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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형령주 제3권 제25장 대풍운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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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막바지에 이를 때, 단풍으로 인해 불붙은 중조산중(中條山
中)으로 한 사람이 나타났다.
"할아버지가 내 행세를 하시며 무해의협맹을 치기 시작했을 것이
다. 그들의 이목은 할아버지 쪽으로 집중될 것이다!"
바로 탁몽영인데 죽립 대신 복면을 쓰고 있었다.
"훗훗- 제갈유룡이 안에 있을지 모르나… 최소한 그 자의 종적을
아는 사람 정도는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단풍잎에 몸을 숨기며 산 깊숙이 들어갔다.
진회하, 화형선이 머무는 곳.
인산인해(人山人海)라 해도 부족할 인파가 모여 있었다.
천막 수백 개가 강가를 뒤덮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넋을 잃고 화형선을 바라봤다.
그 위, 하나의 금패(金牌)가 매달려 있었다.
태무제일령(太武第一令)
모든 사람은 그것을 보고 넋을 잃고 마는 것이었다.
태무제일령 아래에는 기폭이 매달려 있었다.
복수(復讐)를 하고야 만다.
태무제일령의 이름 아래 제갈유룡을 천하공적(天下公敵)으로 지목
한다!
천하공적!
태무제일령으로 내린 명령인 이상 그것은 곧 법이었다.
하나, 백일장이 아니라 만일장(萬日葬)이라 해도 제갈유룡의 수급
은 제물로 바쳐지지 않을 것 같았다.
태무제일령은 신위를 잃은 지 오래이니까!
동굴 안, 차가운 바람이 두 사람을 휘감고 있었다.
누운 여인 하나, 그리고 그녀의 몸뚱이를 쓸어보고 있는 노인이
한 명.
"흐흐- 얼굴은 추악한데 몸은 대단하구나. 흐흐-! 이제 너를 즐
겁게 해 줄 테니 모든 것을 바쳐야 한다."
그는 음탕히 말하며 여인의 몸 위로 올라갔다. 그러고 보니 그는
옷을 걸치고 있지 않았다.
나이답지 않게 아주 단단한 몸뚱이였다.
"차녀승양(借女昇陽)으로 너의 내공을 취하고… 훗훗- 섭백술(攝
魄術)로 빙극진경(氷極眞經)의 전문(全文)을 얻으리라!"
"으으- 음-!"
여인은 신음소리를 내며 몸을 뒤챘다.
노인의 손길은 여체의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었다.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그리고 원시의 울울함으로 뒤덮인 비밀의 숲속까지.
여체는 손길을 거부하듯 희디 흰 몸뚱이를 파득거린다. 태공의 손
에서 빠져 나가려는 은어마냥…….
노인의 손길은 너무도 유려했다. 여체는 꿈틀거림을 멈추는가 싶
더니 어느덧 노인의 손길에 반응을 한다.
"흐… 윽……!"
가늘게 새어 나오는 비음.
"후후… 네것을 그냥 가져가려는 것은 아니다. 후후……"
노인의 안광은 탐욕의 불길에 휩싸여 있다.
그 아래 짓눌린 채 비음 섞인 신음을 내뱉는 여인, 그녀는 지극히
허약한 상태였다.
열병(熱病)이라고 할까?
그녀는 광불화형수에 당한 내상(內傷)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
다.
진기(眞氣), 그것은 혈(穴)이라는 샘에 고인 뜨거운 물을 말한다.
의식이 있으면 그것은 샘 안에 고여 남에게 앗기지 않는다. 하나,
의식이 없다면 그것은 주인 없는 약수물같이 되고 만다.
노인은 자신의 몸을 호로박 삼아 그 샘에서 물을 퍼내려 하는 것
이었다.
"으으- 음-!"
여인은 온몸의 구멍(穴)이란 구멍 모두가 텅 비어감을 느꼈다. 뜨
거운 땀방울이 몸을 적시고, 그것은 두 젖가슴 사이에서 폭포수가
되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흐흑- 네… 네년의 힘이 생각보다 강하구나. 흐흐! 보나마나 만
년빙지(萬年氷芝)와 설리단(雪鯉丹)을 얻었을 것이다. 그것은 아
직 다 녹지 않았고!"
노인은 기쁜 듯 자꾸 웃기만 했다.
"으으- 윽-!"
여인은 신음 소리를 내며 몸을 뒤채려 했다. 모든 것을 떨치고 싶
은 몸부림. 그것은 마의 몸집으로 인해 꾹 눌리고 만다.
"아아- 악-!"
여인은 비명소리를 내며 자지러졌다.
중조산 깊은 곳.
스슥-, 검은 그림자 하나가 나는 듯 달리고 있었다.
숲은 점점 깊어졌다. 길이 보이지 않았지만 흑의인은 속도를 조금
도 늦추지 않았다.
어느 정도 갔을까? 길이 완전히 사라지고 뿌옇게 피어나는 안개의
장막이 앞을 가로막았다.
"기문진식이다. 훗훗- 정도의 것이 아니고 천외마벽 위에 있던
것이다. 하나… 내게는 시시할 뿐이다!"
그는 웃으며 간간이 방향을 바꿨다.
구라유혼진(九羅幽魂陣).
그것은 아주 지독한 기문진이었다.
미혼수(迷魂樹)와 독초(毒草)가 독을 뿜어 후각을 마비시키는 가
운데, 환경(環境)이 귀역(鬼域)을 만들어낸다. 창해(蒼海) 같고
대사막(大沙漠) 같은 환영이 마구 나타나 안으로 들어가는 모든
것을 제압해 버리는 것이다. 어떤 때에는 진짜 사람이 나타나기도
했다. 진식(陣式)은 그래서 허허실실(虛虛實實)이라 표현되기도
한다.
스슥-, 검은 그림자는 서슴없이 날아들었다.
'마귀를 보고 싶다. 태워 버리려면 봐야 하니까. 하나- 마귀는
나를 피해 도망다닌다. 내가 쫓아가야 하게끔!'
진식을 비웃으며 들어가는 자, 그는 자신의 두 손으로 세상의 마
를 태울 작정을 한 탁몽영이었다.
탁몽영의 몸놀림은 더욱 빨라졌다.
어느 정도 달리자 안개는 사라지고 협도가 나타났다. 그 협도(狹
道)의 끝은 육중한 철벽(鐵壁)으로 가로막혀 있었다.
철벽의 높이는 십 장에 달했다. 안으로 들어가려면 철문을 통해야
하는데, 앞에는 백팔 명의 홍의인이 버티고 서 있었다.
백팔나한대진(百八羅漢大陣).
그것은 소림사의 절학이다. 공격하는 데에는 하자가 있으되 수비
하는 데에는 모자라는 것이 전혀 없는 완벽한 수법이었다.
백팔나한진 앞, 칠칠(七七) 사십구인(四十九人)으로 이루어진 검
진(劍陣) 하나가 있었다.
대천강태청검진(大天 太淸劍陣).
삼풍도인(三豊道人)이 창안했다는 검진.
상청관(上淸觀)에서는 실전된 것인데, 철벽 앞에 버티고 있으니
놀라울 수밖에…….
그 앞.
칠십이(七十二) 비류무해검진(飛流武海劍陣),
십오(十五) 벽력진(霹靂陣).
두 가지의 진세가 매복(埋伏)되어 있었다.
맨 앞에는 다섯 사람이 서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돌처럼 굳은
표정들이었다.
그들의 지위는 가장 낮았다. 옷차림이 그것을 증명했다.
하나, 그들의 무공은 중인 중 최강이었다.
금수목화토(金水木火土) 무해오존(武海五尊).
그들은 뇌옥(牢獄)에서 풀리는 순간, 무해의협맹에서 가장 천한
검수(劍手)가 되어 철문 앞을 지키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경우는 사전주(四殿主)에 비해 그래도 나은 편이
었다.
사전주, 그들은 깃발을 들고 서 있었다. 감정이 없는 얼굴로.
천하일통(天下一統)
무해의협맹기(武海義俠盟旗
령(令)
만물복종(萬物伏從) 만류귀종(萬流歸宗)
그들은 깃발을 들고 철문 위쪽에 있는 난간의 장식물이 되어 있는
것이었다.
휘- 익-!
강한 바람이 불었다. 먼지가 일어나고, 낙엽이 우수수 날렸다.
바람 때문에 움직이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 땅에 뿌리를 내린 거
목같이 우두커니 서서 앞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시체 무더기라고 할까?
겉보기는 웅장했으나 실속은 하나도 없는 것이었다.
슥…….
누구 하나 철벽 면을 비스듬히 타고 철벽을 타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소리조차 감춘 움직임.
탁몽영은 단 한순간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가히 용담호혈이다.'
탁몽영은 사도잠신법(邪道潛身法)으로 철벽을 타넘었다.
그 안은 황량한 골짜기였다.
무태군의 거처는 고동(古洞)이었다. 그녀는 무해천존이 사라진 다
음부터 모든 사치와 안락을 멀리한 채 동굴 안에서 오로지 무공수
련에만 매진해 왔다.
무태군이 거처로 삼은 동굴은 골짜기 입구로 들어서면 눈에 띄는
곳에 있었다. 현재 그것은 건물이 동굴 입구를 꽉 막아서고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았다.
동굴을 막아선 건물. 그것이 바로 진짜 무해의협맹이었다.
건물은 오층에 달했다.
무해의협맹(武海義俠盟) 총단(總壇)
길이가 오 장에 달하는 편액이 걸려 있었다.
그곳은 불야성(不夜城)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숨소리가 들렸고,
간간이 보초들이 서로 부르는 소리가 밤 부엉이 소리같이 들렸다.
"우-!"
서성이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방심을 유도하는 것일까?
그것은 아니었다. 너무나 완벽하기에 오히려 허술해 보이는 것이
었다. 입구에 처진 수비망은 너무도 완벽해, 잘 짜여진 그물과 같
았다. 아주 가늘고 질긴 실로 짠 그물…….
밤에 보면 아무 것도 없어 보인다. 하나, 무작정 손을 넣다가는
당장 그물에 잡히고 만다.
마망대라도(魔網大羅圖).
무해의협맹은 하나의 기관을 이루고 있었다.
탁몽영은 건물이 보이는 곳에 이르러 구식대법을 썼다.
'제갈유룡답다. 훗훗- 자신의 소굴을 하나의 걸작품으로 만들어
두었다. 태우기에는 너무 아까운 곳이다.'
탁몽영은 조급해 하지 않았다.
그는 바위 뒤에서 꽤 오랫동안 기다렸다.
이 각(二刻) 정도 지났을 때였다.
"어서 한 바퀴 도세!"
"헤헤, 좀 더 넓은 곳으로 가야지. 너무 비좁아서 안 되겠네. 사
람이 너무 많아 낭패를 겪다니 말이 되는가!"
두 사람이 일 장 간격을 두고 나는 듯 달려들었다.
모두 허리에 부결(符訣)을 차고 있었다.
둘이 짝지어 다니는 이유는 하나가 죽어도 남은 한 사람이 신호를
낼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스슥-, 두 사람은 탁몽영 근처로 오면서도 두려움을 몰랐다.
그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으니까!
"오늘 새벽, 순찰당에 비합전서구가 날아온 이후로 경비가 더욱
삼엄해지지 않았는가! 그 이유가 무엇인가 궁금하네!"
"우리 같은 아랫것들이 알 리가 있나. 뜬소문으로는 누구의 장례
식이 치뤄지고 본맹이 공적화되었다고 하나, 믿지 못할 말이야!"
"젠장- 맹주님은 신인(神人)이고 호법 이상만 되면 일기당천(一
騎當千)의 고수들인데 왜 천하를 얻지 못한단 말인가!"
"그러게나 말일세. 우리 둘만 강호에 나가도 천하가 떠들썩할 텐
데……."
스슥-, 두 사람은 바람같이 날아가 일제히 쓰러졌다.
그들은 찰나지간에 점혈당하고 말았다. 두 사람의 몸뚱이는 소리
없이 바위 뒤쪽으로 끌려갔다. 탁몽영의 손이 묘수(妙手)를 부린
것이다.
"소리치지 마라!"
탁몽영은 오른쪽에 있는 자의 목을 쥐고 일으켰다.
"으으……."
그의 얼굴에는 벌써 구슬 같은 땀방울이 포도송이같이 매달렸다.
"제갈유룡은 어디에 있느냐!"
"모… 모르오!"
"모르다니?"
"내… 내동(內洞)에는 가 보지 못했소."
"내동?"
"무… 무태군과 맹주의 거처가 내동이오. 그… 그곳을 출입할 수
있는 사람은 호법 이상 되는 어르신네들뿐이오!"
"너는 어디까지 갈 수 있느냐?"
"일개 순찰이 깊숙한 곳까지 가겠소? 으으- 뉘신지 모르나… 안
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망상이니 단념하시오!"
그는 벌써 입술을 까맣게 태웠다.
"훗훗- 네 생각으로는 어찌해야 내동이란 곳엘 들어갈 수 있다고
보느냐?"
탁몽영의 말은 거대한 도끼 같았다.
순찰은 목소리를 들으면서 영혼이 으스러지는 고통을 맛봤다. 그
는 비지땀을 흘리며 흉중의 말을 토해냈다.
"하인들이 드나드는 암도(暗道)가 있소. 최근 그곳으로 많은 짐이
들고 났소. 거기라면 수비가 조금 허술할 것이오."
"입구가 어디냐?"
"서벽(西壁)에 그리 직통하는 굴(窟)이 있소!"
"서쪽 벽?"
탁몽영은 서쪽을 바라봤다.
가파른 벼랑 가운데쯤, 거대한 동굴 하나가 아가리를 딱 벌리고
자리해 있었다.
거기에는 화광이 없었다. 그래서 얼핏 보면 그냥 벽으로 보이는
것이었다.
탁몽영은 순찰의 혈도를 세게 눌렀다.
그는 그 순간 깊이 잠들었고, 탁몽영은 다시 야조(夜鳥)같이 날아
올랐다.
그는 소리내지 않고 절벽을 타고 올랐다.
잠시 후, 그는 뛰어난 청각을 이용해 열여덟 명의 흑의인이 매복
해 있음을 알아챘다.
'훗훗- 수비가 허술하다고? 훗훗- 가장 강한 수비다. 여기 있는
자들은 금건수(金巾手)들이다.'
탁몽영은 손을 품에 넣었다.
'이럴 줄 알고 준비해 온 것이 있지.'
그는 품안에서 따가운 솔잎 한 줌을 꺼냈다.
그는 바위 아래 대롱대롱 매달려 숨을 조절하다가 갑자기 위로 날
아올랐다.
팍-!
그로인해 경미한 파공성이 나자,
"어- 엇?"
"큰 새인데?"
이곳저곳에서 경미한 칼소리가 났다. 그 순간, 한 무더기 송침이
뿌려져 십팔로(十八路)를 일시에 뒤덮었다.
파팍- 팍-!
"쿡!"
"흑-!"
아주 짧고 미약한 비명소리. 금건수 열여덟은 한순간에 황천으로
몰려갔다.
탁몽영은 그 순간 동굴 앞에 떨어져 내릴 수 있었다.
노인 두 명이 불도 밝히지 않은 채 마주보고 장기를 두고 있다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그를 바라봤다.
한 사람은 얼굴이 숯같이 검었다. 또 한 사람은 백지보다 흰 얼굴
을 갖고 있었다.
추혼흑무상(追魂黑無常),
탈백백무상(奪魄白無常).
과거 흑백무상(黑白無常)이라 불리던 자들로, 제갈유룡이 마종궁
을 세울 때 끌어들인 자들이었다.
"누군고?"
"흐흐! 장기 구경을 하러 온 것은 아닐 텐데?"
두 사람은 아주 거만했다. 그들은 흑의괴인이 거침없이 다가서는
데도 놀라거나 하지 않았다.
추혼흑무상은 점잖게 손을 들었다.
그의 오른손 식지(食指), 중지(中指) 사이에는 장기알 중 졸(卒)
이 끼워져 있었다.
"마침 장을 부르던 중이었는데… 흐흐- 네 머리통에다가 불러야
겠다!"
탁-!
그의 손이 가볍게 튕겨지며 장기알이 허공을 갈랐다.
핑-, 장기알은 섬전같이 허공을 가르다가 탁몽영의 눈앞에 이르
러 저절로 방향을 틀었다.
"물건을 항상 제자리에 놓아야지!"
탁몽영이 중얼거리는 가운데,
팍-!
장기알은 장기판 가운데 떨어졌고, 그 순간 장기알들이 판에서 날
아올라 양쪽으로 튀어 올랐다.
파팍- 팍-!
"크으- 윽!"
"유령이물공(幽靈利物功)이다. 으으- 윽-!"
추혼흑무상은 즉사했고, 탈백백무상은 두 눈알에 장기알이 박힌
채 죽음 바로 직전의 상태에 이르렀다.
탁몽영은 이미 그의 손을 손아귀 안에 넣고 있었다.
"무태군의 거처가 저 굴과 통하느냐?"
그는 마공을 가해 물었다.
탁백백무상은 오장육부가 타는 고통을 느끼며,
"청… 청양동(淸陽洞)!"
하면서 피를 뿜으며 죽었다.
"청양동?"
탁몽영은 그제서야 팔을 놓고 안으로 날아들었다.
굴은 퍽 넓었는데, 그 양쪽에는 커다란 상자가 가득 쌓여 있었다.
상자는 최근에 쌓인 듯 위에 먼지를 얹고 있지 않았다.
상자 뚜껑에는 숨구멍 같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살아 있는 것을
운반하는 데 쓰였던 상자임에 틀림없었다.
탁몽영은 거침없이 안으로 들어가 모퉁이 세 개를 돌았다.
갑자기 철책(鐵柵)이 나타나며 불빛이 보였다.
철책 뒤, 청동화로 두 개가 불을 토하고 있고 그 언저리에 여덟
명의 고수가 장창(長槍)을 들고 서 있었다.
관외팔마웅(關外八魔雄)이라는 놀라운 자들인데 한낱 창잡이가 되
어 있는 것이었다.
그들은 눈을 부릅뜨고 있다가 복면을 쓴 흑의인이 모퉁이를 돌아
오자 한결같이 놀라 입을 벌렸다.
"어- 엇?"
"흑백무상이 왜 신호를 안 했지?"
그들이 놀랄 때,
"사람이 다니는데 이런 것을 두면 되느냐?"
탁몽영은 거침없이 두 손을 내밀어 철책을 쥔다.
우두둑- 둑-!
오리알 굵기의 쇠기둥 두 개가 엿가락같이 늘어지더니, 갑자기 두
자루의 장검이 되어 관외팔마웅을 휘감았다.
펑- 펑-!
두개골이 부서지는 소리가 기름불 타오르는 소리를 떨리게 했다.
동굴 바닥을 흔건히 피로 적시고 있는 열여덟 구의 시체.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른 채 누워 있는 시체들, 그들을 일검에 고
혼으로 만든 탁몽영은 미끄러지듯 동굴 깊숙한 곳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얼마 후, 그는 꽉 닫힌 석문 앞에 이를 수 있었다.
청양동부(淸陽洞府)
석문 위에는 네 자가 새겨져 있었다.
"귀찮은 곳은 다 지난 듯하나, 사실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석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열리는 장치가 없는 것으로 보아 안에
서만 열게 된 문이 분명했다.
그는 개의치 않고 석문에 손바닥을 갖다 댔다.
우- 웅-!
대접인수의 구결에 따라 손바닥을 앞으로 끌자, 안에서 석문을 막
고 있던 강철 빗장이 잘리며 문이 활짝 끌려나왔다.
순간, 일곱 가지 빛이 쏟아지며 향기가 굴을 가득 덮었다.
안팍은 완전히 달랐다.
그 안은 황제의 침실보다도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원앙채단(鴛鴦綵緞)이 늘어져 있고, 바닥에는 대식국(大食國)의
융단이 깔려 있었다. 간간이 연화대(蓮花臺)가 있는데, 그 위에는
빛을 뿌리는 보석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요지경(瑤池鏡)이 이보다 화려하겠는가.
진시황(秦始皇)이 와서 보고는 여기서 살지 못함을 슬퍼할 정도로
호화로운 곳인데, 머물고 있는 사람이 꽤 많았다.
"문이 왜 열릴까?"
"으으- 음- 저 사람의 신세도 볼 만하군!"
"훗훗-."
청년들이 수십 명 분수 가에 모여 있었다. 모두 실오라기 하나 걸
치지 않고 있었는데, 생긴 모습은 하나같이 송옥(宋玉)이나 반안
(潘安)같이 미끈한 자들이었다.
그들은 멍한 얼굴로 탁몽영을 맞이했다.
탁몽영은 코를 찡그리며, 저벅저벅 안으로 들어갔다.
"최음약(催淫藥)이 안식향(安息香)같이 뿌려져 있다. 으으- 음-
이곳이 탕굴일 줄이야!"
그는 닭 졸듯 졸고 있는 미청년 하나를 잡아 진기를 가했다.
"으으-!"
청년은 정신이 번쩍 드는 듯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였다.
"너는 누구냐?"
탁몽영은 유혼진음술(誘魂鎭音術)로 캐물었다.
"나… 나는 산동(山東) 사는 이궁(李弓)이오. 나는… 여기 잡혀온
지 오래되지 않았소!"
"잡혀왔다고?"
"대과 공부를 하다가, 갑자기 잠들었소. 깨어 보니 여기였소!"
"누가 너를 마중했느냐?"
"계집들이었소. 계집들은 내게 이상한 죽을 먹였소. 그것을 먹자
힘이 펄펄 났소. 그 이후… 나는 아주 아름다운 여인과 합환(合
歡)했소. 나는…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소!"
"기다린다고?"
"죽어도 떠나지 않을 것이오!"
"글쎄- 죽으면 떠나야 되지 않겠느냐!"
탁몽영은 손에서 진기를 흘렸다.
꽝-!
미청년의 두 눈알이 밖으로 빠져 나오며 코에서 검은 피가 주루루
흘러나왔다.
탁몽영은 순간적인 분기를 이기지 못하고 미청년의 오장육부를 으
스러뜨려 버린 것이다.
'무태군의 거처는 아니리라. 아마- 제갈유룡이란 놈의 계집 중
음탕한 계집이 사내들을 데리고 노는 장소일 것이다.'
탁몽영은 불 같은 분노를 느꼈다. 정문 쪽에서부터 모조리 박살내
며 들어가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그는 청양동부를 나설 생각을 하다가 미청년들을 바라보았다. 그
들은 누가 죽는지도 모르고 분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분수로 인해 생겨난 연못은 꽤 넓었다.
분수 가운데, 나남(裸男)의 옥상(玉像) 하나가 서 있었다.
백옥으로 깎은 것인데, 꼭 살아 있는 것 같았다.
두 눈에는 검은 진주(眞珠)가 박혔고, 입술을 이루는 것은 단사옥
(丹砂玉)이라는 붉은 보석이었다. 머리카락까지 갖춰진 사람 크기
의 옥상인데, 그 얼굴이 너무도 아름다워 걸음을 멈추게 했다.
"저럴 수가-!"
탁몽영은 옥상을 보고 땀을 흘렸다.
벌거벗은 사내의 얼굴. 그것은 바로 자신의 얼굴이 아닌가.
"나… 나를 닮은 옥상이 있다니……."
탁몽영은 너무 놀라 호흡을 멈추었다. 그리고 노기가 전신 모공을
타고 막강한 암경으로 뻗어 나갔다.
"어- 엇!"
"몸이 저절로 움직이다니……."
분수 가에 쪼그리고 있던 자들은 강기에 밀려 이리저리 뒹굴었다.
미청년들, 그들은 숨구멍이 있는 상자에 담겨 여기 붙잡혀온 것이
었다.
닷새가 그들의 시한부 생애였다.
닷새 동안 여체 하나를 위해 충성하다가 죽는 것이 그들의 운명인
것이다.
쏴아아- 쏴아아-!
분수가 솟구칠 때마다 무지개가 떠올랐다. 야광주 빛이 분수물에
홍예(虹霓)를 만드는 것이다.
"어… 어떤 자가 감히 나를……!"
탁몽영은 지독한 분노를 느꼈다.
'제갈유룡일까? 그 자는 나를 증오하는데… 어이해 나를 이렇듯
아름답게 차려 두고 있겠는가!'
탁몽영은 연못 안을 들여다봤다. 물은 한 자 깊이였다.
"으으- 음- 문이 있군!"
그는 아주 가는 방형(方型)의 선을 볼 수 있었다. 손잡이가 있는
석판이 하나 있는 것이었다.
"이곳은 막힌 곳이 아니다. 저 아래 또 다른 장소가 있다!"
탁몽영은 일장을 치려다가, 삼매진화를 일으키며 왼손을 물 속에
내저었다.
"소리를 내면 놓치기 쉽다."
츠측-!
그 순간 물이 수중기로 화해 끓어올랐다.
연못의 물이 모조리 마를 때, 탁몽영은 오른손을 빳빳이 세워 문
짝의 흔적과 동일하게 금을 그었다.
돌가루가 분분히 피어 오르더니, 문이 무엇인가 끊어지는 소리와
함께 밑으로 떨어졌다.
"소리내지 마라!"
탁몽영은 급히 석판에 손을 찔러 넣으며 밑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 아래는 계단이었다.
그는 석판을 계단에 살그머니 내려놓고 미끄러지듯 내려갔다. 계
단은 다섯 굽이 돈 후에야 문과 만났다. 문 앞에서 탁몽영은 멈춰
서야 했다.
문 앞에는 볼 만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두 여인이 서로 부둥
켜안고 광란하고 있었다.
"흐으- 윽-!"
"으으- 악-!"
광태, 색마 중의 색마들은 남자들의 몸으로도 만족을 못하는지 서
로 핥고 뜯고 있는 중이었다.
두 여인 모두 아름다웠다.
여인들은 비지땀을 흘리며 몸부림치다가 갑자기 몸을 정지시켰다.
검은 그림자가 그들의 몸을 덮쳤기 때문이었다.
"누… 누구냐?"
위쪽에 있던 여인이 자지러질 듯 놀라 일어섰다.
땀으로 번들거리는 여체… 손을 내뻗자 육봉 두 개가 출렁거렸고,
한순간 손톱이 튕겨졌다.
핑-, 녹색 독분(毒粉)이 아지랑이같이 피어 올랐다. 탁몽영은 그
것을 가슴으로 받아냈다.
파팍-, 독분은 그의 옷 위에 초록색 반흔이 되어 남을 뿐, 그를
휘청이게 하지도 못했다.
"금강불괴-!"
독분을 날린 여인이 기절초풍을 하며 뒤로 주루룩 물러났다. 벌거
벗은 몸뚱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탁몽영은 눈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살광이 더 거세질 뿐이었다.
땀과 체액으로 번드레한 여체, 그 추악한 욕정의 흔적을 씻어내리
며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등골이 서늘해졌다. 환락에 들떠 있던 몸뚱이와 혈관을 타고 흐르
는 피는 공포로 인해 차갑게 식은 지 오래였다.
여인들은 체질적으로 육감이 발달해 있다. 특히 남자를 가리는 눈
에 있어서는.
방중술과 미혼술의 달인이었던 두 여인. 하나 그녀들은 한기를 날
리며 다가서는 복면인을 보며 그 어떠한 미염술도 떠올리지 못했
다.
식어 버린 눈, 그건 여체를 증오하는 눈이다. 그리고 죽음을 바라
는 눈이었다.
그녀들의 뇌리 속에 죽음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으으- 제발-."
"아이구우-."
여인들은 더욱 자지러졌다.
"너희들의 더러운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
찬 목소리와 함께 여인들은 몸이 타는 고통에 사로잡혔다.
파팍-, 흰 돌바닥이 검게 타며 살 익은 냄새가 퍼졌다.
탁몽영은 두 여인을 숯으로 만든 다음 문에다가 다시 일 장을 가
했다.
꽝-!
벼락치는 소리가 나며 문이 산산이 박살났다.
우르르르- 릉- 우르르릉-!
문짝이 떨어져 나가며 안 쪽의 동부(洞府)가 뒤흔들렸다.
"누구냐?"
"이게 무슨 소란이냐?"
휘휙-!
수많은 여인들이 벌거벗은 몸뚱이를 흔들어대며 모퉁이를 돌아나
올 때였다.
"제갈유룡은 나와라-!"
탁몽영은 젊은 혈기(血氣)를 이기지 못하고 크게 소리치며 쌍장을
흔들어댔다.
꽈르르르- 릉-!
"케에에에- 에에- 엑-."
"아아- 악-!"
"살… 살인귀(殺人鬼)!"
"크윽-!"
십이 명의 여고수가 피떡이 될 때 탁몽영은 몽롱히 퍼지는 혈무를
뚫고 쌍장으로 다시 문 하나를 박살내고 있었다.
꽈꽝-, 문은 대번에 숯 덩어리가 되어 흩어졌다.
그 안, 궁전같이 크고 거대한 석실이 나타났다.
탁몽영이 문을 찾아 그 안을 한 바퀴 돌 때였다.
"화… 화형령주다!"
"으으- 저… 저 자가 여기까지 오다니……."
석실 안에 있던 여인들, 사내들이 까무러칠 듯 놀라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훗훗- 이런 곳에서 불리라고 만들어진 이름은 아니지!"
탁몽영은 석실 한가운데에 사뿐히 떨어져 내렸다.
가로 세로가 모두 십 장, 높이는 칠 장에 달하는 아주 웅대한 석
실 안에는 사십여 명이 있었다.
남녀동수(男女同數)이고, 짝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옷을 입
고 있는 사람 역시 없었다.
"더러운 도배들!"
탁몽영은 잔혹히 중얼거리며 두 손을 한데 합했다.
'광불화형수로 모조리 불태우겠다. 무진법선사처럼!'
그는 죽음을 주는 눈빛을 던졌다. 광불화형수를 일으킬 때, 끼익
-, 문 하나가 나타나며 시비 차림의 소녀 하나가 겁먹은 얼굴로
걸어나왔다.
"화… 화형령주십니까?"
시비는 얼굴을 자색으로 물들였다.
'향심(香心)이 같은 운명을 지닌 아이가 여기에 또 있구나!'
탁몽영은 죽은 향심을 기억하고 불현듯 살기를 누그러뜨렸다.
"그렇다. 왜 나를 찾느냐?"
그는 사뿐히 날아 시녀 앞으로 다가갔다. 시녀는 털썩 무릎을 땅
에 댔다.
"소… 소녀는 무태군(武太軍)을 바로 곁에서 보시는 잔월(殘月)이
라는 몸종입니다!"
"그런데?"
"무태군은… 방… 방금 전 소란을 들으시고… 급히 이것을 전하라
하시며 저를 보내셨습니다!"
잔월은 두 손으로 흰 사건 한 장을 받쳐들었다.
채 먹물도 마르지 않은 글이 적혀 있었다.
무림영웅(武林英雄), 반도(叛徒) 제갈유룡에게 잡히 노신을 구해
주시기 라오.
죄많은 무태군이!>
방금 전에 만들어진 전언이었다.
"무태군이 잡혀 있느냐?"
탁몽영이 다그쳐 묻자,
"저… 저는 아무 것도 모릅니다. 흐흑- 다만 이것을 전하라는 명
을 받았을 뿐입니다!"
잔월은 수정같이 맑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무태군이 어디에 있느냐?"
"태… 태군전(太軍殿)에 계십니다. 저… 저를 따라오십시오!"
잔월은 궁둥이를 들고 일어나 문 안으로 들어갔다. 탁몽영은 팔짱
을 낀 채 잔월을 따라 들어갔다.
통로는 꽤 길었다.
통로 양쪽에는 검비(劍婢), 검사들이 도열해 있었다. 그들 모두는
화형령주가 들어오자 벽에서 돌이 떨어질 정도로 벽 쪽에다가 몸
을 밀착시켰다.
탁몽영은 살수를 잠시 중단하고 잔월을 따라 들어갔다.
잔월은 아주 큰 문 앞에 이르러 멈춰섰다. 문은 빠끔히 열린 상태
였다. 놀랍게도 문의 두께는 다섯 자에 달했다.
"저… 저 안에 계십니다!"
잔월은 문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잡힌 것 같기도 하고… 자유롭게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탁몽영은 내심 중얼거리다가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습한 공기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안도 퍽 넓었다. 사방 벽에는 고서(古書)가 가득했고, 서가에
둘러싸인 탁자 하나가 있었다.
탁자 뒤, 딱딱한 의자를 놓고 앉아 책을 보다가 탁몽영이 들어서
는 것을 보며 눈에서 눈물을 떨어뜨리는 노파가 하나 있었다.
"화형령주요?"
떨리는 목소리. 그녀의 얼굴은 주름살로 뒤덮여 있었다.
세월의 무상함을 말해 주는 흰 머리카락. 머리에서 발끝까지 쓸쓸
한 노년의 흔적을 지니고 있는 여인이었다.
'상상 밖인데?'
탁몽영은 잠시 그녀를 살펴보았다.
노파가 다시 물었다.
"제… 제갈유룡에게서 공적으로 낙인 찍힌 화형령주라면… 오오-
노신 태무군이 학수고대하고 기다린 사람이시오!"
"학수고대?"
탁몽영은 노파의 움추러든 목을 보고 피식 웃었다.
"무… 무태군이란 이름을 아시오? 현재 무해의협맹의 태상맹주(太
上盟主)라는 허황된 자리에 있는 사람이 바로 노신이오!"
노파가 바로 무태군이었다.
울지벽이 할머니라 부르던 여인.
울지엽이 사모(師母)라 부르며 숭배했던 여인인데, 지금은 몹시
위축되어 있었다.
"제갈유룡은 어디에 있소?"
탁몽영이 무뚝뚝히 묻자, 무태군은 체면도 잊은 채 눈물을 떨어뜨
렸다.
"여… 여기 없소. 이곳은 노신을 가두고 위협하는 장소이지 그 더
러운 놈의 숙소는 아니라오. 흐흑-."
그녀의 손가락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럼 어디에 있소?"
"모… 모르오. 그 자는… 간간이 와서 이러저러한 말을 하고는 휑
하니 간다오. 그 자는… 노신이 자신의 사모기 때문에 죽이지 않
고 살려 둔다고 극언(極言)하기를 서슴치 않는 무해성궁의 반도
요."
"……."
"노신은 희생자요."
"소문은 다르던데?"
"소… 소문? 어이해 소문을 믿소?"
무태군은 눈물을 주루루 떨어뜨렸다. 그녀는 서 있기가 힘든 듯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며,
"삼공과 사전주, 그리고 오존자의 신세도 마찬가지라오. 아아-
무해천존이 세우신 무행성궁이 사악한 제자 놈에 의해 철저히 유
린당한 것이오!"
"……."
"그 놈은 무해성궁의 이름을 걸고 갖은 악행을 다하고 있소. 그
자는… 흐흑- 사실 마종사라는 것을 아시오?"
"누가 그런 말을 했소?"
"그… 그 자가 자랑 삼아 말했소."
"흠-!"
"그 자는… 마종궁을 세워 마도세력을 모은 다음, 그것을 깨뜨리
는 것으로 전광수라(電光修羅) 제갈유룡이라는 이름을 대번에 신
의 이름으로 격상시킨 것이라오. 그… 그것이 바로 숨은 진실이
오!"
무태군은 손바닥으로 이마의 땀을 닦으며,
"저… 저곳을 보시오. 저곳에 가면 그 자가 노신에게 협박한 모든
것이 문서로 남아 있소. 노신은 증언하기 위해 구차하나마 살아
있었던 것이오!"
무태군은 왼손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빠끔히 열린 문이 하나 있
고 그 안에는 책상이 하나 있었다.
탁몽영은 주저없이 그 안으로 들어갔다.
탁자 위, 먹물이 듬뿍 묻은 붓 한 자루와 종이 한 장이 내던져져
있었다.
화형령주. 죽은 사람을 찾아 온 것이 너의 실수였다. 무태군은 죽
었다…….
그를 조롱하는 글이 있었다.
"가… 가짜였군?"
탁몽영이 치를 떠는 순간, 벼락치는 듯한 굉음이 울리며 문이 닫
혔다.
꽈꽝-!
석실 안으로 들어오는데 쓰이는 다섯 자 두께의 문이 닫히는 육중
한 소리에 방 안이 뒤흔들렸다.
그르르- 릉- 끼르르륵-!
돌바닥이 뒤틀리며 천정에서 돌이 떨어졌다.
책상 위의 글은 계속 이어졌다.
무해의협맹의 가장 큰 적. 너를 잡았다는 사실로 나는 당당한 맹
주부인(盟夫人) 자격을 취하는 공을 세우게 되었으니 네게 고마워
할 뿐이다.>
탁몽영은 그 글을 읽다가 밑으로 떨어져 내렸다. 악마의 아가리처
럼 입을 쩍 벌린 함정.
우르르- 릉- 꽝-!
집채만한 돌이 계속해 떨어지며 구멍은 곧 막히고 말았다.
첫댓글 고맙습니다.
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