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자연인이다 . 방랑자 행복의 나라를 찾다...자연인 프렘승을 만나러 간다.
나는 자연인이다 제작진들이 실로 오랫만에 자연인다운 자연인을 만났다. 그를 만나러 가는 것도
녹녹치 않았다.자연인을 만나러 가는 길에 제작팀이 방향을 잃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70년대부터 최근까지 출입이 통제돼서 제대로 된 길도 없는데다가, 그 여정이 길어서 자연인을
찾아가는 데에 도사가 된 제작팀조차 어려움을 겪을 정도였다. 가까스로 다다른 곳에는
민속촌에서나 볼 법한 오래된 초가가 있고, 그곳에 프렘승(63세/입산 20년)씨가 산다.
엉덩이까지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과 제멋대로 자라난 수염, 누구라도 단숨에 제압할 만한
카리스마까지, 모든 것이 범상치 않다. 낯선 방문자를 경계하며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그가 궁금하다. 그를 찾아온 제작진을 제대로 맞아 주지도 않는다. 평온한 일상을 왠놈들이
시끄럽게 하는가 하는 정도이다.

직장 생활 한 번 한 적 없는 그는 돈을 들이지 않으며 살고 있다.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씻는 것, 빨래, 설거지는 집 옆 계곡에서 해결하고, 불 때고 나온 재를 비누나 세제 대신
사용한다. 햇빛에 말리거나 소금에 절여서 음식을 보관하고, 가스 불 대신 직접 만들어
놓은 숯을 쓴다. 집 주변에 나는 다양한 버섯은 그의 식량이다. 그야말로 원시의 삶이다.
크고 멋진 집, 좋은 음식, 값비싼 옷을 쫓은 데에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고 싶지 않단다.
직접 담근 곡주를 마시며 놀고, 신나는 일을 하는 지금이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자연인.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엉뚱한 철학을 가지고 사는 그에게 의아한 점이 많다. 아주 비밀스런
사람이다. 그의 산중 생활의 시작이 스물여덟, 아주 젊은 나이 때부터였는데, 그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서울대 졸업생이었던 그는 1979년 남민전 사건에 연루됐다. 남민전은 '남조선민족해방전선
준비위원회'의 약칭이다. 이 조직은 1977년 1월 '한국민주투쟁위원회'를 결성하여
박정희정권의 유신체제를 비판하는 유인물 및 기관지인 〈민중의 소리〉를 8차례에 걸쳐
배포하는 등 반유신투쟁을 전개했다.
청년학생위원회를 조직하여 '민주구국학생연맹', '민주구국교원연맹', '민주구국농민연맹'의
결성을 시도하다가 1979년 10월 4일 이재문·이문희·차성환·이수일·김남주 등을 비롯 84명의
조직원이 구속되었다. 남민전이 북한과 관련된 '무장간첩단'이라고 밝힌 경찰과 달리
재야에서는 '사상 최대의 사상범 조작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재판 결과 39명이 석방되었고,
사형을 선고받은 이재문은 옥사했다. 신향식은 사형이 집행되었고, 전수진은 병 보석 후
죽었다. 나머지는 1988년까지 차례로 풀려났다.
그는 남민전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모진 고문을 당하고 풀려 났지만 또 다시 수배되는 상황을
맞게 된다. 그때 선배들의 권유로 경찰이 찾지 못할 깊은 산을 찾아 숨게 됐다. 그 이후로
세계를 떠돌며 철학사상에 몰두하고 제대로 사는 것이 뭔가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게 됐다. 그
리고 20년전 43살의 나이로 이곳으로 들어와 지금껏 그야말로 자연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물론 프렘승이 자신의 본명은 아니다. 인도에서 이런 이름을 지었다고 말한다. 그 뜻은
밝히지 않았다.

그는 인생이란 자연에서 빌려 쓰다 죽으면 두고 돌아가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래서 산에
콘크리트를 짊어지고 와서 크게 집 짓고 그리고서 자신은 자연을 사랑한다고 떠드는 것은
어부성실이라고 강조한다. 자연 그대로 사는 것에 최고의 가치를 두고 그는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최고의 가치는 바로 자연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전기도 수도도 없는 자연
그대로의 삶을 추구하고 있다. 그는 쓸데없는 욕심으로 평생 헤매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연은 예쁘다고 만지면 잘못하다가 죽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가만히 놔두는 것이 상책이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자연이다라고 주장한다. 사람이 물질에 끌려 다니다 보면 자기
삶을 못살게 되니 그러지 말자고 매일 매일 다짐한다. 모두가 자유롭게 기쁘게 자기 모습
그대로 사는 것이 최고의 삶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좀 더 좀 더'가 우리를 지나치게 속박하고 경박스럽게 만들었다고 강조하고 평등과 자유
그리고 평화 다시말해 평화롭게 자유롭게 평등하게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최고의 덕목이라고
말한다.
"내가 진짜 신나는 일이 무엇이고 내가 진짜 즐거운 일이 무엇인가? 어떻게 사는 것이 의미 있는
것인가? 조그만 것을 탐내다가 큰 것을 잃고 사는 것은 아닌가? 항상 질문하고 답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인 이승윤을 데리고 산위로 올라간다. 바위에 앉아 멀리 바라본다.
먼 산들위에 구름이 스쳐 지나간다. 그가 아직 이곳에 머물고 있는 이유이다. 프렘승의
산 이야기는 2015년 9월 23일 방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