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의 도시 동해
3일차(10. 25/수)
산책/조찬(무릉회관)
‘무릉’회관에서의 조찬은 또 ‘황태’탕입니다. ㅎ
황태로 만든 해장국은 비린내가 나지 않는 진한 국물 맛이 특징입니다.
강원도 덕장에서 건조하는 황태들을 사용한다죠.
황태가시까지 씹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럽게 푹 끓여낸 국물이 진짜배기입니다.
숱한 자연환경을 견딘 세월과 노력이 한 그릇에 담겼습니다.
팍팍한 삶들이 배어있는 것 같아 더욱 애틋합니다.
내색하지 않을 뿐이지 해장국으로 한 그릇으로 위로를 받고, 찰나의 행복감을 느낍니다.
가뿐하게 비워낸 빈 그릇을 바라보며, 비움과 채움의 인생을 생각합니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짐을 챙깁니다.
2일 동안 머물렀던 ‘월산 Art plaza’를 떠납니다.
동해 두타산에 펼쳐진 무릉계곡은 언제든 다가갈 수 있는 무릉(武陵)의 세계였습니다.
마지막 여정은 동해여행의 필수코스가 되었다는 ‘별유천지’입니다.
‘무릉’별유천지
자연이 Exciting한 곳, ‘무릉 별유천지(武陵 別有天地)’입니다.
‘하늘 아래 최고 경치로 속세와 떨어져 있는 Utopia’라는 뜻을 담고 있답니다.
동해시가 조성하여 자랑하는 이색관광지입니다.
1968년부터 40년간 ‘쌍용 C&E’가 석회석을 생산하던 곳으로 지금은 호수까지 만들어 이색적인 관광명소로 다시 태어난 곳입니다.
부대시설(Roller coaster type zip line, 별 열차, 두 미르전망대, 거인의 휴식, 라벤더정원, 쇄석장)과 다양한 체험시설(Sky glider, Alpine coaster, Off road luge)이 있다죠.
성수기(5월 – 9월)에 비해 입장료 차이가 있어 좋네요. ㅎ
지도를 보며 잔머리를 굴려 2주차장(주차비 2,000원)으로 들이대려 했더니, 빨랑 1주차장으로 오라고 난리입니다. ㅎ
하긴 셔틀버스와 열차가 계속 운행되어 어디를 가든 큰 관계는 없지만, 그래도 동선(動線)이 꼬이면 늙은이들은 금방 짜증냅니다.
방문자센터에서 설명을 듣고 취향에 맞게 Ticketing하면 됩니다.
체험시설 즐기기가 겁이 나는 노인네들은 입장료(6,000원) 아끼고 구경만 하잡니다. ㅎ
석회암 광산에서의 보랏빛 향기를 맡보고 싶었는데, 라벤더축제는 이미 지난 6월에 끝났다는군요.
그래도 멋진 View가 시원하게 펼쳐지네요.
부지가 넓고 경사지형이라 걸어서 돌아다니기가 쉽지 않은데요, 방문자센터승강장에서 반복 순환하는 관람용 이동수단을 이용하면 됩니다.
1주차장 - 쇄석장 – 오프로드 루지 – 두 미르전망대 – 라벤더정원 – 청옥호수 - 순서로 이동키로 합니다.
‘별’ 버스 타고 출발합니다.
오프로드 루지
버스가 전망카페 앞에서 정차합니다.
전망대가 있는 ‘쇄석장(碎石場)’인데요, 시간상 왠지 들리지 못할 것 같은 기분입니다. ㅎ
폐광한 석회석채석장을 Gallery가 있는 카페로 바꿨답니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버스를 타고 별유천지 제일 위에 있는 ‘Off road luge’까지 오릅니다.
좋네요.
루지정거장에서 약 15분 정도만 걸어가면 ‘두 미르’전망대가 나오기에 타박타박 걷습니다.
쌍용의 순 우리말로 기부한 쌍용시멘트에 대한 감사표시로 장난감 Lego 모형의 날아가는 용 2마리를 형상화한 전망시설입니다.
시원하게 펼쳐져 어디서든 멋진 풍경을 즐길 수 있습니다.
별유천지 전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조망지인데요,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풍광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시원한 바람과 풍경은 덤입니다.
‘사랑의 불시착’에서 ‘현빈’과 ‘손예진’의 Para gliding 장면이 촬영된 장소라네요.
호수풍경
호숫가 부지에 만든 ‘Lavender’정원입니다.
시들한 라벤더 대신 코스모스가 한창입니다.
호수주변을 천천히 걸으며 한껏 가을남자 흉내를 내봅니다.
꽤 넓은데요, 가을철을 앞두고 조성했다는 ‘신들의 화원’구역에는 아름다운 곳들이 많이 피었습니다.
1억 5천을 투입하여 가을꽃 15만 본을 식재했다죠.
편안하게 거닐며 꽃구경도 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가집니다.
오지 못한 짝지가 생각납니다.
독수리가 날개를 펼친 모양의 4인승 Sky glider를 타는 사람들이 내는 괴성이 단지내에 꽉 찹니다.
국내에서 유일하다는데요, 공원 정상부근까지 후진했다가 빠른 속도로 하강하는 Extreme 놀이기구랍니다.
시원한 ‘청옥(靑玉)’호수입니다.
Sapphire의 다른 이름인데요, 에메랄드빛 푸른 호수가 막힌 가슴을 뚫어줍니다.
무심코 거닐다가 보니 ‘거인의 휴식’ Thema zone이 나옵니다.
딱 ‘물 멍’때리기 좋겠는데, 아쉽게도 시간이 없네요.
별유천지 예찬
쇄석장 전망대 아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40년간 채광작업으로 파헤쳐진 드넓은 산기슭에 호수를 만들고, 나무와 꽃을 심었습니다.
광산의 역사와 장비를 전시하고 있는 옛 건물을 통과하면, 드넓은 잔디밭이 나타납니다.
햇살 부서지는 에메랄드빛 호숫가엔 여러 그루의 미루나무들이 아련한 정취를 자아냅니다.
채광을 통해 형성된 웅덩이에 계곡수와 용출수를 담아 만든 대형 인공호수랍니다.
카페에서 유명한(?) ‘시멘트’아이스크림을 먹어보지 못해 아쉽습니다.
흑임자(黑荏子)를 섞어 시멘트 색깔을 냈다는데, 가격이 좀 사악하다죠. ㅎ
별유천지는 동해시 Hot place로 손색이 없겠네요.
지난 40년간 채광작업이 있었던 곳이라 마치 분화구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비수기인데도 가을철 아름다운 꽃밭을 준비했습니다.
다양한 볼거리와 탈거리가 있지만, 별유천지의 가장 큰 매력은 꽃이 아닐까요.
철마다 다양한 꽃들로 찾는 이들을 즐겁게 해준답니다.
초록한 View와 에메랄드빛 호수를 즐기며 여유롭게 머물렀던 별유천지에서의 Healing 시간이었습니다.
애쓰신 동해시에 감사드립니다.
오찬(부일막국수)
마지막 순서로 점심 먹기 위해 삼척 새천년도로까지 달려 찾은 ‘부일막국수’집입니다.
막국수는 강원도로 여행가는 사람들이 가장 자주 접하는 메뉴 중 하나입니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인 평창군 봉평면에서의 추억이 생각나네요.
막국수란 이름처럼 맛이 거기서 거기일 것도 같은데도 의외로 차이가 크다죠.
함흥냉면과 평양냉면이 다르듯 영서와 영동이 다르다니 신기합니다.
비빔 장에 고춧가루를 더해 칼칼한 맛이 나는 ‘영서’식에 비해 ‘영동’식은 동치미국물을 자박하게 넣는답니다.
그러나 요즘은 수도권 입맛에 맞추느라 많이 Tuning되었다고 하네요. ㅎ
그 시절 그 맛을 찾아 들린 집구석입니다.
여전히 막국수와 수육 2가지로만 버티는데요, 담백하면서 아삭한 백김치는 2번 이상은 무조건 Refill해줘야 됩니다. ㅎ
노련하게 백김치 깔고, 얇게 썬 머리고기수육 한 점 올려 싸먹습니다.
집에서 마누라 눈치 보느라 먹지 못하던 담백한 비곗살도 실컷 먹었습니다.
직접 뽑아서인지 면발 또한 찰지고 맛있습니다.
‘호로록~’ 면치기도 제대로 해봤네요. ㅎ
작별
이젠 헤어질 시간입니다.
상대적 빈곤을 견디며 모진 세월 살아내느라 앳된 얼굴들이 이젠 폭삭 늙었습니다.
기억력 좋은 친구들이 있어 옛이야기를 많이도 소환해냈습니다.
살아야할 이유에 동감하며, 남은 세월 어떻게 살지를 다짐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함께 있어야 할 사람들의 빈자리가 더욱 아쉽네요.
잘 가게나, 잘 있게나...
변함없는 모습으로 내년에 또 만나세.
다시 먼 길을 달려, 짝지가 있는 계룡으로 복귀합니다.
홀로 두고 온 아내 때문에 유쾌하지 못한 여정이었지만, 그래도 참 유익했습니다.
에필로그
화양연화(花樣年華) -.
꽃 ‘화(花)’, 모양 ‘양(樣)’, 해 ‘년(年)’, 빛날 ‘화(華)’로 구성된 사자성어(四子成語)입니다.
꽃이 가장 화려하게 피는 때를 말하는데요,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나 정점에 이르렀을 때를 일컫습니다.
[불행과 괴로움이 기본 값이었던 시절을 견뎌온 사람들은 끝내 깨닫는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는 걸, 그래서 별일 없는 지금 이순간이 소중하다는 걸 말이다.
과거 때문에 불행한 사람이 있고, 과거 때문에 행복한 사람도 있다.
전자는 화려했던 과거의 기억 때문에 현재가 초라해 불행하고, 후자는 과거의 형편에 비해 현재가 편안해 행복해한다.
Trauma라는 말이 일상적이다.
그러나 인생을 살며 겪는 사소한 불행까지 상처로 인식하면 행복해지기 어렵다.
어디에선가 날아온 화살에 팔을 맞았는데, 화살이 날아온 곳과 이유 등을 분석하느라 화살을 뽑지 못한 채 산다면 어찌 되겠는가?
중요한 건 화살부터 뽑아내는 것이다.
삶을 항해에 비유하면, 인생에서 부는 바람과 파도를 피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어떻게 내게!‘가 아니라 ’나에게도!‘ 이런 일이 닥칠 수 있다고 준비하는 사람에겐 평범한 이순간이 소중한 것이다.
중요한 건 상처받지 않는 게 아니라 상처의 시간을 다독여 잘 보내는 것이다.
악착같이 좋은 점을 발견해내는 그 마음이 화양연화(花樣年華)다] (’백영옥‘)
치유(治癒)는 내가 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연과 숲 그리고 걷는 운동과 맛있게 어울려 먹는 음식이 저절로 해주는데요, 그래서 선택은 전적으로 스스로의 몫입니다.
몸이 잘 받아들이는 지혜로운 선택을 하면, 스스로 지혜로운 변화를 하게 됩니다.
모처럼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 나들이에 나선 이순간이... 그저 행복할 뿐입니다.
[여유가 있어 여행을 가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해야 여유롭다]
가을공기 속에서 보낸 기분 좋은 여정을 마무리합니다.
수고하신 ’송 석순‘동기 내외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목욜(10. 26) 오후에 갯바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