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온 첫날 내가 하숙(home stay)한 주인아줌마가 내게 건넨 첫마디를 난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놔이스 다이!"
난 도무지 무슨말을 하는지 알아들을수 없어 그냥 미소만 짓고.
나중에 알았는데 'nice day'를 그렇게 말하더라. 어느날은 그 아줌마 아버지 집에 방문한적이 있다. 그야말로 초원의 집. 들판에 집하나 주위에 인기척의 하나도 없고 그렇게 자연에 묻혀있는곳. 그 할아버지는 더했다. 난 인사만 간단히 하고 도무지 알아들을수 없는 그들만의 대화를 비켜 집주위를 구경했다.
부모님세대와 그 이전 세대의 호주영어는 정말 그야말로 정통 australian english 인것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아메리칸 메디어에 노출이 많이 되어 미국식 영어 경향을 보인다.
한번은 돈이없어 가장 저렴한 버스로 시드니, 멜번을 다녀온적이 있다. 브리스번 거의 도착할때쯤 드라이버가 "We're arriving at 브리스바인, 브리스바인!" 하고 외쳐댔다. 그를 자세히보니 나이가 지긋한 중년이었다. 어쩐지...
영어발음에 관한 에피소드는 많다. 난 첨에 내 귀가 어찌된거 아닌지 시간이 지나도 잘 알아들을수 없는 호주인들의 영어를 접할때마다 벽에 머리를 찧으며... 난 멍충이 난 멍충이.
온지 얼마안되어 은행에 계좌 오픈하러 갔었다. 직원이 '유 해브 어 파운 넘버?' 묻길래 난 대체 파운 넘버가 무슨 넘버란 말인가? 잉? 알고보니 'phone number'... 난 그날 집에돌아가 다시한번 벽에 머리를 찧었다. 아무래도 그 직원은 호주 정통 혀를 소유한거 같다.
또다른 난관은 택시탔을때 기사에게 내가 갈 동네를 말하는것.
한번에 알아듣는 택시기사를 만나보지 못했다.
특이하게도 내가 살았던 동네들은 동양인, 아니 한국사람들에겐 발음하기 힘든 그런 이름을 가진 동네만 돌아다니며 이사를 다닌거 같다.
오래전 clayfield에 친구집을 간적이 있다. 친구랑 같이 탔는데 '클래이필드'를 못알아듣는거다. 그친구는 계속 '클래이필드'를 연발하고... 결국 기사가 알아들었는지, '아! 클래이 피-ㄹ드!' 하며 차를 출발시켰다. '필' 사운드를 몇 밀리세컨 짧게 소리내면 집에도 가기 힘들구나.
작년에는 cathedral place라는 곳에 살았었다. 많은 한국인들을 'th'소리를 잘 못내 '카씨드랄'로 말한다. 이전에 들은 이야긴데 한 한국사람이 술먹고 밤에 택시를 타고 '카씨드랄 갑시다' 하고 한참후 정신차려보니 기사가 '카지노'에 가고있더라고. 참고로 카지노는 '카씨노'라 발음. (cathedral은 커'th'-드럴 이라 말하면 한번에 통하며 'th'에 강세를 주어야 함)
이곳 호주영어는 영국에서 본래 건너 왔지만 이곳에서 변화되어 새로운 특이한 발음을 탄생시켰다. 그런데 요즘은 호주 정통발음은 조금씩 강도가 약해져가고 있는거 같다.
아니면 내가 호주영어에 적응이 되었든지.
아직도 한 친구는(한국인인데 거의 호주인되었슴) 일본을 말할때 '자패니스'라 말한다.
나또한 water를 말할때 '워터'라 발음한다. 도무지 '워러'라는 말이 나오지 않아서.
'의사'를 '덕터'('독'과'닥' 중간음)
'pass'를 '파쓰', 만일 '패쓰'라 말한다면 단번에 알아듣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참고로 passport는 '파스폿')
전공 특성상 'database'란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여기서는 '다타베이스'라 말하며 빠르게 말할땐 '다라베이스'라 한다. 나도 데이터 에서 다타로 바꾸기까지는 좀 시간이 걸렸다.
난 호주 오기전 한국서 미국식 영어 발음을 죽기살기로 연습했다. 't'발음 생략하기, 심지어는 'd'발음조차도 'r'처럼 했으니 말이다.
여기오구서 미국식 안통했다. 괜히 미국영어 힘들여 연습했다. 또한 이곳영어는 'r'음을 잘 쓰지 않는다. passport가 '패스포ㄹ트'가 아닌 '파스폿' 인것처럼.
난 't'발음을 꼭 사용한다. 그리고 'r' 발음은 잘 안한다. 이유는 재밌어서. 'get up'을 말할때도 '게럽'이 아닌 '겟텁' 등등.
아는 사람이 여기서 호주영어 완전히 익어서 미국 여행때 당황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호주에선 꽤 영어 잘한다는 사람이었는데 미국서는 그사람 하는 말을 잘 못알아듣더라고...
심지어 호주 현 prime minister (정통 호주발음으로 말하는 정치계 대표적 인물)가 미국방문시 통역을 쓴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물론 내이티브들과의 소통은 어떻게 말을하든 큰문제는 없지만 여긴 세계각국에서 여러인종이 분포하며 그들만의 또다른 독특한 발음으로 말하기때문에 가능한 어설픈 미국식보다는 또박또박 각 음절의 발음을 내주는게 너 낫다.
그래서인지 둔해보이는 일본인들의 말을 째내가면서 혀굴리면서 말하는 한국인들 말보다 더 잘 알아듣는다.
팁한가지더.
친구를 부를때 미국식은 'Hey, buddy!' 한다지만 호주에선 'Hey, mate!'을 좋아한다. 이것도 '헤이 메이트'가 아니다! '헤이 마이트'
광고라는 'advertisement'를 말할때 '애드버타이즈먼트'보다는 '애드버터스먼트'를 더 좋아하며 '-버-'에 강세를 줘야한다. 영국식을 대체적으로 선호한다.
안부인사로 'How are you?'보다는 'How are you going?'이 쓰인다.
나는 이렇게 호주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첫댓글ㅋㅋ 요즘 학원에서 듣는 AFN수업과 비교하니 더 재밌네요. 작년에 호주갔을때 가이드가 나무껍질을 들고 애보리진 페퍼..어쩌구 하길래 저걸루 종이를 만들어 썻단건가? 했는데 이상하게두 모든 설명을 항상 "애보리진 페퍼'로 시작하는 거에여. 알고보니 그게 aborigine people...이더라구여.
첫댓글 ㅋㅋ 요즘 학원에서 듣는 AFN수업과 비교하니 더 재밌네요. 작년에 호주갔을때 가이드가 나무껍질을 들고 애보리진 페퍼..어쩌구 하길래 저걸루 종이를 만들어 썻단건가? 했는데 이상하게두 모든 설명을 항상 "애보리진 페퍼'로 시작하는 거에여. 알고보니 그게 aborigine people...이더라구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