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문학
―『시와시』제18호 머리말을 대신하여
맹문재(본지 주간)
① 전 국민의 공분을 산 ‘염전 노예’ 사건에 대한 수사가 한 달째인데, 노숙인 등에 대한 인권 침해 및 임금 체불 등으로 3명이 구속되고 42명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② 노숙인에게 일자리를 소개시켜주겠다고 꾀어 염전이나 양식장에 팔아넘긴 50대 심씨가 구속됐다. 심씨는 소개비 명목으로 17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는데, 이와 같은 수법으로 100여명을 팔아넘긴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③ 여의도역에서 『빅이슈』를 판매하는 노숙인 출신 서씨가 강서구 화곡동 소재 임대주택에 입주하게 됐다. 『빅이슈』는 노숙인의 자립을 돕는 대중문화 잡지이다. 노숙인이 직접 판매해 수익금의 50% 이상을 가져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④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택배 기사가 트럭에서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차 안에 있는 스마트폰을 훔친 혐의로 노숙인 A(63) 씨를 구속했다. A씨는 같은 수법으로 7차례에 걸쳐 스마트폰 8대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⑤ 엠제이트레이딩(대표 정씨)이 북한 이탈 주민의 사회 정착에 도움을 주고자 1억 7천만원 상당의 의류를 기부했는데, 지난해에는 사회 진출을 준비하는 노숙인들에게 5천만원 상당의 의류를 기부했다. ⑥ 서귀포시 사회복지과 직원들이 노숙인 재활시설인 ‘서귀포시 사랑원’에서 말동무, 생일상 차리기 등의 봉사활동을 전개했다. ⑦ 서울 영등포구에서는 ‘노숙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일반 주민, 노숙인 시설 입소자, 구청 직원 등이 참여해 90여 개의 명칭을 제출했는데, 1차 심사에서 선정된 이름은 희망인, 자활인, 재기인, 오뚜기, 다서인(다시 서는 것을 준비하는 사람)이었다. 영등포역과 구청 로비에 스티커판을 설치해 주민들이 선호하는 후보 명칭에 스티커를 붙일 수 있도록 해 최종안을 선정한 뒤 서울시와 보건복지부 등에 명칭 변경을 제안할 계획이다.
이와 같은 내용은 2014년 3월 11일에 기사화된 노숙인 관련 뉴스를 인터넷에서 검색해 정리한 것으로 노숙인이 우리 사회의 음지를 반영하는 주요 키워드인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인권을 유린당하고 범죄자가 되고 사회로부터 도움을 받는 존재인 노숙인에게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사회적 상상력으로 노숙인들의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하려는 의지를 가져야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차원에서 노숙인들의 문학작품은 주목된다. “새벽이 오면 나는 매일매일 버려진 것들을 주우러 길을 나섭니다”(김인수, 「새벽의 길 위에서」), “지금 나의 집은 남산타워가 보이는 예배당/거대한 예배당 속의 성냥갑만한 쪽방”(김영철, 「목숨」), “목소리에 섞인 달콤한 향에 취해/지금은 내 앞에 없는 아이를 꼭 끌어안아 본다”(김석, 「베이비 파우더 향」), “정신병원 같은 노숙 생활을 접고/바람 되어 갈 수 있을까”(한승천, 「솜사탕」) 등의 시에서 힘든 삶을 이겨내려는 그들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오랫동안 노숙인 생활을 함께했던 친구가 세상을 떠나고 자신도 뇌경색으로 왼쪽 다리와 손만 사용할 수 있지만 삶의 의욕을 놓치 않고 있는 「방과 일」(한승수), 요리일과 옷 장사 등을 열심히 했지만 사업 실패로 노숙 생활을 하고 목숨까지 버리려고 했던 순간을 반성하고 새로운 삶을 꿈꾸고 있는 「절망은 사라지고 희망의 돛을 달련다」(민병탄), 사업을 실패한 뒤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배를 타 아내의 실종 신고로 강제 이혼당하고 노숙인이 되었지만 자식을 지극히 사랑하는 「내 딸, 하늘이」(이명노), 학교 폭력의 희생자로 또 폭력 가해자로 술과 절망으로 얼룩진 세월을 반성하고 새로운 삶을 희망하는 「내가 바닥이라고요?」(이창용) 등의 산문에서도 삶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노숙인들의 재활을 돕는 문학 프로그램에 참여한 작가들의 체험담도 소중하다. “국민들을 경제 성장의 도구로 앞세우면서, 분배의 정의와 복지정책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다면 노숙인의 문제는 어떠한 인문학 프로그램으로도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이시백)라는 비판의식이나, “아무 소리 나지 않는 문장이지만 고함보다 큰 울림이 있다. 눈물보다 진한 감동이 흐른다. 하소연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진정한 가슴을 보여준다.”(노경실)라고 글쓰기를 강조한 의견이나, “신자유주의는 홈리스(Homeless)의 시대이다. 신자유주의가 생산한 ‘세계화’는 자본의 세계화(지구적 이동)이면서 동시에 홈리스의 세계화이기도 하다. (중략) 집을 잃어버리는 순간 이 세계를, 이 세계에서 거주할 권리를 함께 박탈당한다.”(고봉준)라는 진단에서 노숙인들의 삶을 진지하게 인식할 수 있다.
노숙인은 우리 사회의 최하위 빈민 계층으로 안정된 거주지도 직업도 건강관리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1997년 아이엠에프 경제 위기로 실직자들이 늘어나면서 노숙인은 급증했다. 개인적인 차원에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차원에서 발생된 것이다. 2011년 현재 노숙인의 규모는 길거리 노숙인을 포함해 주거 취약 계층이 261,038명에 이른다. 전체 인구의 0.5%에 해당된다.* 노숙인에 대한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있지만, 국가에 전적으로 미룰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시와시』 제18호에 수록된 노숙인들의 작품을 주목해서 읽어보자.
* http://ko.wikipedia.org/wiki/노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