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을 돌려다오//최다원
반백의 서리를 머리에 인 동창들이
먼 거리를 마다하고 상주에 있는 매운탕 집에 모였다
두툼해진 그리움에 매달려 달려왔을 가슴
나이테가 하나둘씩 안면에 자리하고 있었지만
마음만은 여전히 새순처럼 푸르렀다
음향마저 고르지 않은 마이크를 부여잡고
청춘을 돌려달라고 젊음을 달라고
목청이 터져라 외치고 절규해도
뒤뜰에 무심한 죽림은 실바람을 나르고
송어들은 삼삼오오 유유히 노니는데
상큼한 산소들만 숨가쁘게 분열하고
오월 하늘은 여전히 푸르렀다
선운사에서//최다원
바알갛게 흐드러졌던 동백꽃을 보낸 자리에
애절한 상사화가 이루지 못한 사랑을 호소하고
선운사 경내는 어두움이 포근히 내려온다..
잿빛 가사 위로 붉은 장삼 자락을 드리우고
목탁을 손에든 스님들이 흰 고무신을 가지런히 벗어놓고
각각 법당으로 들어서서 경건하게 목례 올렸다
두무릎을 꿇어 겸손한 자세로 머리를 조아린 후
목젖을 타고 반야심경 천수경이 구성지게 흐르며
이따금 머리 숙여 경배했다
외롭게 서 있던 석등들이 하나둘씩 불을 밝히고
침묵하던 산들마저 모습을 숨긴 후
법고를 준비하는 익숙한 스님 뒤에
숙련된 리듬으로 울어대는 법고 소리는
이젠 쉬라는 소리이고
손을 놓으라는 시각이며
모든 만물을 잠재우려는 알림이라 했다
고요한 경내 수다스럽던 산새들도 숨을 죽이고
선운사 노스님의 잿빛 가사가
에너지를 모아 범종을 타종하니
웅장한 전율은 나래를 이끌고 개울을 건너며
다리와 숲을 지나 마을로 더듬더듬 내려가고
잔잔하고 낭랑한 리듬은 밀림을 가까스로 거슬러 오르며
두근거리는 나의 폐 부속으로 슬며시 파고들었다.
첫 번째 울림은 모두 비우라 하더니
두 번째 울림은 전부 품으라 했다
세 번째 울림은 나누고 베풀라 하고
네 번째는 언제나 어디서나 뒤를 돌아보라 했다
다섯 번째 울림은 서로 함께하라 하고
여섯 번째 울림은 늘 깨어 있으라 했다
일곱 번째 울림은 잊어야 할 것은 어서 잊으라 하며
여덟 번째 울림은 다 주워 담으라 하고
아홉 번째 울림은 어떤 말이든 들으라 했다
열 번째 울림은 받은 것은 반드시 기억하라 하고
열한 번째 울림은 맡은 일에 열정으로 힘쓰라 했다
열두 번째는 서운함도 서러움도 용서해야 한다고 하며
열세 번째 울림은 늘 고마워하고 감사하라 했고
열네 번째 울림은 이 세상 모두를 아끼고 감싸고 다독이며 사랑하라 했다
.............
거미//최다원
붓을 들고 공부하던 회원들이
모두 돌아간 화실
어디선가 손가락 마디만한 거미 한마리가
화실 바닥을 슬금슬금 기어가고 있다
무슨 생각을 하는걸까
경계를 하는걸까
잠시 멈추었다 다시간다
얼른 거미를 손가락으로 집어
화단에 놓아주려 하니
순간 두려움에 거미는 죽은 채 하며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있다
거미야
걱정말거라
햇볕도 있고 이슬도 있고 소슬바람도 있는 화단에
너를 보내 주어
더욱 아름다운 삶을 누리게 하련다
조금 후 화단을 다시보니
거미는 긴장을 풀고 어디론가 이미 사라졌다
안전한 곳에 이르러
벌렁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렸으리라
텅빈 화단에 시선을 고정한 안도의 눈길을 거두며
거미야 어디서든 잘 살아가거라
그의 안녕을 기원해 주었다
최다원(시인.화가 )
개인전 15회/숭실대학교대학원 외래교수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외래교수(전)
한국서예협회/한국문인화협회 초대작가
시화집//나에게 남겨진 사랑/사랑은 바람처럼/
이삭처럼 남겨진 흔적/다타버린 인연의 재/
그곳에도달할 때까지 /사랑을 해 본 사람은 안다/
당신은 알지 못 합니다/ 운명인 것을/
또 속은들 어떠리/최다원 시.서.화 전집
문인화 교재//그릴준비시리즈 9권
07623/서울 강서구 공항대로 4가길 22 매선서화실
H P: 010-3705-8300
이메일//maesun1@hanmail.net
http://dawon5.tistory.com
첫댓글 선생님 원고 감사합니다
게시 목록 4번에 선생님 원고가 있는데요
어느 것으로 하실 것인지 원고는 3편만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