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지금 바로 만나자고요?
아침 조회가 끝나고 집수리 모임을 구체화하기 위해 김선찬 사장님에게 전화하였습니다.
집수리 모임을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선생님에게 묻고 의논하기 위해 만나 뵙기를 부탁하였습니다.
“김선찬사장님 안녕하세요. 선의관악복지관 실습생이승기입니다. 건강히 잘 지내셨죠.”
“예”
“저희가 다음 주 중으로는 집수리모임을 시작해보려고 하거든요. 혹시 사장님께서 어떤 기술을 알려주실 수 있는지 여쭈어 보려고요.”
“집수리도 다양한데 밖이나 인테리어나 화장실, 전기, 수도가 다 달라요.”
“예 저희는 사장님이 자신 있게 가르쳐주실 수 있는 간단한 활동 한 두 가지면 되요. 스위치교체, 전등 갈기 같은 간단한 활동을 알려주세요.”
“음 그럼 일단 만나봐야 알겠네요.”
“사장님은 오늘 오후나 다음 주 언제가 편하세요.”
“지금 봅시다.”
“지금 바로 요? 음... 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지금 바로 보자는 김선찬 사장님의 말씀에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열일제쳐두고 집수리모임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사장님에게 고마웠습니다. 승철 선생님과 차를 타고 바로 출발했습니다. 가는 길 어떻게 질문 드릴지 이야기 했습니다.
함께 의논하며 만드는 집수리 모임
인테리어가게에 도착했습니다. 사장님이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날씨가 참 덥네요.”
“예. 오시느라 힘들었을 텐데 앉아요.”
“예 감사합니다.”
사장님이 먼저 적극적으로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저는 전반적으로 모든 집수리를 다 하고 있지만, 특히 누수탐지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입니다.”
“오 그런 기술이 있군요. 그럼 누수관련해서 알려주시는 건가요?”
“그건 전문적인 장비가 필요해서 어려울 것 같아요. 저는 집에서 소소하게 할 수 있는 집수리 기술을 가르쳐주고 싶어요. 사람 부르면 다 돈이잖아요. 사람들이 몰라서 부르는 거예요.”
“그럼 방충망 고치는 거나 스위치 교체 같은 활동도 가능한가요.”
“예. 가능해요. 그리고 실리콘 사용법을 가르쳐줄까 합니다. 실리콘도 사용법이 무궁무진하거든요. 바람세는 곳을 막기, 타일 접착, 물 세는 곳 막기 등 다양하게 쓸 수 있어요. 장비도 싸고요.”
“오! 저도 배워두면 좋을 것 같아요.”
<김선찬 사장님에게 설명드리기>
사장님이 가르쳐줄 수 있는 다양한 기술들을 알려주었습니다. 간단한 실리콘 사용부터 도배나 장판, 밑바닥 보수까지 전문적여 보이는 기술들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저희 눈앞에서 어떻게 간단하게 알려줄 수 있는지도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장비가 있으면 장판이나 마루 같은 것도 생각보다 쉽게 고칠 수 있어요. 사람들이 모르니까, 사람 부르고 사람이 오니까 비싸지는 부분이 있죠. 이렇게 간단하게 할 수 있어요.”
“이런 방법이 있었군요. 너무 신기해요.”
“이런 건 잘 활용하면 직업으로 활용할 수도 있어요.”
<마루고치는 법 시연해주시는 모습>
단단순하게 집수리 기술을 알려주는 것뿐 아니라 배우는 사람들이 직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들을 배웠으면 좋겠다는 사장님의 마음이 고마웠습니다. 알고 보니 사장님은 장애인과 실업자들을 위해 사회적 기업을 만들기 위해 힘쓰시다가 쉬고 있다고 했습니다.
사장님과 이야기하면서 4060남성모임에 주민들의 자주성이 높아집니다. 사장님이 알려주고 싶은 것으로 활동내용이 채워졌습니다. 그러자 혼자 준비할 때보다 구체적이고 내용도 풍성해졌습니다.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자 사장님도 스스로 무엇인가 더하려고 하셨습니다. 그런 사장님의 모습에 참 감사했습니다.
사장님을 보며 이웃을 위해 어떻게든 힘써보려는 사람들이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만일 스스로 집수리모임을 포기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반성했습니다. 만일 문 두드리고 찾아가지 않았다면 집수리 모임은 시작도 못 했을 것이고 다시 찾아가 의논드리지 않았다면 허황한 꿈처럼 보였을 것입니다.
이야기가 정리되어가자 승철 선생님이 집수리 모임 오리엔테이션에 관해 말해주었습니다.
“그럼 사장님 다음 주 화요일에 주민분들을 만나서 직접 이야기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뭔가를 가르치려고 해도 복지관이 학원처럼 장비나 공간이 없어 걱정이네요.”
“그럼 소수여도 여기서 장비를 보고 실습하면서 배우는 것은 어때요?”
“음……. 그럼 일단 만나봅시다. 이렇게 이야기만 해봤자 소용없을 것 같네요.”
승철 선생님과 함께 사장님에게 감사인사를 드리고 나왔습니다. 동네에 사장님 같은 분이 있어 감사했습니다. 사장님을 만나 뵈니 이미 우리 동네는 자연적으로 서로 돕고 살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단지 내 발이 안 닿아서, 딱히 엮어줄 사람이 없어서 그리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오늘도 4060남성모임을 더 열심히 할 이유를 찾았습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말처럼 동네에 돕고 싶은 사람이 많아도, 도움이 될 기관이 많아도 사람들과 관계로 이어주지 못한다면 잘 도울 수 없습니다. 만일 도와준다고 해도 안 좋은 일이 함께 따르기 마련인 것 같습니다.
4060모임이 주민분들의 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장님과 참여자들처럼 상부상조하고 싶은 구슬들을 엮어주는 얇은 실 그 정도였으면 좋겠습니다.
남은 오전에는 사장님과 의논한 것을 기반으로 홍보지를 수정했습니다. 소소하지만 구체적인 집수리 활동들로 홍보지가 가득 찼습니다. 기존보다 더욱 풍성해진 홍보지를 보며 묻고 의논하기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포스터도 사장님과 같이 만들었습니다. 홍보도 묻고 의논하니 그 과정에서조차 당사자와 지역사회의 자주성을 새울 수 있었습니다. 그전까지 어떻게 홍보할지 진행할 수는 있는지 몰라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사장님과 이야기하니 어떤 부분을 이야기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포스터 내용을 적으며 사장님의 지혜에 감탄했습니다.
수정된 포스터를 가지고 블루밍 아파트와 관악드림타운 아파트에 홍보물을 부착했습니다. 포스터가 사장님과 주민분들을 연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였습니다. 그리고 집수리 모임에 관심 있던 주민분들에게 전화 홍보를 했습니다. 아쉽게도 화요일에 시간이 맞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모임이 진행되면 다시 연락을 드리기로 했습니다.
참여하지 못하지만 계속 관심을 가지며 시간이 될 때 참여하겠다는 주민분의 말씀이 힘이 되었습니다. 사장님과 주민분을 위해서라도 집수리 모임을 진행하고 싶습니다.
발로 일하는 사람입니다.
전화홍보가 끝나고 승철 선생님과 복지요결을 공부하기로 했습니다. 지금 꼭 같이 읽어보았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며 승철 선생님이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주었습니다.
복지요결 93쪽부터 95쪽까지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예전에도 2~3번 읽었던 부분이지만 4060남성모임을 하면서 할 이야기가 풍성해졌습니다.
“책에서 나와 있는 것처럼 발바닥 닳도록 두루 다니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할 일, 할 수 있는 일 찾아 볼 수 있던 것 같아요. 그러니 자연스레 도와주고 싶은 마음, 잘하고 싶은 마음으로 선한 근심과 고뇌로 생각도 많아졌고요. 그러나 그런 고뇌가 해결되었던 것도 언제나 발로 찾아뵙던 사람들의 격려와 지혜인 것 같아요.”
“제가 봤을 때 승기가4060 남성모임을 하면서 겪었을 고뇌나 절망들이 공감이 돼요. 저도 선배로서, 실무자로서 절망과 희망을 느꼈으니까요. 근데 되돌아보면 일이 바빠서 홍보활동을 못 나가거나 책상에 앉아 있을 때 절망을 느꼈어요. 그리고 발로 뛰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보이고 희망을 느꼈어요.”
“마치 제가 한 곳 한 곳 찾아가 인테리어 사장님을 만났을 때처럼 같군요.”
“남은 활동들도 그렇게 발로 뛰면서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습니다.”
진행하게 된 목공 모임도 집수리 모임도 처음에는 어떻게 알려야 하는지 걱정만 많았습니다. 진행하지 못하지 않겠냔 의심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비가 오거나 불볕더위여도 발로 동네를 다니면서 만나 뵙습니다. 당사자의 삶과 지역사회의 사람살이를 발바닥 닳도록 다녔습니다.
그러자 길이 그려졌습니다. 주민분들이 격려해주었고 지혜를 빌려주었습니다.
한번 나갈 때마다 그렇게 하니 더 잘되었습니다. 4060남성모임 더 할 맛 났습니다. 더 잘하고 싶은 열정이 생겼습니다. 두루 돌아다니니 관계가 쌓였습니다. 그러면 그 관계들이 4060남성모임을 더 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주었습니다. 그것으로 충분했습니다. 때때로 주민분들의 지혜도 방법도 넝쿨째 들어왔습니다.
사회사업의 상징은 발바닥입니다.
사회사업은 대개 발바닥을 통해서 오고 발바닥을 통해 아우러집니다. 당사자의 삶과 지역사회의 사람 살이 현장을 발바닥 닳도록 다녀야 할 일이 보이고 방법이 보입니다. 발바닥 닳도록 다녀야 잘됩니다.
-복지 요결 P95 사회사업의 상징은 발바닥입니다. 발췌
승철 선생님과 공부하고 난 후 더욱 힘차게 홍보했습니다. 발 박자에 맞춰 가슴이 뛰고 그러자 지혜나 방법도 생겼습니다. 계속할 수 있는 저력이 생겼습니다. 남은 활동 두 발에 감사하며 동네 누비며 활동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