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3회기 활동도 준비해야 하고 재료를 분담해 장도 봐야 하고
마을 선생님 섭외에 대한 논의도 해야 하는 바쁜 날입니다.
복선이는 오늘도 일찍 도착했습니다.
“선생님 언제 와요~?”
“오늘은 뭐 할 거예요?”
하나둘씩 도착한 아이들은 오늘도 활동에 대한 질문이 많습니다.
첫 만남 때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다들 적극적입니다.
본격적인 활동 시작 전
먼저 1회기 활동 호떡 만들기 한 소감을 물어봤습니다.
“그냥 그랬어요.”
생각보다 재미없어했던 윤서에게
어떤 점이 힘들고 재미없었는지 조금 더 자세히 물어보니
“계속 서 있어야 해서 너무 힘들었어요.”라고 대답합니다.
그동안은 2시간 활동 중 항상 10~20분의 쉬는 시간을 주었는데
이번에는 연속 2시간을 활동했다 보니 윤서의 마음도 이해가 갔습니다.
“오빠가 맛있다고 다 먹어버렸어요”
“재밌었어요.”
“저도 아빠한테 선물로 줬더니 좋아했어요!”
“저는 2장 먹고 엄마 1장 친구 1장 줬어요!”
“다들 맛있다고 말하니까 뿌듯했어요”
호떡을 집에 가져가 가족들에게 나눠준 아이들의 마음이 참 따듯합니다.
오늘 회의록 기록은 주아가 맡기로 했습니다.
오늘 오전에 고구마 구워먹기 장소가 섭외되어서
아이들에게 고구마 활동을 하고 싶은지
아니면 비석치기 활동을 하고 싶은 지 물어봤습니다.
“그냥 둘 다 하면 안돼요?”
“다 하고 싶은데... 고구마 구우면서 옆에서 비석치기 하면 되잖아요!”
생각해 보니 옆에 도림천도 있어서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기대하고 원했던 활동을 무려 2개나 할 수 있게 된 것이
참 감사하고 기쁩니다.!
시간이 부족하여
오늘 3회기 활동 달고나 만들기까지 다 계획해야 합니다.
제가 진행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먼저 필요한 재료를 생각합니다.
“일단 고구마가 제일 중요하죠”
“종이컵도 챙겨요!”
“우유도 마시고 싶어요!”
“선생님, 저희 집에 다 있어요. 다 챙겨올게요!”
“달고나에 필요한 재료도 그냥 오늘 사요!”
“선생님, 근데 달고나는 소다가 제일 중요해요.
얼마큼 넣느냐가 제일 중요하거든요!“
아이들은 달고나에 관심이 많고 잘 아는 것 같습니다.
저는 어제 실습을 하며 알게 된 사실을
아이들은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
장보기도 해야하고
복선이 어머니의 가게에 가서 달고나 키트도 확인해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선생님 그때 고구마 팀 호떡 팀 나눈 거처럼
오늘도 나눠요!“
주아가 제안합니다.
각자 하고 싶은 활동으로 찢어지기로 했습니다.
장 보기 팀은 먼저 다이소에 가서 장을 보기로 했습니다.
생각보다 눈이 너무 많이 와서 걱정되었지만
아이들은 그저 신나보였습니다.
“다이소 가는 방법 제가 잘 알아요!!”
“쌤, 저 따라오세요”
오늘도 지리를 잘 아는 아이들이 저를 리드합니다.
다이소에 가자 아이들은 신나서 물건들을 고르기 시작합니다.
각자 2000원씩 걷은 돈으로 물건을 사기로 했습니다.
“최대한 싼 걸로 골라요!”
“쌤, 이거는 10개에 1000원인데 이거는 20개에 1000원이에요. 이걸로 해요!!”
제가 나서지 않아도
아이들이 알뜰살뜰하게 장을 봅니다.
첫날 장 볼 때보다
아이들이 더 주도적으로 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이제는 정말 제가 할 일이 없습니다.
다이소에서 나와 시장으로 향해
고구마도 사러 갔습니다.
“신비야, 너는 밤 고구마 호박 고구마 뭐가 더 맛있어?”
“나는 밤 고구마 좋은데 언니가 먹고 싶은 걸로 골라!”
한 살 더 많다고 아이들은 막내 신비를 많이 배려해줍니다.
시장에 가는 내내 신비를 잡은 손을 절대 놓지 않습니다.
활동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이인데
좋은 인연이 된 거 같아 참 다행입니다!
이런 아이들을 보면 정말 활동은 구실이 된다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다시 학원에 도착하여
내일 각자 가지고 와야 할 준비물에 대해 정리하고
장소에 갈 때 누가 길잡이 역할을 할지 정하고 헤어졌습니다.
사실 고구마 구워먹기 장소를 섭외하지 못해
포기하고 아이들과 재미있게 비석치기 활동을 하겠다고 다짐했는데
감사하게도 주아가 장소를 섭외해왔습니다.
엄마를 통해 섭외한 것도 아닙니다.
본인이 고구마 구워먹기가 가능한 카페를 생각해내고
직접 이모에게 전화 걸어 부탁했다고 합니다.
이 섭외 비하인드를 활동이 끝난 후 주아 어머니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내일 주아를 보면 고맙다고 꼭 말해주고 싶습니다!!
아이들도 저만큼이나 우리의 활동을 즐거워하고
더 재밌게 기획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지루한 방학을 알차게 보낼 수 있어 행복해한다는 승은이 어머니의 문자,
눈이 오는데 엄마가 데려다주지 못해 오지 못하다가 활동이 너무 하고 싶어 결국 혼자 집에서 걸어온 신비,
분명 어제도 봤는데 오늘 저를 보자마자 보고 싶었다고 말해준 윤서,
장소를 하나하나 다 찾아보고 직접 섭외까지 성공해 온 주아,
단톡방에서 가장 활발하게 이야기하고 행복하다고 말해주는 복선이,
매번 활동이 기대된다고 하고 활동이 끝나면 재미있었다고, 오늘도 수고하셨다고 말해주는 다은이
사업을 시작하며
아이들에게 이 활동이 일이 되고 공부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재미있게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고
마을 어르신들과 관계 맺는 구실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정말 아이들이 이 활동을
재밌어하는 모습이 느껴지고 보입니다.
활동을 끝나고 버스를 타고 기관에 복귀하는데
아이들이 이 활동을 생각하고 마음 써주는 것에 비해
제가 너무 부족하고 섬세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 울컥했습니다.
제가 아이들의 모든 상황에 대해 알지 못하고 이해할 수 없어,
어쩌면 아이들이 원하는 모든 상황을 수용해 주지 못하지만
그래도 활동을 통해 서로 마음 나누고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아이들이 맘껏 놀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고 싶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활동, 더 뛰어다니겠다고 오늘도 다짐합니다.
오늘도 참 감사한 일이 가득했습니다.
활동 디데이가 얼마 남지 않아
오늘 주아가 섭외해 온 장소에 가서
사장님께 인사도 드리고 미리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카페 사장님은 놀이터에서 놀자 사업 함께하고 있는
지민이의 어머니셨는데
전화로 허락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렸을 때도
전혀 아니라며 아이들이 방학동안 이렇게 많은 활동을 하고
알차게 보낼 수 있으매 더 감사하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직접 인사드리러 가자
한 걸음에 나와
고구마 구워먹는 도구에 대해 설명해 주십니다.
장소까지 허락해주셔서 감사했는데
마을 선생님 역할까지 맡아주시기로 했습니다.
고구마 사업을 6년 넘게 하셨다며
내일 선생님들도 걱정 말고 즐기다 가라고 하십니다.
맛있는 스콘과 음료도 선물로 주셨습니다.
사업을 하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다보니
‘정말 이렇게 받기만 해도 괜찮은걸까?’ 싶을 정도로 많은 것을 받고 얻고 있습니다.
실습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나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활동이 다 끝나고 조금 여유로워진다면
정말 마음 가득 담은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첫댓글 “다 하고 싶은데... 고구마 구우면서 옆에서 비석치기 하면 되잖아요!”
"아이들이 알뜰살뜰하게 장을 봅니다."
"시장에 가는 내내 신비를 잡은 손을 절대 놓지 않습니다."
이주 선생님... 기록 볼 때마다 느끼지만 진짜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럽고 기특합니다.
마지막 복선이의 그림은 진짜 부럽습니다!!!!
다음에 오전 활동 나눔 시간에 만나면 많은 이야기 나눠요 :-)
저도 공유하고 싶은 것이 많아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