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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第 二十七 章 드러나는 신주제일청의 정체 "우상처럼 섬기던 마도수가 죽었다는 소문이 나돌기 무섭게, 무적검맹과 손을 잡을 만큼 처세술이 뛰어난 친구들이라고!" 사마군은 두 다리를 척 벌렸다. "어디 한번 시험해볼까?" 그는 자신의 가랑이 사이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 아래를 개가 되어 통과한다면 목숨만은 붙여두마. 어차피 너희의 수두 마도수도 가고 없는데 그의 추종자 몇 명쯤 죽여봐야 별반 의미도 없을 테니까!" 사마군은 빈정거리며 차갑게 웃었다. 그러나 잠송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도리어 사마군의 말을 맞받아 쳤다. "어쩐지 요즘 들어 꿈자리가 영 뒤숭숭하더니만 죽을 때가 돼서 그랬던 모양이군." 그는 갑자기 상의 앞자락을 쫙 펼쳤다. "하지만 살수세계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는 신월회의 회주와 저승길을 동행할 수 있다면 그리 억울할 것도 없지." 잠송의 안면에는 비릿한 조소를 머금어 있었다. 상의 안쪽에 과일나무에 열매 달리듯 크고 작은 폭약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던 것이다. 사마군은 이내 얼굴색이 확 바뀌었다. 잠송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마군을 쳐다보며 싱긋 웃었다. "같이 죽게 돼서 영광이오, 사마형." "하하하핫! 그까짓 장난감 나부랭이로 나를 겁줄 수 있다고 생각하나?" 사마군은 입가에 싸늘한 냉소를 머금었다. 파파팟! 뿜어진 강기로 인해 주위의 공기가 파동을 쳤다. 사마군이 살기를 품었다는 증거다. 그럼에도 잠송은 굴하지 않고 여전히 여유 만만하게 대답했다. "내 둘째 아우의 별호가 천뢰협(天雷俠)이오. 장난감 따위로 그런 명성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오?" 어느새 그의 손에는 폭약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당신의 검이 아무리 빨라도 나 역시 하나 정도 터뜨릴 기회는 충분하리라 믿소." 그는 조금도 변하지 않고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마도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이판사판의 심사가 분명했다. "그 다음은 내가 알 바 아니오. 줄줄이 터지건 말건, 이까짓 손바닥만한 동네가 통째로 날아가건 말건, 그 전에 이미 이 몸은 염라대왕을 접견하고 있을 테니까." 사마군은 위지강의 모습을 떠올렸다. 늘 고독해 보이는 그. 그의 어느 곳에 이런 부류의 사람조차 휘어잡는 강한 힘이 있는 걸까. '그 자식……. 수하까지 멋진 놈을 두었군그래!' 그가 잠시 침묵하고 있을 때였다. "그쯤 해두세요, 두 분!" 들려온 것은 연해월의 음성이다. 연해월은 두 사람을 바라보더니, 사마군에게 간청했다. "괜찮다면 그분과 잠시 얘기할 시간을 허락해 주세요, 오라버니." 사마군은 애잔하게 울려오는 동생의 음성을 듣자 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다. 이때 잠송은 연해월을 알아보고 또 한번 깜짝 놀랐다. 좌수경이 한 말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형수님!' 끼룩끼룩! 갈매기가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석양 무렵의 강기슭. 연해월은 갈대밭 무성한 강가의 바위 끝에 옷자락을 날리며 그림처럼 서 있었다. 그녀의 뒤에는 잠송이 흥분된 기색으로 연해월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살아 계셔서 반갑습니다, 형수님!" 잠송의 음성이 떨리며 흘러 나왔다. 순간 연해월의 교구가 흔들렸다. 그녀는 간신히 몸을 가누며 잠송을 향해 천천히 돌아섰다. "나를 형수라고 불렀나요?" 잠송은 얼굴 가득 미소를 떠올렸다. "아닙니까?" 연해월은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미소를 띤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잠송을 조용히 응시했다. 그러다 그녀는 다시 시선을 돌려 강 저쪽을 바라보았다. "긴말 필요 없이 한가지만 묻겠어요. 내 아들은 어떻게 됐죠?" 잠송은 무겁게 대답했다. "행방을 물으신다면 대답해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연해월은 놀라서 다시 물었다. "그럼 살아 있긴 살아 있다는 건가요?" 잠송은 진지한 표정으로 신중하게 대답했다. "공자를 보호하던 여섯째 아우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 확인했습니다. 공자가 잘못되었다면 결코 살아 있을 친구가 아닙니다." 그의 설명에 연해월은 망연자실했다. "그 친구가 살아 있다면 공자도 살아 있습니다. 이 점 분명히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늘 그런 식이군요, 당신들의 사고방식은……." 그녀는 우울한 시선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됐어요, 그만 가보세요." 그러나 잠송은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연해월을 응시했다. "저도 한가지만 묻겠습니다. 형수님께서 일전에 위험을 무릅쓰고 상관청을 직접 처단하신 것은 혹시 대형의 복수를 하시고자 함이 아니셨습니까?" 잠송의 날카로운 질문은 계속 그녀의 가슴을 쑤시고 들었다. "형수님께서는 지금 대형의 생사를 묻고 싶은 걸 억지로 참고 계신 건 아닙니까?" 마침내 연해월의 교구가 발작적으로 홱 돌아섰다. "멋대로 넘겨짚지 말아요." 그녀는 격렬하게 항의하듯 날카롭게 소리쳤다. "마도수, 그자는 내 집안을 짓밟고 가족들을 도륙한 원수 중의 원수예요! 내가 왜 그런 자의 생사를 궁금하게 생각해야 되죠?" "대형은 살아 있습니다."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굳어져 버린 여인. 연해월, 그녀의 봉목은 커다랗게 떠졌고 그녀의 얼굴은 더욱 창백해졌다. "그래서 우리는 무적검맹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잠송은 망연자실해 있는 연해월을 바라보며 절규하듯 외쳤다. "믿어주셔야 합니다. 이건 절대로 핑계가 아닙니다. 혈랑팔겁은 오직 대형밖에 모릅니다, 형수님!" 연해월은 나지막한 음성으로 반문했다. "당신이 오라버니를 찾아온 이유도 그 일과 무관하지 않다는 얘긴가요?" 잠송은 대답 대신 빙그레 웃으며 공손히 포권을 했다. "건재하신 형수님을 뵌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럼 이만……." 잠송은 뒤돌아서 뚜벅뚜벅 걸어갔다. 점점 멀어지는 잠송을 망연히 바라보고 있던 그녀의 입술이 열렸다. "저……!" 연해월의 조그만 음성에 잠송은 옮기던 걸음을 뚝 멈추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뒤돌아 섰다. 그러나 정작 연해월은 잠송을 불러 세우기만 했을 뿐 정작 할말은 꺼내지 못하였다. 잠송은 예의 친근한 웃음을 지었다. "하실 말씀이 있으면 하십시오, 형수님!" 연해월은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하였다. "아녜요, 됐어요." 그녀가 말문을 열지 못하자 잠송이 대신 연해월이 궁금해하던 바를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이미 소문을 들으셨겠지만 대형께서 불행을 당하신 건 형수님의 참사 소식을 듣고 남극벌로 달려가셨기 때문입니다." 연해월의 봉목이 있는 대로 커졌다. 이어지는 잠송의 말을 그녀는 한마디도 놓치지 않았다. "격렬한 전투에 시달린 몸으로 독한 화주(火酒)를 수도 없이 뱃속에다 쏟아 붓고는 이천 리 길을 쉬지 않고 단숨에 달려가신 겁니다." 잠송의 말을 듣던 연해월의 안색이 새하얗게 탈색되었다. "그때 대형의 모습은 아내의 참사를 듣고 미친 듯이 달려가는 그저 평범한 한 인간에 불과했을 뿐, 남들이 말하는 자객제일인도 천하제일검도 아니었습니다." 연해월의 교구가 쓰러질 듯이 휘청거렸다. 그런 연해월을 바라보며 잠송은 비감 어린 말투로 설명을 계속했다. "특히 떠나시기 전에 아무도 없는 곳에서 술을 마시며 나직이 흐느끼던 대형의 그 울음소리는 아마 죽어서도 잊지 못할 겁니다." 연해월은 고개를 들어 허공을 응시했다. 떨어지는 눈물을 보이지 않기 위해 애쓰는 행동이다. 말을 잇고 있는 잠송의 얼굴도 우울하게 변했다. "두 분을 지켜보면서 난 문득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의 시선도 공허하게 허공을 향했다. "이런 게 사랑이라면, 이렇게까지 아프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이 사랑이라면 난 절대로 사랑 따윈 하지 않겠노라고." 잠송은 말을 마친 뒤 휙 신형을 돌렸다. 그는 저만치 걸어가다가 마지막으로 부르짖듯이 외쳤다. "대형도 형수님도 둘 다 똑같은 바보요! 가장 하고 싶은 말조차 한마디도 못하고 살아가는……." 잠송의 신형은 갈대 숲 사이로 이미 사라져 버리고 없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긴 여운을 남긴 채 연해월의 가슴속에서 울려 퍼졌다. "흑흑흑!" 연해월은 자신도 모르게 오열이 터져 나왔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쥔 채 그녀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끼룩끼룩! 갈매기들은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울어댔고 연해월도 북받치는 설움과 슬픔을 간신히 삼키고 있었다. 그런 연해월을 사마군이 갈대밭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사마군은 오열하고 있는 연해월과, 저 멀리 사라지고 있는 잠송을 무거운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수혼!" 그의 뒤에 서 있던 수혼이 대답했다. "예, 회주님!" 사마군의 시선은 슬픔에 가득 잠겨 있는 연해월에서 떼어지지 않았다. "식구들을 전원 소집하라." "알겠습니다." 사마군은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허공을 응시했다. "기왕에 시작한 병신춤……. 미친 척하고 한판만 더 추는 거다!" *** 음산 신주제일청. 어둠에 잠겨 있는 공사 현장은 거의 완성되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모습이다. 바야흐로 신주제일청이 그 웅장한 자태를 드러낼 순간이 임박한 것이다. 공사장 근처, 수십 개의 허름한 막사촌 여기저기에는 버려진 공사도구들이 굴러다녔고 빨랫줄에는 주렁주렁 낡은 옷가지들이 매달려 있었다. 이리저리 뒤엉킨 채 혼곤한 잠에 빠져든 인부들이 보였다. 막사촌 저쪽 구석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잠을 이루지 못하는 몇몇 인부들이 모여 있었다. 타탁! 타탁! 타오르는 모닥불을 쬐며 인부들은 잔뜩 수심에 잠겨 있었다. 지난날의 추억을 회상하는 사람, 신주제일청의 공사가 끝난 후 자신들의 거처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화상을 입어 흉측한 몰골을 한 제중인도 있었다. 매부리코의 인부가 동료들을 둘러보며 걱정스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제 우린 어떻게 될까? 길어야 한 달 정도면 공사도 끝날 것 같은데……." 제중인의 옆에 앉아 있던 염소수염의 사내가 입을 열었다. "저희 놈들도 양심이 있으면 집으로 돌려 보내주겠지!" 그는 고개를 돌려 제중인을 쳐다보았다. "멀쩡한 사람들을 붙잡아다 이만큼 고생시켰으면 됐지 설마 죽이기야 하겠어? 안 그래?" 그는 제중인에게 동의를 구하는 듯했다. 그러나 제중인의 입에선 무심한 말이 흘러 나왔다. "죽일지도 모릅니다." 순간 인부들의 얼굴이 모두 해쓱하게 변해버렸다. "무, 무슨 그런 끔찍한 말을!" "설마……." 그들의 놀람에도 불구하고 제중인은 냉정하게 말했다. "외부에 알려지길 꺼려하는 이런 류의 공사는 비밀유지를 위해 공사에 참여한 인부들을 모조리 죽이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들었습니다." 인부들의 얼굴이 일제히 공포에 휩싸였다. "공사가 끝나기 전에 적당한 기회를 봐서 빠져 나갈 구멍을 찾는 게 좋을 거요." 이때 저쪽에서 험악한 기세로 이곳을 향해 다가오는 서너 명의 무사들이 보였다. 그들은 인부들을 발견하고는 큰소리로 외쳤다. "거기 아직까지 자지 않고 나와서 쑥덕거리는 놈들이 누구야?" 인부들은 이내 기겁을 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무사들은 그들을 향해 더욱 으름장을 놓았다. "빨리빨리 기어 들어가지 못해?" 그러나 사방으로 달아나는 인부들과는 달리 제중인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한번만 더 대가리 내미는 놈은 밤새도록 야간작업을 시킬 테니까 알아서 해!" 무사들 중 하나가 제중인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 자식은 왜 꼼짝도 안 하는 거야?" 그는 화상으로 뒤덮인 흉측한 제중인의 얼굴을 쳐다보며 내심 뜨끔했다. "그러고 보니 이 친구는……." 제중인은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을 맨손으로 툭툭 내리쳐서 완전히 꺼버렸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무사들을 외면하며 손을 툭툭 털었다. 제중인은 걸음을 옮겨 자신이 묵고 있는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던 무사 중 한 명이 경탄하듯 말했다. "저 친구 손은 무쇠로 만들어지기라도 했다는 거야, 뭐야?" "좌우간 저런 괴물은 도대체가!" 두두두두두! 막 인부들 틈에 몸을 눕히려던 제중인은 멀리서 들려오는 굉음에 자신도 모르게 몸을 일으켰다. 굉음은 점점 가까이 다가왔고 경비무사들이 서두르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온다!" "빨리 각자 위치로!" 경비무사들은 순식간에 각자의 위치로 흩어졌다. 두두두두두! 더욱 커지는 굉음 소리를 제중인은 심상치 않게 듣고 있었다. 두두두두두! 어둠 속에서 수십 필의 말들이 치달려오고 있었다. 선두에는 흑의무사들이 말을 타고 달려오고 있었고 그들의 호위를 받으며 달려오는 십여 대의 수레에는 나무상자를 가득 실려 있었다. 경비무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인마와 수레들은 성문 안으로 치달려 들어갔다. 마지막 수레가 성안으로 사라졌다. 그 광경을 멀찌감치 바라보던 근처에서 쳐다보던 무사 둘이 서로 말을 주고받았다. 한 사내가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도대체 뭘 싣고 오기에 오밤중에 저 난리들이야?" 다른 사내가 혀를 끌끌 차며 대답했다. "아직 그것도 모르고 있었나? 이 친구 소식이 영 깡통이군그래." 그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듣는 놈 아무도 없지?" 사내는 동료의 귀에다 입을 바짝 대고 소곤거렸다. "저것들이 뭔고 하면 말이지……." 말을 끝내자 듣고 있던 사내가 깜짝 놀라 되물었다. "그럼 방금 싣고 들어간 것들이 전부 화약이란 말인가?" 기겁을 한 다른 사내가 재빨리 손으로 그의 입을 막았다. "조용히 해, 이 사람아! 누구 모가지 날아가는 꼴 보고 싶어 큰소리야, 큰소리가!" 사내는 자신의 입을 막고 있는 손을 치우며 조그맣게 속삭였다. "공사도 거의 끝나가는 데 저렇게 많은 화약을 어디다 쓸려고 가져온 걸까?" "나도 내전에 있는 친구한테 들은 얘긴데 신주제일청이 완성되는 날 무림역사상 전무후무한 불꽃놀이가 바로 이 자리에서 펼쳐질 거라고 하더군." "불꽃놀이라니?" "남극벌의 부활을 선포하는 개파대전(開派大典)의 형식을 빌어서 무적검맹 등 천하군웅을 모조리 불러들인 다음 그냥 터트려 버린다는 거야!" 매부리코의 사내는 기겁을 하고 말았다. "그냥 터트려 버리다니……. 그럼 죽도록 고생해서 세운 신주제일청을 폭파시킨단 말인가?" 사내는 거의 완성된 거성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말하자면 저 신주제일청은 하나의 완벽한 죽음의 함정이라는 얘기지. 노천주님의 입장에서 본다면 단번에 대세를 뒤집고 천하를 움켜쥘 수 있는 화려한 대역전의 승부수가 되는 거고." "어때, 생각만 해도 멋진 일 아닌가?" "젠장, 말만 들어도 등골에 식은땀이 흐르는군." "어차피 승자의 죄는 죄가 되지 않는 게 세상살이야. 한 명을 죽이면 살인범이지만 백 명, 천 명을 죽이면 영웅이 되는 거 몰라서 그래?" 두 사내의 이야기를 엿들은 제중인! 그는 커다란 충격에 헤어날 수 없었다.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질 순간이 머지않은 것이다. *** 양쪽으로 하늘 높이 치솟아 있는 산과 산 사이를 흐르는 넓은 강. 달빛에 반사되어 하얗게 빛나는 강물 저쪽에 한 척의 거대한 범선이 떠 있었다. 범선의 뱃머리에는 연해월이 우울한 시선으로 달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하늘에 구멍 뚫리겠다." 사마군이었다. "텅 빈 하늘 뚫어지게 바라만 보면 과부 아닌 과부 위로해 줄 놈이라도 뚝 떨어진다던?" 연해월은 멋쩍게 웃으며 뒤돌아 섰다. "아직 잠자리에 들지 않았어요?" 사마군은 손에 든 조그만 술병의 뚜껑을 엄지로 퉁겨 올리며 대답했다. "한잠 늘어지게 자고 나오는 길이다." 그는 술병을 연해월에게 내밀었다. "어렵게 구한 강남명주 옥호춘(玉壺春)이다. 마셔라." 연해월은 잔잔하게 웃었다. "오라버니나 많이 드세요." "못된 놈. 오라비가 권하는 술이라면 한잔해도 괜찮을 것을!" 사마군은 보란 듯이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순식간에 한 병을 다 마신 그는 트림을 하면서 옷소매로 입가를 훔쳤다. "커어, 역시 좋구나." 사마군은 빈 술병을 강물에 휙 던져버렸다. "날이 밝을 때쯤이면 음산에 당도할 거다. 들어가서 눈 좀 붙여둬라." "됐습니다." "궁상을 떨어도 선실에 들어가서 떨어야지 저 친구들도 좀 쉴게 아니냐." 연해월은 고개를 쳐들었다. 아닌게아니라 높다란 돛대 위와 갑판 여기저기에는 죽립인들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서 있었다. "핫하하하, 내 체면도 좀 봐주라. 새로 들어온 식구들은 네가 내 마누라인 줄 알고 있어서 말이야." 사마군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선실 쪽으로 향했다. 연해월은 미안한 마음에 사마군을 불러 세웠다. "오라버니……." 선실 문을 열던 사마군은 웃음기가 가시지 않은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왜?" "죄송해요, 저 때문에……." "마음에 있는 말 한마디할까?" 연해월의 눈이 커졌다. "살부지수만 아니면 위지강, 그놈이 남궁사보단 한 수 위야. 내가 인정하는 유일한 매제도 그놈이고." 그는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싱그러운 웃음을 지었다. "따라서 처남이 매제의 원수 갚는 일에 한몫 거드는 건 조금도 이상할 게 없다는 얘기야,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연해월은 대단히 놀란 표정이 되었다. "오라버니……!" 사마군은 다소 과장되게 양어깨를 으쓱 해보였다. "모르긴 해도 아마 남궁사가 이 말을 들었으면 날 때려죽이려고 덤벼들겠군그래! 핫하하하!" 쾅! 선실 문이 닫히고 사마군의 호탕한 웃음소리만 뱃전을 휘돌았다. 연해월은 망연자실하게 선실 문을 바라보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그렇군요, 오라버니는 처음부터 모든 걸 다 알고도 지금까지 모른 척해 주셨던 것이군요……!' 연해월은 눈물을 흘리며 달빛을 올려다보았다. '고맙습니다 오라버니……. 이승에서 안되면 내세에서라도 이 은혜는 반드시 갚겠습니다.' 신주제일청(神州第一廳). 그건 거대한 성이었다. 성문 안에는 거대한 연무장을 비롯하여 수많은 고루거각들이 늘어서 있었고 숙련된 석공들이 만든 조형물들이 건물과 조화를 이루며 즐비하게 세워져 있었다. 성안 곳곳과 성벽 위에서는 흑의무사들이 예리한 눈초리로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있었다. 때는 칠흑같이 어두운 밤. 산으로 이어진 성벽 끝자락의 숲 속 공터에 야적장이 있었다. 야적장에는 원목을 비롯해서 각종 공사용 건축자재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공사가 거의 끝나감에 따라 쓰였던 도구들을 모두 이곳에다 모아둔 것이다. 이때 근처의 수풀 속에서 몇 쌍의 눈이 반짝거렸다. 숲에는 삼삼오오 짝을 지은 채 수십 명의 인부들이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제중인의 모습도 보였다. 제중인의 옆에 있던 젊은 인부 하나가 자신의 동료에게 물었다. "왜 이렇게 늦는 거지?" 그의 동료는 제중인을 쳐다보며 불안한 듯이 물었다. "혹시 발각된 게 아닐까요?" 제중인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 봅시다." 이때 젊은 인부가 저쪽에서 잔뜩 허리를 굽힌 채 움직이고 있는 몇 개의 물체를 발견하고는 반갑게 외쳤다. "저기 온다!" 그들은 은밀하고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모두 칠팔 명의 인부들인 그들의 어깨 위에는 새끼줄 같은 도화선이 칭칭 감겨 있었다. "여기요, 여기……!" 젊은 인부는 그들을 향해 반색을 하며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그들도 마주 손을 흔들어 답했다. 마침내 그들이 가까이 다가왔다. "왜 이렇게 늦은 거요? 다른 사람들은 벌써 다 왔는데!" 다가온 인부 중 하나가 이마에 난 땀을 훔치며 말했다. "미안하오. 우리가 맡은 쪽은 유난히 감시가 심했소." 제중인이 다가온 인부들을 둘러보며 신중하게 물었다. "모두 제거했소?" 인부들 가운데 구레나룻의 사내가 어깨에 칭칭 감겨 있는 도화선을 가리키며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어차피 목숨 내놓고 하는 일인데 이런 것쯤이야 못하겠소?' 제중인은 싱긋 웃으며 인부의 어깨를 툭 쳤다. "수고했소." 이어 그는 주변의 인부들을 향해 손짓했다. "모두 나를 따라오시오." 제중인과 인부들은 조심스럽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앞서서 전진해 가던 제중인이 흠칫하며 손을 들어 일행을 제지했다. 그들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앞쪽에 무사 둘이 등을 보이고 서 있었던 것이다. 마침 무사들도 이상한 낌새를 느낀 듯 흠칫하며 칼을 뽑아들고 돌아섰다. "거기 웬놈들이냐?" 순간 무사들은 미간에 엄청난 충격을 받으며 눈을 부릅뜬 채 쓰러지고 말았다. 그들의 미간에는 굵은 대못이 깊숙이 박혀 있었다. 제중인의 솜씨였다. 그의 뒤를 따르던 인부들이 놀란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방금 던진 게 분명히 못이었지?" "맙소사, 못을 던져서 사람을 죽이다니……." 제중인은 가파른 벼랑 쪽을 가리키며 인부들을 재촉했다. "빨리 이쪽으로 빠져 나가시오." 인부들은 가파른 절벽을 조심스럽게 내려가기 시작했다. 마지막 인부가 내려가는 것을 바라보며 제중인은 이별을 고했다. "잘들 가시오." "같이 안 갈 거요?" 인부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제중인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내 걱정은 말고 어서 가시오." 잠시 머뭇거리던 인부는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삐이익! 삐이익! 이때 멀리서 날카로운 호각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인부들의 탈출이 발각된 것이다. 호각소리의 여운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세 명의 무사가 쏜살같이 이쪽을 향해 날아왔다. "인부들이 탈출한다." "잡아라." 무사들은 빠른 속도로 날아왔다. "한 놈도 놓치지 마라." "반항하는 놈들은 모조리 없애버려." 제중인은 옆에 떨어져 있던 곡괭이를 힘주어 집어들었다. "내가 살아 있는 한 마음대로 되지 않을 거다!" 그는 무사들을 향해 마주 쏘아져갔다. 그들은 곡괭이를 꼬나 쥔 제중인을 쳐다보며 어이없다는 듯이 픽 웃었다. "저건 또 뭐야?" "꼴값을 떨어요." 그 순간 제중인의 몸이 공간을 갈랐다. "맙소사, 저놈은 바로……." 그를 알아본 무사 하나가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두개골이 박살나며 절명해 버렸다. 또 다른 무사 하나는 복부가 뻥 뚫린 채 피를 콸콸 쏟아내며 퉁겨져 나갔다. "이 자식, 죽여버리겠다." 마지막 남은 무사가 폭갈과 함께 무섭게 칼을 휘둘렀다. 제중인은 몸을 빙글 돌려 간발의 차이로 칼날을 피했다. 그리고 이어진 반격, 섬광이 무사의 목 어림을 긋고 지났다. "네… 네놈은… 도대체… 누구냐?" "너 같은 피라미는 말해줘도 모를 것이다." 차갑게 답한 제중인은 홱 돌아섰다. 어둠이 고함과 파공음으로 뒤덮이고 있었다. "저쪽이다." "퇴로를 봉쇄하고 인부들을 잡아들여라." 제중인은 무사들을 힐끗 쳐다본 뒤 손에든 곡괭이를 멀리 내던져 버렸다. 그리고 죽어 있는 무사들 근처에 떨어진 검을 주워 들었다. "너희들은 모른다. 이 날이 오기를 내가 얼마나 학수고대했는지!" 무서운 기세로 날아온 무사들이 맹렬한 기세로 제중인을 덮쳤다. "이놈이 주동자다." "살려두지 마라." 제중인은 맹렬히 지면을 박차고 솟아올랐다. "전광회륜(電光廻輪)!"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뇌전 같은 검광에 휩싸여 무사들은 추풍낙엽이 되어 떨어져 나갔다. "크아악!" 제중인은 검을 비스듬히 내리그었다. "전광단천(電光斷天)!" 검광은 전광이었다. 그 찬란한 검기는 무사들의 몸뚱이를 무인지경으로 베고 지났다. 그 앞에 어느 것도 성치 못했다. 제중인의 무서운 무위를 보며 나머지 무사들은 아연실색했다. "어, 엄청난 고수다." "빨리 비상호각을 불어서 지원을 요청해라." 그러나 비상호각을 입에 물고 불려던 무사는 정수리에서 사타구니까지 내리긋는 검광에 급살을 맞고 말았다. 제중인은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무서운 안광을 발산하며 주위를 휘둘러보았다. "죽고 싶지 않다면 길을 열어라." 무사들은 겁먹은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길을 열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는 표정이 역력했다. "대단하군. 하지만 혼자서는 무리라고 생각지 않나?" 후면에서 들려온 음성에 제중인은 흠칫 놀라 홱 돌아섰다. "음!" 제중인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토하고 말았다. 탈출을 시도했던 인부들이 포승줄에 묶여 있었던 것이다. 일단의 무사들이 칼을 들이댄 채 인부들을 재촉하고 그 후면에는 살인독도(殺人毒刀) 좌백수(左伯手)가 우뚝 서 있었다. 그는 중년의 나이로 신주제일청의 경비무사를 통솔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 고수였다. '빌어먹을……!' "알고 보니 굉장한 고수께서 험한 일을 하고 계셨군." 좌백수는 음침한 눈초리로 제중인을 응시하며 빈정거렸다. 이왕지사 이렇게 된 일. 제중인은 아랫배에 불끈 힘을 주었다. "인부들은 풀어주지." "곡괭이를 버리고 순순히 포박을 받는다면 고려해 보지." 좌백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인부 가운데 하나가 발작적으로 외쳤다. "안되오! 우린 죽어도 좋으니 이 짐승 같은 놈들을 모조리……." 번쩍! 언제 움직였는가? 좌백수의 몸이 흔들렸다 싶은 순간 경고를 발하던 인부의 목은 지면에 떨어져 있었다. "난 말이야. 말 많은 인간은 질색이야. 고수 나으리. 결정은 내리셨나?" 제중인은 형형이 빛나는 눈으로 좌백수를 노려보았다. 제아무리 철담호혈의 장부라 하지만 죽음은 그에게도 두려운 것이다. "아무래도 몇 놈 더 죽여버려야 말귀를 알아들을 모양이군." "좋아!" 쨍그랑! 제중인의 손에서 곡괭이가 떨어졌다. "흐흐흐, 좋아! 아주 잘했어." 좌백수가 제중인에게 다가갔다. "멋진 친구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쓰레기들을 위해 기꺼이 지옥에 뛰어들다니 말이야." 제중인의 턱을 치켜드는 좌백수의 얼굴에 비웃음이 흘렸다. "하긴 이렇게 추남이라면 그런 마음이라도 가져야 사내 대접을 받겠지만 말이야!" 제중인은 좌백수를 노려보며 끊듯이 말을 뱉었다. "약속을 지켜!" "호오! 약속이라? 좋아. 실행하지!" 빠악! 제중인의 몸이 붕 떠올랐다. 허공을 나는 그의 코에서는 시뻘건 선지피가 줄줄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약속 같은 소리하고 있네, 개새끼!" *** 검은 구름에 반쯤 가려진 스산한 달빛이 봉우리 위를 비추고 있었다. 봉우리 끝에는 좌수경과 잠송 등 일곱 형제가 어둠에 묻혀 있는 신주제일청을 굽어보고 있었다. 마침내 신주제일청의 급습에 나선 것이다. 이번 작전은 매우 극비리에 이루어진 것이라 철륭이나 그 수하들은 꿈에도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주청산이 신주제일청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놈의 영감 재주도 용하군! 남극벌이 망한 게 겨우 몇 달이나 됐다고 어느새 저런 소굴을 다시 만든 거야?" "어마어마하군! 구석구석 돌아가면서 아예 돈으로 처발랐어." "돈이 남아서 썩어 돌아가는 모양이죠 뭐." 그들이 잡담을 나눌 때 좌수경의 뒤쪽에 수홍장이 등장했다. "총 삼십육조(三十六組) 천육백 명이 모두 집결했소, 사형!" 좌수경은 고개를 약간 끄덕여 보인 뒤 앞으로 나섰다. 그는 묵직한 음성으로 앞쪽에 도열해 있는 흑의인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각 조장들은 들어라." "하명하십시오." 십여 명의 사내들이 한발 앞으로 나와 부복했다. 좌수경은 신주제일청을 굽어보며 무겁게 말했다. "이번 승부의 관건은 빠른 속도다. 과거 태무진이 역사상 유례없는 대제국을 창건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속도의 묘리를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가능했다." 그는 강렬한 눈빛으로 수하들을 훑어보았다. "적들이 우리의 존재를 알아차렸을 땐 이미 적의 심장부를 유린하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라." "존명!" 흑의사내들은 자신들의 수하들을 이끌고 사방을 흩어져갔다. 좌수경은 비장한 표정으로 등에서 검을 뽑아들었다. "성공하면 천하의 절반을 가지지만 실패는 죽음뿐이다." 그는 검을 허공으로 치켜들며 강렬하게 외쳤다. "속전속결(速戰速決)이다. 가자!" 좌수경을 필두로 흑의를 벗어 던진 백의무사들이 벌떼처럼 하늘을 뒤덮으며 신주제일청을 향해 쏘아져갔다. 한옥으로 만들어진 최고급 향로에서 기분을 몽롱하게 해주는 향연이 가물가물 피어오르고 있었다. 자욱한 향연이 맴돌고 있는 실내의 뒤쪽에는 양 갈래로 갈라진 휘장 뒤에 넓은 침상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침상 위에는 두 남녀가 뒤엉켜 있었다. 여성상위였다. 염서시는 알몸으로 누워 있는 철륭의 가슴을 혀끝으로 애무했다. 그녀의 혀가 가슴을 지나 배꼽을 훑고 더욱 아래로 내려가자 철륭은 눈을 지그시 감은 채 황홀한 쾌감을 만끽했다. "좋아… 아주 잘하고 있다, 서시……!" 염서시의 혓바닥은 철륭의 검불이 무성한 사타구니 사이에서 멈칫했다. 갑자기 그녀의 뇌리에 위지강의 모습과 함께 그가 한 말이 떠올랐던 것이다. ― 서시! 당신을 잊지 않겠소. 못할 짓이야. 염서시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철륭이 눈을 뜨며 눈살을 찌푸렸다. "뭐 하는 거냐?" 염서시는 이마에 난 땀을 훔치며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별로 몸이 좋지 않아요. 다음에 하죠!" 그녀는 침상 아래 떨어져 있던 망사의를 집어들었다. "누구 맘대로!" 철륭의 우악스런 손이 그녀의 머리채를 확 잡아챘다. "요즘 날 거부하는 횟수가 부쩍 늘었는데 그 이유가 뭐냐? 기둥서방이라도 하나 만들었느냐?" 염서시는 고통스럽게 얼굴을 찡그렸다. "그… 그런 거 없어요." 철륭은 염서시의 터질 듯 풍만한 젖가슴을 우악스럽게 콱 움켜쥐었다. 염서시는 눈물이 나올 정도의 고통을 억지로 참았다. 철륭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완전히 얼음장이군!" 그는 살벌한 눈빛으로 염서시를 태워버리기라도 하듯 강렬하게 쏘아보았다. "어떻게 된 거냐? 손끝만 닿아도 불꽃처럼 달아오르던 예전의 뜨거운 몸뚱이는 어디로 간 거냐?" 염서시는 짐짓 눈을 흘기며 대답했다. "그럴 땐 꼭 어린애 같군요. 여자는 한 달에 한번 마술에 걸린다는 것도 몰라요?" "……!" 철륭은 음침하게 웃으며 염서시의 등을 밀어 침상에 엎드리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내 마술도 한번 보여주지!" 염서시는 엎드린 자세로 침상모서리를 두 손으로 잡은 채 당혹스런 음성으로 말했다. "당신이야말로 오늘따라 왜 이러는 거예요?" 철륭은 염서시의 달덩이 같은 엉덩이를 콱 움켜잡았다. "기대해도 좋아! 지금부터 너는 일찍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최고의 쾌락을 마음껏 경험하게 될 테니까!" "도대체 지금 무슨 말을……!" 그녀는 말끝을 흐리고 말았다. 고개를 돌린 그녀의 두 눈에 우뚝 발기해 있는 철륭의 남근이 보였던 것이다. "어떠냐? 내 마술이?" "당신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죠?" 철륭은 흡족하게 웃었다. "후후후! 월영천혈기를 연성하는 도중에는 사내구실을 할 수 없지만 극성의 성취를 이루고 나면 파천(破天)의 무량공력(無量功力)과 더불어 상실된 기능이 전부 회복된다." 염서시는 충격으로 인해 안색이 새하얗게 변했다. '그런 터무니없는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하하핫!" 철륭은 자못 통쾌하다는 듯 실내가 떠나가도록 앙천광소를 터트렸다. |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