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은 각종 성인병의 원인으로 모두가 기피하고 있는 현상이다.
볼록하게 튀어나온 뱃살과 바지라인을 그대로 잡아먹는 허벅지의 군살, 출렁이는 팔뚝 살을 진정시키기 위해 여지없이 러닝머신 위에서 몇 시간을 뛰어야 하는 현대인에게 비만은 가장 무서운 존재임에 틀림없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세계의 비만 인구는 약 17억 명을 넘어섰다.
또한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에서는 이미 1998년 비만을 현대인들에게 유행병처럼 급속히 퍼지는 만성질환으로 규정한 바 있다.
뚱뚱한 것이 병이 되어 버린 이 시점에서 비만한 남성을 최고라고 여겼던 사하라 사막의 투아레그족의 일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모계사회로 알려져 있는 투아레그족의 일상은 특별한 것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광활한 사막의 유목민들이 누릴 수 있는 문명은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생활에서 특별한 즐거움이라면 식욕과 성욕을 채우는 것, 즉 먹는 일과 섹스였다.
투아레그족은 귀족과 전사, 서민과 노예라는 철저한 계급 사회로 이루어지는데, 어떤 계급을 막론하고 이들은 한결같이 야위었다.
생각해보라. 모래바람을 맞으며 유목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풍족한 음식이 있을 리 없지 않은가. 그래도 체질이라는 것은 있는 법, 그들 가운데서도 유독 튼실하게 살이 찐 남자와 여자가 있었다.
이런 뚱보 남녀는 투아레그 사회에서는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이들에게는 노동이 주어지지 않았고 매일 귀한 우유와 고기로 몸보신을 할 수 있었다.
더욱이 120㎏가 넘는 남자나 여자의 경우, 야윈 다른 남녀가 그들을 섹스 파트너로 삼기 위해 갖은 애를 썼다고 한다.

이런 뚱보들이 각자 별채의 움막에 들어앉아 있으면 상위 계급인 귀족들이 찾아와 섹스를 즐겼다.
여자 귀족들도 뚱뚱한 남성에게 몰려들었다고 한다.
야윈 남편들에게서 못 느꼈던 특별한 재미를 찾았던 것이다.
어쩌면 투아레그족에게는 비만이 최고의 섹시함이 아니었을지.
투아레그족의 뚱보에게는 귀족들을 즐겁게 해 줘야 한다는 강한 암시가
주어지는데, 주술사들은 이들에게 성교의 테크닉까지 훈련시켜 귀족들을 만족시키도록 했다. 하지만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이 뚱보들은 매춘을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신의 뚱뚱한 성적 매력을 돈을 받고 판 것이 아니라 귀족들에게 무료로 제공했다는 점에서 공창(公娼)과 차이가 있다.
하지만 아무리 뚱보라고 해도 하루에 4~5명의 귀족을 상대해야 했다면 대단한 중노동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뚱보들에게 몸보신은 필수였고 주술사들은 이들의 피로를 풀고 체중 감량을 막기 위해 값진 음식을 챙겨 먹였다고 한다.
하지만 뚱보를 최고의 섹스 파트너로 여겼던 투아레그족의 기록 어디에서도 그들이 어떤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했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그들 사회에서의 뚱보란 야윈 모습에서는 보이지 않는 힘을 상징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특히 비만에 관대한 편이다.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루기 전 우리나라 또한 먹고 사는 것을 걱정할 정도로 빈약한 경제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히 비만은 질병이고 우리가 경계해야 할 존재라는 것.
만약, 투아레그족에게 현대의 문명이 조금만 더 깊숙이 닿았더라면 뚱보에게는 더 막중한 노동이 주어지고 귀한 우유와 고기는 입에 대지도 못하게 하지 않았을까.
출처 : 하이닥건강 글: 장수연원장(비뇨의학과전문의)
<전문가 칼럼은 하이닥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