>, 유영국화가의 <작품>이 좋았다. 이건희 컬렉션전에 가면 유영국화가의 그림이 있다. 너무 좋다. 이우환작가의 그림도 찾아보니 좋더라.
김: 나는 장욱진화가의 <가로수>를 사고싶더라. 1편에서는 빈센트 반 고흐의 <아몬드 나무>를 사고 싶다. 이 그림은 그냥 보면 반 고흐 그림이 아닌 것 같은데 실제로 보면 색감이 너무 예쁘다고 한다.
손: 나도 유영국화가의 붉은 산, <작품>이 좋았다.
허: 장욱진의 <간편한 식탁>. 주방에 걸고 싶다. 1편에서는 가브리엘 뮌터의 <새들의 아침식사>. 최근 봤던 드라마에서 딱 이런 장면이 나오더라. 노년이 너무 평안해보여서 되게 기뻤다. 나중에 이렇게 늙었으면 좋겠다.
나: 창문 바깥에 새들이 앉아있어서 참 좋다고 생각했다.
천: 장욱진화가의 작품이 좋더라. <모기장>, <자화상>. 자화상은 젊었을 때부터 많이 봐왔는데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작가를 알게 되었다. 부제 '이제 , 내 길을 가련다'도 내가 나를 바라보는 관점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서. 요즘은 내 삶이 투영된 그림을 찾게 되는데 (여러 그림들 중에서) 이 그림이 와 닿았다.
허: 장욱진은 아내 덕에 살았다고 볼 수도 있다.
나: 책의 저자가 화가들이 아내들을 지극히 사랑해줬다고 계속 강조하는게 오히려 좀 그랬다.
허: 백남준작가의 작품세계는 책을 읽어도 잘 모르겠더라. 오노 요코, 아내인 구보다 시게코의 작품 등, 플럭서스 회원들의 작품세계, 행위예술을 어떻게 보는가? 평단이 극찬하니까 작품으로서 칭송을 받는 것은 아닌지,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니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 백남준씨는 TV를 캔버스처럼 사용함으로써 유명해졌다고 알고 있었는데, 행위예술을 하면서 피아노를 부수었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책에서 말한대로 인복이 많아서 유명해진 것이 아닐까?
허: 한국편을 읽으면서 비디오아트에 대해 조금은 알겠더라. 새롭고 파격적인 측면에서만 의미가 있는게 아닐까? 나는 잘 이해가 안된다.
나: 그 질문에 관한 또 다른 질문을 하자면, 백남준의 행위예술 말고도 이해 안되는 예술이 많지 않나?
허: 초현실주의라든지. 설명을 안 듣고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 경우가 있다. 김환기의 점화를 작게 보면 또 작품으로 이해하기가 힘들다. 물론 현장에 가면 압도되는 부분이 있다.
나: 서양에서 '개념미술'이라고 개념을 만드는 미술도 나왔잖은가? 그런거랑 선이 닿아있는 것 같다. 백남준씨는 어렸을 때 음악도 연주를 잘했다고 나온다. 5분 정도 피아노연주를 하다가 부수는 거니까 음악의 또 다른 측면을 보여주려고 한 것일 수도 있다. 일전에 김환기전을 대구미술관에서 했었다. 두 번 가서 봤는데 너무 좋았다.
허: 아베체에서 같이 간다고 갔는데 2층에 김환기전을 하고 있었다. 그 때 작은 방에 세월호 기념전을 했는데 온갖 모양의 용기에 물만 담겨있는 것이었다. 전달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면 그것도 예술이 되겠구나란 생각이 방금 든다.
허: 에곤 실레의 작품들을 보자. 그에 앞선 화가들의 누드화는 아름다운 정도인데 에곤실레와 클림트의 그림들은 너무 노골적이다. 그런데 에곤 실레가 그린 것이 우리 그대로의 모습이긴하다.
나: 에곤 실레의 삶이 그렇게 그림을 그림으로써 치유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다행이라는 느낌이다.
이: 더 오래 살았더라면 후기에 그림이 좀 변했을테고 다양한 그림들을 남겼을텐데 아쉽다.
나: 초반에 적나라하게 그리고 치유가 되면서 좀 더 발전된 형태의 그림들을 남겼을텐데...
허: 그림이든 글이든 작가나 화가가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면서 치유되는 과정에서 (그걸 위해서) 태어난 것 같다. 이 책의 화가들은 대부분 지주 집안의 부잣집 자제들이었다. 한 명(박수근)만 빼고. 일제시대라도 유학을 가고 다 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미술을 접하려면 재능 이전에 재력이 되어야 하는구나 느꼈다.
나: (화가들이 그림을 배우러)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가까이 있었던 일본으로 갈 수밖에 없었을까? 만약 일본으로 가지 않고 다른 나라들로 갔으면 또 다른 그림을 그렸을까?
허: 그 당시에는 일본이 선망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한국 내부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이: 언어가 일제치하에서 되니까 일본으로 좀 더 쉽게 갈 수 있었다고 한다. 사진도 그랬다고. 일단 일본에서 공부하다가 좀 더 깨치고나면 유럽이나 미국으로 갔다고 한다.
손: 글을 쓴 작가들은 친일이니 반일이니 구분을 많이 하는데 화가들에게서는 그런 구분을 찾아보기가 힘들더라. 왜일까?
나: 찾아보니 이중섭도 친일적인 그림을 그렸다고 되어있다.
허: 이우환 미술관을 대구에 짓는 것에 대해 대구참여연대에서 결사적으로 반대했다는데 그 이유가 친일을 했다는 것이란다. 춘원 이광수는 신문에 학도병으로 참전하거나 징용에 참여하는 것을 독려하는 글을 한 번 썼다는 이유로 친일로 영원히 각인된다. 화가 중에는 유일하게 이응노씨가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며) <군상>을 그린 것으로 나온다. (문학) 작가들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꼬리표를 붙이는데 화가에게는 그런 것이 좀 적은 것 같다.
천: 그림은 글에 비해서 향유하는 계층이 폭넓지 않아서 그런게 아닐까? 글은 한글만 떼면 내용을 이해할 수 있으니 넓은 계층이 읽는데 그림은 그 저변이 넓지 않았을 것이다. 이광수씨는 자신이 친일한 것을 본인이 인정했다. 인터뷰에서 이유를 묻자 '독립이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광수씨도 자기 나름대로의 결정이었던 것 같다.
나: 이 책에 나와있는 미술가말고 친일했던 화가들의 그림들도 있는걸로 알고 있다. 그런 분들의 작품이 실리지 않은 것이 아닐까?
허: 책의 전체적인 느낌이 저자는 비판적 사고를 하고 특히 민족주의적인 작품을 높게 산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 서양화가들의 삶을 그릴 때랑, 우리나라 화가들의 삶을 그릴 때 저자의 태도가 다름을 느꼈다.
천: '유영국은 현실에 발을 딛고 예술을 추구한 반면, 장욱진은 현실을 벗어나 오로지 예술만 추구했다'고 저자가 두 화가를 비교한다. 유영국의 사업수완이 대단했다고도 나온다. 유영국의 삶이 맞는건지 장욱진의 삶이 맞는건지 모르겠다. 후자의 삶은 너무 비참했다. 가족들도 비참했고. 예술가를 서포트해주면 그들이 정말 훌륭한 예술가가 될까? 고난, 가난, 시련이 부가되어야지만 숭고한 예술, 멋있고 길이 남는 예술이 나오는게 아닌가 생각된다. 예술가들은 어떤 식으로든 고난이 그림의 한 재료가 아니었을까?
나: 화가들이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해 고뇌하며 사는 삶이 나온다. 고민하는 모습이 철학자는 철학자의 삶이 있고, 화가는 화가로서 이런 삶을 사는 것 같다. 고뇌하는 삶이 제대로 된 삶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허: 아무 생각없이 재밌게 사는 사람들도 많다. 책을 읽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이 과정을 굳이 해야 하는가 말하는 사람도 있다. 고민하는 삶은 뭔가를 이루려는 자의 삶이 아닐까?
이: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처럼 세세하게 보면 한 가지 고민이나 문제는 다들 있는 것 같다.
허: 이응노작가가 감옥에서 작품을 못해서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천명이 있나보다. 천재적 기질인데 자기한테는 형벌일 수도 있는. 그런 것은 타고나야 천재적인 예술가가 될 수 있나 싶었다.
손: 조형언어에 대한 작가의 설명이 새로웠다. 화가들이 조형언어를 찾기 위해 치열하게 일생을 보내는 모습과 내 삶이 비교되더라.
나: 미술에 대한 책들이 많은데 다른 유사 책들에도 관심이 가더라. 이번 독서가 내 관심분야에 미술을 하나 더 추가한 좋은 계기였다.
허: 예전에는 미술관에 가는걸 가식적이라 생각했다. 이 책에서 소개한 그림들을 보면서 이제는 그림을 유심히 볼 것 같다.
이: 정종미화가, 기회가 되시면 이 분 작품도 한 번 보시라. 최근에 봤던 전시들 중에 이 분 전시가 볼만했다. 작가의 노고가 그림에 드러난다.
허: 바이러스가 잠잠해지면 다 같이 대구미술관에 가자.
천: 프랑스로 가자! 도자기 포장지로 쓰였던 우키요에에 내가 좋아하는 화가들이 많이 영향받았다는 사실을 볼 때, 우리가 식민통치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일본의 문화를 제대로 보지 않았던게 아닐까 생각해봤다. 고전주의, 인상주의가 가져왔던 편견을 일본이 깼다는 걸 읽으면서 지적으로 하나를 얻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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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핵심을 추리면서 원문을 살리는 천상 서기..수고하셨습니다~^^
읽고 나니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다시 방구석 미술관을 펴서 맨 처음에 있는 뭉크✅를 읽었습니다.
—본 적이 있는 것을 그리는 남자,
—사회적 공감대나 고정관념에 관계없이 지극히 개인적인 체험과 생각이 작품에 반영되는 화가.
표현하며 살아가는 화가나 작가는 위대한 고뇌자라고 생각합니다. 책상 위에 이 두 권의 책을 두었습니다. 새김질하듯 읽을거에요.
기록으로 남겨주시는 손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