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회 ‘숲의響然_자연의소리’_기획 이야기: 木花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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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노을공원시민모임 문화분화위원회 木花壇(목화단)입니다. ‘씨앗을 키워 숲을 만드는 노을공원시민모임’ 활동이 십 년을 넘기며 조금 다른 방식의 숲 만들기를 해보자는 마음들이 모였습니다. 그렇게 ‘숲의響然_자연의소리’라는 활동을 준비하고 2024년 2월 23일 첫 시작을 열었습니다. 기획도 준비도 공연도 모두 ‘1천명의나무심는개미들’이 하는 활동입니다.
‘숲의響然_자연의소리’는 씨앗부터 키워서 숲을 만드는 또 다른 방법이 되기를 바라며 시작한 활동입니다. 그래서 첫 번째 ‘숲의響然’에서는 ‘내가 씨앗입니다. 우리가 숲입니다. 너의 시선이 아닌 나의 시선으로 보다’ 라는 기획 방향을 잡고, 누군가의 시선이 아닌 나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자는 이야기와, 나 한 사람의 올바른 시선이 건강한 씨앗을 선택하며 숲으로 가는 길을 열 수 있다는 이야기를 숲이 될 첫 번째 씨앗으로 공연에 담았습니다.
두 번째 ‘숲의響然’에서는 ‘내가 예술가입니다. 삶이 예술입니다. 나를 움직인 아름다움으로 너를 움직이다’ 라는 기획 방향을 잡고, 진정한 아름다움은 삶의 태도와 연동하며, 아름다운 태도로 삶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것도 숲으로 가는 길을 열어줄 씨앗이라는 이야기를 숲이 될 두 번째 씨앗으로 선택했습니다. 예술과 아름다움은 모두에게 자기만의 풀이가 있지만 이번 기획을 맡은 저희에게 예술과 아름다움은 삶을 대하는 태도와 무관하지 않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지식은 지혜를 약속하지 않고 재능은 예술을 보증하지 않습니다. 명성은 품성을 보장하지 않고 외적 장식은 내적 아름다움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자연은 전문 지식의 산물이 아니며 지혜는 특정 재능의 산물이 아닙니다. 아름다움도 예술도 특정 분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특정 재능과 지식을 예술이라 분류한 세상의 시선을 받아들여 나와 예술가를 구분하고 그 아름다움을 나와 거리가 먼 듯 부러워만 합니다. 모두에게 주어지지 않은 특정 재능과 제한된 기회만이 아름다운 예술로 이어지는 길인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선호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취향의 아름다움과, 지혜와 자연의 참된 아름다움은 다릅니다. 취향의 아름다움은 취향을 배경으로 태어났기에 누군가에게는 아름다워도 누군가에게는 아름답지 않으며, 누군가에게는 언제나 접근 가능해도 누군가에게는 살아가며 단 한 번의 접근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자연과 지혜의 아름다움은 내가 거부하지 않는 한 모두에게 열려 있고 모두에게 기쁨을 주며 모두를 살립니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최상의 아름다움으로 모두를 이롭게 하기에 참됩니다.
많은 이가 존재의 존엄과 존중을 이야기합니다. 모든 존재는 자기만의 존재 이유와 삶의 목적을 가지고 오며, 그것은 모두 동등한 가치를 가진다는데 동의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또한 많은 이들이 너와 나의 존재 이유와 삶의 목적에 의문을 품고 자신의 기준으로 우열을 가립니다. 말과 행동이 다르고 앎과 삶이 어긋나는 우리는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예술마저 특정 재능과 지식에 내어주고 자신이 품은 아름다움의 씨앗에 스스로 눈을 감습니다. 그러나 건강하고 아름다운 숲은 다양한 모두가 각자 자신의 아름다움을 펼치며 함께 할 때 이루어집니다. 나도 숲을 이룰 씨앗으로 이 자리에 있고 우리는 다양할 뿐 우열이 없다는 것을 잊으면, 지식이 지혜가 되고 재능이 예술이 되도록 갖추어야 할 품성을 소홀히 하게 됩니다. 아름다움은 특정 행위가 아닌 태도에서 나오며 삶의 목적 중 하나는 갖추어야 할 품성을 연마하며 삶을 아름다운 태도로 살아가는 일이라는 것을 잊는 것입니다.
예술이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것이고, 그것이 아름다운 태도로 가능하다면,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요. 기획을 준비하던 저희에게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참된 아름다움은 무언가에 순수하고 진실된 선함이 깃든 상태이며 그 순간을 알아차린 신호이자 표현이기도 합니다. 외양이나 조건과 무관하게, 논리적인 설명이나 구체적인 묘사의 가능 여부와 무관하게, 한 존재가 순도 높은 선한 본질로 존재할 때 퍼져 나오는 기운이 아름다움이라는 기호로 표현되고, 그것이 존재와 삶을 예술로 승화시킨다는 생각을 합니다.
예술은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일이고, 아름다움은 행위가 아닌 태도에서 나옵니다. 내가 바꿀 수 없는 조건이 아니라 내가 바꿀 수 있는 태도가 아름다움의 열쇠라는 건, 우리는 모두 자기만의 가치를 가지고 온 존엄한 존재라는 걸 보여줍니다. 다만 기억할 것은, 자신이 품은 아름다움을 펼쳐내는 건 자신의 몫이라는 점입니다. 악기도 못 다루고 그림에 소질이 없어도 몸치에 음치에 말과 글이 서툴러도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나만의 도구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마주하는 모든 것을 소중히 대하며 모든 순간을 정성껏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그러니 삶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자신의 힘을 특정 재능과 지식에 넘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태도로 내가 마주하는 모든 것을 예술로 승화시킬 때 그 태도가 씨앗이 되어 숲으로 가는 길을 열어줄 것입니다.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으로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전하는 일, 관심이 가는 폐기물 활용으로 생명을 구하는 일, 잘 하는 일로 모두의 존엄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일, 깨끗하고 단정하게 준비하며 찾아주는 이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일 모두 아름다운 예술입니다. 음악도 미술도 춤도 문학도 아니지만 삶과 존재를 귀하게 대하는 태도로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삶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자기만의 도구를 가지고 옵니다. 도구에는 좋고 나쁨도 아름다움의 우열도 없습니다. 도구의 가치는 활용하는 이의 태도에 따르며 그것은 나의 선택입니다. 그러니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기회, 살릴 수 있는 기회, 용서하며 기회를 줄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마음의 씨앗을 뿌릴 수 있는 기회가 삶을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가지고 태어난 나만의 도구로 어떻게 삶을 예술로 만들고 있는지, 나를 움직인 아름다움을 더 많이 나누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나를 움직인 아름다움으로 너를 움직여 ‘숲의響然_자연의소리’가 더 많은 이가 숲으로 나아가게 하는 씨앗이 되면 좋겠습니다. 귀 기울여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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