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시>
봄비 – 안화준
바람타고 성급하게 달려 온 봄비
창문을 두드린다
푸른 나무 머리 위나 산곡 너머까지
그리운 맘으로 적셔
잎새 떨군 가지 끝이거나
애증의 굴레까지
정숙한 동작으로
숨 죽을 때를 기다려
한세상을 만들고
이제 날은 저물어
불빛은 빗속에 찬란하고
평지에 보석처럼 박히네
불어오는 봄바람
아직 차갑기만 하네
<4월의 시>
고향에서 옛 벗을 만나다
얼매진애 고향애 가이까내
한 옛친구가 억쑤로 반갑다고
막 보듬어 안고 그래한다 아이가
내 그친구 저태 고마 감동 팍 먹고
나도 안아삣따
"니 억수로 보고 싶었다 아이가"
정말 반가워
"그래 참 오랜만이야
우리 국밥이나 한그륵 무거면서
이비구 하자"
지캉 내캉 장터거짜 국밥집에 갔었다
툭바리에 담은
뜨끈뜨끈한 소고기 궁물 한그륵
탁배기 한사발때기 마싯개 무거따
고팠던 배도 뽈록 나오고
얼굴 뽁딱한 것이
너무나도 지분 좋았다 아이가
그만 하늘로 솟아 올라
훌훌 날아 갈 것만 같았다
고향 떠난지 응가이 오래되어
모두 낮짝 설지만 바람 한자락도 낮짝 설지 않는 곳이 또
고향인기라
따신 구들막 같은 우정
오고 간다 아이가
"친구야 오늘 고맙대이"
"아이다"
"후재 또 만나자이
우짜든지 거낭 단디해라이"
조건없이 좋은 곳이 고향 아이가
옛 벗을 만나 잠시 지난 날
회포를 푼 이런저런
고향 이바구 즐거웠네
<5월의 시>
함안가야교 임이여
교육의 근원인 함안가야교
나의 모교 임이여
예순 두 해 전
내가 뛰어 놀았던 임의 품안
오늘 따스함 그대로
마음 속으로 전해 오나니
서로 한 허리를 안고 지냈던 날
초롱 초롱한 눈망울
유년의 육년 진동한동 안겨
교훈으로 또 사랑의 교육이 시작 되었고
씨곡식 자라듯 실하게 돋아나
삶의 존귀 그 때 다 배웠지요
하여, 청운의 꿈
나라의 동량재를 다지고
정든 교정 뒤로 할 때
임은 먼 발치서부터
눈빛 없는 눈빛으로 세상을 보았지요
가야교여 그대여
누가 말하지 않아도
동문들의 아름다운 기개는 남달라
어디서나 의기양양하고
스스로움으로 빛냈나니
온 나라에 떨친 가야의 혼
우리의 긍지요 영광입니다
따뜻한 기운서린 모교
이제 백년 역사를 눈 앞에 둔
의연한 자태
또 백년을 이어내릴 몸짓
그 나래를 활짝 폈습니다
나의 모교 가야교여
동녘 하늘에 솟아 오르는
저 붉은 태양처럼
천고를 빛내소서
우리 자랑스러운 터전
초등교육의 표상
오, 함안 가야초등학교여
연등을 달고
어머님 생전에 허리 굽은 몸으로
저 수인사 도량 한 구석 요사체에서
엷은 한지로 만든 연잎
둥근테에 오려 붙일 때에도
봄비는 내렸다
마치 부처님 중생계에 오신 걸음으로
온 천지에 내렸다
방금 어머님이 정성들여 단
연등처럼
이제 나와 내 아내가 달고 있으니
마음 속 깊이 담긴
소구소원 꼭 성취되길 빌었다
어디서 왔는지 노랑나비 한 마리
어머님 모습처럼 왔다가 그냥 가버렸다
연등은 오래도록 내 눈 속에 잠기고
<6월의 시>
6.25전쟁 잊을 수 없어(6월 우수작품상 부문 입선작)
동족상잔
6.25전쟁 잊을 수 없어
포성은 온 천지를 진동하고
난을 피해 부랴부랴 마을 떠났다
어느 날 아침
죽을 각오로 나라에 몸바친 두 사촌형
우두망찰한 우리가족
큰어머니 눈물샘 막히셨다
이제나 저제나
오직 소식 하나 오려나 알 길 없고
나날 가슴 조이는 아린 세월
그건 아무도 몰라
정안수 한 사발 떠놓고
무운 비는 새 색시 형수
눈물바다 되었네
전란에 휩싸여
온통 다 타고 잿더미만 남아
너무 처참하고
모두 그 속에서 살았다
지금도 북한은 대포알 뇌관 때려
끝없이 전쟁 벌이려 들고
긴장 놓을 수 없네
꽃 피우지 못하고
산화한 꽃봉오리여
자랑스런 대한민국 국군이여
오늘 묵념으로 추모하니
그대들이 목숨바친 조국
우리가 지킬 것이니
안식으로 영면 하소서
호국영령들이여
7월의 시
자사락골 사람들 3
솔바람 한 자락
푸른 죽림을 서걱이더니만
쉬어 쉬어 가네
우람한 취우정사
순흥안문의 향기여
광채여
나는 보인문을 자주 들어서
무언의 훈계
가슴을 새겨 듣는다
자사락골 사람들
남을 위해 마음 조금 내어주고
동천에 묻혀
즐거움으로
사랑으로
가지런히 정겨웁다
뒷동산에 선 동구나무
장하게 맥박친 오백년
무성한 푸른 잎새 그늘
청매미 울음 여름 깊어드네
어디서 산꿩 한 마리
제 영혼의 몸부림 소리
적막을 흔든다
서산에 저무는 낙조
방목 벌을 붉은 빛의 전율로 물들였다
<8월의 시>
독도2
대한민국
오 천년 역사와 함께 해 온
신묘한 바위섬
아무도 모르게 솟아 올라
바다 밑 몸뚱이
물결쳐 숨쉬고
무궁화꽃, 초록빛 울울한 풀잎
해풍에도 허리 세워
농염한 이슬 맺혀 향기로운 섬
우리의 희망
망망대해 한 복판 동도 서도
마주 보고
폭풍이거나 거센 파도
겸허히 받아 넘기는 고상한 기개
이 나라를 지키는 섬
유람선 뱃길 열어
멀고도 가깝고
온 국민의 사랑의 눈길
여기 내려 놓았다
동해가 외롭지 않게
사방으로 비추는 독도의 불빛
영원히 꺼지지 않을
대한의 힘
수평선 긴 이마
눈부신 아침해
장엄하게 솟아 오른다
오 오 독도!
<9월의 시>
런던 올림픽 폐막식 TV를 보고
런던 올림픽
지구촌 젊은이들이 저마다
자기 나라 명예를 등에 지고
힘과 기량과 슬기
펄펄 날아 다 보여 주었다
승자는 패자 친화와 우정
가슴으로 넉넉히 안았다
마라톤으로 꽃 피우고
달리는 연도에 끝없이
늘어선 응원 열기
힘을 불어 넣었다
205개 국기를 제전 위에 세운
폐막식
찬란한 불빛으로 이룬 무대
불꽃 쏘아 하늘 위 덮고
노래와 춤 감동의 물결 요동쳤다
올림피아에서 올림픽 경기를 벌인 그리스
그 발상지를 기려
이 나라 국가를 연주하고 국기를 게양하네
농염한 자태
붉은 날개를 편 불사조여
제단의 불 속에서 죽어도 죽지 않고
4년 후에 되살아 난 너를
우리는 오늘처럼
꺼져가는 성화 속에서 볼 것이다
한 떨기 꽃송이로
바닥으로 내린 거대한 성화
한 잎 두 잎 떨어졌다
드디어 성화가 꺼졌다
런던 올림픽
화려한 향연으로 막을 내린
폐막식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