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목, 금요일 수업을 하고 숙제를 짊어지고 왔다. 주머니 시접 정리, 치마 옆선 박기, 치마 밑단 정리하기, 저고리와 요선 잇기, 주름 잡기까지 해야 했다. 주머니 만들기는 처음이지만, 다른 것들은 예전에 아이 철릭원피스 만들어줄 때 해본 것들이라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일요일 온종일 바느질을 하며, 이게 보통 일이 아니란 걸 깨닫기 시작했다. 그동안 내가 해온 바느질 가운데 제대로 된게 없었다. 한번도 요선(허리선)을 따로 만들어 붙인 일도 없었고, 시접을 쌈솔(감싸서 처리하는 법)로 해 본 일도 없다. 그동안은 대충 재봉틀에서 오버록 모양 나오는 바느질 버튼을 눌러 드르륵 박기만 하면 되었다. 올이 좀 풀려도 그러려니 했는데, 손바느질로 하다 보니 '그러려니' 할 수가 없었다. 겉보다 더 정성들여 속에 있는 시접들을 꼼꼼히 바느질했다.
한참을 그러고 있으니 기쁜 마음이 올라왔다. 속 바느질은 온전히 나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속 시접들은 옷을 입고 벗으며 오롯이 나만 볼 수 있는 곳이다. 여기 바느질이 잘 되어야 옷을 입어도 까끌하거나 불편하지 않는다. 꼼꼼한 속바느질은 누구보다 내가 오래도록 편하게 옷을 입을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모두 나를 잘 대해주는 바느질이다. 그러니 힘들긴 해도 아니 즐거울 수가 없었다.
지치는 줄 모르고 숙제를 다 해갔다. 하지만 알고 보니 요선과 저고리를 잘못 이어서 다시 뜯어서 붙여야 했고, 치마 주름은 겉주름 폭인 2.5cm로 안 나누고 3cm로 나누는 바람에 다시 수십 개의 시침핀을 뽑아내고 다시 잡아야 했다.
혼자 바느질을 하며 '완성'에 목적을 두었다면, 어떻게든 다시 안 하려고, 빨리 만들려고 꼼수를 부렸을 게다. 하지만 '배움'에 마음이 가 있으니 전과 달리 실을 다 뜯어내는데도 마음이 좋았다. 그리고 뜯어보니 그제야 깃이 달릴 부분부터 요선 아래까지 날렵하게 내려오는 곡선이 보였다. 주름도 훨씬 가지런하게 잡혔음은 물론이다. 잘못하는 바람에, 틀리는 바람에, 그 바람 따라 좋은 배움에 이른 셈이다.
좀 더디어도 괜찮으니 남은 시간도 이렇게 틀리면 다시, 덕분에 제대로 배울 수 있도록 애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