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섬 게임'...
게임이 끝나고 나서 이익과 손해를 모두 합쳐서 0(zero)이 나오면 그것은 '제로 섬 게임'이다.
경쟁을 통해서 서로가 발전하기 보다는 제한된 이익을 놓고 서로가 싸우는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게임이며, 도박에서 돈을 따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그만큼 잃는 사람이 생기는 것처럼 '제로 섬 게임'은 한쪽이 올라가면 다른 한쪽이 내려가야 하는 시소와 같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모든 일을 습관처럼 무의식적으로 '제로 섬 게임'의 사고방식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느낄 때가 아주 많다.
가령, 가까운 친척이나 이웃이 큰 돈을 벌어 자신보다 넓은 평수의 집으로 이사를 가거나 고급차를 산다거나 하면 마땅히 같이 축하하고 기쁘해야 하는데도 도무지 그럴 마음이 생기지 않으며, 자신의 집 평수가 줄어드는 것도 아닌데도 이상하게 자신의 집이 좁아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들게 된다는 것이다.
......
사교춤학원을 운영하던 내가 잘 아는 한 후배가 얼마 전 경영난을 이유로 문을 닫고 말았다.
한때 이곳에서 사교춤으로 명성이 꽤나 있었던 후배였는데, 춤의 달인들이 대게 그렇듯 이 후배도 자신의 춤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했으며 자신의 스타일 외의 다른 춤은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처음 학원을 열고 나서 한 3,4년은 잘 꾸려 나간 모양인데 점점 교습생이 줄어들더라는 것이다. 2,3년 전부터 주위에 댄스스포츠학원이 난립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자신도 처음엔 사교춤이란 확보된 시장이 있었고 누구보다 춤 실력엔 자신이 있으니 걱정할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한 모양이지만 의외로 댄스스포츠학원으로 교습생들이 몰리니 자신의 학원이 주저 앉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여기서도 '제로 섬 게임'이 적용된 것일까...??
춤을 배우려는 한정된 사람들을 놓고 '제로 섬 게임'의 법칙대로 댄스스포츠 때문에 사교춤학원이 위축된 것일까...??
그건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처음부터 댄스스포츠를 배우려는 사람들은 애초 사교춤학원으로 가지 않았을 것이며 근래 들어 댄스스포츠학원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그 사람들의 선택이 아니라 시대적인 흐름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체적인 댄스판의 흐름을 인지하고 자신도 생존의 길을 찾았어야 했다.
당장 댄스스포츠로의 전환은 불가능한 일이였겠지만 성업중인 다른 사교춤학원의 영업(?)방법도 참고하고, 무엇보다 자신의 고전적이고 배타적인 교습방법 등 재고해야 할 점과 다양한 사교춤의 실체를 인정하여 수용해가며 변화를 줘야 하는데도 오직 자신의 사교춤 명성에만 집착한 나머지 새로운 변화를 선뜻 시도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아직 나이도 있으니 장기적인 안목으로 댄스스포츠에도 관심을 가지고 그 길을 찾아 간다면 얼마든지 개척해 나갈 수 있는 자질을 갖춘 후배였지만 옛날부터 가진 댄스스포츠에 대한 이상한 편견이 그의 발목을 잡았던 것이다.
댄스스포츠와 사교춤은 다같이 커플댄스라는 하나의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서로 배타적일 수 없는, 그래서 동전의 양면 같이 상호의존 내지 보완관계에 있다고 나는 생각해오고 있다.
한마디로 서로 경쟁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댄스스포츠는 고급이며 양지의 문화이고 사교춤은 저급의 음지문화라는 사고를 가졌다면 당연히 그누구라도 당장 버려야 하는 사고이며, 사교춤학원의 몰락이 꼭 사교춤의 부흥으로 이어진다고 단언할 수도 없다.
그런 맥락에서 '제로 섬 게임'이 아닌, 서로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윈 윈 게임' 즉 '포지티브 섬 게임'이 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사교춤을 배우고 즐기면서 댄스스포츠를 알고 이해하게 되며 그래서 또다시 댄스스포츠에 도전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는데, 그런 면에서 댄스스포츠의 젖줄 역활을 일부분 사교춤계가 해주고 있는 게 아닌가...
그리고...
댄스스포츠가 많이 활성화 됐다고는 하나 아직까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전용 무도장이 없는 실정이니 학원을 벗어나면 어차피 같은 장소에서 어울릴 수밖에 없다.
댄스스포츠에도 사교춤이 필요할 수도 있는 이유중의 하나이다.
언젠가는 확연히 구분된 장소에서, 아니면 같은 장소에서 장르 구분 없이 각자의 취향대로 배운 댄스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날이 찾아 올 것이다.
이와같이 원하던 원치 않던 이미 형성되어버린 댄스스포츠와 사교춤의 상관관계를 애써 외면하지 말고 서로의 실체와 장점을 인정하여 상호 발전의 길로 나아가야만 댄스의 '제로 섬 게임'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첫댓글 좋은 말씀입니다. 서로 Win Win 하는 풍토를 만들어야겠지요. 댄스스포츠도 사교춤도 모두 활성화되고 즐댄할 수 있는 풍토가 만들어져야겠습니다.
님의 말씀 절대적으로 공감합니다.
하기사 댄스인들을 보면 거의가 자기 아집에 차있지요. 심하게 말하면 좀 편집증적인....... 내 자신 부터도 그런지 모르지만 거의 집요할 정도의 집착입니다. 그런 사람들이나 나나 모두 꿈을 깨어야할텐데요..............
암요, 아집을 버려야죠. 그리고 남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죠.
자기 기술이나 기량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는것은 좋습니다만 아집에 빠지면 안되죠. 또한 진정한 지도자는 남의 기량도 존중하고 그속에서 거듭나는 슬기로움이 있어야된다고 생각합니다.
요술램프님 말씀에 적극 동조합니다.
혹시 사교춤은 너무나 영리 위주로 돈벌이에만 급급하여 어렵게 가르치고 또 단체 랫슨 방법이 보급되지 않아서 무조건 개인 랫슨만 받아야하니 금전적 부담도 많고해서 자구 메니아가 떨어지는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잘 보셨네요. 그게 문제이지요.
댄스스포츠를 먼저한 사람들도 장년층의 대부분은 속내를 안내보여서 그렇지 실상은 사교댄스에 많은 관심과 애착을 가지고 있답니다.
물론입니다. 속내는 안보인면서도 얼마나 부르워한다고요.
두 분야가 함께 발전해 나가면 좋을텐데요. 사교댄스도 웰빙댄스라 하며 위상을 되찾으려는 노력을 하는것 같아요. 문제는 지도자들의 양식이 문제예요.
일러무삼하겠습니까? ㅎㅎㅎ
사교춤도 재미있을것 같아요. ㅎㅎㅎ
얼마나 재미잇고 잘추면 멋도 있다고요. 절대 과소 평가하면 안됩니다. 우리 단체 직무연수때도 웰빙댄스라고 이름하여 이제 본격적으로 할겁니다. ㅎㅎㅎ
모두 참 좋은 말씀 많이 하셨네요. 꼬리글만 모아도 사교춤에 관한 좋은 참고서가 되겠어요.
옥황님과 댄토 여러분들께 고맙다는 말씀밖에...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