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이 희( 정신신경과 의학박사)
버닝썬이라는 클럽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곳에서 아이돌 가수를 비롯한 인기 연예인들이 등장하는 사건이 일어나 날마다 새로운 뉴스가 보도되어 관심을 끌었다.
사건은 작은 일에서 시작되었다. 클럽에서 여자 손님이 성추행을 당하는 것을 보고 근처에 있던 남자손님이 제지했다. 그런데 앞장서서 말렸어야 할 가드들이 오히려 말리던 손님을 끌어냈다. 몸싸움이 되고 폭행을 당하자 손님이 경찰에 신고를 했는데 출동한 경찰이 뜻밖에도 손님만 연행해 갔고 억울한 손님이 기자에게 알려 매스컴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경찰 조사가 시작되고 사건은 단순한 폭행을 넘어 점점 더 확대되면서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의혹이 추가되었다. VIP 손님들을 위해서 여자 손님들을 룸으로 끌어들여 마약을 먹이고 강간하면서 성행위 장면을 촬영하고 그 영상을 돌려 보았다는 증거가 나왔다. 사용된 마약은 취해 있는 동안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니 여성은 알지 못 하는 사이에 포르노의 주인공이 되어 여러 사람에게 공개되어 버린 결과 되고 말았다. 이제는 영상을 확인한 피해여성들이 고발하고 있다. 클럽에 춤만 추러 갔겠느냐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적당치 않은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를 같은 인간으로 본다면 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데 피해자를 비난하고 둘 다 잘못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문제는 계속 더 드러났다.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 미성년자가 2천만 원 가까이 술값을 냈다는 보도도 있었고 예상대로 경찰과 유착이 있었다는 증거들도 나왔다. 성접대 사건도 불거져 나왔고 마약사건은 더 많은 연예인들로 번질 조짐까지 보인다. 클럽이라는 공간이 성추행 같은 범죄행위가 일어나기 쉬운 곳이기는 하지만 끝없이 새로운 혐의가 드러나고 사실로 밝혀지니 피곤하기까지 하다.
술과 춤은 고된 노동에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하며 사람들과 함께 해왔다. 긴장을 풀고 편안히 쉬게 해주는 좋은 약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약도 지나치면 해로운 법. 어느 시대에나 지나친 술은 실수와 병을 부르고 패가망신으로 이어졌다. 그런 줄 잘 알면서도 쾌락은 끝없이 더큰 만족을 향해 질주해간다. 질주가 시작되면 브레이크가 되어줄 이성은 힘을 잃어 하면 안 되는 줄 번연히 알면서도 계속하다가 사고가 나고서야 끝이 난다. 술이 뇌의 전두엽의 기능을 억제하기에 흥분을 제어할 자제력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마약은 더 위험하다. 술에 중독성이 있어 자주 마시면 더 많이 마셔야 취하고 술기운이 떨어지면 '갈망'하게 되고 심해지면 손을 떤다든지 금단증상이 일어나듯이 약도 점점 더 의존하게 되고 급기야는 약의 노예가 되어 사리 판단을 못 하게 되고 윤리 도덕도 망각하고 오로지 약만을 추구하면서 심신이 피폐하게 된다. 중독이 무서운 이유가 이것이다. 요즈음은 몇몇 나라에서 대마초 등 일부 마약이 허용되는 추세에 있는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지켜보아야 한다. 노파심에서 한 마디 추가하자면 의사의 처방을 받아 사용하는 신경안정제를 겁내는 사람들도 있는데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마약과는 경우가 다르다.
술을 마시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술에 취했다고 무슨 짓이든 다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술에 취해 한 행동을 너그럽게 감싸는 '주취감경'이라는 제도가 있지만 모든 것이 용서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가중처벌해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여하간 술에 취해서도 넘지 말아야할 범위를 규정하는 선은 변하지 않는다. 최소한의 범위는 법이다. 법은 모든 것을 세세하게 규정할 수 없다. 사람들은 보통 윤리, 도덕이라는 관습적인 규정을 지킨다. 이 규정은 명확한 선도 없고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양심과 부끄러움이 요구하는 것들이다. 자기 마음에도 꺼려지지 않고 주위사람들도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만한 선이라는 말이다.
도덕은 교육이 필요하다. 부모와 사회가 금지하거나 권장하는 내용들이 마음 속에 내면화 되어 그 사람의 도덕심이 되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라도 아무 것도 배우지 못 했을 때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한다. 자기가 잘못하고 있다는 자각 자체가 없다. 제지당해야 멈춘다. 이렇게 제지하는 것이 교육이다. 다음 단계로 조금 깨이면 제 멋대로 하지는 않지만 그저 이익만을 좇는다. 이익이 되면 못 하는 일이 없고 손해가 되면 어떤 일도 하지 않는다. 조금 더 깨이면 남의 눈치를 본다. 남이 안 보면 편리대로 하고 보면 나쁜 일은 하지 않는다. 체면도 차리고 코앞의 이익보다는 그 행위가 가져올 사회적 영향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더 교육을 받아서 도덕심이 커지면 누가 보거나 보지 않거나 정해진 대로 지킨다. 손익이나 체면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고 정해진 원칙이니 무조건 지킨다. 무조건 복종하는 수준에서 더 발달되면 정해진 규칙을 지키는 것이 결국은 나에게나 남에게나 다 이익이라는 것을 깨닫고 자발적으로 규칙을 지키게 된다. 이것이 도덕교육이 지향하는 최고의 목표가 된다.
모든 사람이 다 최고 수준의 도덕심을 가진 사회는 기대할 수 없지만 술과 마약이 도덕심을 파괴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담한 마음이 된다. 불행하게도 최고 수준에 이르는 사람들이 많지 않더라도 최소한 최하수준에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그런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