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7일 (알라 아르차 계곡 - 라첵산장)
계획상 아침 식사는 호텔 조식이었지만 이곳은 아침을 제공하는 호텔도 아니고 주변에 마땅한 식당도 없어. 레첵에서 먹을 카레를 요리해 먹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요리는 아니지만 오랜만에 낯선 곳에서 먹는 카레요리는 생각보다 맛이 좋았다.
식사를 마치고 짐들을 1층으로 내린 후 우리는 집 안을 청소를 했다. 화장실에 떨어진 머리카락도 줍고 청소기도 돌리고 우리가 나간 후 지저분한 모습을 보여주기 민망했기 때문이다.
그러는 동안 바크트와 그의 친구가 도착했고 짐들을 싣고 산악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키르기스 알파인 클럽으로 향했다. 근처에 도착했지만 도저히 입구를 찾을 수 없었고 9시에 문을 연다고 했는데 주변 어느 곳도 열린 문을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40여 분을 찾아 헤매다 우린 구조보험과 의료보험을 포기하고 알라 아르차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30분 이상을 달려 차량 통제소에 비용을 지불하고 그곳에서 10분을 더 이동해 알라 아르차 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했다.
우린 주변을 둘러보며 말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한 남자가 말 3마리를 이끌고 도착했다. 그 남자는 우리 8개의 카고백을 보더니 바크트에게 무언가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바크트는 경옥형과 강선배에게 통역을 해주었는데 그 남자 이야기는 말 한 마리에 2개씩 짝을 지어 균형을 맞춰 실어야 위험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말 한 마리가 더 필요 하고 말로 이동 가능한 곳은 중간 지점인 워터폴 까지 만이다. 그 이후로는 너무 가팔라 말이 굴러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갈 수가 없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워터폴에서 라첵까지 짐을 나를 포터들을 고용하고 생각도 못한 추가 비용을 더 지불해야 했다. 그 전에 바크트와 한 이야기는 공원 입구에서 라첵까지 한 번에 갈 수 있고 말 한 마리당 100kg 가까이 나를 수 있다고 했는데 바크트의 말이 다 틀렸다. 나름 조사를 하긴 했으나 너무 아쉬운 점이 크다.
어쩔 도리가 없어 경옥형님과 총무님은 그들이 요구하는 추가 비용을 더 지불하고 일을 진행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하자면 경찰 같아 보이는 2명이 기웃거리고 무언가를 바크트에게 이야기하더니 우리가 가져온 코냑 한 병을 가지고 사라졌다. 일종의 뇌물 같은 것인가? 좀 웃기기도 하고 사소한 문제를 일으키고 싶진 않았기에 그냥 주어 보냈다.
아무튼 그렇게 우린 출발했다. 생각보다 등산하는 사람이 많았다. 눈이 마주치면 인사하며 기분 좋게 올랐다. 오르는 동안 키르기스 커플을 만났는데 워터폴까지 간다고 했다. 오르는 동안 말은 잘 안 통하지만 중화형과 간단한 영어로 대화하며 같이 올랐다.
중화형과 나는 선두를 유지하며 앞장서 나갔다. 조금씩 숨이 가빠오고 머리가 무거워지는 것 같다. 그래도 일정한 속도로 꾸준히 올라갔다. 점점 뒤에 오는 중화형과 멀어진다 이대로 먼저 도착해 캠프사이트를 확인하자 생각해 그냥 치고 나간다. 멀리 고갯마루가 보인다. 저길 넘으면 멀지 않은 곳에 산장이 있겠지 하며 무거운 발걸음을 내딘다. 힘겹게 고개를 넘어서니 텐트들이 여러 동 설치되어있고 그리고 저 앞에 사진에서 보던 라첵 산장이 보였다.
라첵 산장 앞에 배낭을 벗어두고 짐을 가지고 오는 포터들이 걱정돼서 빠르게 산을 내려갔다. 중간에 중화형과 영훈형 동규형을 만났다. 라첵에 도착하면 배낭을 벗어 놓고 내려오라고 말하고 뛰어 내려갔다. 한참을 내려가니 경옥형과 총무님이 올라오고 계셨다. 나는 포터들에게 간다 말하고 내려갔다. 얼마를 더 내려가니 우리 짐을 메고 오르는 포터들을 만났다. 앞뒤로 두 개의 짐을 메고 있었고 카고백의 내용물 들을 모두 꺼내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패킹을 해서 오르고 있었다. 그런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배낭 하나를 대신 매주었다. 그 무게만도 20킬로그램은 족히 넘을 듯 오르는데 쉽지 않았다. 그리고 포터들은 뒤로 점점 처지고 어느새 보이지 않았다. 뒤에 따라와야 할 포터들이 안보이자 갑자기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여행사에 근무하며 키르기스스탄 가이드를 하던 후배 말이 생각났다. 현지 포터들 전문성도 없고 책임감도 떨어져 짐을 버리고 도망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는 이야기에 나는 포터들이 다 짐을 버리고 내려간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며 미친 듯 힘을 내 올랐다. 비가 오고 손은 시리고 그냥 여기서 자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다시 힘을 낸다, 라첵까지 가야만 한다. 그렇게 올라가다 중화형과 영훈형 동규형이 내려오셨다. 아무래도 포터들이 짐을 버리고 도망간 것 같다. 내일 버려진 짐을 찾으러 내려오자고 말했다. 형들은 짐 위치만 확인하고 올라간다고 하셔서 난 그러시라고 말하고 올라갔다. 라첵산장에 다시 도착했다. 산장 안에서 총무님이 사주시는 차를 마시고 추운 몸을 녹이니 살 것 같다. 다시 힘이 난다. 내려간 형들이 걱정돼 다시 내려가 보는데 도망갔다고 생각한 포터 한 명과 마주했다. 너무 반갑고 고마운 마음에 악수하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뒤이어 형들이 짐을 나누어 메고 올라온다. 도망간 줄 알았던 포터들도 모두 올라왔다. 안 도망가서 고맙고 그 힘듦을 알기에 격려의 포옹을 하고 산장에 들어가 차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경옥형과 총무님은 그들에게 약간의 팁을 주었으면 하는 데 얼마를 주면 좋을지 몰라 고민하다. 경옥형이 산장 wifi를 이용해 바크트에게 전화를 걸었다. 잘 도착했다는 안부를 전하고 팁 이야기를 했는데 6000 솜을 말하기에 그들에게 주었다.
여덟 시가 넘은 시각에 포터들은 하산을 준비했다. 날이 어두워 포터 한 명이 중화형이 쓰고 있는 랜턴을 가르키며 달라고 한다. 중화형은 하나뿐이라 줄 수 없다고 하자 나에게 손짓 한다. 나는 얘들이 랜턴이 없어 그런가 보다 해서 그래도 다섯 명이 랜턴 하나는 있어야 내려갈 것 같다고 생각해 하나뿐인 랜턴을 내주었다. 며칠 있으면 다시 만나는데 그때 받자는 심정으로 빌려주어 보냈다.
우린 라첵에서 첫날을 산장을 이용했다. 식사를 마치고 침상에 누워있는데 너무 힘들고 지친다. 고소증상으로 다들 힘들어 한다.
첫댓글 첫 고산병 증상을 겪어보았지만 그땐 넘 힘들었습니다.포터분들 보니 정말 반갑네요.
어쩌면 그때 늦게 출발해 시간도 쫒기게 되고 기상 상황도 좋지 못해 혹시 짐 버리고 도망간게 아닐까 걱정을 했지만 어쩌면 기우였을듯~다시 보니 다들 믿음갑니다.ㅎ
앞줄 오른쪽이 보스...
사실은 마부들인데 포터도 하는것 같았어요
바끄트는 실정을 정확히 몰랐고 ...말을 안 해줘서 더 꼬이고 꼬이고 ...
바끄트는 사실 포터들 일은 처음 해본다고 나중에 나중에 얘길 했습니다
처음부터 포터들을 고용하고 진행 했더라면
마음고생들은 덜 했고 경비도 더 절약이 되었을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