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강 휴먼브릿지를 건너가 수영야류를 본다면?
- 보행전용 휴먼브릿지 개통에 부쳐
“아, 드디어 부산에도 걸어서 즐기는 명품 산책로가 생겼구나.”
다리 중앙의 원형 전망대에 서니 수영강 양안의 야경이 한눈에 펼쳐졌다. 강 위에는 잔잔한 물결이 반짝이고, 센텀의 빌딩 숲은 마치 ‘누가 더 화려한가’를 겨루는 야경 올림픽 경기장 같았다. 그 순간 부산이 요즘 강조하는 ‘15분 도시’라는 말이 비로소 실감이 났다. 자동차로 이동하는 도시가 아니라 사람의 발걸음으로 연결되는 도시, 말하자면 도시계획 용어로 ‘보행 네트워크의 회복’이다.
이 장면을 보며 자연스럽게 떠오른 사례가 있다. 바로 템스강 위의 밀레니엄브릿지(Millennium Bridge)이다. 이 보행교는 북쪽의 세인트 폴 대성당(St. Paul's Cathedral)과 남쪽의 테이트 모던(Tate Modern)을 연결했다.
흥미로운 점은 다리 하나 놓았을 뿐인데 런던 관광의 동선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관광객들은 세인트폴에서 템스강을 건너 곧장 테이트모던으로 걸어간다. 결국 이 다리는 런던 관광 지도를 다시 그린 도시 인프라의 작은 혁명이 되었다.
수영강 휴먼브릿지 역시 그런 잠재력을 품고 있다. 규모는 비슷하지만 구조는 훨씬 입체적이다. 밀레니엄 브릿지가 칼날처럼 곧게 뻗은 직선형이라면, 휴먼브릿지는 강 한가운데 유람선의 마스트처럼 솟은 타워와 원형 경사로 전망대를 품고 있다. 마치 강 위에 작은 광장이 떠 있는 듯한 형상이다. 건설 엔지니어의 눈으로 봐도 꽤 인상적인 공간 연출이다.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수영강의 밤 풍경은 그야말로 부산 야경의 숨은 보석이다.
하지만 다리를 건너 영화의전당과 APEC 나루공원 쪽에서 수영구 방향으로 내려오면 약간 당황하게 된다. 갑자기 자동차들이 쌩쌩 달리는 강변도로와 맞닥뜨리기 때문이다. 산책의 리듬이 ‘탁!’하고 끊긴다. 마치 좋은 음악을 듣다가 갑자기 광고가 튀어나온 느낌이다. 물론 횡단보도가 있다. 그러나 보행 동선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조금 아쉽다. 만약 이 구간에 보행 육교 하나만 더 설치한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기왕이면 엘리베이터까지 갖춘다면 더 좋다. 그러면 사람들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수영팔도시장으로 이어지고, 다시 수영사적공원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주말마다 수영야류 갈라쇼라도 열린다면 어떨까. 특히 야류 가운데 가장 익살스러운 ‘할미 과장’을 공연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벡스코와 영화의전당의 현대 전시 및 문화공간에서 출발한 사람들이 강을 건너 전통 탈춤을 본다. 영화의 전당에서 영화 보고, 강 건너 야류를 본다. 이쯤 되면 관광 코스 하나가 완성된다. “센텀에서 영화 보고, 강 건너 탈춤 본다.” 이 얼마나 부산다운 이야기인가. 도시는 때로 거대한 공항이나 항만이 아니라 작은 다리 하나로 변하기도 한다. 런던이 그랬듯이 말이다.
수영강 휴먼브릿지는 단순한 보행교가 아니다. 센텀의 현대 문화와 수영의 전통 문화를 이어 주는 도시의 이야기 다리다.
박하 편집위원 / 시인 · 부산시인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