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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유고집이 출간돼 화제를 모았다. ‘어려운 질문에 대한 간략한 답변’이라는 책에서 그는 하나님의 존재가 필요 없다고 했다. 그는 “우주가 과학의 법칙에 따라 무(無)로부터 자발적으로 창조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주는 빅뱅(Big Bang) 때 자발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거대한 우주의 공간과 에너지는 단순히 무로부터 나왔으며 우주가 무로부터 나왔다면 창조주 하나님은 필요 없다고 주장한다. 우주가 무로부터 창조됐다는 것에 대한 논리적 근거의 한 예로 ‘네거티브 에너지’의 개념을 도입한다.
그는 그 개념을 이렇게 설명한다. “평평한 땅에 언덕을 만들려는 사람을 상상해 보라. 그 언덕은 우주를 말한다. 언덕을 만들기 위해, 그는 땅에 구덩이를 판다. 그리고 그 흙으로 언덕을 만든다. 그러나 물론 그는 단지 언덕만 만들지 않았다. 그는 또한 언덕의 네거티브한 측면에서 구덩이를 만들었다. 그 구덩이에 있었던 재료들은 이제 언덕이 된다. 그래서 이것은 완전한 균형을 이룬다. 이것이 우주의 시작에서 일어났던 사건 뒤에 있던 원리인 것이다.” 호킹은 빅뱅이 거대한 양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만들었을 때, 그와 동시에 그것은 동일한 양의 부정적인 에너지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호킹의 설명을 들으면 우주물리학에 깊은 지식이 없는 사람도 의문이 든다. 호킹은 이 거대한 우주가 아무것도 없는 무로부터 탄생했다고 말하지만 호킹이 말하는 무는 진정한 의미에서 절대적 무가 아니다. 어떤 형태의 물질이 존재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즉 우주라는 언덕을 만들기 위해 최소한 평평한 땅이 있어야 한다. 물론 만드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호킹이 이전에 쓴 책 ‘위대한 설계’와 이번 유고집을 연결시켜 볼 때, “우주는 무에서 스스로를 창조했다”고 주장할 때의 무(無)는 최소한의 전자(電子)는 있는 양자론적 진공상태라고 추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전자는 어디서 나왔는가. 그 작은 물질에서 어떻게 거대하고 질서 정연한 우주가 태어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생긴다.
호킹은 ‘위대한 설계’에서 “중력의 법칙이 있기 때문에” 우주가 무로부터 탄생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연의 법칙은 자연에 대한 설명의 법칙이지 그 스스로 창조의 힘을 갖고 있지 않다.
설혹 우주가 절대적 무로부터 탄생했다 해도 문제가 있다. 아무것도 없는 데서는 아무것도 나올 수 없는 게 논리적으로 타당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도 뭔가가 펑펑 터져 나와야 한다. 무로부터의 창조는 하나님을 필요로 한다. 수학자 존 C 레녹스는 말한다. “아무리 명성이 높고 권위 있는 과학자라 할지라도 논리에 하자가 있으면 그의 주장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29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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