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공부를 마치고 저번 주 금요일에 약속했던 재료들을 가지고 댁으로 올라갔습니다.
부추, 밀가루와 같은 기본적인 재료를 가지고 5동 13층 이 씨 어머님께 찾아갔습니다.
재료를 살펴보십니다. 1310호에서는 이 씨 어머님뿐만 아니라 이웃 어머님들도 계셨습니다.
다 함께 ‘마음 정류장’이 되어주셨습니다. 재료를 둘러보시던 이 씨 어머님은 부침개에 더 들어가야 할 재료로
계란, 감자가루, 부침가루를 말씀하셨습니다. 이것들이 있어야 부침개 맛이 난다고 하셨습니다.
또 식용유가 부족하다고 하셨습니다. 당황스러웠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던 그때
아래 307호 사시는 몸이 불편한 어르신께서 요양보호사님을 통해 댁에 있던 식용유를 사용하라고 주셨습니다.
몸이 좋지 않으셔서 부침개도 드실 수 없으심에도 불구하고 이웃들과 함께 정 나누는 활동에 기꺼이 거들어주셨습니다.
307호 어르신이 주신 식용유를 사용하더라도 식용유가 모자랐습니다. 이 씨 어머님은 안되겠다며 지갑에서
만 원을 꺼내셨습니다. 마트에서 식용유 사 오라고 하시며 저희에게 심부름시키셨습니다.
필요하다고 하셨던 계란, 감자가루는 댁에 있는 걸로 사용하신다고 하셨습니다.
결국 필요했던 재료들 모두 당신의 것으로써 준비하셨습니다. 부침가루는 댁에 있던 감자가루로 대체하셨습니다.
당신의 정으로 부침개 준비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마음 정류장’ 함께 해주시는 10층 18호 어머님은
“다라이 그걸로는 모자라 우리 집에 큰 다라이 있어”
하시며 댁에서 커다란 대야를 가지고 오셨습니다. 어느 정도 준비가 되자,
어머님들은 자리를 잡고 부침개 반죽을 만드셨습니다. 부추 다듬기, 양파 썰기, 당근 썰기 등 재료 손질부터
밀가루 비율 맞춰 반죽 만드셨습니다. 가져오신 대야만큼이나 어머님들의 정은 커다랬습니다.
주방에서, 거실에서 부침개 부치기 시작하셨습니다.
“그릇에 딱 맞게 부쳐서 3장 정도 드려야지, 한두 장이면 정 없어”
보통은 3장씩이지만, 1208호에는 6장 가져다 드리라고 하셨습니다!
준비한 그릇에 맞게 부침개 부치셨습니다. 삼복더위에 어머님들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지만
정말 많은 양을 준비해주셨습니다. 어디부터 가져다드리면 좋을지 여쭈었습니다.
“12층 8호에는 이것 가져다줘 부침개 참 좋아해”
“16층에 혼자 사는 분 있는데…”
말씀 나누시면서 자연스럽게 가져다드릴 이웃분들 알려주셨습니다.
예솔 선생님과 함께 부침개를 들고 이웃들을 찾아갔습니다.
어머님들이 말씀해주신 집들, 같은 층에 문이 열려있는 이웃들부터 다른 층 이웃들 그리고
경비아저씨까지 총 18집에 정을 나눴습니다. 나눠드리면서 ‘마음 정류장’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드리고
13층 10호에서 어머님들이 직접 준비한 음식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정말 고마워요 몇 호라고? 이따가 인사 갈게”
“부침개 좋아해도 나 혼자서는 못하고 있었는데 정말 고마워”
“이거라도 갖다줘”
11층 아저씨는 음료수를 8층 어머님은 두유를 보답으로 어머님들께 가져다 드리라고 하셨습니다
부침개를 받은 이웃분들은 진심으로 고마워하셨습니다.
저희를 통해 시원한 음료를 전달하신 이웃분들도 계셨고
직접 10호로 찾아오셔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가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마음 정류장’ 함께 해주신 어머님들은 이웃분들이 고마움을 표현할 때마다
환하게 웃으시며 정말 좋아하셨습니다.
“그렇게 좋아해?”
“하하하”
땀 뻘뻘 흘리며 부침개 부치시던 얼굴들에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13층 6호 아저씨와 11층 아저씨는 직접 감사 인사하러 오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어머님들이 환하게 웃으며 화답하셨습니다. ‘마음 정류장’을 통해 이웃들과 정 나누셨습니다.
그 모습에 감사하고 감동했습니다. ‘마음 정류장’ 활동 끝나고 어머님들께 어떻게 감사하면 좋을지
더 고민해보고 감사한 마음 잘 전하고 싶습니다.
슈퍼바이저 선생님께 어머님이 주말 동안 이것 걱정하느라 한숨도 못 주무셨다는 것을 듣게 되었습니다.
정 나누어도 욕먹는다고 걱정하시던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밤에 잠 못 이루시며 걱정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당사자가 주인 되어 이루셨지만 깊이 헤아리지 못한 것 같아 반성했습니다.
예솔 선생님과 저는 어머님들이 정 나누시는 것 옆에서 거들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시원한 얼음물 내어 주시고 배고프지 않냐며 부침개 권해주셨습니다.
이웃분들끼리 정 나누는 것을 거드는 과정에서 저희에게도 정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부침개라는 구실로 사회사업 이상, 어떤 것인지 직접 경험했습니다.
이웃 인정 있어 누구나 정붙이고 살만한 동네가 무엇인지 느꼈습니다.
오후에는 미리 챙겨주신 부침개를 가지고 예술가 이 씨 아저씨께 가져다드렸습니다.
장 안에는 카메라 필름이 꽉 채워져 있었습니다!
아저씨는 집으로 들어오라고 해주시고 부침개 가져다주어 고맙다며 시원한 차를 가져다 주셨습니다.
13층 어머님들께 귀한 음식 정말 감사하다고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부침개를 구실로 잠깐 이야기 나눴습니다.
아저씨는 저희에게 댁에 모으시는 술병들과 잔들 그리고 수많은 사진, 그 사진들에 얽혀있는 이야기들을 해주셨습니다.
예전 회사에서 받은 감사패와 상들도 보여주셨습니다. 당신의 인생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이야기 나누다가 다음 ‘마음 정류장’에 대해 말씀드리고 함께 해주실 것 부탁드렸습니다.
부담스러워 거절하셨지만, 저희에게 빛과 소금 같은 사람이 되라고 응원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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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수고대하던 첫 번째 마음 정류장 활동 당일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인사하고 묻고 의논하고 부탁드리며 준비했던
첫 번째 마음 정류장 활동이 결실을 보았습니다.
사실 밀가루와 부추는 복지관의 것이었습니다. 다른 재료를 원하시는 상황에서
사회사업가의 것이 당사자의 것보다 커지면 안 된다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식용유 모자르다 하실 때 차라리 제 돈으로 사다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당사자님이 직접 해결 하셨습니다. 307호 사시는 이웃분이 도와주셨습니다.
제가 멋대로 당사자님과 이웃분들이 하실 수 있는 것을 대신해서 할 뻔했습니다.
당사자님의 것으로써 이루니 칭찬 감사 공이 당사자님에게 온전히 돌아갑니다.
부침개를 구실로 오전 내내 정이 오갔습니다. 원래 있던 이웃 관계에서 조금 더
서로를 들여다보고 신경 쓸 수 있도록 하는 작은 계기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시나리오로 상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들이 다른 방법으로 시작되어 끝났습니다.
사회사업 어떻게 될지 예상할 수 없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고 감동적인 것 같습니다.
당사자님을 거들어 드리면서 이웃 간에 정이 오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당사자님과 활동 함께하신 어머님들께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 고민하면서
마음 정류장 잘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남은 기간에도 묻고 의논하고 부탁드리며 주민분들 옆에서 잘 거들겠습니다.
사회사업 잘 진행할 수 있도록 도움 주신 슈퍼바이저 선생님들과 활동 응원해주신 선생님들
함께 해주신 어머님들과 정 나누었던 이웃분들 그리고 감동 주신 이 씨 아저씨까지 모두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마음 정류장 함께 의논하고 고민하고 부탁드리며 잘 진행할 수 있도록 함께한 예솔 선생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