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국악감상을 위한 예비지식
우리는 가요나 팝, 클래식 음악은 즐겨 듣고 부르고 있지만 우리고유의 전통음악은 젊은 층 일수록 더더욱 들으려 하지 않는다.
심지어 TV방송에서 국악 관련 프로가 나오면 고리타분하다고 채널을 돌리곤 한다.
어느 나라나 그 나라의 전통음악이 있지만 특히 우리국악은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예술성을 지닌 음악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조상들은 지혜와 슬기가 있었기에 삶의 철학과 예술이 있었으며, 거기에 우리 선조들의 애환이 담겨있다.
우리조상들의 음악적 심성은 아마도 삶에 있어서의 슬픔과 기쁨을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풀어가며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편이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국악이 어렵고 멀리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단가나 가야금병창 , 거문고병창, 창극부터 듣다 보면, 스스로 국악을 듣고 있는 자신이 대견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남다른 음악체험에 마음이 뿌듯해짐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국악에 취미를 느끼게 되면 사람들의 성격과 취향에 따라 판소리, 민요, 피리, 대금, 가야금 등 듣는 사람의 느낌이 다를 수 있다.
이렇게 듣다보면 TV나 라디오 방송에서 나온 우리의 국악이 더 가까이 들릴 수 있을 것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국악 공연장을 찾아가서 직접 국악을 들어보면 공연장에서 듣는 국악 느낌은 TV나 라디오 방송, 음반을 통해 듣는 음악과는 느낌부터 다를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전율을 느끼며, 코끝이 찡하고,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어깨가 움찔움찔해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공연장에 서는 국악을 들으려고 하는 것보다 그냥 마음속으로 느끼면서 들숨과 날숨을 음악의 흐름에 맞게 조절하다보면 차츰 음악의 강세에 익숙해지면서 국악 상식은 풍부하지 않더라도 음악에 빠져들게 된다. 즉, 장단을 딱딱 맞게 짚을 줄 모르더라도 마치 문장을 띄어 읽듯이 음악의 맥에 따라 숨쉴 수 있는 가장 기초적 단계에 접어든다.
1. 국악의 분류
국악의 분류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보편적인 방법은 아악, 당악, 향악으로 구분하지만 학자에 따라 다르게 분류하기도 한다. 여기서는 수용 계층에 따라 편의상 정악과 민속악으로 구분하기로 하자. 정악이란 아악, 당악, 향악으로 궁정과 지식계급에서 사용한 음악을 말하며, 민속악이란 서민층에서 쓰던 음악이다.
(1) 아 악
아악은 중국고대의 궁중음악인 제례악을 의미하며, 고려 예종 때 우리나라에 전래된 대성아악으로 제사와 국가적 규모의 큰 잔치 때 쓰였다, 그 뒤 조선시대 박 연이 중국 주나라 아악에 가깝도록 재현시킨 것이 문묘제례악이며, 궁정과 지식계급에서 사용되었다.
(2) 당 악
당악은 당나라와 송나라의 민속음악까지 포함된 것으로 통일신라 이후 고려에 걸쳐 유입되었으며, 기존음악인 향악과 구분하기위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궁정과 지식계급에서 사용된 것이다.
(3) 향 악
향악은 당악이 들어오기 전의 순수한 재래음악이며, 당 이전 서역지방에서 들어온 음악을 포함 한다.
2. 정 악
정악에는 문묘제례악, 종묘제례악, 경모궁제례악, 여민락, 보허자, 취타, 가곡, 가사, 시조 등이 포함되며, 발생연대가 길고 악보가 대부분 남아있는 것이 특징이다.
3. 민속악
일반서민들이 즐기던 음악으로 민속악의 특징은 흥겹고 구성진 가락이 많고, 음악마다 지방에 따른 특색이 있으며, 산조, 판소리, 잡가, 농악 등이 여기에 속한다.
(1) 판소리
판소리는 우리나라의 시대적 정서를 나타내는 전통예술로 서민들의 삶의 희로애락을 해학적으로 풍자하여 음악과 어울려서 표현하며 청중도 참여한다는 점에서 그 차이가 크다.
판소리는 한명의 소리꾼(노래하는 사람)이 고수(북치는 사람)의 장단에 맞추어 창(소리), 말(아니리), 몸짓(너름새)을 섞어가며 긴 이야기를 엮어가는 것을 말 한다.
여기서 창하는 사람이 부채를 들고 몸짓을 하는데 이것을발림이라 하고 북치는 고수가 좋다. 얼씨구하며 음악적 흥을 돋우는 감탄사를추임새라 한다. 판소리에서 창을 부르다가 간혹 말로 장면을 이어가는데 이것을아니리라고 부르는데 원래 판소리에는 지금과 같이 박수를 치지 않고 소리에 따라추임새로 응수하아여 분위기를 돋아주고 있다.
판소리가 발생할 당시에는 한 마당의 길이가 그리 길지 않아서 판소리 12마당이라 하였는데, 판소리 12마당은 ①춘향가 ②심청가 ③흥보가 ④수궁가 ⑤적벽가 ⑥배비장타령 ⑦변강쇠타령 ⑧장끼타령 ⑨옹고집타령 ⑩왕자타령 ⑪강릉매화타령 ⑫숙영낭자타령 등 그 수가 많이 있었으며, 조선시대의 예술적 가치관을 담은 춘향가, 심청가, 수궁가, 홍보가, 적벽가 등 판소리 다섯 마당이 모두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 판소리 다섯마당
① 춘향가
판소리 다섯마당 중에 가장 예술적으로 뛰어난 작품으로 심청가와 더불어 높이 평가 받고 있다.
특히 내용이 길어 한 마당을 연주하는데 다섯 시간에서 여덟 시간까지 걸린다.
춘향가의 줄거리는 남원기생 퇴기의 딸 춘향과 양반집 부사의 아들 이몽룡과 백년가약을 맺었으나 부사의 한양 전입으로 이몽룡과 이별하고 신임사또의 수청을 거절하다가 춘향이가 옥에 갇혔다. 한양으로 간 이몽룡은 암행어사가 되어 어사출두로 극적 갈등은 종료된다. 이몽룡에 대한 춘향의 사랑과 절개가 심금을 울려준 내용으로 지금의 젊은 남녀에 대한 사랑과 좋은 대조를 이루는 작품이다.
② 심청가
효녀 심청이가 장님인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고 공양미 삼백석에 몸을 팔아 임당수에 몸을 던졌는데, 용왕의 구원으로 세상에 다시나와 황후가 되고, 아버지는 눈을 뜨게 했다는 내용으로, 효성 지극한 효심은 현대인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③ 수궁가
수궁가는 병이든 용왕이 토끼 간이 약이 된다는 다는 말을 듣고, 용왕의 병을 고치려고 토끼 간을 구하려 세상에 나온 자라가 토끼를 꾀어내 수중용궁까지 데려갔으나 토끼의 재치 있는 지혜로 용왕과 자라를 속이고 다시 육지로 돌아온다는 내용으로 꾸민 것으로 별주부전 또는 토끼타령이라 하기도 한다.
④ 흥보가
흥보가는 착한 동생 흥보와 마음씨 나쁜 놀부 형 간의 내용을 풍자극으로 펼치는 재치 있는 판소리 다섯 마당중 하나이다.
가난하지만 착한 흥보가 자기집 앞마당에 떨어져있는 제비다리를 고쳐주었더니 다음해 봄에 박씨 하나를 물고와 그 박씨를 심어 박속에서 금은 보화가 나와 부자가 된 것을 보고 심술굿은 놀부 형은 제비 다리를 부러뜨려 고쳐준 뒤 그 제비가 다음해에 박씨를 물어다준 박씨를 심었다가 그 박속에서 나온 상전, 장수, 놀이패 등에게 고역을 겪는다는 줄거리로 일명 박타령 또는 흥보가 타령 이라고도 한다.
⑤ 적벽가
중국의 소설인 삼국지 내용을 주제로 한 것이며, 유비와 의형제를 맺은 관우, 장비가 제갈양을 찾아가는 삼고초려부터 조조, 유비, 손권이 천하를 다스리려고 다투던 사실을 엮은 삼국지중 장판교 싸움과 적벽대전의 대목을 따서 판소리로 엮은 것 이다.
◎ 판소리의 계보
판소리가 전승지역에 따라 각기 다른 특성의 소리로 표현되는데, 전승계보에 따라 동편제, 서편제, 중고제, 강산제 등의 ‘제’라 함은 유파를 의미한데, 유파란 독자적 개성이 있는 선각자의 예풍(藝風)을 이어받은 문하생들과 그 예술 계보의 가문(家門)일파에 따라 음악적 특성에 따라 차이가 있다.
① 동편제
동편제는 지리산과 운봉, 구례, 순창 등 섬진강을 경계로 함양, 하동, 진주에서 불리던 노래이다. 동편제의 시조는 조선 순종ㆍ철종 때 활동했던 운봉출신의 정조가왕이란 칭호를 받은 송흥록명창으로 그 문하생 중 당대 최고의 기량을 자랑했던 송만갑의 문하에서 많은 명창이 배출되었다.
동편제의 특징은 소리가 웅장하고 힘이 들어있지만 감정을 절제하는 창법으로 짜여져 있다.
② 서편제
서편제는 광주, 나주, 보성, 강진, 해남 등 전라도 서쪽에 있다하여 서편제라 한다.
서편제는 동편제의 소박한 전통적 창법에서 탈피, 가공과 수식으로 소리를 만드는 기교파로 서편제의 특징은 소리가 활달하고 우렁차지만 가창이 부드럽고 구성지며 애절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소리에 여유가 있어 발림이 풍부해지기 때문에 연기면에서도 발달할 가능성이 있다.
③ 중고제
중고제는 경기도 남부와 충청도 지역에서 계승되었다.
중고제 창법의 특징은 동편제와 서편제의 중간적 성격을 띠고 상하음이 분명한 오음(五音)음계로 된 경기지방민요 특유의 가락형태지만 소리의 형태는 동편제에 속한다.
④ 강산제
강산제는 조선 순조 때 전남 보성군 강산리에서 당대 제일가는 서편제의 명창 박유진이 창시한 소리를 이어받은 유파로 특징은 점잖은 소리로 삼강오륜에 어긋나는 대목은 삭제 또는 수정하였다.
산조에서 쓰일 때는 순조 때의 명창 모흥갑의 소리제를 따온 것으로, 우조와 평조, 강산제 2가지 가운데 후자의 것이 많이 쓰이고 있다. 이러한 강산제를 조나 선법의 개념으로 보지 않고 음악의 형태로 보는 이도 있다.
(2) 잡가
조선 말기에서 20세기 초까지 서민층에서 불리어 전승되었던 시가의 한 갈래이지만 잡가는 전문 예능인들이 기교적인 음악적 어법으로 부르는 노래로 일반인들이 부르는 민요와 구별된 개념으로 쓰인다. 잡가의 특성은 직업적으로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에 의하여 가사, 판소리, 민요의 영향을 받아 부르는 노래로 그 형식과 내용은 매우 다양하며, 소박한 민요적 표현부터 한시문에 삽입된 것 등 구전으로 전승되다보니 부르는 사람의 차이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기도 한다.
잡가는 지역적 특성에 따라 경기잡가, 서도잡가, 남도잡가 등으로 나눌 수 있다.
(3) 민요
한국의 민요는 200여종이나 될 정도로 종류가 많으며, 민중 속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여 오랫동안 계승되면서 민중의 사상․감정․생활 등을 소박하고 토속적으로 반영한 노래로 민요는 특정 개인의 창작이 아니며, 악보가 없이 주로 입에서 입으로 전래되다보니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내용이 변모되고, 형식 등이 자유로워져 시간적 배경과 전통을 지니고 있다.
민요는 거의 그 기원이 불명하고 예술음악과 같이 세련되어 있지 않으나 거기에는 소박한 서민들의 애환과 향토색이 짙은 민족적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민요를 지역에 따라 분류하면 경기민요, 남도민요, 서도민요로 크게 대별할 수 있다.
① 경기민요
서울과 경기도지방을 중심으로 불려진 민요로 노래의 느낌은 대체로 맑고 경쾌하며 말붙임새가 독특하고 선율의 굴곡이 유연하면서도 장식음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아리랑, 경복궁타령, 군밤타령, 노들강변, 노랫가락, 늴리리야, 도라지타령, 방아타령, 오봉산타령, 창부타령 등이 있다.
② 남도민요
전라도를 중심으로 충청남도 일부지역과 경상남도 일부지역을 포함하고 있지만 흔히 전라도지방의 민요를 말 한다.
남도민요의 특징은 소리가 구성지고 극적이며 강렬한 표현력을 가지고 있고 창법은 굵은 목을 쓰고 극적으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육자배기, 진도아리랑, 강강술래, 흥타령, 쾌지나칭칭나네, 남원산성 등이 있다.
③ 서도민요
평안도와 황해도 지방의 민요로 창법은 다른 지방의 민요에 비하여 기악반주와 함께 부르기 어렵게 되어 있어서 주로 장구 하나만으로 반주를 하는 경우가 많다. 창법은 콧소리로 얕게 탈탈거리며 떠는 소리, 또는 콧소리로 길게 쭉 뽑다가 갑자기 속소리로 콧소리를 섞어서 가만히 떠는 소리 등이 특징이다.
수심가, 엮음수심가, 긴아리, 자진아리, 안주애원성, 배따라기, 산염불, 긴난봉가, 병신난봉가, 몽금포타령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