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함께 읽는 동시집
허경옥 시인님의 동시집 ‘아~하!(기획출판 한국아동문학·1만5,000원)’는 2025년 12월 10일 발행되었습니다.
동시집 오른쪽 하단에 큐알코드가 있어 찍어봤는데요, 국립중앙도서관에 이 책이 뜨더라구요.
정말 신기했고, 온라인(교보문고)에서 구입 가능하고, 표지가 정말 산뜻해서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아요.
제목이 매우 독특하고 인상적이죠? 작가의 말에서 “아~하!”의 뜻을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아~하”는 작가가 교육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을 지식이 단순한 설명이나 암기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고 해요. 어느 순간 아이들이 문제를 스스로 깨닫고 환히 웃으며 외치던 그 말은 “아하!”였으며. 작가는 그 경험을 수없이 지켜 보았고 그 순간이 바로 배움의 즐거움이며, 삶을 살아가는 힘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독일의 인지주의 심리학자 쾰러(Kohler)는 이런 깨달음을 ‘아하 경험(Aha-Erlebnis)’이라고 불렀으며 여러 번 시도하다가 갑자기 전체가 보이며 길이 열리는 순간, 머릿속 전구가 켜지듯 찾아오는 깨달음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 깨달음은 작가에게도 큰 선물이었고, 아이들의 “아하!”의 순간을 떠올리며 첫 동시집 제목을 “아하!”라고 정했고, 이 책 속에 나오는 작가의 시들은 배움의 길에서, 그리고 일상에서 맞닥뜨린 크고 작은 “아하!”의 순간들로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책장을 펼치면 동시 작품마다 어울리는 삽화를 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합니다. 또한 모든 동시들이 정말 하나같이 천편일률적이지 않고 동시로서의 운율이나 비유적인 표현을 잘 나타낸 시 같아요. 전체적으로 볼 때 동시집의 주제는 자연과 사람의 조화미를 갖추었다는 느낌이 들어요. 자연과 사람의 공존하는 세계를 동시로 표현함으로써 일상에 지친 현대인에게 삶을 잠시 내려놓고 쉼터같은 글들입니다. 한 번 쉴 수 있는 좋은 경험을 한 것 같아 읽는 동안 감동이었어요.
안도 아동문학가님은 평설에서 허경옥 작가님을 정서적 감동이 넘치는 시인으로 표현하였으며, 동시집 뒷면 표사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허경옥’ 동시들은 대체로 서정적 경향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시인이 공통적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동시는 결코 화려하거나 거대한 것이 아니다.
정교하게 구축된 사회체계나 윤리 도덕의 그물에 포획되지 않는 작고 소박한 인간적 진실과 가치들에 주목하고 있다.
‘허경옥’ 동시는 생각에 비해 언어들의 부피가 과도하지 않고 전반적으로 소박한 느낌이 든다.
‘허경옥' 동시들은 고루 안정적이고, 스스로 개척한 문장들이 빛났다. 그래서 다면적으로 동시적 사유를 개진하는 힘이 있었다. ‘허경옥’의 동시를 읽고나면 그의 시적 울타리에 갇혀 낡은 감각들을 깨부수는 신인다운 예기(銳氣)를 느낀다. 그의 감각적 표현도 뛰어 났지만 주제를 집약하는 힘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언어의 절제력이 돋보인다 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다 좋았지만 그 중에서 좋았던 동시들을 여러 편 소개해 드립니다.
새들의 휴일
아침이면 항상
새들의 알람 소리에
잠을 깬다
오늘은
알람 소리가
왜 안 들리는 걸까?
새들도 휴일이라고
늦잠을 잤나?
(p.19 전문)
대나무의 꿈
대나무는
날마다
마디를 키우며 자란다
어제는 건강을
오늘은 희망을
하늘을 향해
날마다 날마다
새롭게 키우며 자란다
밤이면
별들이 찾아오고
새들도 찾아와서
꿈을 꾸는 대나무 숲
(p.41 전문)
아빠의 자전거
오늘 처음 탄
아빠 저전거 뒷자리
처음 잡아본
아빠 허리는
따뜻했다
아빠의 콧노래
땀 냄새가
향기로웠다
옆에서 펼쳐지는
우리 동네 풍경이
그림처럼 지나가고
저녁 햇살이
은빛으로 빛나는
아빠 자전거 뒷자리는
이 세상에서
가정 포근한
꽃방석이었다
(p.52~53 전문)
따개비
파도가 아무리 떠밀어도
작은 돌섬이
그 자리에 둥둥 떠 있는 이유를
넌 모르지?
갈매기를 기다린다고?
아니야,
갈 곳이 없어서라고?
그것도 아니야,
따개비가
작은 돌섬을 꼭 붙들고
놓아주지 않기 때문이야
(p.64~65 전문)
엄마의 일기장
엄마의 일기장은
기억의 냉장고
날마다 했던 일
보고 들었던 일들을
생생하게 듣고 보관해 준다
그냥 놔두면
쉽게 상해서
먹지 못하는 음식처럼
기억도
생생할 때
보관해 두지 않으면 사라져 버린다
심심할 때
냉장고를 열면
추억들이 줄줄이 따라 나온다
냉동실에서 꺼낸 아이스크림처럼
꽁꽁 얼어있던
기억들이 살살 녹으면서
달콤한 추억들을 만날 수 있다
(p.84~85 전문)
약속
빗방울이 톡톡
창문을 두드리며
속삭인다
내일은
햇님을 두드리며
속삭인다
내일은
햇님을 꼭 데려오겠다고
나는
살짝 미소 짓고
빗방울과 약속했다
내 마음도
맑게 비추기로
(p.90 전문)
버스를 타고
시골 버스정류장에서
사람들이
버스를 탄다
가는 곳은 다르지만
다정히 어깨를 기댄다
사는 곳은 다르지만
서로 다정한 눈빛으로
정겨운 마음을 나누며 간다
“할머니, 여기 앉으세요.”
“고맙구나.”
어린아이가
일어난 자리를
햇빛이 환하게 비쳐준다
(p.98 전문)
마음 공장
친구야,
쓰레기 분리수거하듯
우리 생각도
분리수거할 수는 없을까?
누군가를
칭찬하고, 격려했던
좋은 감정들은
사랑이란 마음 상자에 담아
쓰고 또 쓰고
시기, 질투했던 감정은
미움이란 상자에 담아
재활용 공장으로 보내
다시 태어나게 할 수 없을까?
내가 너를
네가 나를
미워했던 마음을
사랑으로
다시 태어나게 할 수는 없을까?
(p.108~109 전문)
<차례>
♣ 작가의 말
제 1부
새들의 휴일
새로운 가족/먼지/감꽃/새들의 휴일/행복의 열쇠/달팽이/콩 씻기/앵두나무/
장난꾸러기 나무/연잎 위 잠자리/감자/아중저수지를 거닐며/구피야! 미안해/
네 이름이 뭐니/엄마는 다 알아요/비가 좋아진 이유
제 2부
대나무의 꿈
숙제/유채꽃밭에서/하늘에 닿은 개미/대나무의 꿈/매미/나팔꽃/괜찮아/
만약에/기차 여행/아빠의 자전거/파도/계절 옷장/빗방울/엄마 나무/
우리 할머니/그림자
제 3부
햇살이 똑똑똑
따개비/못 찾지롱!/햇살이 똑똑똑/밤 마중/단풍잎과 나/할아버지의 노크/
개미/새싹들아, 어서 일어나/벚꽃 약속/소나기/어깨 동무/짧은 하루/
엄마의 일기장/경운기 소리/달님/약속
제 4부
마음 공장
봄비가 온 뒤/풍경 소리/참 좋겠다/뽈락탕 먹은 가족들/버스를 타고/
바닷가에서/주루룩 쿵,비/고마워서/흙들의 꿈/바다/선물/마음 공장/
밤은 충전기/제비꽃/늦잠 좀 자자/보고싶은 친구
동시 평설 / 안도
첫댓글 허경옥 선생님의 『아~하!』 첫 동시집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 받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