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기본은 남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오늘 하루 무사히 사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다. 그들이 무사해야 나도 무사하고 내가 무사해야 그들도 무사하다. 그러니 나도 그들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길을 가면 길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이고 아무 생각 없이 화초에 물을 주면 화초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살면 세월이 흐른 뒤에 본인의 마음도 상해 있음을 알게 된다. 아무리 미운 물건이라도 함부로 버리지 말아야 한다.
- 풍경소리 3월호 – 오늘도 무사히[11] p91
한님, 날이 맑고 좋습니다.
봄날이 와락 안겨 오는 기분입니다.
나비는 새롭게 날고 벌은 꽃을 향해 통통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햇살은 멋지고 따뜻합니다.
겨우내 집안에 들어 앉아 자랐던 화초들을 하나씩 밖으로 꺼내고 있습니다.
잎만 무성히 자랐던 것도, 어쩌다 꽃 한 송이 피고 진 것도, 새순을 마구 쏟아내듯 올리는 것도 모두 모두 봄 햇살 맞이 합니다.
‘행복의 기본은 남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오늘 하루 무사히 사는 것이다.’
오늘 내가 한 일들을 찬찬히 돌아보며 생각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산 시간들이 많고 나름 ‘생각을 생각하며’ 산 시간들도 꽤나 있더군요.
나무를 심으며, 물을 주며, 꽃을 따며, 나물을 뜯으며, 동물들을 챙기며, 신발을 신으며, 머리를 감으며, 얼굴을 마주하며, 산책을 하며, 한숨 소리를 들으며, 밥을 먹으며, 전화를 받으며, 상상을 하며, 얘기를 나누며, 책을 보며, 냉장고를 열고 닫으며, 음악을 들으며, 웃음 지으며, 차를 마시며, 전을 부치며, 옷을 갈아 입으며, 선생님을 바라보며, 설거지를 하며, 인사를 나누며, 빛을 보내며, 열을 받으며, 노래를 부르며, 별을 바라보며, 바람을 느끼며, 자동차 지나는 소리를 들으며, 내 안의 고요를 느끼며, 손을 잡으며, 헤어지며, 충고를 하며, 잡담을 나누며, 불을 켜며, 문을 열며, 노트북을 켜며, 그리고, 그리고...
하루에 일어난 작고 작은 일로부터 마음 상하지 않게, 마음 다치지 않게...
‘오늘도 무사히’ 살고 싶습니다.
살아지고 싶습니다.
이런 아름다운 상상을 하며, ‘오늘도 무사히’ 살았습니다.
덕분입니다.
모든 것들이 나를 위해 존재하니, 나도 그들을 위해 존재해야 함을,
‘아무 생각 없이’가 아닌 ‘생각을 잘 생각하며’ 살고 살아지는 진짜 날들을 맞이하길 상상하고 꿈꾸는 봄밤입니다.
오늘도 여러모로 고맙고 고맙습니다.
덕분입니다.
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