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대한민국 종단 622km에 실패한 뒤 절치부심하며 명예회복을 별러 왔지만, 몸이 생각만큼 회복되지 않아 애가 탔다.
참고로 횡단전 2개월간의 작년과 올해의 연습량을 비교해 보면
2004. 7.26~9.25 38회 702km
2005. 7.16~9.15 36회 587km로 금년엔 115km가 적었으며,
또한, 몸무게도 작년엔 60kg을 넘지 않았는데 올해는 61kg으로 불어났고,
더욱이 올해엔 연습량은 적었는데도 몸엔 무리가 갔는지 9.13부터 목감기에 걸려 감기약을 지어다 먹어 봤지만 좀처럼 차도가 없어 결국 감기를 안고 참가할 수 밖에 없었고, 지난번 횡단실패를 거울삼아 진통제를 먹지 않기로 했기에 더욱 조심스럽게 Race를 펼칠 수 밖에 없어 초반과 중반 부진의 원인이 되었다.
2005.9.16(금)
이번에도 오류역앞 열린의원 조학원 원장님에게 테이핑을 부탁했다.
진통제를 먹지 않겠다 했더니 더욱 신경을 써 정성스럽게 해 주신다.
12:30 전세버스에 올라 14:00 창후리에 도착
시간이 많이 남았기에 잔디밭에 누워 잠을 청했으나 잠이 오지 않아 눈만 감고 있다가 16:00 식사를 했다.
‘삼숙이탕’이라는데 시원하고 맛도 있다.
역시 3공기를 먹어 치웠다.
다시 잔디밭에 누워 있다가 6시가 넘기에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화장실에가 볼일도 좀 보고 하면서 기다리다 7시에 맨 마지막으로 Start Line을 넘어섰다.
천천히 뒤따라 가고 있는데 황선용님이 보이기에 보조를 맞춰 가며 달렸는데 많은 사람으로 이루어진 큰무리를 뒤따라 달리는데도 전체적으로 상당히 빠른 Pace여서 11km 지점인 하점면 소재지를 1시간만에 통과했다.
모두들 준비를 단단히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1시간이 지났기에 어느 정도 몸이 풀렸다고 생각해 조금씩 속도를 높여 추월해 가다 보니 혼자가 되었는데, 강화읍내에서 이강연님을 만나 동반주하다 강화대교(20km 지점)를 2:10만인 21:20 통과하자마자 왼쪽 가운데 발가락에 이상신호가 오기에 신신파스로 감았다.
날씨는 선선하여 달리기에 딱 좋더군.
누산리(33.6km)에 가니 11시가 되고 김포에 가서 식사하면 늦을 것 같아 거기서 식사를 하기로 하고 건너편에 ‘송원칡냉면’집이 문을 열었기에 들어갔다.
고화중·양중환님이 청국장을 시켜 놓고 기다리고 있기에 난 뼈다귀해장국을 시켰다.
양도 풍성하고 맛있어 보이는데 어쩐지 고기는 먹고 싶지 않아 건져 버리고 국물에 밥만 2공기를 말아 먹었다.
여기서 고화중님이 홍삼절편 1봉지를 주셨는데, 횡성터널 통과후 요긴하게 허기를 채울 수 있었다.
식사를 하고는 김포벌의 직선도로를 달려 사우리지하차도(41.7km)를 5시간만인 밤12시에 지나 개화동 50km CP에 24:52 도착했다.
김용주님,서상돈님,김주영님 등 많은 봉사자들이 열심히 봉사하고 있는데, 정말 공지한대로 500ml 생수 딱 1병만 준다.
1병 더 달라 했더니 규정상 안된다며 딱 자른다.
좀 야속했지만 어쩔수 없이 한강에 나가 사 마셔야지 했는데 마침 바로 옆에 가게가 있어 생수 큰 것 1병을 사 물주머니를 채우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 주라고 맡겨놓고 8분만에 다시 출발,
벌써 20명정도가 앞에 갔다지만 작년에는 50여명이 지나 갔었으니 주자들이 작년에 비해 상당히 신중하게 Race를 펼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행주대교 진입로를 잘못들어 양파밭을 가로질러 한강주로에 들어섰다.
정말 날씨 선선하고 좋더군.
컨디션도 생각보다는 괜찮아 1시간만에 염창교(60.2km)를 지나 성산대교를 02:15에 지났는데 누산리에서 식사한지 벌써 4시간이 지나 식사를 해야할 시간이다.
마침 성산대교 바로위 양화선착장에 스낵카가 있기에 들어가니 면류만이 아니라 밥도 있어 비빔밥을 시켰다.
생각보다 맛도 있어 20분만에 가볍게 비우고 올라 가는데 이번엔 오른쪽 발가락에 이상신호가 와 다시 신신파스로 감았다.
왼쪽도 벗어보니 파스가 벗겨져 있어 다시 고쳐 감고 여의도 마라톤출발지점에 03:07도착.
거기서 어느 마라톤클럽인지 모르지만 몇 분이 기다리고 있다가 물을 1컵 주는데 거절하자니 너무 뻣뻣하다고 할 까봐 그냥 받아 마시고 63빌딩을 지나 76km 지점인 동호대교를 04:07에 통과했으니 정확히 1시간에 10km 주행이다.
성수대교를 지나면서 두분을 만났는데 앞에 David가 가고 있는데 아주 잘 달리니 같이 가란다.
과연 조금 더 가니 David가 걷고 있어 “Follow me"했더니 옆에 붙는데 역시 상당한 속도로 달린다.
한참 보조를 맞추어 달리다 양재천을 건너면서 무리다 싶어 속도를 줄였더니 같이 줄여 달리더니 잠실선착장에서 물을 사겠다며 매점으로 가기에 어차피 Pace가 맞지 않아 계속 동반주는 어려울 것 같아 좀 아쉬웠지만 그대로 혼자 달렸다.
풀코스 2회째 거리인 잠실철교(84.3km)를 9:57만인 04:57에 통과,
아직은 예정된 pace다.
여의도 깃점 20km 지점을 통과하고 있는데 누가 쫓아 오기에 보니 벌써 한참 앞에 갔을 줄 알았던 박용각·함찬일님이시다.
어떻게 된거냐고 물으니 졸려서 잠실선착장 주차장에 앉아 있었단다.
그 지점을 David와 지나면서 두 분을 보긴 봤는데 자세히 못 봐 알아보지 못했었다.
500m쯤 같이 가다 박용각님이 매점으로 들어가 다시 혼자 천호대교에서 천호사거리로 접어 들었다.
이제 앞에는 5분전에 지나간 김재현님 뿐이라고 천호대교에서 안내를 하고 있던 강영석님과 김주영님이 알려준다.
그러나 양화대교에서 식사한지 3시간이 지나 벌써 시장기가 느껴지기에 무조건 문을 연집에 들어가자 하고 가다보니 천호4거리 못미처에 춘천닭갈비집이 문을 열었기에 들어갔다.
메뉴가 삼계탕과 막국수 밖에 없어 막국수를 시켰다.
값은 2,900원으로 매우 쌌지만 맛은 별로더군.
20분만에 먹고 나와 조금 가다보니 아주 큰 24시 설렁탕집이 있다.
조금만 더 참고 올걸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어쩔수 없는 일이다.
길동사거리(89.7km)를 11시간만인 06:00 지나 고덕동 고개를 넘어 하남시로 가고 있는데 06:20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점점 거세어져 GS주유소 맞은편 건물에서 잠깐 비에 대비하여 녹음기와 돈을 비닐로 감싸고 출발.
빗줄기가 점점 거세어 진다.
하남시까지는 그리 멀지 않아 100km CP에 11:58만인 06:58도착.
가급적 11시간 정도에 들어 갔으면 했는데 일단 1시간이 늦었다.
공식기록은 07:16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칩 체크시간이 늦어서 그리 된 것이다.
박용각·함찬일 님이 먼저 도착해 있다가 떠나고, 난 8,000m 김학윤 의료자문위원님의 테이핑 서비스를 받았다.
발가락마다 정성스럽게 테이프를 감아 주시면서 절대로 진통제를 먹지 말라고 당부하시기에 먹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다.
만남의 광장(116.7km)까지는 사 먹을 곳이 없기에 준비했던 골뱅이와 고추참치 통조림을 1캔씩 넣고 20분만인 07:20 출발
비가 계속 거세게 내리는 가운데 악명높은 터널 5곳을 김학윤 자문위원님이 주신 솜마개로 귀를 막고 비교적 수월하게 통과하여 봉담대교와 양수대교를 건너 가는데 앞서갔던 박용각·함찬일님이 과일가게에 있다가 나온다. 박용각님과 보조를 맞추어 달려나갔는데 박용각님이 곧 앞서 나가기에 뒤따라 가다가 선두로 가던 김재현님을 만났다.
계속 박용각님을 뒤쫓아 가는데 점점 멀어지더니 이제는 보이지도 않는다.
한참을 가다 가만히 보니 순주행 방향은 차량이 엄청 많아 매연이 상당히 심한데 건너편은 차량이 아주 한산하다.
그래 건너가서 한동안 달리다 보니 용담대교에서 그만 옛길로 접어 들어 버린다.
낭패였지만 어쩔 수 없이 옛길로 가고 있는데 산옆이라 공기도 좋고 또 염려와는 달리 용담대교보다 많이 우회하지도 않아 거리상으로도 별로 손해가 없는 것 같았다.
다시 배가 고파 오기에 골뱅이 통조림을 따 먹어보니 이건 영 기대와는 딴판이다.
어찌나 질기고 맛이 없는지 조그만 걸로 2개 먹고 국물만 마시고는 버릴까하는데 마침 월계리 입구에 과일노점이 보인다.
살았다 싶어 들어가 사과를 1개 사 깎고 있자니 주인아저씨가 식사를 하다가 밥을 먹겠느냐고 묻는다.
이게 웬떡이냐하고 염치불고하고 좀 주시라 했더니 남아있던 밥에다 드시던 것까지 더 덜어 주신다.
그러나 국물이 없어 잘 안넘어 가기에 물에 말아 멸치조림과 된장을 곁들이니 술술 넘어가 잘 먹고 쓸모없게된 골뱅이와 고추참치캔을 드렸다.
밥값은 안 받으시더군.
기운을 얻어 신원역을 지나 국수리와 아세아연합신학대학을 지나가니 작년에 식사했던 지중해카페와 휴게소가 나타나더니 곧 왼쪽으로 빠지는 길이 나타나고 그 쪽으로 현대오일뱅크가 보이는데 그 길이 양평을 우회하는 새로난 길인 것만 같아 누구에게 물어 확인해 보고 싶었으나 지나가는 사람이 없다.
불안했지만 그냥 계속 앞으로 달려 갔다.
오빈리가 나오니 더욱 긴가민가한데 한참 가다보니 박용각님과 함찬일님이 다시 버스정류장에 있다가 나온다.
길을 잘못 든 것 같은데 이제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했더니 맞는 길이라고 한다.
함께 어울려 달려 가고 있자니 곧 이성윤님과 정은경님이 갈림길에서 안내를 해 주신다.
양평공업사 자리는 지금도 자동차수리공장인데 ‘현대○○○’이라고 씌어 있더군.
셋이서 양평우회도로의 야트막한 고갯길을 넘어 만남의광장휴게소(116.7km 09:35)를 지나 아세아연합신학대학(120.3km 09:55)을 거쳐 기분좋은 휴게소(130km)에 11:00 도착,
여기서 두 분이 뭘좀 먹겠다며 지체하기에 천천히 뒤따라 오라하고 앞서 달려 5km 정도 가서야 다시 만났는데 용문휴게소(137.7km 16:50)가 나오기에 난 식사를 하고 가겠다며 다시 쳐졌다.
돌솥비빔밥을 시켜 먹어보니 먹을만 하다.
30분만에 식사를 마치고 나와 혼자서 151CP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
151CP가 용머리휴게소에 있는 줄 알았더니 1km 정도 앞의 교차로 밑에 있단다.
18시간54분만인 13:54도착
작년엔 18시간 20분만에 도착했으니 40분정도 늦은 셈이다.
그런데, 앞서 갔던 박용각·함찬일님이 횡성쪽으로 내려오지 않고 그냥 직진해 버렸다며 김학윤님이 데리러 갔단다.
1km 정도를 더 갔다 돌아 오셨다니 기분이 좀 상하셨을 것 같다.
두분이 먼저 출발하고 나도 도착후 6분만에 뒤따라 출발
이제는 비가 그치고 햇빛이 따가운데다 몹시 무덥다.
2km정도 가서 다시 두분과 합류하여 달리다 박용각님이 졸립다며 갈운수련원(156.7km 14:40)앞 버스정류장으로 들어가고 함찬일 님은 뒤에서 걸어오고 있어 다시 혼자가 되어 달리다 공주휴게소(159km 14:58)부터 시작되는 도둑머리고개(160.3km)를 걸어 올라가 14분만인 15:12 도착
그런데, 약수물이 나올 줄 알고 151cp에서 물을 보충하지 않았는데, 아뿔사! 약수물이 나오지 않는다.
가게에 들어가보니 주인할머니가 생수를 팔지 않는다며 할머니가 먹을려고 떠다놨던 물을 가져가래서 그걸로 보충을 하고 다시 풍수원 성당을 지나는데 벌써 배가 고파온다.
마침 식당이 하나 있긴 한데 어쩐지 내키지 않아 그냥 지나쳐 고개를 올라가 정상(163.6km 16:00) 오른쪽에 있는 카페로 들어갔다.
곰탕이 있기에 시켜 놓고 의자가 모두 소파라 젖은 몸으로 앉을 수가 없어 비닐보조소파에 앉아 먹고 있는데 박용각님도 들어오신다.
갈운수련원 앞에서는 사람들 때문에 못자고 그냥 왔단다.
식사 끝나고 자겠다고 하기에 나도 졸립기에 잠깐 자기로 했다.
주인여자분이 준 신문지를 소파에 깔고 좀 자고 일어나니 30분이 지나갔더군.
개운하진 않았지만 그런대로 괜찮아 방에 누워 자고 있는 박용각님을 깨워 1시간만인 17:00 출발했다.
풀코스 4회째 지점인 왕래교(169.1km)를 22시간 40분만인 17:40 통과
작년엔 21시간25분만에 통과했으니 1시간15분이 늦어졌는데 작년엔 한숨도 안잤지만 올핸 30분간을 잤으니 그리 많이 늦은편은 아니다.
왕래교를 지난 나지막한 언덕길에서 박용각님이 휴대폰을 받느라 지체하기에 그대로 내 달려 신촌3거리(174.8km 18:15)에서 우회전하면서 길가 과일노점에 계신 분들한테 조금 있다 나 같은 사람이 오거든 내가 간 방향으로 가도록 알려주라 부탁하고는 계속 횡성터널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
도중 학곡2리 앞에 영동주유소가 있는데, 이 주유소가 지난 종단때 내가 소파에서 잠좀 자자고 했더니 매정하게 거절했던 그 주유소인 것 같더군.
100m 쯤 위에 내가 잠을 잤던 창고같은 건물도 있고 한 걸보니 틀림없는 것 같아 새삼 그 때의 Race가 후회스럽고, 좀 더 잠을 자면서 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에 아직도 가슴이 좀 쓰려온다.
횡성터널(177km 18:32)을 3분만에 통과하여 다시 배가 고프기에 고화중님이 준 홍삼절편을 꺼내 먹고 있는데 박용각님이 어느새 쫓아 오셨다.
아까 왕래교에서 여기까지 8km를 제법 빠른 속도로 왔다고 생각했으나 52분만에 왔으니 생각만큼 빠르진 않았나 보다.
어쨌든 깜깜한 밤길에 동반자가 생겨 마음 든든하다.
덕분에 지루한줄 모르고 섬강교, 전천1교(180.9km) 등을 지나 잘 달렸는데 전천1교를 지나 조금 가더니 박용각님이 한 5분간 걷겠다며 쳐져 다시 혼자가 되어 달렸다.
추동교를 지나 용둔리를 지나자 오른쪽에 보신탕집이 보인다.
신영우님이 밤새 문을 열어 놓겠다고 말한 바로 그 집인가보다 하고 들어갔다(19:50)
사람들이 꽤 많다.
보신탕을 시키고 물주머니에 뜨거운 물을 담았다.
10분쯤후 탕이 나왔는데 좀 쉰 듯한 냄새가 나고 맛도 그런 것 같았지만, 이걸 기어이 다 먹고야 말겠다고 다짐을 하면서 눈 딱 감고 계속 퍼 넣었다.
고기가 어찌나 많은지 고기만 먹었어도 배가 불렀지만 밥까지 기어이 다 먹었다.
여기서 먹은 보신탕 힘으로 황제와 태기산을 무사히 넘을 수가 있었다.
다른 음식은 3~4시간만 되면 다시 배가 고파 오는데 이 보신탕은 7시간은 가는 것 같다.
20:35 가장 길었던 45분간의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비도 좀 약해진 것 같다.
밥 기운으로 다시 달리기 시작하여 휘영청클럽(189.7km 20:53)을 지나 갔는데 작년엔 05:21에 지나 불이 꺼져 있고 을씨년 스러워 폐업한 줄 알았었는데, 오늘은 또다시 휘황찬란하다.
승용차도 1대 서 있는 걸 보니 장사가 되긴 되는가 보다.
산전리 만판가든을 지나 언덕길을 올라 서니 앞에서 누가 걸어 오고 있다.
박용각님이다.
내가 식사하는 동안 앞 질러 갔다가 고개넘어 버스정류장에서 자고는 방향감각을 잃고 뒤돌아 오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100m정도 밖에는 올라 오지 않았더군.
박용각님은 이런데엔 상당히 대범하여 낮에 151cp에서도 직진하는 바람에 2km를 손해 보았는데도 “그 까짓것”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더군.
다시 동반주를 시작하여 황재입구까지 잘 갔는데 길이 새로 뚫려 황재로 곧바로 올라가게 되어 있다.
거기서 박용각님이 염소탕집에 식사하러 들어가 다시 혼자가 되어 황재를 오르기 시작했다.
남산보다도 훨씬 완만하여 둔내 12km 이정표가 있는 지점(196.2km 21:46)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
그러나, 거기서 부터는 경사가 가파라 이후 내리 걸어 황고개 버스정류장(198.5km)에 22:22 도착, 1km 정도 더 가서야 갑천면과 둔내면 표지판과 ‘여기는 황제정상입니다’하는 표지판이 서 있다.
다시 굵어진 빗줄기를 헤치고 내리막을 한참이나 달린 끝에 204km cp에 23:00 도착, 28시간이 소요되었으니 작년의 26시간 25분 보다 1:35 더 걸렸다.
많은 분들이 식사를 하고 있는데 난 식사한지 얼마되지 않았기에 다시 태기산 넘어 장평지나 진부까지 가면서 먹을 셈으로 ‘햇반’ 2개를 싸고, 이제는 생수가 싱거워 못 먹겠기에 ‘2%’로 물주머니를 채워 놓고 하다 보니 30분이 훌쩍 지나 가는데 아까 황제 오를 때 좀 졸렸기에 태기산 넘어 가면서 틀림없이 졸 것 같아 미리 자 두기로 하고 강영석님에게 30분 후에 깨워 달라 하고 방으로 들어가 5분쯤 후에 잠들었다.
강영석님이 30분 됐다며 깨우는데 정말 일어나기 싫더군.
이대로 포기하고 잠이나 실컷 자고말까하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스쳤지만 명색이 선두주자가 그럴수는 없어 간신히 몸을 일으켜 다시 젖은 옷을 입을려니 상당히 처량하더군.
도착한지 1시간이나 지났는데도 박용각님은 아직 오지 않았다하여 또 다시 혼자 길을 나섰다.
나보다 3:20이나 늦은 02:30에 도착한 걸 보니 아마도 잠을 실컷 주무신 듯 하다.
거기서 둔내를 지나 태기산 입구를 거쳐 집들이 드문드문 있는 완만한 언덕길을 계속 달려 마지막 식당이 있는 지점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
거기서부터 정상까지는 내리 걸어 올라가 03:07 마침내 222.2km 지점인 양구두미재 정상에 섰다.
강화에서 출발한지 32시간07분이 경과한 시점이다.
작년엔 30시간만에 올라 왔었으니 2시간이 늦은 셈인데, 잠을 1시간 더 잤고 식사를 좀 자주한 탓인 것 같다.
희한한 것은 마지막 식당에서 고개정상까지 가는 동안 7부능선쯤에서 만난 안종길 광주지맹 회장님의 차를 제외하고는 정말 차 1대도 보지 못했다.
추석전날인데다가 비가 내려 그랬나?
그리고, 가끔 졸음이 오기는 했지만 그때마다 퍼뜩 정신을 차려 다행히 졸지는 않았다.
바로 내리막을 조심스럽게 달려 내려 갔는데, 진통제를 먹지 않아 어떨까 했으나 생각보다 아직까지는 통증이 없다.
그래도 혹시 몰라 속도를 줄여 가며 달려 안흥3거리(228.1km)에 04:00 도착
6km에 53분이 소요되었으니 꽤나 조심스럽게 달린 것이다.
안흥3거리도 완전히 바뀌었더군.
정면에 있던 산채식당은 없어지고 커다란 건물이 들어서 있고 바로 밑에 비를 피할만한 건물이 있어 내려가니 D.C마트다.
음료수 상자를 깔고 앉아 ‘햇반’을 고추장에 비벼 먹었다.
국물이 없으니 잘 안 넘어가 ‘요쿠르트’를 조금씩 마셔가며 먹으니 그런대로 먹을 수 있었다.
봉평쪽으로 계속 내려가다 작년처럼 바로 장평으로 가는 우회도로로 달려 갔는데 이길은 작년엔 한 낮에 통과해 지루하다 했더니 올해는 깜깜한 밤인데도 역시 지루하다.
비가 계속내려 녹음기 꺼내기도 마땅치 않아 메모도 남기지 않고 장평을 지나치면서, 식당문 연곳이 없나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기운도 많이 떨어져 천천히 달리다 걷다 하면서 250km cp인 이화주유소에 7:01에 도착하여 36시간이 경과했고 작년 33시간 41분에 비하여 2시간20분이 더 걸렸다.
악천후와 취침시간, 식사시간 등을 따져볼 때 주행시간이 늦은 것은 아니다.
안종길님한테 빵만 1개 얻어 담고 다시 속사삼거리(252.7km 07:31)를 지나 속사리재는 걸어 올라가면서 빵으로 허기를 달랬다.
30분만인 08:00 속사리재 정상(255.1km)에 올라 다시 진부까지 이어지는 지루한 내리막길을 달려 가는데 또 다른 옛길이 나란히 16번 도로교차지점까지 이어지고 있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 그쪽길이 훨씬 완만해 보이고 바닥도 고르게 보였지만 정도를 가자하는 생각에 그냥 큰길을 고집했는데 다음에는 그 길로 한번 달려 보고 싶다.
진부읍내로 들어가 옛 버스터미널 앞(261km)에 08:55에 도착하니 산채로 유명한 ‘부일식당’이 문을 열었기에 들어가 정식을 시켰더니 혼자는 안된대서 산채백반을 시켰다.
반찬이 18가지나 나온다.
입맛을 잃은 상태이지만 골고루 맛은 봤다.
두부도 직접 만든 것일텐데도 맛이 없어 못 먹었다.
밥도 1공기 이상은 못 먹겠더군.
30분만인 09:25 식사 마치고 나와 바로 싸리재를 향하여 달렸다.
아직도 밥을 먹거나 잠깐이라도 쉬면 1시간 정도는 쉬지 않고 달릴 수가 있어 좋다.
다만, 오른쪽 발바닥이 지난 종단때처럼 뜨겁고 아팠지만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다.
월정사와 강릉 갈림길(266.1km 10:10)을 지나 오대산 주유소(270.3km 10:45) 못 미처에서 부터 다시 걷기 시작해 싸리재 정상(273.7km)에는 40시간 26분만인 11:26에 섰다.
작년의 37시간45분보다 2시간40분정도 늦은 시간이다.
거기서 280km cp 담당분을 만났는데 선두가 어디쯤 오는지 보기 위해 오셨다기에 먼저 가시다 작년과 달리 대관령 옛길로 가게 되어 있는데 잘 모르겠으니 안내좀 해 달라 부탁하고는 이제는 다 왔다는 생각에 다시 힘을 내어 달렸다.
또 다른 진행차량이 지나가기에 다시 안내를 부탁했더니 모두 입구에서 기다리고 계신다.
와중에 이정옥 조직위원장님과 이용식 회장님도 만났고 …
표지판에 선명하게 '대관령 옛길'이라고 표시되어 있어 헷갈릴 염려는 없더군.
옛길로 접어드니 바로 언덕길이라 좀 걸었다.
언덕을 내려가 얼마 가지 않았는데 갑자기 이용식 회장님이 차를 돌려 오더니 여기가 280km cp라며 11:56 도착이라고 말씀하신다.
그러면 여기서 식사를 하겠다 하고 물을 1병 얻어 ‘햇반’을 꺼내 물에 말아 고추장을 찍어 먹으니 맛도 있고 술술 잘 넘어간다.
식사하는 동안에 최성열 부회장님을 비롯하여 많은 분들이 모이셨다.
14분만에 식사 끝내고 다시 출발했는데, 어랍쇼! 또 오른쪽 발바닥이 아프다.
그래 신신파스를 다시 붙이고 서서히 걸어 보는데 최성열 부회장님이 지나가면서 걷기 어려우냐고 물어 괜찮다고 말씀드렸다.
곧 다시 속도를 내 달리기 시작했는데 대관령 휴게소까지 3km밖에 안된다는데도 상당히 멀게 느껴진다.
실제로 12:10에 280cp를 떠나 12:52에야 대관령 휴게소에 도착했으니 3km에 무려 42분이나 걸렸다는 것은 파스 붙이느라 5분정도 소요 되었다 하더라도 너무 많이 걸렸다. 그렇게 천천히 달린 것은 아닌 것 같은데…
곧바로 대관령 아흔아홉굽이를 내려가기 시작했는데, 초반엔 의외로 통증이 없어 왠일인가 정말 진통제 안먹으니 몸이 그에 맞추어 적응된 것이 아닌가하여 상당히 고무되었으나 얼마 못가 무릎이 아파오기 시작하더니 점점 심해진다.
그러면 그렇지 역시 기적이란 없군 하고 최대한 속도를 줄여 내려 갔다.
어차피 이길은 아무리 발버둥쳐봐야 1시간 30분 이내로 달리기는 어려울 것이니 거리에는 신경쓰지 않고 달리기로 하니 마음은 편하다.
그러나 갈수록 통증이 심해지니 이제 정말 다시는 이 짓하지 말자하는 생각이 수없이 든다.
거의 탈진상태가 다되고 1시간 50분이 지나서야 드디어 옛 구산휴게소(288.7km 14:33)라 짐작되는 지점에 닿을 수 있었다.
진통제를 먹고서 내달렸던 작년보다 많이 늦은 줄 알았더니 8분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은 것이 참으로 신기하다.
일단은 무진통제 주행이 성공하는 순간이다.
거기서 승용차를 타고 가시던 분이 후발주자가 벌써 대관령을 내려오고 있다해서 이크 뜨거라 하고는 언제 다리가 아파 빌빌댔는지 모르게 다시 내달리기 시작했다.
작년기록과의 차이를 최소한으로 좁히고 뒷 주자와의 거리는 최대한으로 벌여 놓아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30분 정도 달리니 힘이 부쳐 속도를 떨어뜨릴 수 밖에 없었다.
그 상태로 강릉시내로 접어들어 GS 주유소를 지나니 이정표대로 SK 주유소가 나오고 직진하여 홍제IC 고가도로 좌회전으로 되어 있기에 그 고가를 지나 또 다른 고가가 있는 줄 알고 지나쳐 200m쯤 가도 앞에 고가가 안 보여 잘못되지 않았나 생각하여 길가에 앉아 있는 분에게 홍제고가가 어디냐고 물으니 이미 지나쳐온 고가를 가르키신다.
강릉시청 방향을 물으니 그길로 쭉 가면 된다 하고 …
하마터면 큰 실수를 할 뻔 했다.
되돌아서 고가를 지나 조금가니 바로 강릉시청이 나오고 교차로가 나오는데 이번엔 시외버스터미날을 찾으려고 신호대기중인 승용차에 가 물으니 바로 앞이란다.
보니 하이마트도 보여 그리로 갈려고 하는데 왼쪽길 저 멀리에서 빨간 컴프유니폼을 입고 있는 분이 그리로 오라고 손짓을 해 가보니 뜻밖에도 송파세상님이다.
그 길로 쭉 가면 된대서 다시 속도를 내 달리기 시작했다.
그 때가 15:40쯤이었는데 지도를 확인하지 않는 바람에 얼마남지 않은 줄 알고 잘하면 16시 안에 들어 갈 수도 있지 않을까하여 열심히 달렸으나, 이정표에는 없던 강릉대학교 앞으로 한바퀴를 돈다음 직진해 부영아파트를 지나 운정교에 가니 벌써 16시가 넘고 있다.
이정표상 이제 1.7km 밖에 남지 않았으니 16:15안에는 들어 갈 수 있겠구나 했는데 웬걸!
거기서 경포호수도 한참을 가서야 나타났고, 이제 1km만 가면 강릉지구전적비를 지나고 거기서 100m만 가면 해수욕장이구나 했으나, 강릉지구 전적비에서도 거의 1km는 더 가서야 드디어 해수욕장이 나타난다.
이 운정교(306.3km)에서부터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려 결국 45시간 22분에 Finish Line을 통과할 수 있었다.
Finish Line에는 많은 분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환영을 해주어 감격스러웠다.
이정옥 조직위원장님에게 꽃다발까지 받고 물을 2병 마시고는 숙소로 이동했다.
이번 기록을 보면 작년보다는 비록 2시간 41분이 늦었지만 작년에는 잠을 한숨도 자지 않았고 휴식 및 식사시간도 3시간 40분에 불과하였던 것에 비해 올해에는 잠 1시간, 식사 및 휴식시간 5시간 32분을 합하여 총 6시간32분을 빼면 순수하게 달린시간은 38시간 50분으로 작년의 39시간 보다 오히려 10분 빨리 달린셈이니 이 부분은 만족스러우며,
무엇보다도 무진통제 완주 약속을 이행하여 정말 기쁘다.
내년에 다시 달릴려는지는 그때 가봐야 알겠지만, 지금 심정으로는 대관령 내리막길 때문에 다시 달리고 싶지 않다.
사실 올해 30시간대에 들어오고 싶어 참가했는데 종단후 2개월 밖에 지나지 않아 몸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데다가 감기까지 걸리는 바람에 처음부터 그 목표는 포기했었고 나중엔 48시간 안에도 못들어 오는게 아닌가하여 걱정했는데 다행히 48시간 안에는 들어와 이점은 대단히 만족스럽다.
이번대회 조직위원장 이정옥님을 비롯한 수많은 자원봉사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면서 이 주행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