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짝
영원의 파트너
신근식
연애를 하면 인간의 영혼은 휴식을 얻고,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는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변함없는 사랑을 꿈꾼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두 사람이 가꿔가는 사랑은 한 사람만의 노력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 모든 사랑이 결혼으로 이어진다면 좋겠지만, 때로는 헤어짐을 겪게 된다. 이때 지나친 집착과 구애는 자신도 모르게 사랑을 맹목적인 집착으로 만들어, 상대방뿐만 아니라 자신까지 괴롭히게 된다.
1920년 가을, 그림 같은 풍경을 자랑하는 런던의 케임브리지에서 쉬즈모(徐志魔)는 린후이인(林徵因)을 만났다. 그들은 이상과 인생에 대하여 논했고, 문학과 예술의 천국인 그곳 거닐며 생각을 공유하고 마음 나누었다. 두 연인은 함께 시상을 이해하면서 더욱 가까워졌다. 쉬즈모는 뜨거운 눈빛으로 린후이인에게 자신의 사랑을 드러냈다. 쉬즈모의 열정에 린후이인 역시 마음이 흔들렸다. 두려우면서도 기뻤고, 부끄러우면서도 마음이 들떴다. 쉬즈모는 이미 가정이 있는 남자였다. 고귀한 신분이었던 린후이인은 더 이상 두 사람의 감정을 평범한 연인의 사랑으로 여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그를 떠나 건축학자인 량쓰청(梁思成)과 결혼했다. 그러나 쉬즈모는 여전히 린후이인을 사랑하고 있었다. 결국 그는 부인인 장유이(張幼儀)와 이혼했다. 그렇다고 린후이인을 다시 만나려 하지는 않았다. “수많은 사람 속에서 유일한 영혼의 짝을 만났다. 그와 함께하면 행복하겠지만, 함께하지 못하는 것은 내 운명이다.”라고 말할 뿐이었다.
그 이후로 두 사람은 감정적으로는 헤어졌지만, 계속해서 서로를 이해하고, 관심을 가졌다. 특히 문학적인 토론과 연구를 계속 이어 나가면서, 서로를 깊이 알아가는 진정한 친구가 되었다. 연인의 관계로만 보면 찬란했던 사랑은 어떠한 결실도 맺지 못했다. 하지만 마음으로 새길 뿐 무엇으로도 증명할 수 없었다. 이들의 사랑은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승화되었고 최고의 낭만파 작가인 쉬즈모를 탄생하게 했다. “영혼의 짝”에 대한 이야기를 옮겨 보았다.
내가 만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내 삶의 방향과 질이 달라진다. 나의 대부분은 나와 만났던 사람들의 “흔적”이다. 초등학교 때 엇갈린 짝과는 책상 한가운데 줄도 긋고, 아옹다옹 다투기도 하였다. 좋은 짝은 떨어져 있어도 서로 챙겨주며, 예쁜 마음이 오고가고 하였다. 같은 시골생활에 중학교, 고등학교 생활도 잠시 짝이 바뀔 뿐이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지금 생긱해도 줄기차게 연애해 본 경험도 없다. 짝사랑 해본적도 없다. 그렇다고 아직까지 우정을 나누는 진정한 친구도 없다. 그저 지나가는 흔적일 뿐이다. 그 흔적은 직장에서 있었고, 은퇴해서도 있다. 지금도 파트너로서 흔적을 남기며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
짝은 어느 한쪽이 불편하면 짝으로서 오래가지 못한다. 짝은 저울과 같아서 한 쪽이 기울어지면 올려주어 평행선을 맞추는 천칭(天秤)과도 같다. 간디가 여행을 할 때 이런 일이 있었다. 기차에 올랐을 때 신발 한 짝이 플랫폼으로 떨어버리고 말았다. 이미 기차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간디는 지체 없이 나머지 신발을 벗어 다른 한 짝이 떨어진 곳으로 던졌다. 놀란 사람들이 왜 그랬냐고 묻자 간디는 “서로 나누어진 신발 한 짝은 누구에게나 쓸모가 없지요 그렇지만 저렇게 두 짝이 되면 누구에게나 쓸모가 있게 되지요 가난한 사람이 줍는다면 더욱 좋은 일이겠지요”라고 대답했다. 좋은 짝은 배려와 양보가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지금에는 부부만큼 영원한 짝(파트너)은 없다고 생각한다. 사랑을 챙기고 간직하려면 부부간에도 휴식시간이 필요하다. 지금은 손주 돌본다고 떨어져 있었는지 2년이 되어간다. 앞으로 남은 인생을 다시 새 출발하고 싶다면, 그래도 연애 때보다, 당신을 많이 이해하게 된 지금이 더 좋다. 앞으로도 더 많이 당신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프리카의 언어에 “우분트(Ubuntu”)라는 말이 있다. “당신이 있기에 내가 있다.” 이 한마디로 남아프리카 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우분트”는 아프리카 정신을 강조하였던 것처럼 당신이 있기에 내가 있으므로, 남은 삶의 그림을 그린다. 민트(Mint)색 물감을 시작으로 생기를 얻으며 서서히 물들어 가는 영원한 파트너이다.
계절의 시작은 봄이다. 가로수에 봄이 물든다. 찾아오는 봄이 좀 따뜻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꽃샘추위가 없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영혼의 짝”에도 오롯이 따뜻한 봄이 되기를 소망한다.
(20230314)
첫댓글 수고 하셨습니다.
청림숲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