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 명 서 ]
경남 방과후학교 자원봉사자 전일제 실무사 전환 방해 말라
모두를 위한 안정적인 일자리의 정착, 교육의 질을 높이는 일이다
지난 12월 24일 경남도교육청은 도내 방과후학교 자원봉사자(방과후코디)를 전일제 공무직인 방과후학교 실무사로 전환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전에 방과후코디가 무기계약직으로 된 사례가 있지만 여전히 초단시간 근무이거나, 결원시 충원을 하지 않거나, 정식 공무직 인력으로 보지 않는 등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 있었고, 방과후학교 운영도 불안하게 이끌어왔다. 이번 조치는 학교에서 필수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을 안정적인 노동환경으로 끌어들였을 뿐 아니라 학교교육의 한 축인 방과후학교를 든든한 반석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기대를 가지게 함으로서 환영할 만하다.
방과후학교는 학교에서 진화해왔다. 방과후학교 이전에도 수십년간 특기적성교육, 특별활동 등이 있었고, 교과수업이 하지 못하는 특기, 적성, 진로, 예체능 등의 교육을 해왔다. 우리 강사들은 방과후학교를 통해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아왔다. 교과수업만으로 정을 붙이지 못하다가 방과후학교를 통해 활력을 찾는 아이들, 전공이나 진로 선택에 도움이 됐다고 하는 아이들, 취업에도 도움이 됐다고 말하는 졸업생들 등의 사례를 무수히 접한다. 방과후학교의 교육적 가치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방과후학교는 늘 불안하게 운영되고 있다. 학교에서 하는 공교육의 일부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민간업체 위탁이 만연하여 사교육 시장의 먹잇감이 되기도 하고, 수업을 이끄는 강사들은 비정규직도 아닌 특수고용직이라는 불안한 고용환경에 놓여 있다. 잊을만하면 한 번씩 들려오는 비리, 부정 사례들도 가슴을 아프게 한다. 제도의 기반이 불안하고 교육자가 행복하지 못한데 교육의 질이 좋아질 수 없다.
이렇게 늘 불안하게 운영되는 방과후학교의 배경에는 제도의 부실함과 이를 이끄는 실무인력의 절대부족이 있다. 담당하는 교사들까지 방과후학교 업무에 시간을 빼앗겨 교육에 전념하지 못하고, 초단시간으로 일하는 방과후코디 역시 불안한 노동환경이며, 이들의 노동만으로 방과후학교를 떠받드는데 역부족이다. 미래세대에게 꼭 필요한 방과후학교라면 이를 운영하는 제도를 제대로 갖추고 여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된 대우를 해야 함은 마땅하다.
2017~2018년경 방과후코디를 모두 해고한 충남과 인천의 경우 방과후학교를 용역업체 위탁 방식으로 운영하는 학교들이 매우 많다. 충남의 경우 전체 초등학교의 46.2%가 위탁운영으로 하고 있고, 이는 타지역보다 2배쯤 높은 수치이다. 특히 천안·아산에서는 거의 100% 가까운 학교들이 위탁운영을 하고 있다. 매년 위탁업체 공개입찰을 새로 하며 선생님이 바뀌고 교재·교구가 바뀌는 등 현장의 혼돈과 학부모의 불만도 많다. 이렇게 교육의 질은 낮아지고 강사들은 더욱 불안한 고용환경에 놓인다. 질 높은 교육과 교원들의 업무경감이라는 원래의 그럴듯한 위탁운영의 취지는 어디에도 없다. 비정규직을 줄인다면서 비정규직을 해고해 버린 결과이다.
교육자가 행복해야 교육이 좋아짐은 당연하다. 초단시간 계약직에서 전일제 상시근무 노동자인 방과후학교 실무사로 전환하는 것은 많은 기대를 하게 한다, 방과후학교 운영업무의 상당부분을 이끌어 교원들이 바라는 업무경감에도 한몫을 할 것이고, 이로 인해 민간업체 위탁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불안한 노동환경으로 인한 방과후학교 강사 등 다른 직종들과의 현장 갈등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강사들의 수업환경도 좋아지고 교육의 질도 높아질 것이다.
이번 전일제 전환에 대해 일부에서 폄하하고 비난하는 주장을 하고 있어 안타깝기도 하고 개탄스럽기도 하다. 경남교사노조는 “밀실협약·졸속행정”이라고 비난했고 국민의힘 요즘것들연구소는 “제2의 인국공 사태로 명백한 특혜 채용”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를 받아쓰기하며 불공정에 방점을 찍었다. 청와대 청원과 국민감사청구까지 등장했다.
이들에게 묻는다. 정말 시험만이 절대적으로 공정하고 그밖의 모든 절차들은 불공정이라고 믿는 것인가? 방과후학교는 안정적으로 운영하면 안되고, 코디는 계속 초단시간 일자리로 두어야 한단 말인가? 이미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채용된 이전의 많은 사례들이 있었고, 방과후코디들과 노조가 노력하여 지금의 많은 좋은 일자리를 만들었다. 일하는 모든 사람이 안정적으로 일하고 적절한 대우를 받고, 먼저 생긴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가 되어야 이후 세대들도 좋은 일자리를 가지게 됨은 당연하다. 그간의 많은 투쟁의 역사와 사례들이 증명한다. 당장 눈앞의 취준생의 기회박탈이 아닌, 모두를 위한 안정적인 일자리의 정착이다. 청년실업까지 들먹이며 무기계약직 전환에 훼방을 놓으려는 국민의힘이야말로 불평등 체제를 양산한 주범 아니던가. 방과후학교 자원봉사자의 전일제 실무사 전환은 오히려 전 교육청으로 확대되고 처우도 개선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약속을 내팽개치고 양질의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지 않은 것이 취준생과 비정규직을 이간질하는 효과를 내왔다.
우리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학교에서 사교육을 한다고 생각해본 적 없다. 국가와 교육청이 책임지고 내실있게 운영하는 방과후학교가 가장 바람직한 길임에는 두말할 것 없고, 공교육의 한 축을 제대로 지탱하는 일이다. 여기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과 교육자들이 제 역할을 하고 대우를 받아야 함은 당연하고, 그래야 교육도 바로 설 수 있다. 경남교육청의 전환 계획에서도 ‘방과후학교 활성화’를 기대효과로 꼽지 않았는가. 경남교육청의 이번 방과후학교 전일제 실무사 전환 계획 발표를 환영하며, 보수야당과 언론 등의 폄하, 왜곡, 비난하는 주장에 흔들림없이 계획을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2021. 1. 6.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