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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릉 암봉이 돋보이는 산 |
물과 불로 오유가 된 원통암
위치: 충청북도 단양군 대강면 교통: 단양-대강면행 버스(황정에서 하차) |
사진:황정산 정상암릉의 소나무-마주 보이는 산은 도락산
불과 물이 산사 하나를 폐허로 만들어버렸다. 산사란 황정산에 있던 원통암을 말한다. 4,5년전 황정산에 올랐을 무렵의 원통암은 작지만 아담한 절이었다. 절이 위치한 황정산 계곡안은 옆으로 책을 꽂아 놓은 듯한 혹은 관음보살의 다섯손가락처럼 생긴 바위인 칠성암이 묘석의 역할을 하고 있고 뒤로는 병풍처럼 암벽이 둘리어져 절을 보호하고 있었으며 절의 남쪽으로부터는 짧은 계곡에서 나오는 물이 거대한 슬랩바위아래로 흘러 절간 좌측의 치마바위를 타고 절 밑으로 떨어졌다. 그런가 하면 앞에는 기형의 바위들을 암봉들 꼭대기에 얹은채 올산이 솟아있고 저수재로 올라가는 길목인 올산리일대 산간분지가 내려다 보인다. 그러던 산사가 오유로 변한 채 젊은 승려들 몇이 중창의 첫삽을 막 들고 있는 참이었다. 작년 4월 초파일 불의의 화재로 산사는 불탔고, 절로 가던 개울가의 넓은 길은 이지역일대를 강타한 몇년전의 대폭우로 길은 물론 자취도 없을 정도로 파헤쳐졌고 계곡자체가 사태가 난 듯 휩쓸려내려가 등산로는 커녕 절로 올라가는 길만들기도 어려운 판이다. 하루밤사이에 수백밀리미터의 폭우가 온 내린 단양일대의 산은 아직도 산록 곳곳마다 사태가 난 흔적을 남기고 있는데 그나마 숲이 울창하였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산전체가 떠내려가지 않았으리라는 보장이 없을번했다.
도락산이나 황정산, 수리봉등 이 근처 산을 올라가는 사람들은 계곡길이 엉망이 된 사실을 누구나 보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 근처산에서 계곡길 산행은 무척 어렵게 되어있다는 사전지식이 필요하다. 황정산으로 가는 길은 단양팔경중 사인암으로 우선 가야한다. 사인암에서 단양군 대강면과 경북 예천군을 연결하는 573번도로(남조천을 따라 백두대간 저수재를 넘어 경북 예천으로 연결돼 있다)를 2킬로 정도 올라가면 황정리로 들어가는 계곡길이 보인다. 이 길은 포장한 지 얼마 안되는 도로이다.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원통암계곡을 가로지른 다리를 지나게 되고 얼마안가 포장도로는 끝나고 비포장도로가 숲사이로 나 있다. 이 길을 2킬로 정도 들어가면 산위로 올라가는 비포장도로가 나뉜다. 이 도로가 원통암으로 올라가거나 황정산을 등산할 때 이용하는 길이다. 길은 요철이 심하고 비로 도로중간이 파손된 곳이 더러 있지만 한국불교 조계종 원통암 1km 표지판이 있는 계곡 아래까지 들어갈 수 있다. 흐르는 수량을 감당하지 못해 계곡양쪽이 흉하게 잘려내려간 개울가엔 곳곳에 거대한 암석이 흙속에 돌출되어 있고 계곡바닥이 암반일 경우 돌이란 돌은 말끔히 쓸려내려가 와폭처럼 변한 황량한 분위기이다.
사진:황정산 정상
무심한 개울물만이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재줄대며 흐르고 있을 뿐이다. 이 계곡에서 돌과 바위사이로 길을 찾아 1킬로 정도 올라가면 (토사가 무너져내릴 위험이 있는 곳엔 밧줄이 매어져 있으므로 유의할 것)원통암이다. 옛날같으면 치마바위위로 원통암이 보여야 하는데 치마바위위로는 바위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도록 할 목적으로 줄을 매는데 사용했던 스테인리스 스틸 막대 두 서너개가 계곡을 내리비치는 햇빛에 번쩍거릴 뿐이다.
이럴 수가 있는가? 고려 공민왕때의 고승 나옹화상이 개창하여 수도하던 천년고찰이라던 원통암이 불과 몇년 사이에 흔적을 찾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고있는 것이다. 절이 있었던 곳에 젊은 스님들이 구들짱 공사를 하고 있다. 절이 있었던 사실을 알려주는 것은 빈마당한쪽에 걸어놓은 비교적 작은 규모인 종밖에 없다. 원통암 옆의 거대한 치마바위옆을 흐르는 개울과 개울이 흐르는 계곡도 사태가 난듯 양옆이 패어 토사가 드러난 곳이 많다.
능선으로 올라가는 길은 숲속에 있다. 길을 따라 올라가면 능선으로 가는 길과 조그마한 계곡으로 가는 길이 나뉜다. 계곡길로 올라가면 바로 능선안부에 닿는다. 이 계곡길에도 폭우의 피해가 보인다. 이 길은 급경사여서 가만히 서 있어도 미끄러져 내릴 정도이다. 그러나 숲이 깊어 공기가 서늘하다. 길은 계곡 오른쪽으로 나 있다. 이런 길을 10분정도 올라가면 안부에 닿게 된다. 안부에서 왼쪽으로 20여미터 가면 전망대 바위봉우리가 나타난다. 이 봉우리에서는 황정산 정상과 정상에서 흘러오며 암봉 3개를 솟구친 능선을 볼 수 있다. 황정산에서 850봉으로 오는 안부의 일부가 시야에 가려져 있기 때문에 황정산정상은 독립봉처럼 보이기도 한다. 암봉들은 꼭대기가 몇개의 둥근 바위들이 모여 형성된 것으로 바위 사이사이에는 소나무가 서있어서 보기가 좋다.
사진:생목과 사목의 차이
봉우리들은 모두 준수하게 생겨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다. 황정산의 아름다움과 등반성의 의미가 여기 이 전망대에서 보이는 경관에 축약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황정산은 암봉을 지나 멀찌감치 떨어져 잡인의 접근을 불허하는 듯 의연하다. 그러한 자세에 눌리고 암봉들을 거쳐 그곳까지 간다는 어려움을 미리예상하고 실제로 850봉까지만 갔다가 되돌아 오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렇지 않으면 850봉에서 직치로 내려가 버린다. 정상은 암봉을 내려가 한참(850봉에서 정상까지 왕복하는데 적어도 1시간 40분이상소요)되돌아오기에 꼭 알맞은 거리에 정상이 솟아 있는 것이다. 전망이 아름다운 이 봉우리(지도상에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주능선에서 조금 비켜있기 때문에 주능선의 상당부분이 시야에 들어온다. 황정산은 산록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으나 숲사이로 높은 단애가 보이고 산록이 몹시 가파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쪽으로 통하는 시야를 가로막고 있다. 정상 능선은 남으로 갈수록 조금 높아지나 대체로 테라스를 이룬듯 평평해보인다. 황정산은 꽤 멀리 떨어져 있다. 실제로 1.4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다. 안부를 지나 급경사를 조금 오르면 주능선 안부에 닿는다. 오른쪽으로 조그마한 암봉이 있고 암봉꼭대기로 올라갈 수 있도록 로프가 매어져 있다.
이 암릉을 하산길로 하여 능선을 따라 내려가면 올산천 아래쪽 황정리에 도착할 수 있다. 안부에서 왼쪽암봉으로 올라가는 길이 황정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암봉을 올라가면 숲길이 나오고 곧 황소잔등처럼 평탄한 바위가 나오다 차츰 바위들의 요철이 심해지면서 바위사이로 계곡이 내려보이기도 하고 노송이 줄지어 나오는 암릉이 되며 황정산이 바로 앞에 다가서는 전망대다. 소나무가 있는 이 전망대 바위중간의 조그마한 홈에 갈색 뱀 한마리가 또아리를 틀고 있다. 녀석은 접근하는 기색을 느꼈는지 아가리를 벌리고 공격할 준비태세에 돌입해있다. 이 근처는 정상아래 깊이 패인 계곡이 보이며 정상에서 850봉으로 이어지는 암릉이 보이는가 하면 바로 앞에 시야를 가로 막고 있는 850봉이 보이는 꽤 좋은 전망대다.
그러나 아까부터 무언가 허전한 느낌이 들어 주위를 살펴보니 그 사이에 이 능선에 산불이 났던 흔적이 보이기 시작한다. 특히 시야안에 들어온 노송과 거의 오버랩되다시피 숯검정이 되어 서있는 큰 나무의 검은 사목의 줄기가 생명력 넘치는 생목과 나란히 서있는 것을 보니 산불의 흉칙한 결과에 고개를 내젓지 않을 수가 없다. 잔솔나무숲도 불에 타 앙상한 가지만 남았다. 이 바위를 내려서면 낭떠러지다. 4년전 이곳에 왔을 때 단 3미터의 슬링이 없어 처음 주능선에 도착했던 안부까지 되돌아가 암릉아래로 난 길로 이곳 낭떠러지 아래로 진출했던 기억이 난다. 이곳에서의 경험으로 그 이후 자일과 슬링을 구입했던 것이다. 높이는 10미터가 채 안되지만 거의 직벽에 가까운 암벽인데 옆으로 내려가면 땅과 2,3미터 거리로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 뛰어내리기가 어려워 안전한 길을 찾아 갔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산행에 요긴하게 쓰려고 특별히 자일을 가지고 왔는데도 그게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튼튼한 흰 로프가 매어져 있었던 것이다. 로프가 매어져 있더라도 초보자는 역시 혼자 내려가기엔 무리가 있을법하므로 동행자가 확보해주는 상황에서 오르내리는 것이 좋을 듯하다. 안부에 내려서서 숲속으로 들어가 정상으로 올라가면 멀리서 볼 때 삼각봉으로 보이던 봉우리가 역시 황소잔등처럼 평평한 테라스형 암릉으로 바뀐다. 노송이 줄지어 서있어서 노송가지아래로 보이는 계곡이 시원하다. 이 암봉이 850미터인 황정산 능선의 두번째가는 봉우리이고 가장 아름다운 봉우리이다. 이 봉우리의 황정산쪽 전망대에 서면 황정산과의 사이가 그냥 간단한 안부가 아니라 상당부분이 암릉과 암봉으로 연결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90미터 정도 아래의 이 안부로 내려서려면 바위사이로 길이 요리조리 이어지고 있고 급경사지역엔 로프가 설치되어 있다. 보기에 비해 그리 어렵지 않은 암봉사면 하강코스이다. 길이 또렷하여 길잃을 염려는 없다. 안부에 내려서서 첫번째 암봉전망대에 올라가 850봉을 뒤돌아 보면 거기엔 이 산행중 가장 아름다운 산이 치솟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850봉의 황정산쪽 페이스는 문자그래도 동양화의 준법에 맞춰 그린 살아있는 회화처럼 보인다. 이런 산과 느닷없이 마주 대하는 맛에 산행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산정엔 소나무가 한 그루 호령하듯 서있고 산록은 주상형 암석이 줄지어 늘어서서 암석미를 뽐내고 있는데 그 사이사이에 소나무가 들어서서 바위가 하늘을 향해 솟았듯이 자신도 그 뾰족하게 솟아 성긴듯, 조화로운 듯 하늘을 향하고 있다.
이 전망대에서 황정산 정상쪽을 보면 촛대바위처럼 생긴 암봉이 옆에 소나무를 창대처럼 치켜 세우고 솟아 있는 것이 보인다. 처음에 황정산을 찾았을 땐 산길흔적도 또렷하지 않았는데다가 촛대바위부근이 애매하여 되돌아 설 생각이 났었다. 그 땐 자일도 가져오지 않았던 탓도 있었다. 촛대바위로 가려면 전망대 바위에서 다시 전망이 좋은 바위암봉(암봉이라기 보다는 바위들의 집적이라고 하는 편이 낳을지도 모른다)을 넘어서서 털진달래가 꽃피려고 봉우리를 잔뜩 맺어놓고 있는 울창한 숲길을 조금 올라가야 한다. 숲사잇길은 갑자기 급해지고 한 사람이 겨우 통과할 수 있는 협착한 바윗사잇길이 나타난다. 바위사이로 길게 느려뜨린 로프가 보인다. 이 로프와 간간이 서 있는 가는 나무 줄기를 잡고 간신히 올라오면 노송이 나오고 이제부터는 짧기는 하지만 바위를 타야하는 구간이다. 바위위로 올라가기는 쉽다. 스텝을 올려놓을 수 있도록 모서리가 생긴 바위이기 때문. 암릉에 올라가면 자신의 균형감각을 최대한 발휘해야 하는 칼날 바위이다. 건너편은 아찔한 낭떠러지. 위험한 곳에 좋은 전망대가 있다고 이곳을 지나 조금 넓은 바위로 오면 지금까지 산행해온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이곳 바위를 내려서서 숲속으로 들어가면 3미터쯤 되는 직벽이 나오는데 역시 로프가 매어져 있고 중간에 발을 디딜 수 있는 얕은 홈이 있어서 올라가기엔 어렵지 않다. 이곳을 지나가면 숲은 가는 신갈나무군락지로 변한다. 대낮에도 어두울 정도이다. 이런 높은 곳에 가는 신갈나무 숲이 생긴 것은 짧게는 15년전쯤 길게는 20년전쯤 산불이 났다는 증거가 아닐까? 숲을 지나면 다시 황소잔등처럼 생긴 밋밋한 암릉이다. 노송이 줄지어 있어서 둘러보면 눈요기거리가 풍부하다. 이 경관은 어디서 본듯한 풍경이기도 한데 그것은 건너편에 보이는 도락산의 주릉 암릉의 어떤 부분과 비슷한 것이 기억된다. 암릉 양쪽은 아찔한 벼랑이다. 단애는 대흥사골쪽이 더욱 두드러진다. 대충 따져 보아도 150여미터는 실히 되는 듯하다. 이런 테라스형지형이 황정산 정상의 지형적 특성이다. 즉 황정산 정상의 높이는 959미터인데 900미터 이상인 테라스의 길이가 500미터나 된다. 이 모양은 도락산쪽에서 보면 거함이 바다에 떠있는 양상으로 보일 듯하다.
이부분을 지나면 정상인데 정상부근은 예의 어린 신갈나무숲이 울창하여 조망이 없다. 조망을 보려면 정상에서 조금 더 남쪽으로 나와야 한다. 그러면 테라스형 암릉이 이어지면서 눈앞에 수리봉이 다가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수리봉옆으로 벌재너머 경상북도 땅에 있는 천주봉이 살짝 보인다. 황정산 능선 어디서든지 백두대간이 보이지만 정상암릉에서는 더 가까이 보인다. 벌재에서 황장산-대미산까지, 저수재부근에서 묘적봉-도솔봉-연화봉-비로봉까지가 조망된다. 대미산에서 문수봉-하설산은 물론이고, 만수봉-월악산 능선도 보인다. 이토록 조망이 좋은 것은 수리봉-황정산 능선이 백두대간에서 T자형으로 뻗어나왔기 때문이다.
4년만에 다시 찾은 황정산에서 느낀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좋은 산은 그냥 놔두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그새 또렷해진 산길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산길은 850봉에서 도락산과 황정산사이의 고개인 직치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 아니면 주릉을 따라 계속 내려가면 황정리로 빠질 수 있다. 원통암 아래까지 차로 올라올 경우 산행시간은 6시간정도면 가능.
첫댓글 도락산과는 다른 산 인가요 많이 험하지만 잼있고 스릴있는 산이던데.....
도락산과 비슷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