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일 찾은 부여(扶餘) 궁남지(宮南池)는 놀람의 연속이었다. 엄청난 규모도 규모지만 올려다봐야 할 정도로 거대한 연꽃들이 뜨거운 햇살 아래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이 연꽃을 바로 보니 저 연꽃이 기다리고 있어 한참 가다 보니 길마저 잃을 정도였다.
궁남지는 충청남도 부여군에 위치한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 정원(궁원지)이자 백제 조경 기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문화유산이다. 신라의 동궁과 월지(안압지)보다 약 40년 앞서 만들어졌으며, 1964년 대한민국 사적 제135호로 지정되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무왕 35년에 궁궐 남쪽에 연못을 파고 20여 리 밖에서 물을 끌어왔으며, 못가에 버드나무를 심고 못 가운데에 신선이 산다는 섬을 만들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래서 연밭과 연밭으로 이어지는 곳에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리며 수양버들이 뙤약볕의 좋은 그늘이 되어 주었다.
백제 무왕(서동)의 어머니가 궁남지 근처에 살던 중 못의 용과 정을 통해 무왕을 낳았다는 전설과 더불어, 신라 선화공주와의 사랑 이야기인 서동요의 무대로도 알려져 있다.
연못 한가운데의 인공섬에는 ‘용을 품었다’는 뜻의 정자인 포룡정(抱龍亭)이 있어 잠시 쉴 수 있었는데, 더운 날씨 속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정자에 누워 기둥 사이로 보는 전망도 재미났다. 포룡정까지 목조 다리를 통해 연결되어 있는데, 콘크리트 없는 순수한 목조다리가 길게 이어져 운치가 가득 넘쳤다.
매년 7월경 궁남지 일대의 광활한 연꽃단지에서 대규모 연꽃축제가 개최되어 수만 송이의 연꽃과 수련이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홍련(紅蓮), 백련(白蓮), 황련(黃蓮)과 밤의 여왕이라 불리는 빅토리아 연꽃 (큰가시연)은 수련과 식물로, 연잎 지름이 최대 2m까지 자라며 첫날 밤에는 흰색 꽃을 피우고, 둘째 날 밤에는 핑크빛으로 바뀌며 왕관 모양을 이루다 수면 아래로 지는 신비로운 개화 과정을 선보인다. 새벽에는 빅토리아 연꽃의 흰꽃과 핑크꽃을 동시에 볼 수 있다. 또 낮에 꽃이 피는 온대 수련부터 밤에 피는 열대 수련, 보라색·하늘색 등 다채로운 색상의 호주 수련 등이 골고루 배치되어 있어 연못을 둘러싼 울창한 버드나무길과 수려한 야간 조명으로 사계절 산책 및 촬영 명소로 유명하다.
전날에 더위로 감상에 소홀했던 터라 새벽에 다시 찾은 궁남지는 야간에만 피는 수련으로 또 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연꽃을 따라 마구 다니다 출구를 못 찾아 아주 잠깐 긴장했다.
/ 예성탁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