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 방언 산책
할아버지·할머니
경상도 “할배·할매”
전라도 “한압씨·함씨”
우리의 #방언 에서 #할아버지 와 #할머니 를 뜻하는 말은 그 양상이 꽤나 복잡하다.
#경상도 에 가서 할아버지는 ‘할배’, 할머니는 ‘할매’ 하면 대부분 통한다. #전라도 방언에서는 할아버지는 ‘한압씨’나 ‘할압씨’, 할머니는 ‘함씨’가 일반적이다.
여기서 ‘씨’는 높임을 나타내는 접미사 역할을 하고 있으며 ‘님’과 뜻이 비슷하다. 또 ‘한’은 크다·높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전라도방언 ‘한압씨’는 크고 높은 아버지, 즉 할아버지로 해석되며, ‘씨’까지 붙었으니 더 정확히는 할아버님이라는 뜻이 된다.
할아버님과 비슷한 말로 ‘한아버님’이 있다. 에 “이 나라 한아버님은 단군이시니” 하는 가사가 나온다. 그런데 이 ‘한아버님’은 에도 올라가 있지 않은 말이다. 대신 ‘한아바님’은 ‘할아버지의 옛말’이라고 사전에 뜻이 새겨져 있다.
저 멀리 #평안도 에서는 할아버지를 ‘큰아배’, 할머니를 ‘할만’ ‘클마니’ ‘큰마니’라고 한다. 어감상으로는 ‘큰아배’는 표준어 ‘큰아버지’를, ‘큰마니’는 #표준어 ‘큰어머니’를 떠오르게 하지만 큰아배와 큰마니는 어감과는 달리 큰아버지와 큰어머니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두어야 한다. #제주도 에서는 익히 아는 바와 같이 할아버지는 ‘하르방’, 할머니는 ‘할망’이라고 한다.
필자가 살고 있는 #경남 #통영 에서는 경상도의 ‘할배’와 전라도의 ‘할압씨’가 뒤섞인 말( #혼효어 )인 ‘할바씨’란 방언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상대되는 할머니의 방언으로는 할바씨에 맞추어서 할마씨 정도가 될 법한데 엉뚱하게도
#한자어 인 ‘조모’를 쓰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하면 할배-할매, 할아버지-할머니, 큰아배-큰마니, 조부-조모 등의 말 무리들처럼 #대칭 구조를 가진 방언이 아닌 ‘할바씨-조모’의 #비대칭방언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방언을 연구하다 보면 이처럼 재미난 점을 드물지 않게 발견하게 된다.
※ #김성재 :1961년 경남 고성에서 태어나 1982년부터 통영 시내의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중이다. 2001~2010년에는 한국교육과정 평가원 북한말 자문역 및 초등학교 국어교과서 연구위원을 역임했다. 현재는 우리나라 최초의 도 단위 방언 연구 단체인 (사)경남방언연구보존회 간사로 활동중이다. 펴낸 책으로 (도서출판 박이정)가 있다
#김성재의팔도방언산책 (1)할아버지·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