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는 언어로 소통한다 ?
(나무는 유독물질을 내뿜어 식객을 퇴치하고 그 유독물질에 내성화된 식객이 또 덤벼들면 그 식객을 퇴치할 천적을 유도하는 향기를 내뿜어서 그 식객을 퇴치한다. 그 연속과정 속에서 진화해왔다.)
‘나무가 언어를 가지고 있다’라고 하면 의아해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언어는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하는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말이 안 된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나무가 소통하는 언어는 무엇일까, 인간이 들을 수 없는 것일까? 답은 그렇다다. 나무는 그들의 방식대로 소통한다. 바로 ‘향기’다.
식물학자들이 약 40여 년 전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연구한 결과를 보면 다음과 같다. 아프리카 기린은 아카시아를 굉장히 좋아하고 즐겨 먹는데 한곳에서 계속 먹지 않고 100m씩 띄엄띄엄 옮겨 가며 먹는 것을 발견했다. 왜 그런 현상이 발생할까? 그 이유는 아카시아 나무 나뿜는 향기에 있었다. 나무 입장에서 보면 초식동물이며 대식가인 기린을 그야말로 불청객이다. 그래서 기린이 잎을 먹기 시작하자 몇 분 안에 유독물질을 내뿜는 것이다. 그렇다고 맛있는 밥을 그대로 두고 갈 기린이 아니다. 처음에는 기린도 얼마만큼 먹다 유독물질이 나오면 그만두었을 것이다. 하지만 기린도 방어책을 세우게 된 것이다. 바로 다음 나무로 가지 않고 약 100여m 떨어져서 먹으면 된다는 것을 터득하게 된 것이다. 그 이유는 뜯어 먹는 동안 아카시아 나무는 가스(에틸렌)를 방출해 주변에 있는 다른 나무들에게 알려준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기린은 수고스럽지만, 가스가 미치지 못하는 곳으로 이동한다. 더군다나 기린은 바람의 반대 방향으로 걸으며 먹이 활동을 한다는 것도 밝혀졌다.
나무는 수많은 종류의 곤충을 인식한다. 그것은 애벌레의 침 성분이 종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나무는 이 촉각을 이용하여 자기에게 덤벼드는 애벌레의 종류를 인식하고 유독물질을 내뿜어 애벌레의 천적이 되는 곤충을 끌어들인다. 하지만 나무의 반응속도는 매우 느리다(분당 1cm). 그 향기에 현혹된 곤충은 기쁜 마음으로 달려와 나무를 도와준다. 예를 들면 느릅나무나 소나무는 말벌에 호소한다. 안산에서는 단풍나무에서 발견한 적이 있다. 유독 단풍나무에만 매달려 있는 것으로 보아 같은 현상이 아닌가 추측된다. 아무튼 향기를 맡은 말벌들은 달려와 나뭇잎을 갉아 먹는 애벌레의 몸속에 알을 낳는다. 알에서 부화한 유충은 자라면서 영양분이 풍부한 애벌레를 안에서부터 갉아먹으면서 자란다. 아름답진 않지만, 나무 입장에서는 이로 인해 건강하게 쑥쑥 자랄 수 있다. 그 이후 나무는 같은 종의 애벌레가 공격하면 곧바로 방어할 수 있게 된다. 버드나무도 비슷한 작용을 하는 물질을 내뿜는 것이 밝혀졌다. 그 물질은 ‘살리산’이라고 하는데 인간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살리산이 두통과 열을 진정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을 알아내었고, 예로부터 아스피린 대용으로 버드나무 껍질로 만든 차를 마셔왔다.
향기가 꼭 불청객을 퇴치하고 천적을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만은 아니다. 그렇다고 인간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내뿜는 것도 아니다. 더 나아가서 꽃이 향기를 내는 것은 우연의 결과도 아니다. 곤충들에게 내게로 와서 주린 배를 채우라는 유혹의 손길이다. 당도 높고 달콤한 꿀을 먹으며 가루받이를 끝내려는 식물들의 아우성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꽃의 형태와 색깔 역시 권태롭고 따분한 세상에서 남들보다 튀어 자신의 식당으로 만찬을 즐기러 오라는 손짓일 것이라고 추측된다.
이처럼 생물들은 한편으로는 존중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서로 투쟁하면서 살아왔다. 지금 우리가 즐기고 있는 생물들도 먼 옛날 깊은 산속 아니면 심해에서 튀어나와 자연환경에 적응하여 우리들 곁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모두 다 소중한 생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