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본문내용
|
다음검색
26. 계략의 천재(天才) 은표를 줍지 못한 태감은 여전히 가만 있으려고 하지 않았다. 두 장을 가진 사람의 옷자락을 붙잡고 반드시 한장씩 나누어 가져야 한다고 우 겼다. 위소보는 이미 십여 장 밖의 산동(山洞)안에 숨어서 두 사람이 큰 소 리로 떠들고 싸우는 소리를 듣고는 속으로 웃었다. (내일 날이 밝을 때까지 여기 숨어 있다가 옆문으로 황궁을 빠져 나가 야지. 다시는 돌아올 필요가 없을거야.) 이때 한 명의 태감이 말했다. "태후께서 분부하셨네. 어떤 일이 있더라도 계공공과 서부총관을 즉시 불러오라고 말일세. 그런데 그는.... 그는.... 어디로 숨어 버린걸까?" 다른 한 태감이 말했다. "그는 궁안에 있을 것이니 오래 숨어 있지는 못할 것이오. 그러나 그가 은표를 준 일은 아무에게도 말을 하면 안 되죠. 학형제, 그대는 두 장 의 은표를 주웠으니 한 장은 노형제에게 나누어 주도록 하게나. 그렇지 않을 땐 내가 모든 것을 고해 바칠지도 모르지. 모두들 재물을 얻기는 커녕 목숨을 잃을지도 몰라." 이때 갑자기 발걸음 소리가 울려퍼지면서 서쪽에서 몇 사람이 다가오 는 기척이 들렸다. 한 사람이 말했다. "오늘 밤 궁중에서 자객이 소란을 일으켰으니 아마 모두들 내일 처분을 받게 될 것 같구만." 위소보는 그 소리를 듣고 궁중 시위들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러자 다른 사람이 말했다. "그저 계공공이 황상 앞에서 몇 마디 좋은 말을 해주기만을 기대해야지 뭐." 그러자 다른 한 사람이 말했다. "계공공은 나이가 어리지만 정말 의리가 깊단 말이야. 실로 요즘 세상 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인물이지." 위소보는 크게 기뻐서 동굴 안에서 기어나와 나직이 말했다. "여러 형제, 아무 소리도 하지 마시오." 앞장 선 두 시위는 등롱을 들고 있었는데 그를 발견하고 나직이 물었 다. "계공공이오?" 위소보는 그 한 떼의 시위들이 모두 열 대여섯 명이나 되며 바로 조금 전 자기 창문 앞에 왔다가 간 사람들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는 이 사람들의 이름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장형, 조형, 저쪽에 있는 네 명의 태감들이 자객과 결탁을 하였으니 모두 함께 가서 잡는다면 적잖은 공로를 세우는 일이 될 것이오." 그는 다시 몇 명의 이름을 부른 후 나직이 말했다. "학형과 악형은 먼저 네 사람의 아혈을 찍든가 아니면 그들의 턱을 때 려 턱이 빠지도록 만들어 그들이 큰 소리를 질러 황상을 놀라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하시오." 뭇시위들은 네 명의 태감이라는 말을 듣고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했다. 손짓을 하더니 등롱의 불을 끄고 몸을 낮추어 살금살금 다가갔 다. 네 명의 태감 가운데 두 사람은 산동에서 위소보를 찾고 있었고 두 사람은 여전히 은표를 가지고 다투고 있었다. 뭇시위들은 그들을 포위 하자 즉시 휘파람을 불며 사면팔방에서 달려나왔다. 서너 사람이 한 사람을 상대하는 꼴이었으므로 즉시 네 명의 태감을 엎어 땅에 쓰러뜨릴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시위들은 무공이 별로 높지 않아 점혈수법을 쓸 줄 몰랐다. 어떤 사람은 금나수법을 썼고 혹자는 손바닥으로 쳐서 태감의 턱뼈를 어긋나게 만들었다. 네 명의 태감은 입 을 크게 벌리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으며 무슨 영문인지 몰라 그저 놀 란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위소보는 옆에 있는 집을 가리키며 호통쳤다. "안으로 끌고 가서 고문하시오!" 뭇시위들은 네 명의 태감을 이리 끌고 저리 밀면서 집안으로 들어갔 다. 한 사람이 등롱에 불을 붙여 높이 쳐들었다. 위소보는 한 복판에 앉았고 뭇시위들은 네 명의 태감을 무릎 꿇리려고 했다. 네 사람은 태후의 명을 받아 사람을 잡으러 온 사람들인데 어찌 무릎 을 꿇으려고 하겠는가. 시위들은 주먹으로 치고 발로 차서는 억지로 그 들을 꿇어앉도록 만들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너희들 네 사람은 조금전 무엇 때문에 다투고 있었느냐? 일천 냥은 너 의 것이고 이천 냥은 나의 것이라는 둥 함부로 지껄였지? 그리고 바깥 에서 온 친구들이 이번에는 운수가 좋지 못해서 개 같은 시위들에게 적 지 않은 해를 입었다고 말했겠다? 바깥에서 온 친구들이라니, 무슨 친 구냐? 어째서 시위대인들을 개시위라고 불렀느냐?" 뭇시위들은 크게 노해서는 일제히 발을 들어 네 사람의 등을 찼다. 네 명의 태감들은 속으로 크게 억울하다고 부르짖고 있었지만 그 소리를 입 밖으로 낼 수가 없었다. 위소보는 다시 물었다. "나는 너희들 뒤를 따르다가 한 사람이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내가 안 내를 했으니 그 두 장의 은표는 그가 나에게 준 것인데 어째서 너에게 나누어 주어야 한다는 말이냐?" 위소보는 두 장의 은표를 낚아챈 태감을 손가락질하고 다시 은표를 낚 아채지 못한 태감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그때 너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두 함께 큰일을 했으며, 모가지가 잘려지고 멸족의 화를 당하게 되는 죄를 지었는데 어째서 나에게 나누 어 주지 않으려고 하느냐? 안 된다. 반드시 나누어야 한다'라고" 위소보는 또 다른 한 명의 태감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때 너는 다음과 같이 말했었지. '학형제, 자네는 두 장의 은표를 주 웠으니 한 장은 노형제에게 나누어 주도록 하게. 그렇지 ㅇ으면 나는 모든 것을 고자질할지도 모르네. 그렇게 되면 모두 횡재는커녕 모가지 가 달아날 것이네.' 이 말은 자네가 한 것이지, 그렇지 않은가? 도대체 너희들은 모슨 큰일을 했느냐? 어째서 모가지가 짤리는 죄를 지었단 말 이냐? 그리고 은표를 나누고 나누지 않는다는 것은 또 무슨 말이냐?" 뭇시위들은 말했다. "그들이 자객에게 길을 안내했으니 자연 범한 죄는 목을 잘리고 집안이 멸족당하는 큰 죄를 지은 것이죠. 은표를 나누고 어쩌고 하는 것은 그 들의 몸을 뒤져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수색을 한 결과 즉시 넉 장의 은표를 찾아낼 수 있었다. 뭇 시위들은 그 네 장의 은표 금액이 대단한 것을 보고 모두 큰 소리로 탄 성을 내질렀다. 한 명의 태감이 받는 월봉의 은자는 넉 냥이나 여섯 냥에 불과했다. 그런데 갑자기 몸에서 막대한 금액의 은표가 나오게 되니 어째 위소보 의 말을 믿지 않을 수 있겠는가. 조시위는 몸에 두 장의 은표를 가진 태감에게 물었다. "너의 성이 학가이지?" 그 태감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시위는 다시 은표를 갖지 않은 태감에 게 물었다. "너의 성은 소가이지?" 그 태감은 안색이 창백해져서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한 명의 시위가 말했다. "좋아, 자객들이 너희들에게 이 많은 은자를 주었고 너희들은 자객들의 앞장을 섰으며, 그들을 바깥의 친구라고 불렀고 우리들을 개시위라고 불렀다. 이 빌어먹을..." 그리고는 발을 들어 힘껏 찼다. 학태감은 입으로 헉헉 하는 소리를 냈 다. 조시위가 말했다. "경솔한 행동은 하지 말고 자세히 질문을 하도록 하세요." 그리고 몸을 굽히고 손을 뻗쳐서 노가라는 태감의 아래턱을 받쳐 들고 는 탁 한 번 쳤다. 그러자 턱뼈가 제대로 맞추어졌다. 위소보는 호통을 질렀다. "이처럼 큰 일을 저지르라고 시킨 놈은 대체 누구냐? 이토록 대담하다 니, 빨리 실토를 해라." 그 태감은 말했다. "억울하외다. 억울하외다. 이것은 태후가 우리에게 분부해서....." 위소보는 앞으로 달려나가 손으로 그의 주둥이를 막고 호통을 질렀다. "터무니없는 소리! 그와 같은 말을 하다니, 네가 한 마디라도 더 지껄 인다면 즉시 너를 죽이고 말겠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비수를 뽑아들고 칼자루로 그의 정수리를 두번 힘 주어 내려쳐서 그를 기절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나서 시위들에게 말했다. "그는 이번 일이 태후의 지시를 받았다고 했는데 이건.... 이건.... 그 야말로 심각한 일이군요!" 뭇시위들은 일제히 안색이 변했다. "태후께서 그들에게 분부하여 자객을 궁안으로 끌어들였단 말씀이오?" 그들은 모두 황상이 태후의 친 아들이 아니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태 후는 언제나 똑똑하고 과단성이 있었다. 그렇다면 황상께서 태후의 비위를 거슬렸다는 것일까? 궁궐 안에 암투 가 벌어지면 어떤 무서운 짓도 하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자기가 그 여 자에 휩쓸리게 되었으니 이야말로 목숨이 왔다갔다하게 된 셈이었다. 위소보는 다른 한 명의 태감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정말로 태후가 보내서 일을 처리한 것이냐? 이번 일의 관계 는 매우 중대하다. 절대 터무니없는 소리를 지껄여서는 안 된다. 정말 로 태후가 보낸 것이냐?" 그 태감은 말을 할 수가 없어 그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위소보는 말했다. "이 몇장의 은표 역시 태후께서 주신 것이냐?" 세 명의 태감은 일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좋다. 너희들은 명을 받아 일을 처리한 것일 뿐이고 결코 너희들 자신 의 생각은 아니겠지?" 세 명의 태감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위소보는 물었다. "너희들은 죽고자 하느냐? 아니면 살고자 하느냐?" 이 두마디 말은 그야말로 고개를 끄덕여서 표시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 았다. 그리하여 세 명의 태감 가운데 한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고 한 사 람은 고개를 가로저었으며 다른 한 사람은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가 다 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생각해 보니 잘못 되었다고 느꼈는지 다 시 크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위소보는 물었다. "너희들은 죽고 싶으냐?" 세 사람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위소보는 물었다. "살고 싶으냐?" 세 사람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위소보는 두 명의 시위를 붙잡고 집 밖으로 나갔다. 위소보는 나직이 그들에게 말했다. "장형, 그리고 조형, 우리는 밥 먹는 그릇이 이번에는 아무래도 옮겨져 야 할 것 같소." 그 장가라고 하는 자는 성명이 장강년(張강年)이었고 조가라고 불리운 자는 조제현(趙齊賢)으로서 모두 한군기(漢軍旗)출신이었다. 이때 그들 은 너무나 놀라 제정신이 아니라서 일제히 물었다. "그럼... 그럼... 어떻게 하죠?" 위소보는 말했다. "나도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구려. 장형과 조형 생각엔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 장강년은 말했다. "만약 소문이 나게 되면 일이 얼마나 시끄러워질지 모릅니다. 얼버무릴 수 있다면 가장 좋은 방법이 될텐데요." 조제현은 말했다. "그렇지. 차라리 네 명의 태감을 놔 주고 모두들 아무 일도 없었던 것 처럼 합시다." 장강년은 말했다. "하지만 사람은 호랑이를 해칠 뜻이 없지만 호랑이는 사람을 해칠 뜻이 있을지도 모르지." 위소보는 말했다. "그들을 놓아 준다는 것은 극히 합당한 처사라 할 수 있으나 그들이 태 후에게 보고를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오. 그렇지 않을 땐 태후께서 대 뜸 노하시어 사람을 죽여 입을 봉하려고 할 것이오. 그 네 명의 태감이 살아남지 못할 것은 뻔한 노릇이고 우리 이곳의 십 칠병이나 되는 형제 들도 십중팔구 서른 네 토막으로 나누어질 것이오." 장가와 조가 두 사람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장강년은 오른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일장을 후려쳤다. 위소보는 조제현을 바라보았다. 조제현 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들 몸에 지니고 있는 그 넉장 은표는 어떻게 하죠?" 위소보는 말했다. "그 육천냥의 은자는 여러 형들이 나누도록 하시구려. 나는 혼비백산하 여 이 일이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기만을 바랄 뿐 은자는 사양하겠소." 장, 조, 두사람은 육천 냥의 은자를 나눌 수 있다는 말을 듣자 매우 기 분이 좋아진 듯했다. 따지고 보면 한 사람 앞에 삼백여냥씩 돌아가는 셈이 아닌가. 그들은 주저하지 않고 몸을 돌려 집안으로 들어가 다른 시위들의 귓가에 대고 몇 마디 말을 했다. 네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고 네 명의 태감을 붙잡아 일으켰다. "너희들이 태후를 모시는 사람들이라면 이대로 돌아가도록 해라." 네 명의 태감은 크게 기뻐하며 그곳에서 걸어 나갔다. 네 명의 시위가 따라 나갔다. 얼마 후 바깥에서 헉헉 하는 처참한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곧이어 바깥에서 한 명의 시위가 부르짖었다. "자객이다! 자객!"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이 부르짖었다. "아이구! 야단났다. 자객이 네 명의 태감을 죽였다!" 네 명의 시위가 집안으로 달려들어와 위소보에게 말했다. "계공공, 바깥에 또 자객이 있어서 네 분의 공공을 해쳐 죽였습니다." 위소보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애석하군. 애석해, 자객은 도망쳐서 잡을 수 없게 되었소?" 한 명의 시위가 말했다. "자객의 그림자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위소보는 말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네 분의 공공께서 자객에게 찔려 죽은 일은 그대들이 곧장 총관에게 말씀드리도록 하게나." 시위들은 일제히 대답하고 물러났다. 위소보는 더 참을 수 없어 껄껄 소리내어 웃고 말았다. 뭇시위들 역시 큰 소리로 웃었다. 위소보는 웃으며 말했다. "여러 형들, 재물을 얻게 된 것을 축하하오. 내일 다시 만납시다." 위소보는 신이 나서 자기의 거처로 돌아왔다. 막 문 앞에 도달했을 때 꽃밭 속에서 누군가가 냉랭히 말했다. "소계자, 너 잘하는구나." 위소보는 태후의 음성임을 깨닫고 그만 깜짝 놀라 몸을 돌려 달아났 다. 그러나 대여섯 걸음 달려갔을 때 누군가가 그의 어깨죽지를 움켜 잡는 것이 아닌가. 전신이 시큰거리고 마비되면서 마치 수백근이나 되는 커 다란 바위가 몸을 내리누르는 것 같아 다시 걸음을 옮길 수가 없었다. 그는 급히 허리를 구부려 손을 뻗쳐 비수를 뽑으려고 했다. 그러나 손 가락을 막 검자루에 뻗쳤을 때 오른속 윗쪽 팔뚝에 일장을 얻어맞아 참 을 수 없어 아 하는 소리를 내질렀다. 태후의 음침한 목소리가 들렸다. "소계자, 너는 어린 나에에 정말 훌륭한 재간을 지녔더구나. 아무런 내 색도 하지 않고 네 명의 태감을 죽이다니, 그러고서도 장물이라고 할 수 있는 은표를 죽어서는 화를 전가시켰을 뿐만 아니라 나까지도 모함 하다니, 흥, 흥...." 위소보는 속으로 그야말로 큰일났다고 생각했다. 태후가 자기자신을 뼈에 사무치도록 미워할테니 이제 와서 어떠한 애걸을 한다고 하더라도 소용이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목숨을 내걸고 그녀를 놀라게 한다면 일시 견딜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방법을 강구해서 도망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입을 열었다. "태후, 나를 죽이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습니다. 정말 애석한 일이군요. 애석해요" 태후가 냉랭히 물었다. "뭐가 애석하다는 것이냐?" 위소보는 말했다. "태후께서는 저를 죽여 입을 ㅁㅎ자 하지만 애석하게 도 한 걸음 늦었 다는 말입니다. 조금 전 그들 시위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 태후께서는 모두 들어셨겠지요?" 태후는 음산한 어조로 말했다. "너는 내가 그 네 명의 쓸모없는 태감을 파견하여 자객을 궁안으로 끌 어들였다는 점을 두고 하는 말이겠지? 흥, 내가 무엇때문에 그런 짓을 할까?" 위소보는 말했다. "제가 어ㄸ허게 태후께서 그와 같은 일을 했는지 알 수 있겠읍니까? 그 러나 황상께서는 십중팔구 알고 계실 것입니다." 태후는 극도로 분노해서 차갑게 말했다. "내가 장력을 쏟아내기만 하면 즉시 너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다. 그러 나 그와 같이 한다면 너와 같은 좀도둑이게 너무나 은혜를 베푸는 게 되지." 위소보는 말했다. "그렇죠. 그대가 손에 힘을 주기만 한다면 소계자를 바로 죽일 수 있습 니다. 그러나 내일 궁안에서 모든 사람들이 다 알게 되겠지요.'소계자 가 어떻게 해서 죽었지?' '물론 태후가 죽인 것이지.' '태후가 왜 그를 죽였지?' '왜냐하면 소계자가 태후의 비밀을 알았기 때문이지.' '무슨 비밀이지?' '이 일을 얘기하자면 길다네. 자자자, 자네는 내 방으로 가 서 이야기하세. 내 자세히 자네에게 들려 주지. 그러나 절대로 남에게 이야기를 하면 안 되네. 이 일은 엄청... 엄청나다네.'" 태후는 그만 울화가 치밀어 그의 어깨죽지에 놓인 손을 부르르 떨었 다. 그녀는 표독한 어조로 말했다. "기껏해야 그 십여 명의 시위들이나 알고 있겠지. 내가 너를 죽인 이후 즉시 서동에게 명령하여 그 십여 명이나 되는 녀석들을 모조리 잡아 처 형을 시킨다면 또 무슨 후환이 있겠느냐?" 위소보는 소리내어 껄껄 웃었다. 태후는 말했다. "죽음을 코 앞에 두고서도 웃을 수 있다니 여유가 있구나." 위소보가 말했다. "태후, 태후께서는 서동을 시켜 사람을 죽이게 하겠다구요? 그는... 그 는... 하하하..." 태후는 물었다. "그가 어떻게 되었느냐?" 위소보는 말했다. "그는 이미 나에게...." 그는 본래 이미 나에게 한칼에 죽음을 당했다고 말하려고 했다. 그러 나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서 다시 껄껄 웃는 웃음소리로 얼버무 렸다. 태후는 다그쳤다. "이미 너에게 어떻게 되었다는 것이냐?" 위소보는 말했다. "그는 이미 저에게 아주 완전하게 매수된 셈이죠. 그러니까 다시 태후 의 말씀을 듣지 않을 것입니다." 태후는 냉소했다. "너와 같은 녀석에게 얼마나 큰 재간이 있다고 서부총관이 나의 말을 듣지 않게 할 수 있단 말이냐?" 위소보는 말했다. "저야 뭐, 조그만 태감에 지나지 않으니 물론 두려워하지 않겠지요. 서 부총관이 두려워하는 사람은 따로 계십니다." 태후는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그는... 그는 황상을 두려워한다는 것이지?" 위소보는 말했다. "우리 신하된 사람은 물론 황상을 두려워하겠죠. 그 점에 있어서 그를 탓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태후는 말했다. "너는 서동에게 무슨 말을 했느냐?" 위소보는 말했다. "무슨 말이든 다 했습니다." 태후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무슨 말이든 다 했다고?" 그리고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말했다. "그는.... 그는 어디로 갔느냐?" "그는 멀리, 아주 먼 곳으로 갔으니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태 후께서 그를 만나 뵙겠다면 물론 좋은 일이지만 쉽게 만나 볼 수는 없 을 것입니다." 태후는 놀라 물었다. "그는 궁에서 나갔느냐?" "맞습니다. 그는 황상도 두렵고 또한 태후도 두려워서 중간에 끼여서는 사람 노릇을 하기가 힘들다고 했지요. 그리고 아무래도 목숨을 잃을 우 려가 있을지도 모르니 아주 멀리 떠나야겠다고 했습니다." 태후는 말했다. "멀리 떠나겠다고?" 위소보는 말했다. "맞습니다. 맞습니다. 태후께서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가 그와 같이 하 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까? 그는 그야말로 멀리멀리 도망친 셈입니 다." 태후는 싸늘히 코웃음쳤다. "흥, 그가 벼슬도 마다하고 어디로 도망갔단 말이냐?" 위소보는 말했다. "그는.... 그는 저...." 그러다가 위소보는 마음으로 움직이는 바가 있었다. "그는 무슨 대산(대山)인가, 육대인가, 칠대인가, 팔대인가 하는 곳으 로 갔습니다." "오대산이겠지?" "맞습니다. 맞습니다. 오대사입니다. 태후께서는 무엇이든 다잘 아시는 군." "그가 또 무슨 말을 했느냐?" 위소보는 말했다.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다만... 다만 제가 그에게 부탁한 일에 대해 서 그는 어떻게 하든지 처리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는 맹세했으며 맹세 를 어기게 되었을 때는 천 갈래 만 갈래 찢겨 죽거나 자손이 끊어지게 되리라고 했습니다." 태후는 말했다. "그에게 무슨 일을 부탁했느냐?" 위소보는 말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서부총관은 벼슬을 하지 않는 것은 별 상관이 없 는데 길을 가자니 노자돈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일 년이고 만 년이고 시일을 두고 돈을 모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하더군요. 그 래서 제가 그에게 이만 냥이나 되는 은표를 내주었습니다." 태후는 빈정거렸다. "너는 꽤 부자로구나. 그 많은 은자가 어디서 났지?" "그것 또한 다른 사람드리 준 것이죠. 강친왕이 좀 주시고 색액도 대인 께서 좀 주시고 오삼계 아들도 조금 주었죠." 태후는 말했다. "너의 손 씀씀이가 그토록 활달하다니 서동은 물론 그 은혜에 보답하려 고 하겠지. 도대체 그에게 너는 무슨 일을 시켰느냐?" "소신은 감히 말할 수 없습니다." "말하지 않겠다고?" 태후는 그의 어깨죽지를 잡은 손에 힘을 주어 내리눌렀다. 위소보는 어이쿠 하는 소리를 내질렀다. 태후는 장력을 늦추며 호통을 쳤다. "빨리 말해!" "서부총관은 저에게 약속을 했지요. 소신이 궁안에서 그 누구에게 해 침을 당해 죽게 된다면 그는 그 원인을 상세히 황상에게 보고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한장의 상주문을 써서 지니고 있겠다고 했습니 다. 그는 소신과 약정하기를 두 달마다 소신이... 소신이..." 태후는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어떻게 되었다는 것이냐?" "두 달마다 소신이 천교(天橋)로 가서 한... 빙당호로(氷糖葫盧)를 파 는 사내를 찾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에게 묻는 것이죠. '비취마뇌로 만 든 빙당호로가 있소, 없소?' 그러면 그는 대답하죠. '있지요. 은자 백 냥에 한 꾸러미입니다.' 그러면 제가 말하죠. '그렇게 비싸? 이백 냥 은자에 한 꾸러미를 팔겠소, 안 팔겠소.' 그러면 그는 또 다시 대답하 는거죠. '팔지 않겠소. 팔지 않겠소. 당신은 아직도 하늘로 오르지 않 았구려.' 그러면 저는 다음과 같이 말하죠. '그대는 가서 영감에게 이 야기하게나.' 그러면 그는 바로 가서 서부총관에게 통지를 하는 것이 죠." 다급한 김이라 새로운 이야기를 꾸며댈 수 없어 그는 그저 진근남이 그와 서천천이 연락할 때 주고받도록 한 말을 약간 변화시켜 말했다. 태후는 싸늘히 코웃음을 쳤다. "강호의 무인들이 연락을 취하는 그 같은 방법을 너 같은 좀도적이 생 각해 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서동이라는 겁장이 녀석이 너에게 가르쳐 준 것이겠지, 그렇지?" 위소보는 짐짓 놀랍다는 태도를 지어 보이고 말했다. "어, 태후께서 어떻게 서부총관이 어제에 가르쳐 주었다는 사실을 아셨 습니까? 그가 저에게 말을 할 때 태후께서는 모두 들으셨군요?" 그는 태후가 자기의 어깨죽지를 누르고 있는 손이 끊임없이 떨리고 있 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네가 때가 되어도 만약 그 빙당호로를 파는 사람을 찾아가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지?" "서부 총관은 다시 열흘을 기다리겠다고 했지요. 그래도 여전히 내가 찾아가지 않을 때는 그것이야말로 소신의 목숨이 부지할 수 없게 되었 다고 보고 그는.... 그는 바로 방법을 강구해서 황상에게 상주하게 되 는 것이죠. 그때 소신은 이미 죽은 몸이긴 하지만 황상에게 절대 조심 하시라는 충고를 해드리는게 되죠. 다시 말해서 감정이 있으면 감정을 줄이도록 하고 원한이 있으면 원한을 갚도록 하되 남의 속임수에 넘어 가지 않도록 조심하십사 하고 알려드리는 셈이죠. 이것은 소신과 서부 총관이 충성으로 주군을 위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태후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감정이 있으면 풀어야 하고 원한이 있으면 갚아야 한다고? 거참 잘 되 었구나." 위소보는 말했다. "이 며칠 동안 소신은 매일같이 황상을 모시고 있으면서 조금도 그런 기미를 드러낸 적이 없습니다. 그저 소신이 멀쩡하게 살아만 있고 또 황상 곁에서 시중을 들 수만 있다면 이와 같은 일은 영원히 황상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좋겠지요. 무엇 때문에 황상께 근심을 끼친단 말씀입 니까? 태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너는 그러고 보니 꽤나 좋은 사람이구나." "황상께서도 소신에게 매우 잘 대해 주시죠. 그리고 태후께도 충성을 바치게 된다면 어쩌면 태후께서 마음속으로 기뻐하시어 어떤 상을 내릴 지도 모르는 일이죠. 그렇게 된다면 서로가 좋은일이 아니겠습니까?" 태후는 흐흐 하며 냉소를 몇 번 날리고 말했다. "너는 내가 무슨 상을 내릴 것을 기대하느냐? 정말 얼굴가죽이 두껍기 도 하다." 그러나 그 냉소에는 어느 정도 흐뭇해 하는 빛이 서려 있었고 어조 도 한 많이 누그러져 있었다. 위소보는 그녀의 어조가 이미 변했고 정세도 크게 완화되었다는 것을 느끼고 재빨리 말했다. "소신이야 무엇을 더 탐내겠습니까? 태후와 황상께서 편안무사하시고 모두들 화기애애한 나날을 보내실 수 있다면 우리 신하들로서는 그야말 로 더 말할 수 없는 복이 아니겠습니까? 태후 어르신께서는 편안히 계 시도록 하십시오. 소신은 내일 천교로 가서 그 사내를 찾아 빨리 서부 총관에게 통지하여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입을 꼭 다물고 있으라고 당부 해야 합니다. 소신은.... 거기다가 삼천 냥의 은자를 주어서는 태후께 서 내리신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태후는 싸늘히 코웃음쳤다. "흥, 그 같은 사람은 일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또 직책을 버리고 도 망을 쳤으니 내가 그의 머리를 자르지 않는 것만 해도 그는 운수대통이 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내가 그에게 은자를 내려?" "네, 네, 삼천 냥의 은자는 물론 소신이 내는 것입니다. 태후께서 어찌 그에게 은자를 다시 내릴 수 있겠습니까?" 태후는 천천히 그의 어깨죽지를 잡은 손을 놓고는 느릿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소계자, 너는 정말 나에게 충성을 다할테냐?" 위소보는 땅바닥에 꿇어앉아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소신이 태후님께 충성을 바치게 된다면 여러 가지 좋은 점이 있습니 다. 만약 충성을 바치지 않을 때는 머리통이 이사를 가게 될 게 아니겠 습니까? 소계자가 아무리 멍청하다고 하더라도 이 머리통만은 꽤나 중 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좋아, 좋아." 그녀는 잇따라 세 번 좋다는 말을 했고 또 이어서 그의 등을 한번 후 려치면서 잇따라 세 번 좋다는 말을 했고 또 이어서 세 번을 후려쳤다. 위소보는 대뜸 머리가 어질어질해지고 눈이 가물가물해졌으며 즉시 토 할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목구멍에서 끅끅 하는 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소계자, 그날 밤 해대부 그 늙은 도적은 이 세상에 화골면장이라는 무 공이 있다고 말했었지. 만약 이 무공을 정통하게 연성한다면 사람의 몸 을 때리게 되었을 때 상대방의 전신의 뼈마디가 모조리 끊어진다고 했 다. 이 무공은 물론 연마하기 매우 어렵다. 나도 물론 모른다. 하지만 네 녀석은 무척 착하고 또한 영리하기 때문에 너의 등게 삼장을 쳐서 시험을 해보는 것도 꽤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위소보는 가슴팍의 기혈이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더 참을 수 없어 왁 하니 한 모금의 선혈과 맑은 물을 토해 내며 속으로 생각했다. (저 갈보가 나의 말을 믿지 않고 역시 독수를 쓰는구나!) 태후는 말했다. "너는 두려워할 것 없다. 나는 너를 때려 죽이지 않을 것이야. 네가 죽 게 된다면 그 누가 천교로 가서 빙당호로를 파는 사내를 찾겠느냐. 하 지만 너에게 약간의 상처를 입혀 놓는다면 일을 함에 있어서 함부로 행 동하지 못할 것이다." 위소보는 말했다. "태후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흔들 하 니 땅바닥에 주저앉았으며 다시 몇 모금의 핏물을 토해냈다. 태후는 깔깔 웃더니 몸을 돌려 꽃밭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위소보는 버둥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천천히 자기 처소의 뒷창 가로 갔다. 그리고 창틀에 엎드려 한동안 숨을 헐떡인 이후 간신히 창 문으로 기어들어갔다. 소군주 목검병은 나직이 물었다. "계 오라버니, 그대인가요?" 위소보는 기분이 나쁘던 차라 퉁명스럽게 말했다. "빌어먹을, 내가 아니면 또 누구겠어?" 방이가 그 말을 받았다. "소군주가 좋게 묻는데 그대는 어째서 욕을 하지요?" 위소보는 막 창문 입구로 기어오르는 도중이었는데 절대로 지지 않으 려고 했다. "나는....." 그는 다음 말을 잇지 못하고 쿵 하며 창문 안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땅바닥에 엎어져서는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방이와 목검병은 일제히 어이쿠 하는 소리를 내지르고는 놀라 물었다. "어... 어떻게 된 것인가요? 그대는 상처를 입었나요?" 위소보는 땅바닥에 떨어질 때 그야말로 머리가 어질어질하는 충격을 받았으나 두 여인의 어조에 크게 관심의 빛이 어려 있는지라 대뜸 기분 이 좋아져서 껄껄 웃으며 몇 번 숨을 몰아쉬고 다시 생각했다. (늙은 갈보의 이 몇 장은 정말 화골면장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구나. 어 쩌면 그녀는 제대로 익히지를 못한데다가 내가 보배와 같은 잠방이를 입었고 또 뼈마디가 여물어서 그녀는 이 몸의 뼈를 어떻게 해 볼려고 해도 제대로 하지 못했을지도 모르지....) 이와 같은 생각을 한 뒤 그는 입을 열었다. "훌륭한 누이, 착한 마누라가 모두 상처를 입었는데 내가 상처를 입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함께 복을 누리고 함께 어려움을 당한다고 말할 수 없지 않겠소?" 목검병은 물었다. "계 오라버니, 어디에 상처를 입었어요? 아프지 않은가요?" "훌륭한 누이는 역시 양심이 있군. 나에게 아픈지 안 아픈지 묻고 있으 니 말이야. 물론 매우 아팠으나 그대가 묻는 바람에 갑자기 아픈 것이 멎었어. 정말 이상한 노릇이지." 목검병은 웃으며 말했다. "또 거짓말을 하는군요." 위소보는 탁자를 짚고 헐떡이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나의 이 한 목숨이 아직도 붙어 있는 것은 전적으로 서부총관과의 교 분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가 뒤에서 밀어 주기만 한다면 죽지 않을 수 있는데, 늙은 갈보가 서부총관이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이 위소보의 목숨은 반 시진도 견뎌 내지 못할 것이다.) 그는 약상자 안에서 그 삼각형의 푸른 바탕에 하얀 점이 있는 약병을 꺼냈다. 해로공의 약상자 안에는 약가루와 알약들이 무척 많았으나 그는 그저 이 한 병의 화시분만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서동의 시체 를 침대 아래에서 끌어내고 그의 품속에 집어 넣었던 금표와 감춘 물건 들을 꺼냈다. 목검병은 말했다. "그대가 줄곧 돌아오지 않고 저 죽은 사람이 우리 침대 아래에 누워 있 었기 때문에 우리들 두 사람은 하마터면 놀라 죽을 뻔했어요." 위소보는 그 말을 받았다. "그대들 두 사람이 놀라 죽게 되었다면 이 죽은 사람은 그야말로 꽃과 달이 부끄러워할 정도의 두 미녀를 짝으로 삼게 되었을거요." 방이는 침을 뱉었다. "쳇! 소군주, 그와 더 말하지 말아요." 위소보는 말했다. "내가 요술을 부릴테니 그대들은 보겠소?" 방이는 말했다. "보지 않겠어요." 위소보는 말했다. "안 보려면 눈을 감으시오." 방이는 즉시 눈을 감았다. 목검병 역시 눈을 감았으나 곧 눈을 떴다. 위소보는 약상자 안에서 하나의 조그만 은으로 만든 숟가락을 꺼냈다. 그리고는 약병의 나무 덮개를 벗기고 그 조그마한 은으로 만든 숟가락 에 화시분을 쏟았다. 그리고 숟가락의 화시분을 서동의 상처에다가 쏟 았다. 얼마 후 상처에서는 연기 같고 안개 같은 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이어 한 가닥 매우 심한 구린내가 퍼졌다. 잠시후 상처에서 많은 노란물이 흘러나오게 되었고 상처 자리는 썩으면 썩을수록 점점 커져 갔다. 목검병은 어 하는 소리를 냈다. 방이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 고 두 눈을 떴다. 방이는 그와 같은 광경을 보자 눈을 더욱 커다랗게 뜨고 다시는 감지 못했다. 시체는 누런 물을 만나게 되자 즉시 썩기 시작했으며 갈수록 누런 물 은 많아지게 되었고 시체는 더욱더 빨리 썩어 문드러졌다. 위소보는 두 여인의 얼굴의 경이의 빛이 감도는 것을 보고 말했다. "그대들 가운데 누구라도 나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나는 이 보배와 같 은 가루를 그대의 얼굴에다 조금 뿌려서 즉시 이와 같은 모양이 되도록 해주겠소." 목검병은 말했다. "그대는... 그대는 사람을 놀라게 하지 말아요." 방이는 노기를 띤 눈으로 그를 한번 바라보았다. 그러나 경악과 공포 의 빛을 감추지 못했다. 위소보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한 걸음 다가가 들고 있는 약병을 그녀에게 두어 번 흔들어 보이고는 다시 품 속에 집 어넣었다. 얼마 후 서동의 시체는 썩어서 두 토막이 나고 말았다. 위소보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속으로 생각했다. (늙은 갈보가 백만이나 되는 군사를 오대산으로 보낸다 하더라도 서동 을 잡지는 못할 것이다.) 그는 물 항아리의 물을 퍼서는 땅바닥에 끼얹었다. 그리고 시체에서 흘러나온 누런물을 씻어 낸 이후 침대 위에 몸을 눕히고 너무나 지친 터라 그대로 잠이 들고 말았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날은 이미 밝아 있었다. 그는 가슴팍이 답답하고 구 역질이 나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아무래도 토해 낼 수가 없었다. 목검병이 관심어린 어조로 물었다. "계 오라버니, 조금 나아졌나요?" 위소보는 몸을 일으켜 앉았다. 그제서야 자기가 방이와 목검병 두 사 람의 발 밑에서 옷을 입은 채 잠을 잤다는 것을 알았다. 이미 시간이 이르지 않은 것을 느끼고 그는 재빨리 침대 위에서 내려서며 말했다. "나는 빨리 가서 황제를 만나야겠다. 그대들은 누워서 움직이지 않도록 하시오." 그리고 창문으로 기어나가려 했으나 허리가 너무나 아파 문을 열고 나 가서는 밖에서 문을 걸어 잠궜다. 위소보가 서재로 들어가서 반 시진을 기다리자 강희는 정사를 다 끝 내고 서재로 왔다. 강희는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소계자, 소문에 들으니까 어젯밤 자객 하나를 죽였다고 하더구만." "황상께선 밤새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강희는 웃으며 말했다. "그대는 정말 운수가 좋아. 자객과 싸움까지 벌일 수 있었다니 말이야. 나는 자객의 그림자도 보지 못했는데... 그대가 죽인 그 사람의 무공은 어떻던가? 그대는 어떤 초식으로 그를 죽였지?" 위소보는 자객과 손을 쓴 적이 없었다. 황제의 무공이 약하지 않은 만 큼 함부로 지껄일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침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날 양류 골목 백씨 집에서 풍제 중과 백한풍이 손을 쓰던 것이 떠오른 것이다. "어둠속이라 나는 그와 그저 마구잡이로 싸우게 되었죠. 그런데 별안간 그의 왼쪽 다리가 오른쪽으로 비로 쓸듯 차오는가 하면 오른손으로는 왼쪽으로 후려치려고..." 그는 한편으로 말을 하면서 한편으로 손과 발을 동시에 움직여 싸우는 시늉을 했다. |
첫댓글 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