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매병은 새로운 국보와 보물을 소개한 특별전 ‘선인들의 마음, 보물이 되다(2017.5.13.~7.9.)’에 전시되었던 작품입니다. 2015년에 보물로 지정된 구름 학 무늬 매병은 전시되었던 50건의 보물 가운데 유일한 청자로, 전시장 한편에서 아름다운 모습을 한껏 뽐냈습니다. 어떠한 점이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일까요? 어떠한 미적 가치 때문에 보물이 되었을까요? 또 보물은 어떻게 지정하는 것일까요?
청자 구름 학 무늬 매병, 고려 12세기 후반~13세기, 높이 30.0cm, 보물, 덕수2182
유려한 매병의 자태
이 작품은 입이 작고 어깨선이 풍만한 전형적인 고려청자 매병입니다. 매병은 고려 초기부터 만들기 시작하여 12세기에 특유의 아름다운 형태가 갖춰졌습니다. 13세기가 되면 매병의 크기가 더욱 커지고 전 시기보다 굴곡 있는 S자 형태를 이룹니다. 매병은 조선 시대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이처럼 매병은 시기에 따른 모양의 변화가 잘 나타나는, 고려청자를 대표하는 기종(器種)입니다. 매병은 무늬가 없는 무문(無文)을 비롯하여 음각(陰刻), 양각(陽刻), 상감(象嵌), 철화(鐵畫), 동화(銅畫) 등 다양한 기법으로 무늬를 넣어 만들었습니다.
이 매병은 일반적으로 높이가 30~40cm인 고려시대 매병에 비해 작아 아담한 느낌을 줍니다. 반구형의 구연에 짧은 목, 벌어진 어깨를 갖고 있으며, 우아한 S자 곡선의 형태가 돋보입니다. 팽배한 어깨는 적당한 긴장감을 주며 몸체의 아래로 내려갈수록 좁아지는 곡선은 어색하지 않습니다. 저부에 이르러 살짝 반전하는 모습은 형태적인 안정감을 줍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모양을 만든 뒤, 정교한 상감 무늬를 넣었습니다. 굽 안쪽을 파고 바닥 닿는 부분에 검은 모래가 섞인 내화토빚음을 받쳐 구웠습니다. 매병 전체에 푸른색을 띠는 투명한 청자유약을 비교적 두텁게 시유(施釉)하였으며, 유약은 광택이 있습니다. 이처럼 단정한 형태와 맑고 깔끔한 비취빛 유색, 정교한 상감 무늬의 아름다운 구성은 이 매병이 보물로 지정된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매병의 굽 모습
상감으로 표현한 아름다운 학과 구름
고려청자가 이룬 업적은 아름다운 비색(翡色)과 고려만의 상감기법을 꼽을 수 있습니다. 상감기법은 검은색 흙[赤土]과 흰 흙[白土]을 태토(胎土)에 넣어 무늬를 표현하는 것으로 흙의 종류에 따라 팽창률이 다르기 때문에 정교함이 필요한 수준 높은 작업입니다. 이 매병의 문양은 바로 이러한 상감기법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입 부분과 저부에는 흑상감으로 뇌문(雷文)을 넣었습니다. 가장 윗부분과 아랫부분에 넣은 이 문양대는 깔끔하게 처리하였으며 매병의 단정한 느낌을 주는 데 한몫하고 있습니다. 몸체에는 푸른 유색을 하늘로 삼아 구름사이를 노니는 학의 모습을 넣었습니다. 충분한 여백을 두고 학과 구름을 배치하여 시원하면서도 서정적인 느낌을 줍니다. 학은 그 모습 하나하나가 다릅니다. 고개를 돌리고 수평으로 날고 있는 모습, 고개를 세우고 있는 모습, 아래로 내려가는 모습, 위로 올라가는 모습 등 다양한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마치 서로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주며 율동감이 느껴집니다. 여기에 부리와 눈, 깃털 일부와 다리를 흑상감으로 표현하여 포인트를 주었습니다. 흙과 백의 상감기법의 유려한 처리가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매병에 상감된 학의 모습
고대부터 사용한 학 무늬는 고려 12세기 비색 청자의 제작과 함께 자기에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하였습니다. 학은 실제로 존재하는 새이지만 신비스럽고 고아한 자태가 특징입니다. 도교에서는 신선이 타고 하늘을 나는 새로 알려졌으며, 은둔자의 모습에 비유되기도 하였습니다. 하늘을 나는 신비스럽고 영적인 존재로 여겨졌으며, 천년 장수하는 의미를 지녀 길상문(吉祥文) 혹은 십장생(十長生)의 하나로 즐겨 쓰던 소재였습니다. 깨끗한 백색에 긴 목과 다리, 우아한 자태에서 뿜어내는 상서로움은 이러한 의미를 담기에 충분합니다.
구름은 피어나는 송이 모양으로 위를 향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상승하는 느낌을 줍니다. 예로부터 해, 달, 별, 바람 등과 함께 신성시되어 왔습니다. 농경생활을 하던 사람들에게 구름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 장수와 길상을 나타냅니다. 이러한 이유로 고려청자뿐만 아니라 고대의 금속기, 고분벽화 등에도 자주 등장합니다. 이처럼 구름과 학을 표현한 운학문은 좋은 의미를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장수를 의미하는 동시에 영험함을 표상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전체적으로 여백을 주어 시원한 공간감을 느끼게 하여 고려인의 탁월한 미감을 보여줍니다. 신선이 되고자 했던 고려인의 마음을 담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구름과 학은 실제로 존재하는 대상이지만, 이처럼 여러 가지 상징성이 스며 있습니다. 정교한 상감 무늬의 빼어난 구성, 그 안에 담긴 고려인의 심상(心想)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청자 상감 구름 학무늬 네귀 항아리
구름무늬는 우리 민족의 오랜 문화 속에 깊이 녹아 있지만 주로 보조무늬로 사용되어 주목받지는 못하였습니다. 구름의 등장은 고조선의 건국신화인 단군신화에서 가장 먼저 나타납니다. 단군신화에는 환웅이 지상으로 내려올 때 '풍백(바람), 우사(비), 운사’(구름)'를 함께 데리고 왔다고 전합니다. 이는 농경사회를 대변하기도 하지만, 혹독한 자연환경에 대한 경외의 마음 즉, 종교적 의미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한 삼국시대 무덤 벽을 장식한 사신도도 상서로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보조무늬를 사용하였는데, 학자들은 ‘화염문(火炎文)’ 혹은 ‘서운문(瑞雲文)’이라고 합니다. 도가사상 수용에 적극적이었던 고려시대에는 상서로운 기운을 만들어낼 때 학 혹은 봉황, 용무늬와 함께 구름을 쓰곤 하였습니다. 고려 말 문신 목은(牧隱) 이색(李穡 ,1328~1396)의 시 ‘부벽루(浮碧樓)’에는 “구름은 천년을 흐른다”라는 한 구절이 있습니다. 이는 지나간 세월을 회상하며 쓸쓸한 마음을 구름에 빗대어 표현한 것입니다. 이처럼 ‘구름’은 우리 문화 속에 깊이 녹아들어 다양한 심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천년의 색을 간직한 고려청자 ‘청자 상감 구름 학무늬 네귀 항아리’
청자 상감 구름 학무늬 네귀 항아리, 고려, 높이 23.8cm, 본관1984
천년의 색을 간직한 고려청자 속에도 고려인의 마음을 담은 구름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명품이 청자의 푸른빛을 하늘 삼아 노니는 학과 그 옆에 신비로움을 더해주는 구름이 장식된 ‘청자 상감 구름 학무늬 네귀 항아리(12~13세기)’입니다. 이 항아리는 높이 23.8cm의 아담한 크기인데, 어깨에 4개의 귀가 달려 있고 뚜껑이 짝을 이룹니다. 그 형태를 보면 몸체 입구를 넓게 덮고 있는 뚜껑이 어깨선과 이어지고 매병처럼 풍만하면서 아래로 갈수록 좁아지는 우아한 곡선이 돋보입니다. 뚜껑과 몸체에는 줄이나 노끈 같은 것으로 서로 묶을 수 있게 꼭지와 귀가 달려 있습니다. 꼭지와 귀는 갈라진 가는 대롱모양에 끝마무리로 양각된 국화를 받쳐 붙였는데, 그 모양새가 목가구의 장석을 연상시킵니다. 뚜껑의 꼭지는 ‘十’로 교차하여 붙였습니다. 아쉽게도 몸체에 붙은 네 귀 중 두 귀는 깨져 있습니다.
색과 무늬를 보면 이 항아리는 12세기 최전성기 고려청자의 비색을 품고 있으며, 다양한 무늬가 장식되어 있습니다. 뚜껑에는 꼭지를 중심에 두고 사방으로 마치 영지뭉치 같은 구름을 바람에 몰려다니듯 생기 있게 구불구불한 음각선으로 새겼습니다. 몸체 입구에는 큰 여의두문(如意頭文) 띠를, 굽도리에는 뇌문(雷文) 띠를 둘러 상감하였습니다. 몸체에 상감한 학은 귀와 귀 사이에 한 마리씩 총 4마리가 구름 사이를 노닐고 있습니다. 위를 올려다보는 학, 그에 화답하듯 아래를 바라보는 학, 옆을 나는 학 등 어느 하나 같은 모습이 없습니다. 여기에 학의 부리와 눈, 날리는 머리 깃과 꼬리 깃털, 다리를 흑상감으로 장식하여 생동감을 더합니다. 그런데 학 사이사이 상감된 구름무늬는 모양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영지버섯 같은 구름이 ‘之’자로 쌓여 있는 듯하며 꼬리가 세 갈래로 갈라지면서 길게 내려와 갈필로 그려낸 회화작품 같습니다.
이와 같이 고려청자에는 구름과 학을 함께 장식한 경우가 많은데, 보조적 역할을 하는 구름은 다양한 기법과 모양으로 변화하였습니다.
청자 상감 구름 학무늬 네귀 항아리와 뚜껑, 본관1984
청자 상감 구름 학무늬 네귀 항아리의 뚜껑·항아리 바닥면, 본관1984
고려청자 속 구름무늬의 장식 기법과 모양
고려청자 속 구름무늬는 음각, 양각, 백화 등 다양한 기법으로 장식되었지만 상감기법을 가장 많이 사용하였습니다. 구름의 모양은 구름의 앞, 머리 모양에 따라 영지형(靈芝形), 적운형(積雲形), 우점형(雨點形)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영지형 구름은 ‘청자 상감 구름 학무늬 매병’과 같이 옛 그림 속 고승의 지팡이 머리 혹은 영지버섯을 닮았습니다. 또한 구름 꼬리가 구불구불하고 긴 점이 특징입니다. 적운형 구름은 뭉게구름이 변형된 모양으로 구름 머리가 작고 꼬리가 짧습니다. 영지형 구름이 단순해진 모양입니다. 우점형 구름은 점점으로 흩어진 구름을 표현한 것입니다. 스프링처럼 꼬이거나 비가 내리듯 짧은 선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영지형 구름무늬(본관1984)
적운형 구름무늬(동원1158)
우점형 구름무늬(신수14472)
고려청자 속 구름무늬의 변화
고려청자 속 구름무늬는 다양한 모양으로 표현되는데 크게 3시기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1기에는 구름과 학이 매우 사실적이며 회화적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구름무늬는 영지형으로 머리가 3~5(삼두운, 오두운)개이며, 꼬리가 구불구불하고 길게 뻗어 상서로운 분위기를 냅니다. 춤추는 학과 함께 도교적인 분위기를 묘사하고 있으며, 대체로 12~13세기 상감청자에서 볼 수 있습니다. 2기에는 1기보다 구름 머리가 작아지면서 형태를 단순하게 하고 주로 적운형 구름무늬를 장식합니다. 주 무늬인 학 혹은 봉황보다 구름의 수가 많아지며 도장을 찍어 장식하기도 합니다. 구름무늬가 청자 전체를 빼곡히 채우면서 최절정기 상감청자 장식을 보여줍니다. 3기인 고려 말에 이르면 그릇의 형태가 날렵함을 잃고 둔탁해지듯 무늬도 도장을 찍어 반복하는 방식으로 변화합니다. 더 단순해진 적운형과 완전히 변형된 우점형 구름무늬가 장식되고, 학 혹은 봉황무늬도 단순하게 변화합니다.
(인용: 이혜경, 「고려시대 청자 운학문 연구」, 충북대학교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0.)
첫댓글 어제 국회방송의 우리동네 미술관이라는 유툽의 공예박물관편을 보다 생각난 것.
꽤나 알려져 있는 정우철도슨트가 출동, 박은영아나운서와 함께 공예박물관을 돌아 보다가
청자상감운학문매병 앞에 서서 설명하기를
청자의 비색은 물총새의 깃털 색과 같아 물총새 비(翡)자를 써서 비색이라고 한다고… …
갑자기 들었던 의문
1) 그 말 하는 도슨트는 물총새 본 적 있을까? 그 해설 듣는 박은영아나운서는?
2) 과연 청자는 물총새 깃털 색일까?
과연 이런 설명이 적절한지, 한번 생각해 봅니다.
제가 아는 물총새의 깃털 색은 다양합니다. 아주 밝으면서 광택을 가진 녹색도 있고(이걸 아마 비취색이라고 하는 것일겁니다), 코발트색도 있습니다.
이게 청자의 색을 비유하는데 맞을까요?
오히려 청와대 기와 색이랑 물총새 깃털 색이 더 가깝지 않을까요?
혹시 비취(翡翠)라고 불리는 옥은 보신적 있나요?
위에 제가 표현했던 "아주 밝으면서 광택을 가진 녹색" + 뭔지 모르게 속이 보일것 같은 느낌? (ㅎㅎㅎ 안 보입니다)
그럼 우리 선조들은 왜 청자의 색을 비(翡)색이라고 했을까요?
옥은 그 색에 따라 가격이 차이가 많이 납니다.
특히 비취라고 불리는 녹색의 옥은 엄지손톱 만한것이 몇만원 단위에서 천만원 단위까지 가격이 차이가 큽니다.
흙에 유약 발라 잘 구워내서 옥색으로 나타낼 수 있으면 그 빛 또한 얼마나 아름 답겠습니까...
그러나, 도공이 추구하던 색은 청와대 기와색이 아니라 은은한 녹색을 풍기는, 지금 우리가 좋아라 하는 청자의 색이 아니었을까요?
그래서 저는 청자의 비색은 물총새 깃털색이 아니라, 옥색(비취색)이라고 하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게 그거 아니냐고요? 그럴수도 있죠^^
그런데, 저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영상해설을 하는 사람이거든요.
쉽게 가고 싶지만, 상상은 되게 해 드려야 하지 않나요?
물총새는 도대체 어떤 깃털색을 가지고 있을까?
여러분은 물총새 보신적 있나요?
여러분은 비취색이라고 하면 어떤 색을 상상하시나요?
비기 솓아져 집에 가려니 엄두가 안나 몇자 적어 봅니다.
참고 : (물총새)
翡翠,鳥也。分雄雌,雄翡,雌翠。
비취, 새다. 암수를 나누어 수컷은 비 암컷은 취이다.
翠绿是一种明亮的绿色,类似于翡翠的颜色。Jade Green
1.青绿色,或泛指绿色。《文选·曹植<七启>》:“饰以文犀,雕以翠绿。” 吕向 注:“雕饰翠绿二色於上。”《文选·嵇康》:“错以犀象,籍以翠绿。” 绿色是一种健康色,给人一种望眼欲穿的感觉,对视力有益,建议在学习或工作后凝视绿色植物。2.像翡翠那样的绿色。 明 陶宗仪 《辍耕录·古铜器》:“至有鉏击破处,并不见铜色,惟翠绿彻骨。” 王统照 《阴雨的夏日之晨》:“以及条形的尖形的,圆如小茶杯的翠绿的叶子,都欣然含有生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