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거리는 생명력-안성 청룡사
남사당패의 마지막 쉼터-청룡사
대한민국에서 가장 솔직하고 생동감 있는 절집을 꼽으라면 나는 안성의 청룡사를 꼽는다. 건물이 무너질 수 있음에도 목수는 과감히 휜 나무기둥을 사용하여 사찰 밖 자연풍경을 고스란히 경내로 끌어 들였다. 거칠고 대범한 것이 마치 노동으로 단련된 민초의 굵은 손마디를 보는 듯하다. 부드러움이 단단함을 이기고, 곡선이 직선보다 강함을 건물은 말해주고 있습니다.
고려말 나옹화상이 청룡사를 중창하면서 한 마리 푸르른 용(靑龍)이 오색 찬란히 빛나는 상서로운 구름(瑞雲)을 타고 하늘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고는 서운산 청룡사라고 불렀다고 한다. 사찰 입구 거대한 느티나무가 사천왕문을 대신하고 있어 무시무시한 사천왕상 형상을 보지 않아도 된다. 계단을 오르면 문을 통해 대웅전의 자태가 서서히 드러난다. 문지방을 넘으면 제법 너른 마당이 펼쳐지고 요사채 툇마루 위에는 투박한 메주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어 마치 사대부 집안에 들어선 것 같다.
큼직한 현판 글씨가 시원스러운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 4칸으로 측면의 칸수가 더 많다. 아무래도 휜 기둥이 걱정이 되어 촘촘히 세운 모양이다. 자연초석 위에 휜 기둥을 올렸고 내부 천정도 바둑판식이 아닌 서까레가 훤히 드러난 연등천정이다. 대들보 역시 묵직한 휜 나무를 사용하여 자연주의 미학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툇마루에 걸터앉아 여자 꼭두쇠 바우덕이의 애절한 노래를 상상해도 좋고 황석영 소설 ‘장길산’의 웅장함을 그려도 했다. 청룡사는 남사당패의 근거지다. 전국을 떠돌던 남사당패는 겨울을 나기 위해 청룡사에 모여들어 절의 허드렛일을 거들며 고단한 삶의 쉼표를 찍었다. 봄이 되면 다시 청룡사에서 나눠준 신표를 들고 안성장터를 비롯해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서민의 애환을 달래 주었다. 돈에 쪼들린 남사당패는 부처님께 시주할 돈은 없고, 가진 것이라고는 구르는 재주라 대웅전 문을 활짝 열고 온힘을 바쳐 돌고, 뒹굴고, 외줄을 타면서 부처님께 보시했을 것이다. 이렇게 낮은 자들의 휴식처였기에 오늘날 청룡사를 찾아가도 현대인들의 고단한 삶을 내 맡기기에 더없이 좋은 사찰이다.
마을 초입에 자리 잡은 부도밭을 지나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면 바우덕이 사당이 나오는데 사당옆에는 동상이 서 있다. 서운산은 가파르지 않고 바위가 거의 없어 가족 산행지로 제격이다. 청룡호수에서는 수상스키와 모터보트, 오리보트 등 다양한 수상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호수 아래쪽에는 남사당패로 활동하며 전설처럼 살다간 바우덕이의 묘가 외롭게 서 있다. 청룡사 주변 일대는 우리나라 최대의 포도산지로 9월 초에는 안성의 거봉포도를 맛볼 수 있다.(청룡사 031-672-9103 www.buddhahouse.com)
조용한 산사의 맛-석남사
서운산 남쪽 기슭에는 청룡사가 그 너머 동북쪽에는 석남사가 자리하고 있다. 청룡사에서 고개하나 넘으면 석남사에 닿지만 절묘한 경계선에 자리 잡고 있어 차로 움직이면 충남 천안, 충북 진천, 경기 안성 등 3개의 도경계선을 넘나들어야 한다. 배티고개 정상에는 넉넉한 안성평야가 펼쳐져 안성(安城)의 지명처럼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해진다. 큰길에서 숲으로 한참을 들어가야 석남사를 만날 수 있다. 접근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조용한 산사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더욱이 비구니 사찰이기에 곳곳에 여인내의 정갈한 심성이 담겨져 있다.
대웅전 올라가는 계단은 대학 캠퍼스에 올라가는 것처럼 시원스럽고 대웅전의 처마는 학이 춤을 추는 것처럼 날렵하다. 특히 보물 제823호인 영산전은 석가모니 불상과 10대 제자들을 모신 건물로 조선 초기 건축양식을 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한여름에도 서늘할 정도로 숲이 깊고 계곡이 좋다.(석남사 031-676-1444)
1. 맛집
풍물기행(보리밥 031-677-5282), 안일옥(한우탕 031-675-2846), 약산골(홍삼한우탕 031-674-1771), 걸미골(쌀밥정식 031-673-1843), 모박사부대찌개(부대찌개 031-675-5288), 안성맞춤한우촌가든(한우 031-673-5550)
2.숙박
안성비치호텔 (031-671-0147 금광저수지), 배꽃향기펜션(031-672-3370 삼죽면 기솔리),금강파크장여관(031-674-8227 금광면 금광리),한별청소년수련원(031-671-2275 일죽면 하봉리)
3.교통
[경부고속도로]서울-경부고속도로-안성IC(38번국도)-안성(23번지방도)-입장면(34번국도)-쳥룡사
[중부고속도로]서울-중부고속도로-일죽IC-안성안성(23번지방도)-입장면(34번국도)-쳥룡사
4. 주변 볼거리
안성맞춤박물관, 바우덕이묘, 청포도농원, 죽주산성, 서일농원, 죽산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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