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산
괴산 보광산~백마산
전설이 살아 숨쉬는 고즈넉한 청산
보광산(539m)은 괴산군 사리면과 소수면의 경계에, 백마산은 괴산군 사리면과 음성군 원남면에 자리하는 산이다.
보광산~백마산 종주산행의 들머리는 34번 옛 국도가 지나가는 모래재 고갯마루. 등산안내도가 자리한 이곳에서 이곳 주민인 손근무(59년생)씨 부부를 만났다. 금년 1월 오랜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이곳으로 귀향하여 농사를 시작하였다는 중년 부부다. 귀농 첫 작품인 감자밭에서 오순도순 밭일을 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밀레의 대표작 이삭줍기 바로 그 그림이었다.
옛 중국 동진의 시인 도연명(365~427)의 귀거래사를 읊조리며 산길을 오른다. 상수리 신갈나무의 새잎이 싱그러운 호젓한 산길은 참으로 아름다운 숲길이다. 길목 길목 이정표를 만나는 산길을 이어 보광산 중턱에 자리한 보광사에 이른다. 하얀 진돗개가 꼬리를 흔들며 마중나와 취재진을 인도하는 조촐한 법당의 그 보광사. 일주인인 듯 절 앞을 지키고 선 고목은 어느덧 적멸의 길에 들어서고, 다섯 줄기의 노송도 머리가 하얗게 쉬었다. 인기척이 없는 법당 앞에는 고사리 표고버섯 등 산채를 널어 말리고-. 오 오, 오랜만에,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는 고즈넉한 산사의 좁은 뜨락에는 그득히도 불향이 넘쳐 흘렀으니.
다시 산길을 이어가면 왼쪽의 나뭇가지 사이로 석탑이 보인다. 내려선 절터에는 진초록 쇠뜨기가 눈부신 풀밭을 일구었다. 탑 정면에 세운 안내판을 읽어본다.
'괴산 봉학사지 오층석탑.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29호. 소재지 괴산군 사리면 사담리. 이 탑은 보광사 뒤편의 옛 절터에 남아 있다. 고려 초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4매의 지대석 위에 기단부가 얹어진 채 탑 몸돌 부분이 올라가 있다. 상륜부는 노반과 복발이 남아 있다. 초층을 제외하고 2층부터는 탑 몸돌과 지붕들이 1매의 돌로 이루어져 있다. 체감 비율이 약해서 경쾌한 맛이 없다. 1966년에 2층 지붕돌의 사리공에서 청동사리함과 청동불상이 발견되었는데 불상에서 '봉학산 봉학사' 라는 시주문이 발견되었다.'
5층석탑의 위쪽은 들머리에서 만난 등산안내도의 김판서 무덤으로 짐작된다. 왼쪽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보광산 정수리에 올라선다. 음성군에서 세운 정상석이 자리하는 정수리는 신록이 양산을 펼쳐 쉬어가기에 안성맞춤이다.
오늘 산행에는 방배우정산악회 최진무 회장(010-5212-5110)과 강영숙 시인, 허다경씨, 반계숙씨가 동행하였는데, 둘러앉아 간식을 나누었다. 최진무 회장은 사람과산의 오랜 독자로 취재산행에 도움을 주는 고마운 산꾼이다. 오늘도 승용차를 회수하려 이곳에서 들머리로 되돌아가고, 나머지 산꾼들은 다시 산길을 이었다.
북녘으로 이어가는 연초록 숲길은 휘파람이 절로 불어지는 멋진 산길이다. 사리면과 소수면 경계를 이룬 옛 고갯마루에는 어김없이 성황단 돌무더기와 성황목이 자리하여 일행중 한 여인은 소원을 담은 돌을 올려놓기도 한다. 별안간 황급히 걸음을 멈춘다. 등산화를 스칠 듯 스르르 뱀 한 마리가 지나간다. 금북정맥 주능선과 이별하는 삼거리에는 낡은 이정표가 소나무에 걸려 있다.
백마산을 향해가면 지금가지 뚜렷했던 산길은 다소 희미해진다. 삼각점이 자리한 379m봉을 지나면 제법 가파른 오름이 시작된다. 백운사로 내려가는 삼거리를 지나 보랏빛 구슬봉이가 무리지어 꽃을 피운 오름길을 허위허위 오르면 화강암이 조각품인양 자태를 자랑하는 바위능선을 이어 정수리에 올라선다.
백마산 정수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아름답다. 필자는 2004년 3월 서쪽의 백마령에서 시작하여 백마산~보광산~모래재로 종주하였는데, 언젠가는 사람과산 독자들에게 소개하리라고 생각했었다. 상촉암이라고 불리는 화강암이 자리하는 백마산 정수리에는 정성으로 쌓은 두 개의 돌탑과 정상석이 자리한다.
절벽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지나온 보광산 능선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굽어보는 동남쪽 중턱에 백운사 법당이 슬그머니 다가온다. 9년 전 들렀던 백운사에는 종루 속 범종의 비천상이 하늘을 날고, 자애로운 마애관음보살의 미소가 눈에 생생하다.
더더욱 빗돌에 새긴 백운산의 전설을 조금 소개하면 '이곳 백마산의 옛 이름은 지봉산 또는 소마산이라 불리었으나 조선조 인조 때 백마 한 마리가 이 산에 살았다고 하여 백마산으로 불렸다고 한다. 백마산 마루에는 상촉암이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있고, 동쪽은 조성산 박달산 월악산의 봉우리들이 구름떼같이 겹겹이 둘러싸이고, 남쪽은 보광산 너머로 저 멀리 속리산 문장대가 바로 눈앞에 들어오며, 서쪽으로는 두타산이 높이 솟아있으니 참으로 장관이다... 하략.'
그러나 소문에 의하면 요즈음에는 산꾼들이 거의 들르지 않는다고 하니 세월은 참으로 무상하다. 서쪽으로 이어지는 하산길의 길목에 글씨 바랜 이정표가 자리한다. 북쪽으로 이어지는 '마송리'와 서쪽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길'로 나뉘는데, 취재진은 등산로 길을 이어내렸다. 이어 연거푸 나타나는 등산로 이정표를 이어 마송리 코스와 노송리를 잇던 군계능선에 내려선다. 오 오, 이곳에서 성황단 돌무더기가 낙엽 속에 그대로 남아있고, 오랜 세월 고갯마루를 지킨 성황나무도 건재하였으니.
*산행길잡이
모래재-(40분)-보광사-(15분)-보광산-(1시간20분)-백마산 갈림길-(1시간)-백마산-(1시간)-원남면 보천리
보광산~백마산 종주산행의 들머리는 괴산군 사리면 수암리 시동마을 버스정류소. 정류소 옆 보광사 1.5km 방향으로 34번 국도 밑을 지나 다시 낚시터를 지나면 등산안내도가 자리한 옛 도로의 모래재 고갯마루에 이른다.
보광산 이정표를 따라 구례송씨 종중무덤 왼쪽으로 뚜렷한 산길이 이어지고 길목마다 이정표가 자리한다. 산행시작 30분이면 보광사로 이어지는 시멘트길 이정표 삼거리에 이르고(보광사 1.5km), 보행로를 이어가면 다시 '보광사 1분, 보광산 15분' 이라고 표시된 이정표 삼거리에 이른다.
이곳에서 왼족 길을 따라가면 조촐한 법당의 보광사에 이른다. 되돌아 삼거리에서 북녘 길을 이어가면 왼쪽으로 5층석탑이 자리한 봉학사지에 이르고, 그 위쪽의 무덤에서 왼쪽으로 오르면 정상석이 자리하는 보광산 정수리에 이른다. 백마산을 향한 종주길은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금북정맥 삼거리에 이르고, 북쪽으로 연초록 숲길이 이어진다.
다시 '백마산 40분, 보광산 40분' 이정표를 지나 삼각점이 자리한 395m봉을 지나면 임도에 내려선다. 임도를 건너 북녘 능선길을 이어가면 백마산과 금북정맥이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소나무에 걸린 이정표를 만난다. 왼쪽의 백마산 방향으로 산길을 이어가면 삼각점이 자리한 379m봉에 올라서고 성황단이 자리한 옛 고개길을 지나 백운사로 이어지는 안부에 이른다. 이곳에서 15분이면 백마산 정수리에 이른다. 정상석과 두 개의 돌탑이 자리하는 백마산 정수리의 전망은 시원하다.
하산길을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서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등산로길, 마송리길' 이정표를 만나고, 등산로길 이정표를 4번 이어가면 노송리와 마송리의 경계를 이룬 고갯마루에 내려선다. 이곳에서 북녘 계곡길을 내려가면 비포장 농로를 지나 송오마을로 이어지는 포장길에 이른다. 북녘으로 큰 산과 원남면가를 바라보며 포장길을 이으면 원남면 보천리 시가지에 도달한다.
모래재~보광산~백마산~보천리를 잇는 종주코스는 4~5시간이 소요되니 넉넉한 시간이 필요하다.
*교통
동서울터미널에서 1일 20회 운행하는 버스로 증평 또는 괴산에 가서 1일 16회 운행하는 증평-괴산 시내버스로 사리면 수암리 시동마을 하차. 승용차의 경우 네비게이션에 괴산군 사리면 수암리 810번지 입력.
날머리인 원남면 보천리에는 음성-증평을 잇는 버스 수시 운행. 승용차인 날머리 주소는 음성군 원남면 마송1리 855번지 입력.
*잘 데와 먹을 데
들머리인 모래재 부근에 보광산관광농원(043-833-333?, 단체손님 이용가능). 날머리인 원남면 시가지에는 소나무집, 딸부자집 등 식당이 여럿 있다.
글쓴이:김은남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