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대의 왕은 존재 자체가 상징이었다. 그의 생활과 언행에 관련된 모든 것이 상징화되어 있었다. 특히 왕의 의복은 왕의 역할과 관련하여 색이나 문양에서 대표적인 상징물이었다.
왕이 착용하는 의복은 여러 가지였다. 특별한 의식을 행할 때, 평상시 집무할 때, 군사훈련을 참관할 때, 또 잠자리에 들 때 등등 때와 장소에 따라 착용하는 의복이 달랐다.
이같이 다양한 왕의 의복 중에서 도 왕의 의복을 대표하는 것은 면류관과 구장복이라고 하는 예복이었다. 이 면류관과 구장복은 왕의 즉위식이나 종묘에서의 제사 등 최고의 의식을 행할 때 왕이 착용하는 의복이었다.
1. 면륜관
면류관은 중국 고대의 관모에서 발달한 것으로서 모자의 일종이다. 면류관은 모자의 기본틀이라고 할 수 있는 면판(冕版)과 면판에 늘어뜨린 류(旒)를 합쳐서 부르는 말이다. 중국에서의 면류관은 신분에 따라 면판에 늘어뜨리는 류(旒)의 수와 종류가 달랐다. 즉 천자는 12류, 황태자와 친왕은 9류, 제후는 7류, 경대부는 5류와 같은 경우가 그것이다.
한국의 역사에서 면류관이 전래되기는 고려시대로 나타나는데, 고려 문종 19년(1065)에 거란이 고려의 왕에게 9류 면류관을 보냈다는 기록이 그것이다. 거란이 고려왕에게 9류 면류관을 보낸 것은 고려왕을 친왕급으로 예우했다는 의미이다.
조선시대에는 명나라와의 외교가 정상화된 태종대에 명나라로부터 9류 면류관을 받아와 썼다. 이 면류관 제도가 대한제국 이전까지 사용되다가 고종이 황제에 오른 후에는 12류 면류관을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면류관의 류(旒)를 앞뒤에 늘어뜨림으로써 면류관을 썼을 경우 시야가 가려지게 된다. 그런데 이처럼 류를 드리워 왕의 시야를 가리를 이유를 유학자들은 왕이 악을 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해석하였다.
면류관의 좌우에는 왕의 귀를 막을 수 있는 작은 솜뭉치를 늘어뜨렸는데, 이는 왕이 나쁜 말을 듣게 될 경우 이것으로 귀를 가리고 듣지 않기 위해서라고 하였다. 류(旒)를 합쳐서 부르는 말이다.
중국에서의 면류관은 신분에 따라 면판에 늘어뜨리는 류(旒)의 수와 종류가 달랐다. 즉 천자는 12류, 황태자와 친왕은 9류, 제후는 7류, 경대부는 5류와 같은 경우가 그것이다.
조선시대 면류관에 대하여는 조선시대의 왕실의례서인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에 자세하게 나타나는데 그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면류관의 면판의 너비는 8촌, 길이는 1척 9촌이다. 앞은 둥글고 뒤는 네모졌다. 겉은 검은색 비단으로 싸고 안쪽은 붉은색 비단으로 싼다. 면류관의 관신(冠身)의 앞 높이는 8촌 5푼, 뒤 높이는 9촌 5푼이다. 모양은 앞으로 숙여진 형태이며 금으로 장식한다.
면류는 9류로서 앞 뒤 합하여 18류이다. 각각의 류마다 붉은새, 흰색, 하늘색, 황색, 흑색의 5채옥을 차례로 꾄다. 면판의 옆에는 검은색 담이 있다. 이곳에 청옥으로 만든 귀마개를 매달아 이를 귀아래까지 늘어뜨린다."
2. 구장복
면류관과 함께 왕의 최고 예복으로 이용된 것이 구장복(九章服)이다. 이 구장복은 왕의 옷에 들어가는 무늬가 아홉가지이기 때문에 이렇게 불린다. 조선시대의 왕은 9류 면류관과 함께 아홉가지의 무늬가 들어간 구장복을 착용하였는데, 이는 제후의 예에 의거한 것이다.
왕의 의복에 들어가는 구장(九章)은 상의에 다섯가지 문양이, 하의에 네가지 문양이 들어가서 아홉이 된다. 상의는 양을 상징하기 때문에 양수인 홀수문양을 쓰고 색도 하늘인 검은색 바탕이다.
하의는 음을 상징하므로 짝수문양을 쓰며 색도 땅인 황색바탕이다. 왕이 구장복을 착용하는데 비해 조선시대의 세자는 이중에서 두가지의 문양이 빠진 칠장복(七章服) 을 착용하였다.
상의에 들어가는 다섯가지 문양은 용(龍), 산(山), 화충(華蟲 : 꿩), 화(火 : 불꽃무늬), 종이(宗彛 : 호랑이와 원숭이)이다.
동양의 전통시대에 용은 신비한 상상의 동물로 조화의 능력이 있는 것으로 숭배되었다. 구장복에 들어가는 용은 자유자재로 변화하는 능력을 상징한다. 이는 왕이 백성들을 통치하기 위해 무궁한 조화를 부리는 것이 마치 용의 변화와 같다는 의미이다.
산도 용과 마찬가지로 전통시대의 사람들에게 숭배의 대상이었다. 높은 산은 하늘과 가까우며 신비한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숭배되었다. 마치 높은 산처럼 왕은 백성들에게 숭배와 존경의 대상이라는 의미이다.
꿩은 새 중에서는 형형색색의 깃털을 갖고 있는 대표적인 조류로 인식되었다. 날짐승 중의 화려한 꿩의 이미지를 왕이 옷에 이용한 것이라 하겠다.
불꽃무늬는 활활타는 불을 상징한다. 어둠을 밝히는 환한 불빛과 같이 왕의 지혜와 총명으로 백성들을 밝게 다스리라는 의미라고 하겠다.
호랑이는 고금을 막론하고 백수의 왕으로 존중되었다. 용맹한 호랑이처럼 왕도 필요할 경우에는 호랑이같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의미라고 하겠다.
원숭이는 지혜를 상징한다. 원숭이가 지혜를 상징하게 된 이유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예를 들고 있다. 중국에서 원숭이는 비가 올 때 커다란 나뭇잎을 들고 비를 피한다고 한다. 이처럼 왕도 필요에 따라 지혜롭게 행동하여야 한다는 의미라고 하겠다.
이처럼 상의에 들어가는 이 다섯가지 문양은 왕 자체를 상징하기도 하고 왕이 갖추어야 할 덕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의에는 조(藻 : 수초), 분미(粉米 : 쌀), 보(乷 : 도끼 무늬), 불( 弓이 서로 등을 대고 있는 형태의 무늬)의 네가지 문양이 들어간다.
수초는 그 화려한 문양을 본딴 것이다. 바닷가의 물이 일렁일 때 물속에서 햇빝을 받아가며 너울대는 수초는 유연함과 화려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이처럼 왕이 유연함과 화려함을 갖추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하겠다.
쌀은 한국인이나 중국인의 대표적인 주식이다. 사람의 생명을 기르는 쌀과 같이 왕은 백성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하겠다.
도끼무늬인 보(乷)는 물건을 잘라내는 속성을 상징한다. 왕은 선악을 분명히 가려 악을 보면 가차없이 처단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하겠다.
불은 백성들이 악을 버리고 선을 향한다는 것을 상징한다. 이 네가지 문양도 왕을 상징하며 동시에 왕의 덕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세자는 이중에서 용과 산의 무늬가 빠진 상의를 입는다. 용처럼 변화무쌍하고 산처럼 숭앙의 대상이 되는 것은 명실상부한 왕권의 속성이니 이 문양이 세자의 옷에서 빠진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구류 면류관과 구장복의 문양과 모양은 전통시대 왕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체계로서 그 의미는 유교적 왕도정치사상의 극치라고 하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