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하는 2월 여유 있는 3월
-2015학년도를 맞으며-
지금은 낯선 그림이지만 교원 인사가 지역 일간 신문에 실리던 때가 있었습니다. 초, 중, 고 교사 수천 명 명단이 신문 두 면 정도에 실리는 날이면 신문을 찾아 움직이는 이들도 많았지요. 그러나 지금은 신문에 실리지 않습니다. 도교육청 홈페이지나 언론사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해 보면 됩니다.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뀐 게 그것만은 아니지요. 발표 시기가 점점 앞당겨지고 있습니다. 기억에는 희미하지만 아주 늦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2월 25일을 넘겨 발표하고 부랴부랴 발령장을 받아야 했으니 말입니다. 집을 이사해야 하고 자녀 전학도 시켜야 했던 당사자들에게는 참으로 난감한 일이었을 겁니다. 그렇게 해도 별 탈 없이 돌아가는 게 신기하기까지 했지만, 왜 그래야만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던 것이 2월 중순(경상남도교육청 인사 발표가 2013년에는 2월 14일, 2014년에는 2월 13일에 있었습니다.)으로 앞당겨졌습니다. 예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현실이 됐어요. 올해는 더 앞당겨지리라는 이야기가 있고, 2월 달력을 보면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앞당겨짐으로 해서 생긴 ‘여유’를 얼마나 잘 활용하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학교에서 가장 바쁜 시기가 3월입니다. 교무실 구성원이 바뀌고 새로 입학하는 학생들이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담임도 바뀌고 교실도 바뀌고 담당 학년이나 교과서도 바뀝니다. 근무하는 학교까지 바뀌면 정신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도 모르는 며칠을 힘겹게 견뎌야 합니다. 어수선함을 넘어 혼란스럽기까지 합니다. 낯선 교사끼리 업무 협조를 해야 하고, 이름도 모르는 새로 맡은 반 학생들과도 소통하기 위해 애를 써야 하니 말입니다. 이런 어려운 상황까지도 잘 극복하는 유능한 교사들도 많아요. 그러나 모든 교사가 그런 것은 아니랍니다. 앞당겨진 인사 발표로 인하여 생긴 여유를 잘 활용하여 3월에 겪을 혼란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학교에서 한 학년도가 끝나는 시기가 되면 어떤 이름을 붙이든 한 해를 되돌아보는 기회를 마련합니다. ‘워크숍’이라는 이름을 많이 붙이는데, 얼마나 적절한 말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름도 다를 수 있고 내용도 다를 수 있으나 대체로 한 학년도를 평가(반성)해 보고 다음 학년도를 계획하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학년말쯤에 벌이는 이 행사가 평가에 대한 공감대는 챙길 수 있을지 몰라도, 계획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는 한계가 분명해 보입니다. 그것은 새 학년도 인사 발령에 따라 20% 안팎으로 구성원이 바뀌기 때문이지요. 새로운 구성원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학교 전체를 위해서도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게 새 학년도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설명회입니다. 학교가 매끄럽게 돌아가기 위해서 이보다 더 필요한 일이 있을까요? 그런데 여러 가지 구조적인 문제로 2월 중에 여기까지는 안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교과별, 학년별, 업무 부서별 협의회는 두어 차례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안면도 익히고 공감대를 넓혀야 하는 까닭입니다. 물론 단위 학교 전체 구성원이 서로 안면을 익히는 자리도 있어야 합니다. 담임을 맞게 된다면 반 학생들 이름이라도 몇 번 되뇌어 보는 게 더 좋은 일이라고 봅니다. 2월에 이런 일을 미리 할 수 있으면 3월이 종전에 비해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여유는 학생들과 만남에 유용하게 쓰여야 합니다.
인사 발령 발표가 앞당겨졌지만 발령 통지서에 기재된 발령 일자는 3월 1일입니다. 그러니 3월 1일부터 새 학교로 출근하면 되지요. 그러나 지금껏 해오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이름만 새로 근무할 학교로 가는 게 아니라 사람도 가고 생각도 가고 의견까지도 가야 합니다. 학교 구성원 전체가 참여하는 새 학년도 출발이라야 변화하는 교육환경에 발걸음을 맞추는 일입니다. 만남은 관계를 맺게 하는데, 별다른 준비도 없이 한 학년도를 시작한다면 얼마나 바람직한 시작을 할 수 있을까요? 그 첫 만남이 한 해를 좌우할 수도 있으니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우왕좌왕하고 툴툴거리면서 비틀거리는 학년 초를 보낼 게 아니라, 올바른 만남과 제대로 된 관계 형성을 위해 미리 준비하는 치밀함이 필요한 2월입니다. 철저한 준비가 될 수 있도록 교육 당국은 가능한 한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첫댓글 개학하기 전에 인사배정만 협의하는 것보다는 전체 워크숍이 당연히 필요합니다. 문제는 교장이 바뀌는 경우는 인사배정조차 제대로 협의가 안됩니다. 교장 교감 인사는 늘 늦어서. 그런 학교는 더욱 경황이 없죠. 발령일자를 2월 25일쯤으로 바꿔버리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합법적으로 한 사흘 정도는 학교에 나와 새학년을 준비할 수 있도록.
네 저도 김중희 행님의 의견에 공감합니다. 그런데, 좀 우려스러운 것은 지금까지의 관행을 바꿀려는 당국의 의지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그리고 당사자에 해당되는 교사들도의 자세도 문제가 있는 듯합니다. 저번에 이런 얘기를 해도 그냥 하던대로 하자의 식의 얘기를 다들 하더라구요. 교육당국보다 더 변화시키기 어려운 건 아마 교사 자신일거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