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신양명(立身揚名) & 명철보신(明哲保身)
⏹ 입신양명(立身揚名)
출세하여 이름을 세상에 떨친다는 뜻이다.
원래는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한다는 뜻이 강했다.
그러나 입신양명의 좋은 취지는 변질돼 이미 조선조에서 부터 오늘날과 같은 의미의 출세주의를 뜻하게 되었다.
김재영은 "양명의식은 그동안 우리 역사에서 어떻게든 높은 지위를 차지해야만 안심할 수 있다는 관료주의적 사고가 그 바탕을 이루고 있다. 우리가 얼마나 이러한 지위에 집착하고 있는가는 그동안 조상신에 대한 신앙의 형식으로 신주에까지 관직명을 붙이고 비석을 세웠으며, 지금도 가보, 명함, 각종 모임 등에서 직함을 붙여 호칭을 사용하는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은 자신의 내면 세계보다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예컨대, 남들이 자신을 알아주는 맛)에서 삶의 의미와 보람을 찾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그래서 자녀의 결혼과 부모의 장례도 그 행사 자체보다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몰려드느냐 하는 숫자에서 자신의 살아온 과거에 대한 평가와 미래의 전망을 내리며 남들 역시 그렇게 본다.
반드시 입신양명(立身揚名)을 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또 '정치 과잉'이 발생하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입신양명(立身揚名), 욕망은 한국 정치판의 주요 동력이다.
정운찬이 서울대 총장 시절 '월간중앙'에 인터뷰에서 밝힌 다음과 같은 솔직한 증언은 고위 관직에 대한 한국인들의 열망이 매우 강하다는 걸 잘 말해준다.
그는 "조선시대 고위 관료로 출세한 조상 분들의 묘를 보고 뿌듯해 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있습니다. (···) 어머님은 항상 저한테 '자네'라는 호칭을 쓰셨습니다. 이를테면 학창시절의 제게 '자네, 우리 집안에 정승이 3대째 끊긴 것을 아는가'라는 식의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최재천 교수와 도정일 교수의 이야기도 비슷하다. 최교수가 "저희 할아버지도 늘 저만 보면 '언제 강릉 시장이 될래?'라고 하셨다니까요. 서울대학을 졸업하고 또 유학을 간다고 하니까 이해를 못하셨어요. 대학교수가 되고 싶다고 했더니, '대학교수 오래 할 것 없다. 사람은 모름지기 나라의 녹을 먹고 살아야 하느니라'고 하시더라고요. '강릉 시장이 모자라면 강원도 도지사를 해라' 이러시더라고요"라 했다.
이에 도교수가 "나도 엇비슷한 이야기가 있어요. 영문과에 간다니까 외삼촌 왈, '그거 해서 뭐가 되는데?' 치과대학에 다니던 외사촌 형이 옆에 있다가 '영어 잘하면 미국 대사도 할 수 있죠'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외삼촌이 또 말했어요. '그게 다냐?'"
⏹ 입신양명(立身揚名)의 유래
효경(孝經)에 나오는 말이다. '효경'은 유가(儒家)의 십삼경(十三經) 중 하나이며 효(孝)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책이다. 제1장인 개종명의장(開宗明義章)에는 책 전체의 개요를 밝히고 있는데 그 중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
신체의 머리털과 살갗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감히 손상하지 아니함이 효도의 시작이다.
立身行道, 揚名於後世,
以顯父母, 孝之終也.
입신 출세하여 도를 행하여 후세에 이름을 드날려, 부모를 드러내는 것이 효도의 마침이다.
효(孝)를 실천하기에 앞서 그 시작과 끝을 설명하는 대목이다. 여기서 입신(立身)은 자신의 기반을 세워 사회적으로 남들에게도 인정받는 것이다. 부모에게서 받은 몸으로 함부로 행동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알아줄 만큼 바른 뜻을 펼치는 것이 효의 시작이자 끝이라는 말이다.
효의 실천내용으로 전하는 말인 입신양명(立身揚名)은 부모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고 자랑스러운 자식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본래의 뜻도 있지만, 효도의 목적보다는 권세나 부귀를 얻어 스스로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것을 의미하는 쪽으로 쓰이는 경향이 있다.
비슷한 말로 입신출세(立身出世), 등달(騰達), 등용문(登龍門), 부귀공명(富貴功名) 등이 있다.
明哲保身 명철보신
明(밝을 명), 哲(밝을 철), 保(지킬 보전할 보), 身(몸 신)
이치에 밝고 사리에 분별력이 있어 적절한 행동으로 자신을 잘 보전하다
명지한 사람은 자기 일신을 잘 보존한다는 뜻.
집단의 이익을 돌보지 않고 개인의 이익만 생각하고 원칙적인 투쟁을 피하는 용속적인 작풍을 지칭한다.
자기 일신만 돌보다
중국 서주(西周)때 주선왕(周宣王)에게는 두명의 대신이 있었다.
한 사람은 이름이 윤길보(尹吉甫)였고 다른 한사람은 중산보(仲山甫)였다.
이들은 주선왕을 보좌하면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
윤길보는 이름이 갑(甲)이요, 자는 길부(吉父)였는데 여기서 윤은 관직이름이다.
윤길보는 군사를 이끌고 서북의 이민족의 진공을 막아낸적이 있었고 성주(成周) 즉 지금의 하남성 낙양(河南省 洛陽) 동쪽지역에서 다른 민족을 정복하고 이들이 조공을 바치도록 했다.
중산보는 번이라는 곳에 봉지를 하사받았기에 번중, 번목중이라고도 불렀다.
중산보는 견식이 넓고 직언을 서슴치 않아 여러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
당시 노(魯)나라 제후인 노무공(魯武公)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큰 아들은 이름이 괄(括)이었고 작은 아들은 희(戱)라고 불렀다. 그런데 주선왕이 일방적으로 희를 노나라 태자로 책봉해 버렸다.
장자를 제치고 다른 아들을 책봉하는 이런 행위는 당시의 규정에 어긋나는 것이었고 내부의 혼란을 조성할 빌미를 제공할수 있었다. 중산보가 여러번 상소를 올려 막았지만 주선왕은 이를 듣지 않았고 끝내는 희를 노나라 태자로 봉했다. 후에 희가 즉위를 해서 노예공이라고 칭했는데 과연 노나라의 백성들이 불만을 품었고 후에는 노예공을 주살했다.
한편 주선왕은 서북 여러 부족의 진공을 막기 위해 중산보에게 제라는 곳에 가서 성을 쌓을 것을 명했다.
이때 윤길보는 중산보에게 시 한수를 지어 주었는데 그 내용은 중산보의 인품과 재능을 높이 평가했는가 하면 주선왕이 인재를 보는 안목과 주나라의 번영을 이룩해냈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 시가 바로 "시경.대아(詩經.大雅)"에 수록된 "승민(丞民)"인데 총 여덟개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그중에서 네번째 부분에는 명철보신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중산보의 높은 인격과 재능을 묘사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첫번째 부분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하늘이 여러가지 생명을 만들어내고 모든 사물의 성장에는 그 법칙이 따른다.
모든 중생들은 정을 가지고 있고 사람들은 인격을 중히 여긴다.
하늘이 우리 주나라를 중히 여겨 성심으로 기도를 해준다.
우리의 천자를 보좌하기 위해 중산보라는 걸출한 인물을 탄생시켰다는 내용이다.
네번째 부분에서는 천자의 명이 지엄하니 중산보가 명을 받아 길을 떠나도다.
나라의 좋고 나쁨을 산보는 똑똑히 알고 있다.
총명과 지혜로 만사를 꿰뚫어보고 높은 인격은 만고에 전해지리.
주야로 게으름 없이 일을 하니 우리 주상을 성심껏 보좌하누나.
여기서 "총명과 지혜로 만사를 꿰뚫어보고 높은 인격은 만고에 전해지리"라는 부분이 바로 명철보신을 풀어놓은 말이다.
여기서 보면 명철보신은 다른 사람을 칭찬하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후에는 명철보신으로 집약되었고 개인의 이익을 위해 모순과 투쟁을 피한다는 뜻으로 풀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