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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부산… 부산을 구합시다!
부산시민 여러분과 함께 ‘추락하는 부산’을 구해내겠습니다.
▲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7일 부산시장 후보로 출마를 공식화하며 "노무현의 못다 이룬 꿈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민중의소리 |
존경하는 부산 시민 여러분!
저는 오늘 오랜 고뇌와 번민 끝에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저는 부산시민들에게 투표를 통해 우리 손으로 부산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과 확신을 드리기 위해, 이명박 정부 출범 후 후퇴하고 있는 이 나라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그리고 저와 영원한 정치적 동지이자 친구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못다 이룬 지역통합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이번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하고자 합니다.
이번 선거는 단순히 한 지역의 수장을 뽑는 것을 넘어,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이 나라 민주주의는 급속도로 후퇴하고 있습니다. 군부독재 시절보다 더 노골적인 방송․언론 장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한명숙 전 총리로 대변되는 편파적 표적수사, 국세청과 검찰을 사유권력화하는 공권력의 남용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이건 아니다” 라고 생각만 하고 있던 것들을 “이제는 그만!”이라고 행동으로, 투표로 보여주어야 할 때입니다.
전 국민의 과반수가 반대하고 있음에도, 언론의 침묵과 교묘한 말 바꾸기 속에 밀어붙이고 있는 4대강 사업, 세종시 수정 문제, 미디어법 개악 등에 대해 이제는 중단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의 점심값을 빼앗고, 노인들의 점심값을 줄이고, 장애인과 저출산 가정, 실업청년들에게 돌아가야 할 예산을 빼앗아 극소수의 개발업자들 배나 불리는 일은 이제 그만 중단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주어야 합니다.
무능력, 무소신, 무비전의 ‘3무 리더십’으로는 ‘추락하는 부산’을 구해 낼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은 한나라당이 독주해온 지난 20여 년 동안 경제지표나 생산지표에 있어서는 이미 인천에 밀려 제3의 도시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한나라당이 지난 20년 넘게 1당 독주해온 부산의 참담한 현실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미래가 더 암울하다는 것입니다.
부산발전연구원의 보고에 따르면 부산은 2012년 재정자립도 50% 미만으로 지방자치단체로서의 재정독립성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고 합니다.
기업들은 계속해서 부산을 떠나고 있고 그동안 부산시가 추진해 온 장밋빛 청사진인 ‘부산경제중흥을 위한 10대 비전’ 중 어느 하나 제대로 추진되는 것이 없습니다.
동부산관광단지 사업은 부채만 2009년 11월 기준, 6,179억 원에 이르며, 1년에 240억 원이 넘는 이자를 부산 시민들의 피 같은 돈으로 메워 나가야만 합니다. 이는 미래에 대한 비전 없이 졸속으로 추진해 온 부산 시정의 실패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2009년 12월 31일 기준, 부산시(공기업 포함)의 부채총액은 5조 7,578억 원으로, 연 5% 기준으로 이자를 계산할 때 연 2,880억 원, 월 240억 원, 하루 8억 원의 시민의 혈세가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이 어처구니없는 현실이 우리 부산의 현주소입니다.
이제 부산에도 새로운 비전, 새로운 발전 모델, 새로운 리더십,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부산 시민의 잃어버린 꿈과 희망을 되찾아주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새로운 바람, 새로운 비전, 새로운 사람이 필요합니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입니다.
타버린 불판은 갈아야 하며, 땅심이 다한 농지는 객토해주어야 합니다.
저는 그 무엇보다도 우리 시민들이 먹고 살 걱정하지 않고, 교육 시킬 걱정하지 않는 도시로 만드는 것을 시정의 최우선 목표로 두고 부산을 변화시켜 나가겠습니다.
부산이 지닌 천혜의 조건을 부산발전의 토대로 삼아, 좋은 일자리가 넘치는 경제도시, 교육도시, 문화도시, 복지도시, 생태환경도시, 안전하고 쾌적한 도시로 만들어가겠습니다.
그리하여 떠나간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고, 새로운 기업과 새로운 사람들이 찾아오는 부산을 만들겠습니다.
이제는 사람에 투자해야 할 때입니다.
사람을 중심에 놓았을 때 비로소 부산의 미래비전이 제대로 보입니다.
부산에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이 내 도시에 만족하고 이곳에서 자녀들과 함께 오래오래 살고 싶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초점을 맞추어야만 합니다.
부산을 ‘건물 중심의 도시’가 아니라 ‘사람 중심의 도시’로 바꿉시다.
6,70년대식 개발중심 정책으로는 제3의 도시로 전락해가는 부산을 살려낼 수가 없습니다. 이것은 짓다가 만 초고층 건물들만 남기고 천문학적인 빚더미에 올라앉은 두바이의 실패가 웅변으로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토록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던 ‘두바이의 기적’은 ‘두바이의 재앙’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지금 부산에 필요한 것은 108층이니 110층이니 하는 높은 빌딩이 아니라 더 많은 일자리, 기업하기 좋은 인프라, 더 나은 교육 그리고 안정된 노후를 위한 복지입니다.
과거에는 유럽의 자그마한 변방국가였다가, 사람에 투자하고 교육에 투자하고, 복지에 투자하여 이제는 유럽의 강국으로, 세계의 모델 국가로 평가받고 있는 핀란드의 현재에서 우리는 배워야 합니다.
존경하는 부산 시민 여러분!
제게는 부산을 살릴 충분한 경험과 능력이 있습니다.
저는 국회에서, 행정부에서, 청와대에서, 체육계에서 많은 경험을 쌓고 능력을 키워왔습니다. 대한민국의 중앙행정과 지방자치를 관장하는 행정자치부 장관으로서 많은 개혁적인 정책들을 집행하였고, 청와대 정무수석으로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하며 국정 전반의 일을 함께 고민하고 추진하는 기회도 가졌습니다.
대한체육회 회장 겸 대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대한민국의 스포츠위상을 더 높이는 외교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세계 속에서 대한민국이, 우리 부산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제 경험과 능력을 이제 제 고향인 부산을 위해, 제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부산시민 여러분들을 위해 마지막까지 쏟아 붓겠습니다.
롯데자이언츠 로이스터 감독은 메이저리그의 경험과 새로운 지도방식으로 만년 꼴찌 롯데자이언츠를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오르게 하여 우리 부산시민에게 커다란 기쁨과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저 역시 그동안의 경험과 새로운 행정으로 부산시민 모두가 자율적으로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신바람 나는 행정’을 펼쳐 나가겠습니다.
그리하여 꼴찌 부산시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 부산시민에게 커다란 기쁨과 즐거움을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부산 시민 여러분!
부산은 국민통합의 상징적인 도시가 될 것입니다.
부산은 지역주의를 타파하겠다고 맨몸으로 부딪쳐가며 고군분투하였던 저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땀과 눈물이 배어 있는 곳입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저는 지역주의를 고착화시키는 3당야합에 반대하며, 오랫동안 지역통합의 꿈을 꿈꾸어왔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이자 친구인 저는, 노무현 대통령이 못다 이룬 꿈을, 다른 사람이 아닌 친구인 제 손으로 한번 제대로 이뤄내고자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제게는 부산이 더 이상 지역주의의 볼모가 아니라, 가장 먼저 지역통합, 동서화합을 이루는 평화의 도시, 동북아 허브 도시로 바뀌어 나가리라는 변치 않는 신념이 있습니다.
그 꿈을 이제 저는 부산 시민 여러분들과 함께 이루어나가고 싶습니다.
존경하는 부산 시민여러분!
6월 2일은 부산시민이 승리하는 날입니다!
꿈이 있는 사람은 미래를 바꿀 수 있습니다.
행동하는 시민의 꿈이 부산의 미래를 만들어 나갑니다.
투표하는 여러분의 손이 부산의 미래를 바꿀 수 있습니다.
6월 2일,
저는 지난 20년 동안 굳게 닫혀 있던
지역주의의 울타리를 힘차게 박차고 나와
역사 속에 승리하는 새로운 부산이 태어날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날은 우리 부산 시민이 승리하는 날,
부산의 미래가 바뀌는 날이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10년 4월 7일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 김정길
※ 아래는 작년 9월 '2009 - 제1회 부산광역시 고등학생 원탁토론광장' 행사의 일환으로 부산여자고등학교 3학년 학생인 박수현 학생이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을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고3 학생인데, 보통 영민하고 똑똑한 학생이 아니네요..^^ (편집자註)
글로벌 금융위기와 한국경제
김정길 전 장관 약력
저서 - <우리의 가을은 끝나지 않았다>, <공무원은 상전이 아니다>
인터뷰 요청과 함께 메일로 인터뷰할 내용을 보내드리고,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고3이라는 사정으로 약속 시간을 토요일 오후로 잡았다. 해운대 소재 김 장관님 사무실에 들어서니 해운대 앞바다의 멋진 전경을 배경으로 장관님께서 환한 미소로 반겨주셨다.
◈ 김정길: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지금이 토요일 오후라 직원들이 모두 퇴근하고 에어컨도 꺼졌어요. 좀 더울 텐데…. 어쩌나!
◈ 원탁토론광장에서 다른 토론자들과 함께했던 5차에 걸친 모둠토론 뿐만 아니라 패널토론까지, 매 토론마다 가장 먼저 화두에 올랐던 문제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신자유주의를 근본적인 문제 원인으로 진단 후 논리를 전개했었는데요, 이번 금융위기의 원인에 대한 장관님의 견해, 그리고 신자유주의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이 신자유주의에 있다고 한마디로 말하기가 상당히 애매해요. 신자유주의란 잘 알다시피 시장 경제에 맡겨놓고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하자는 건데, 그러다 보니 미국의 금융 감독이 소홀히 되어 그런 면도 있지만 사실 어떻게 보면 인간의 욕망이 불러온 재앙이다 이렇게 볼 수도 있거든요?
내가 미국에서 한 2년 살았는데 미국 사람들은 거의 다 집을 렌트해서 쓰더라고요. 우리나라처럼 소유나 투자 개념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데 2001년 9·11 사태 이후에 미국 정부가 제2의 아메리칸 드림 정책을 쓰면서 미국 국민들에게 자기 집을 갖는 꿈을 갖도록 유도한 면이 있어요. 그리고 저금리 정책을 쓰니, 서민들은 돈을 융자해서 집을 사면 마음을 편안하게 살 뿐 아니라 투자의 가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너도나도 집을 사게 되고….
그런데 2, 30년 동안에 금리가 싼 금융 정책을 쓰면 이 금융정책이 이삼십 년 동안 계속되고 내 소득이 줄지 않으면 되는데, 경기가 어려워진다든지 실직을 한다든지 인플레이션이 올 가능성 때문에 금리를 올리든지 하게 되면 생활이 거의 한계점에서 빠듯해져 은행에 돈을 못 넣게 되는 상황이 오고 불신이 생기게 돼요. 그러면 대출해주는 금융기관은 장기 저리 대출에다 불입금마저 들어오지 않으니 돈이 고갈되고 그 타개책으로 채권을 발행하여 팔고 그 부실을 막기 위해 파생 상품을 개발하여 판매하고…. 이러던 거품이 한꺼번에 터진 거지. 그래서 ‘신자유주의 때문에 금융위기가 왔다’ 고 단정하면 정확한 답이 아니에요. 신자유주의에도 원인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거기에다 인간의 욕구, 지나친 투기, 느슨한 금융 감독, 미국의 잘못된 금융정책 이런 것들이 결합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봅니다.
◈ 거기에 대해서 여쭤볼 게 있는데요. 지금 인간의 욕망이라던가, 투기라던가, 정책 실패라던가, 여러 가지 예를 들어주셨는데 신자유주의가 정책적인 문제만이 아니고 그것이 전반적인 영역의, 사회정치라던가 아니면 개개인의 의식부분까지 영향을 미쳤다면 욕망과 투기와 그런 모든 것을 증폭시킨 근본적인 원인이 신자유주의에 있지 않을까요?
그 모든 책임이 신자유주의에 있다 이렇게 말하기는 어려워요. 물론 신자유주의가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치기야 했지요. 그러나 신자유주의 자체가 나는 오히려 더 글로벌 경제에서 피해갈 수 없는 하나의 세계적인 패러다임이라고 생각해요. 정부의 간섭이 지나치면 그것이 또 부작용을 낳아요.
예를 들면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 정부가 공기업 같은 것을 하면 적자가 나잖아요, 삼성 같은 데는 자꾸 이익이 나는데. 왜 똑같은 회사라도 정부가 운영하면 적자가 나느냐, 또 정부가 적자 내는 회사를 개인 기업이 인수를 하면 또 흑자를 내거든요. 공기업은 정부 돈, 국민의 세금을 가지고 운영하는 회사라 감시·감독이 철저히 안 되고 그러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가 생겨날 수 있어요. 그런데 개인 기업은 위에서 다 이익을 챙기니 그렇지 않죠. 이것처럼 어떤 패러다임의 문제라기보다는 더 근본적인 인간의 욕구, 그로 인한 정책의 오류 이런 것이 원인이고 부차적으로 신자유주의적인 개념이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있다. 이런 이야기지요.
◈ 신자유주의 정책이, 느슨하게 하고 아니면 조이거나 정부가 개입하거나를 떠나서 신자유주의 정책의 목적 자체가 이윤추구의 극대화를 낳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에 의해서 투기라던가 그런 것이 증폭된다고 저는 생각을 했는데 장관님께서 생각하시는 것은 욕구가 신자유주의보다 먼저라고 보시는 거죠?
그렇지요. 세계가 신자유주의적 패러다임 속에 있다 하더라도 각 나라 정부는 그 나라의 사정에 따라서 적절하게 정책을 운용할 수 있어요. 그리고 우리가 신자유주의 때문에 이런 위기가 왔다고 한다면, 신자유주의가 아니면 또 어떤 결과가 왔을까요?
이를테면 그동안 신자유주의가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친 지 한 30년 정도 된단 말이지요, 그럼 신자유주의를 안 하고 옛날처럼 정부가 간섭하는 경제정책을 쓴다면? 그러면 그 안에 또 다른 부작용이 일어났을지도 모른다는 거죠. 정부가 지나치게 시장에 간섭하여 시장을 왜곡시킬 수도 있고 그러고 정부가 지나치게 많은 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적자가 많이 나 실업자가 더 생길 수도 있었겠지요. 신자유주의보다 글로벌 시대에 더 나은 제도를 발견하지 못하니까 이 제도로 가되, 그 나라 실정에 맞는 정책을 접목해서 하면 되는데 그것을 잘못 한 경우라고 봐야겠지요.
신자유주의는 정치적 행정적으로 작은 정부를 지향하지요. 작은 정부를 지향해서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간섭을 적게 하고 공무원 숫자도 최소화하고 그다음에 정부산하기관도 가능한 한 민간에 많이 이양해서 보다 많은 이윤을 추구한다, 그 방향 자체는 맞아요. 그런 신자유주의의 방향은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 우리나라에 도입되었습니다. 그전에도 조금은 있었지만, 본격적으로는 이때 도입이 되었는데 그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오히려 지금 세계적인 흐름도 그렇고 글로벌시대에 정부가 이렇게 저렇게 간섭을 하다 보면 왜곡이 심화될 수가 있어요. 신자유주의를 해도 우리 정부는 아직 간섭이 심해요.
내가 장관 시절이었을 때 예를 하나 들면, 우리가 1997년에 IMF 위기가 왔었잖아요? 은행이 막 도산하고 우리 부산에도 동남은행이 문을 닫았잖아요. 이럴 때 국민들이 모두 너도나도 예금했던 돈을 내 놓으라고 하면 사회에도 혼란이 오니까 공적자금이라 해서 국민의 세금을 가지고 은행의 부실을 메워줬거든요? 그때 정부가 은행을 조사를 해가지고 ‘아, 이 은행은 부실하니까 죽여야겠다, 건실하니까 자금의 경색을 풀어주면 돌아가겠다.’ 하고 돈을 내주면 되는데, 정부 정책에 대해서 반대했거나 과거 아무개 정권 때 많이 정치자금을 준 은행이라 해서 망하게 하고, 또 지금 상당히 부실하지만, 정권 창출할 때 상당히 기여를 했고, 정치자금도 많이 냈고, 친분 관계고 있고 하니까 밀어주고 하면, 이게 왜곡되는 건데요. 그런 것은 정부가 은행들의 부실을 경제적 논리가 아닌 정치적 논리로 간섭을 해서 시장 경제를 왜곡시키는 거란 말이에요. 그러면 더 많은 부작용이 올 수도 있단 말이죠. 그러니까 이것은 신자유주의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정책의 운영이라든지 사람의 문제라는 거지요. 지금 현재는 그런데, 앞으로 더 좋은 이론과 전략, 전개가 나올 수 있어요.
◈ 그러면 질문을 살짝 바꿔보도록 할게요. 그런데 신자유주의 부작용으로 가장 크게 대두되고 있는 것이 불평등의 심화잖아요. 외환위기가 닥치고 지금 한국경제가 굉장히 나빠지면서 서민층이 가장 큰 문제인데, 내수가 악화되고 서민층의 소비력이 약화되면서 기업의 이윤도 떨어지고 그러면서 기업의 투자도 떨어지기 때문에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고 있는데 지금 이 상황에서 신자유주의정책을 계속 쓴다면 불평등이 더 심화될 텐데요. 거기에 대한 대안이 있다면요?
맞아요. 현재 우리나라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무엇이냐 하면 IMF 이후에 중산층 몰락입니다. 자유주의 경제라는 게 가면 갈수록 우리나라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고 한 20% 미만의 부자는 더 부자로 만들어주고 80% 이하의 서민들은 점점 더 어렵게, 격차가 더 벌어지는 이런 문제점들이 생겨납니다. 이런 부작용을 정부가 어떻게 정책적으로 보완해 줄 것이냐는 것이 문제지요.
지금 아마 한계생활자들은 실질적으로 자기 소득에 의해서 생활을 꾸려 가는 것이 아니라 이자를 내가면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또 청년 실업이 백만이 넘는다 어쩐다 하지만 잠재적 실직자들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엄청 많아요.
그런데 IMF 이후 대기업 특히, 수출을 많이 하는 삼성전자라든지 현대자동차라든지 포항제철이라든지 대우조선이라든지 현대미포조선 이런 데는 상당히 기업도 건전해지고 자금도 많이 가지고 있거든요.
이런 상황 속에서 서민들을 위해서 정부는 복지정책을 쓴다든지 하고 대기업은 재투자를 해서 일자리를 창출해주고 이익을 서민들에게 분배되도록 돌아가게 해야 되는데 이 사람들이 그렇게 안 합니다. 왜 안 하느냐. 안 하는 이유는 불확신 시스템 때문에 안 하는 겁니다. 정부의 정책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도 모르고 정부의 정책이 왔다 갔다 하고 정부의 정책을 신뢰할 수 없는데 지금 투자했다가 나중에 부실화하면 돈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보다 더 불리하지요. 그러니 대기업이 가만히 있다가 불경기가 올 때 자금력이 없는 기업을 인수하는 방법을 택하려고 하지요. 자기들이 기술 투자를 해가지고 이윤을 창출하는 것을 안 하려고 하는데, 지금 정부는 그것에 대해 간섭을 안 하고 너무 느슨하게 합니다. 오히려 그 사람들하고 거꾸로 밀착해가지고 그 사람들에게 혜택을 줍니다. 그러니까 대기업 중심으로 정책을 자꾸 펴고 있는 거지요.
이것이 그러면 신자유주의 정책 때문에 그러고 있는 것이냐, 그건 아니란 겁니다. 신자유주의가 아니라 이 정부의 도덕성, 이 정부의 정책이 문제입니다. 예를 들면 이 정부 들어와서 나이키 하는 박연차나 강금원 씨나 이런 분들 수사하잖습니까? 그 기업이 불건전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옛날 정부에 정치자금을 대 주고 도와줬지 않냐, 옛날 정권같이 했던 사람 아니냐, 그래서 세무사찰시키고 검찰 투입해가지고 구속시키고 해서 경제가 이렇게 어려울 때 오히려 기업에 주름살을 그었다, 이런 것들이 더 문제입니다.
신자유주의라는 것이 그 시장이 문제가 아니라 신자유주의를 운영하는 그 정권의 도덕성이라든지 그 조건하에서의 그 정책의 정당성이라든지 건전성이 더 문제라고 나는 판단해요. 신자유주의 자체도 물론 장단점이 있지만
◈ 지금 말씀하시기를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신뢰도를 높여서 기업이 투자할 수 있고 기업을 더 활발하게 활성화할 수 있는 그런 정책을 만들어야 된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러면 이제는 그것을 떠나서 서민층을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복지제도 확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지금 실제로 우리나라 복지제도가 많이 뒤처져 있습니다. 서유럽이나 북유럽 같은 경우에는 복지제도가 너무 많이 확산돼가지고 그 부작용이 왔지요. 예를 들어 내가 일을 안 하고 놀아도 정부에서 나를 먹여 살려 주니까 일을 안 하고 먹고 살려는 사람이 너무 많이 생겼습니다. 이걸 보고는 복지 하면 안 된다, 이렇게 주장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복지정책이 너무 안 되고 있습니다. 아직 투자를 많이 해야 해요. 부작용이 안 나는 수준까지는 복지투자를 해야 하지요.
그래서 정부에서 국민이 낸 세금으로 투자를 하는데 그 투자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가 중요해요. 예를 들어 지금 국민이 반대하는 운하나 사대 강 살리기 그런 것이 자기들한테는 중요할진 모르지만, 그것보다는 서민들 생활 안정할 수 있는 안정된 일자리 창출이라든지 중산층의 몰락을 막는다든지 하는데 돈을 투자하는 것이 훨씬 급하지요. 그런 것을 안 하고 자꾸 가시적이고 전시적인 데만 투자를 하는 데 문제가 있는 거지요.
경제에 대해서 일가견 있는 사람들이 들어가서 이명박 대통령의 잘못된 생각을 바로 잡아 가지고 지금이라도 경제정책, 복지정책을 바로 세워서 서민이나, 노동자나, 중산층이 살게 해주길 바라죠. 그야말로 생계의 위험을 이대로 계속 두게 되면 앞으로 더 심각한 문제가 올 수 있어요.
◈ 한국이 직면한 고질적인 문제에 공직자의 도덕적 해이 문제도 있고 그리고 복지가 떨어지는 부분도 있고 대기업 위주의 정책도 있는데 그 밖에 또 중요한 것은 대외 의존도가 굉장히 높은 점을 들 수 있는데요. 그런 것 때문에 외환위기가 글로벌하게 닥쳐왔을 때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더 많은 타격을 받는다는 판단을 여러 사람들이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 경제성의 주체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어떤 것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경제의 주체성이라고 하는 게 이 글로벌 시대의 적절한 용어인지에 대해서는 견해를 달리 할 수도 있어요. 알다시피 우리는 세계 10대 수출 강국이란 말이지요. 그러니까 대외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어요. 우리가 10대 경제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다른 나라보다 우수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IT 산업 같은 것은 우리가 굉장히 앞서 있지요.
내가 많은 나라를 다녀봤는데, 유럽에서는 남녀가 자기 애인한테 제일 받고 싶어 하는 선물 1위가 삼성 핸드폰이더라고요. Anycall 핸드폰 하나 선물 받는 게 꿈이라는 겁니다. 우리는 사실 예사로 주고받는 선물인데, 거기서는 그만큼 이게 좋은 선물이고 갖고 싶은 선물이라니, 외국에 나가면 우리가 언제 이렇게 됐나 참 신기하고 대단할 때가 있어요. 한국은 몰라도 삼성은 알고, 한국은 몰라도 LG는 알아요. 아쉽게도 삼성이 일본 것으로 아는 사람도 있지만요.
이제 결국 경제적 주체성이라는 개념을 논의하자면 기술을 우리가 축적하는 것밖에 없어요. 많은 기술을 축적해가지고 한국이 어떤 다른 분야에서도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오히려 외국이 우리에게 기술을 빌리러 오게 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기술력을 강화해야 되고, 장기적으로 기술을 강화하려면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돼요. 한국의 우수한 인재들이 외국에 안 가더라도 한국에서 충분히 세계적인 전문가로 키워내야 됩니다. 지금은 머리가 돈을 버는 시대거든요.
저기(장관님 책상 뒤쪽 책꽂이) 내가 빌게이츠 하고 찍은 사진이 하나 있어요. 내가 장관 때 일인데, 세계 제일의 부자가 대한민국의 장관을 만나러 오겠다는 거예요. 대한민국 제일의 부자면 어떨지 모르겠는데 세계제일의 부자가 나를 만나러 오겠다니까 좀 긴장하고 저 사람이 어떤 모습으로 올까 상당히 기대가 되더라고요. 그런데 딱 만났을 때 느낌은 너무 소탈하고 서민적이에요. 퍼런 티 하나 입고 밑에 작업복 같은 바지 입고 왔어요. 호주머니에 한쪽 손을 떡 하니 집어넣고 나타났는데 거창하니 비서들을 데리고 온 것도 아니고 통역하는 젊은이 한 명, 보완 설명할 직원들 한두 명이 따라왔어요. 뭐 하러 왔냐면은, 그때 우리가 정부에서 주민등록 등본이나 초본 같은 것을 인터넷에서 뽑을 수 있는 전자 정부 시스템을 갖추니까 거기에 자기들 물건을 팔기 위해서 왔어요. 다음날 아침에 나하고 몇천 원짜리 밥을 같이 먹었는데 너무나 소탈하고 서민적이고 그런 느낌을 받았지요.
우리나라에도 이런 빌게이츠 같은 사람 한 사람을 길러내면 한국이 엄청난 부자가 됩니다.
◈ 교육이야기가 나왔으니까 한번 여쭤보고 싶은데요. 이 정권 들어서 자립형 사립고와 특목고를 늘이는 방향을 지금 제시를 하고 있잖아요. 그것은 또 이것이 결국 부와 지식의 재생산을 낳게 되고 (결국은 가난한 사람들은 자립형 사립고를 못 가는 거니까) 이런저런 문제점이 발생되는데 그런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을 하세요?
정책이라는 게 다 장단점이 있어서 이런 정책은 절대로 안 되고 이런 정책은 절대로 좋고 하는데 그렇게 말하기는 어려워요. 어떻든 지금 이명박 정부의 전체적인 교육 정책뿐 아니라 전체적인 교육 기조가 가진 자 위주로 가고 있는데, 나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시급하고 심각한 문제는 양극화 현상을 극복하고 사회 통합을 이루어 내는 것으로 생각해요. 사회 통합을 이루어 내기 위해서는 계층 간의 갈등, 세대 간의 갈등, 지역 간의 갈등을 해소 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 그럼 본 주제로 다시 돌아가서 수출 부분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요. 그럼 이제 기술력을 높여서 수출을 확대해 나간다면 국가의 부를 이룰 수 있을 것인데, 지금 타킷으로 삼고 있는 거대 시장이 중국 시장인데 중국과의 관계가 경제적인 부분에서 정치적인 부분까지 어떻게 발전해 나갈 수 있을지 전망에 대해서 좀 알고 싶어요.
내가 지금 중국 북경 대학 동북아 연구소에서 연구하고 있어요. 중국을 보고 느낀 것이 많습니다. 사실 지금 중국이 급속도로 정치와 경제를 키워 가고 있거든요. 지금 경제적으로 제3위 국가예요. 2위가 일본인데 GDP 수준으로 2008년도에 중국이 4조 4천억 정도 됐는데 일본이 4조 9천억밖에 안 됩니다. 그러니까 2위와 3위의 간격이 한 오천억 차이밖에 없는 거지요. 그런데 한 2, 3년 후에는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 중국, 일본이 3위가 될 겁니다. 왜 그러냐 하면 일 년에 성장률이 중국은 한 8% 정도 하는데 일본은 한 1% 정도 밖에 못하거든요. 그런데다가 국제 사회에서 정치적 파워는 지금 중국이 제2위 국가입니다. 미국 다음에 중국이에요, 일본이 아니고.
그런데 중국은 우리의 강력한 라이벌이기도 하지만 좋은 시장이기도 해요. 우리하고 거리가 가깝고 큰 인구를 가지고 있는 시장이니까, 우리가 여기서 중국보다 앞선 기술을 가지고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내면 중국은 영원히 우리의 좋은 시장이 되고, 우리가 여기서 조금 방심하여 우리의 기술이 중국에 추월당하면 우리는 이제 지금의 경제 대국에서 완전히 나가서 떨어지는 국가가 되고 중국 시장에 오히려 잠식당할 우려가 있지요. 그래서 우리가 중국에 잠식당하지 않고 중국 시장을 이기면서 중국이 우리에게 좋은 시장이 되기 위해서는 한국이 특화된 기술에서 앞설 수밖에 없어요.
한국이 지금 앞서가고 있는 IT산업 같은 건 더 앞서갈 수 있도록 기업도 투자하고 정부도 지원하고 해가지고 더 간격을 벌리면서 우리가 앞서가야 되고, 앞으로 전망 있는 우주 산업하고 의약품, 생명 과학 분야는 세계 각국에서 굉장한 경쟁을 하고 있는데 우리가 지금 먼저 투자를 많이 하면 우리가 앞서 갈 수 있는 여력이 있는 분야입니다. 그쪽에다가 집중적인 투자와 인재 육성을 시켜주고 그쪽에 정부가 뒷받침해주고 기업도 그런 걸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고 이렇게 돼서 전문 첨단 기술은 첨단기술대로 가도록 해야 해요.
옛날 박정희 대통령 때, 개발도상국 때의 정부 예산과 선진국의 초입에 들어선 이 정부의 예산은 그 자체가 바뀌어야 됩니다. 옛날에는 뭐가 중요했냐면 우리나라에 수도 시설도 잘 안 되어 있고 시골에 전기도 안 들어가고 도로도 안 되어 있고 할 때는 정부 예산에서 도로 닦고 상하수도 놓고 전기공사하고 공장 만들고 이런 데 돈을 많이 들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일자리 창출도 하고 고속도로 닦은 게 상당히 기여한 면도 있지만 이제 그런 면은 충분히 되었다고 봅니다. 이제 21세기는 인간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방향으로 가야 됩니다. 서민들도 일주일- 닷새 동안이나 고생하면 주말에 돈 몇 푼 안 가지고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되고 문화, 예술 이런 쪽에 투자를 해야 되고, 관광 산업을 활성해서 외국인이 한국에 돈을 뿌리게 만들어야 합니다. 옛날과는 많이 달라졌어요.
이 정부가 투자를 하려면 사대 강이나 정비하고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 운하를 뚫고 뭐 이런 것에 투자를 할 것이 아니라 환경, 관광, 레저 스포츠, 문화 그다음에 생명 공학과 같은 첨단 과학에 투자를 많이 하도록 해서 우리가 기술력을 엄청 많이 가지고 그 기술력으로 중국을 앞서 가야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교육에 투자를 활성화하고 하면서 그것과 동시에 사회 통합을 위해서 양극화 현상을 국민 통합으로 이루어 낼 수 있는 어떤 사회 보장에 대한 투자라든지 서민들의 생계 대책이라든지 중소기업에 대한 육성책이라든지 중산층에 대한 지원 대책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조화롭게 이루어져서 대기업과 균형을 이루어 가야합니다. 부자만 자꾸 부자가 되고 서민들은 점점 더 가난해지게 하는 것은 나중에 엄청난 사회적 혼란과 경제적인 파탄을 가져오기 때문에 그런 점에 대해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심각성을 인식을 하고 정책을 전환을 해야 해요.
문화 예술 쪽도 경쟁력이 있어요. 그러니까 영화 한 편을 우리가 잘 만들어 내면-요번에 ‘해운대’ 관객 1,000만 명이 넘었다고 하는데, 나도 가서 봤는데요, 이것도 원천 기술을 미국에서 해왔거든요. 파도에 밀려 쓸려 가는 그런 장면들은 전부 미국에 돈 주고 만든 거예요. 그러니까 알짜 돈을 벌어서 헐리웃에 다 갖다 줬단 말이에요. 지금부터라도 그런 기술개발에 투자해놓으면 지금은 아니지만 10년 또는 20년 후에는 문화, 한국 영화, 이것이 중국 시장뿐 아니라 세계 시장을 점유하게 되고 그러면 굴뚝 산업보다 더 많은 부를 창출할 수 있어요. 한 때 한류 바람도 불고 그랬잖아요?
◈ 영화이야기 하셨으니까 잠시 여쭤봅니다. 제가 영화에 대해서 관심이 많고 제작해보기도 했는데요, 어떤 캠프에서 들은 부산 국제 영화제 관계자 말씀이, 지금 사대 국제영화제가 있는 만큼 아시아 쪽에서 부산이 기선을 잡아서 국제 영화제를 확대해 나가려면 시놉시스 마켓을 구축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경쟁력을 갖추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이제 부산 국제 영화제가 조금 성공하는 것처럼 보이니까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나 광주 영화제 등 영화제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잖아요. 그렇게 되면 한곳에 집중될 수 있는 투자라던가 경쟁력이 여러 지역으로 분산됨으로써 우리나라가 국제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힘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텐데요….
그렇습니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게 정부가 할 역할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도시 하나도 특화시켜야 한단 말이지요. 부산영화제가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으면 영화 산업은 부산에 전부 집중 투자를 해서 몰아줘야, 영화 하면 외국인들이 부산 가야 좋은 영화 볼 수 있고 좋은 영화 시스템도 있고 세트장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이번에 부산에 동삼 관광단지를 개발하면서 영화 촬영 스튜디오를 가지고 오려다가 실패했죠. 잘 안 오려 한단 말입니다. 유니버셜스튜디오가 오려다가 결국은 수도권 쪽에 들어가려 한단 말이에요. 여기로 가져오려고 하면, 정부가 적어도 부산을 영화 산업 도시로 육성하고 싶다면, 부산시에만 맡겨 놓을 것이 아니라 정부까지 뒷받침해서 부산으로 오도록 유도를 해 줘야 돼요. 정부가 예산 지원도 해주고 그 사람들에게 많은 혜택도 주고 일단 갖다 놔야 된다고요. 갖다 놔야지 부산이 제대로 국제적인 영화도시로 크는 건데 지금 그런 게 아쉬운 점이지요.
◈ 영화뿐 아니라 정책적으로 부산에 지원되어야 할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을 들 수 있을까요?
나는 부산이 참 아름다운 도시인데 완전히 도시 개발을 잘못해서 망친 도시라고 생각해요. 이게 한 사람이 한 게 아니라 수십 년 동안에 걸쳐서 그런 거거든요. 해운대라든지 영도다리라든지 전부 다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요소들이 있는데 지금 부산에는 스쳐지나 가는 관광객이지 머무는 관광객이 드물다고요. 오히려 외국 사람들이 오면 제주도 가든지 설악산 가든지 서울 가든지 하지 부산은 그냥 한번 한나절 스윽 스쳐서 가버린다고. 그래서 앞으로는 부산도 정책적인 변화를 줘서 부산에 관광객이 찾아오게 만들고 부산에서 돈을 쓰고 가게 만들어야 해요.
또 정부 예산이나 이런 것을 가지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특히 서민들이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해요. 나는 사실 가능하면 이 정부가 바비큐 공원 같은 것을 만들고 그 옆에다가 야외극장 같은 것도 만들어가지고 저녁때 되면 영화도 공짜로 가족끼리 차안에 앉아서 볼 수도 있고, 담소 할 수 있도록 하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놀이 공간이 없고 시간 여유가 있으면 뭐가 생기냐면 범죄가 생겨요, 범죄가. 하나의 정책은 그 한 가지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사회 범죄와도 관련되어 있고, 경제와도 관련되어 있고, 사회 안전과도 관련이 되어 있어요.
세계 통계를 보면 재미있는 게, 미국의 4대 스포츠, 예를 들어서 미식축구라든지 야구라든지 (아이스)하키…. 이런 종목에 큰 경기가 있으면 청소년 범죄발생률이 16% 떨어진다는 통계가 있어요. 그 기간이 되면 청소년들이 스포츠 중계에 시간을 뺏겨서 범죄도 안 저지르는 거예요. 그런 거 안 하면 또 범죄율이 늘어나는 거예요. 그러니까 여가시간을 어디 한쪽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청소년을 건전한 방향으로 유도해주고 사회도 범죄율을 낮춰주는 데에 굉장히 다 영향을 미친다고요. 그래서 이렇게 사회에 안전망을 추가한다든지 서민들의 생활을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데에 투자한다든지 아까 이야기한 문화 예술, 관광, 레저스포츠 쪽을 활성화 시킨다든지 이런 쪽으로 정부 투자가 바뀌어야 해요.
◈ 그러면 경제에 대한 질문은 다 드렸고 인생의 대선배이시자 정치적 멘토로서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 오랜 기간 정치적 동지이셨던 노무현 대통령께서도 서거를 하셨고 김대중 대통령께서도 서거를 하셨는데 두 분 다 사회적 통합을 위해서 굉장히 노력을 많이 하셨고 장관님께서도 정치적으로 같은 바를 지향 하셨잖아요. 이제 이렇게 정치적 동지를 잃으셨을 때 어떤 방식으로 그 뒤를 잇겠다고 생각을 하시나요?
두 분은 어떻게 보면 정치적 스승 같은 분들이고 그 밑에 장관과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내고, 또 한 분은 삼당합당 할 때부터 정치적인 길을 같이했던 친구고 동진데 두 사람 다 올해 이리 다 떠나서 개인적으로 아쉽고 서운하고…. 어떻게 보면 노무현 대통령은 아마 서민 대통령으로 그런 대통령이 다시 태어나기도 당분간 어려울 건데 말입니다. (잠시 침묵…)
공과에 대한 평가는 많이 있겠지만, 함께 국민 통합을 위해 정치를 하고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런 겁니다. 나는 사실 영남 사람으로서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면 영호남 화합이 이루어지고 국민통합이 이루어질 것 같아서 김대중 대통령을 지원했어요.
내가 대학 다닐 때, 71년도 부산대학 총학생회 학생회장을 했는데, 그때 박정희 대통령이 삼선 개헌을 해서 대통령 출마를 하고서는 지역감정을 조장해가지고 영남에서 몰표가 나오는 바람에 당선이 됐어요. 그때부터 지역감정을 해소하려고 했지요.
그리고 김영삼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다 나에게 더 어려운 사람입니다. 거제도 같은 초등학교 선후배 사이예요, 둘이. 정치계의 유일한 초등학교 선배지요. 그러니 노무현 대통령보다 내가 그분을 더 어려워해야지요. 그런데도 부산에서 삼당합당 때 통일 민주당에서 전부 다 따라가고 둘만 안 따라가고 남았습니다. 그러고는 계속 부산에서 출마해서 같이 계속 떨어졌지요. 전라도 사람 비슷하게 취급을 당해가지고 떨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김대중 대통령이 한번 대통령이 됨으로써, 정치적으로 소외되었다고 생각하는 호남 사람들, 또 5.18 민중항쟁으로 많은 희생을 치른 호남 사람들이 영남에 마음을 열고 하나가 되지 않겠느냐 이렇게 생각을 했는데, 되시고 나서 그걸 못하고 어떤 면에서는 더 심화된 면이 있어요. 그다음에 노무현 대통령이 됐을 때는 또다시 이제 호남에서 영남으로 넘어왔으니까 노무현 대통령이 꼭 할 수 있지 않겠느냐 했는데 또 못하고 결국 뭐….
노무현 대통령 때 통합을 위해서 굉장히 노력했지만, 결과는 통합보다는 오히려 분열이 심화된 것 같기도 합니다. 민주당을 깸으로써 호남이 더 등을 돌리게 되었고 그게 또 지역갈등의 심화라는 어려운 불씨가 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그것을 막아내지 못해서 계층 간의 갈등이 더 커진 면도 있습니다.
이래서 오히려 두 사람이 되면 국민 통합이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반대로 가버렸어요. 이제는 완전히 보수 정권이 들어섰으니까 국민통합을 기대하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돌아가시기 전에, 조금 전에만 김영삼 대통령이 두 사람 화합하고 손잡고 했으면 영호남 화합에 상당히 기여를 했었을 것이고, 영남에서도 국회의원 선거하면 한나라당이 싹쓸이한다든지 호남에서도 싹쓸이한다든지 하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었을 텐데…. 제도가 안 되어 있는 것도 문제가 있긴 한데 그런 점이 정말 아쉬워요. 아쉬운데 두 분이 못하고 가신 일은 남은 우리들의 몫이니까 우리가 앞으로 걸어가야 할 부분이죠.
◈ 아까 방금 삼당합당 때 안 가신 것에 대해서 말씀을 해주셨는데 그런 정치적 결단을 내릴 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때 상당히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초선의원, 내가 재선의원 때였는데요, 개인적인 친분으로 보면 당연히 김영삼 대통령을 따라가야 했죠. 내가 선거구도 부산이고 고향도 김영삼 대통령과 같습니다. 우리 집하고 김영삼 대통령 집이 오리였다고, 오리. 바로 옆이잖아요. 그리고 또 정치권에서 유일한 초등학교 선후배 간이고요, 김영삼 총재 아래서 원내 수석부총무도 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제야 운동하다가 들어왔고 나는 정치를 함께 했고, 그래 왔기 때문에 친분으로만 말하자면 따라가야 됐는데, 정치인이라는 것은 개인적 친분보다 정치적 소신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요.
나는 어느 시대 없이 그 시대에 양심을 지키는 세력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조선왕조 500년에 역사를 보더라도 세조시대에 성삼문 같은 사육신이나 생육신들이 세조를 임금으로만 받아들였으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리 없고 자기 가족들도 큰 곤욕을 치르지 않고 죽음을 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 당시에는 두 임금을 안 섬긴다는 것이 하나의 정치의 지조이고 신념이니까 이 하나의 정치적 신념 때문에 자기 목숨도 잃었고 가족들도 다 형장 이슬로 사라진 거예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그렇게 돌아가셨지만, 후대의 우리는 그분들을 그 시대의 양심을 지킨 세력이라 생각한다고요. 그때 전부 다 자기 이익을 위해서 세조를 임금으로 다 따라 가버렸다 하면 과연 충신은 누구일까? 그래도 우리가 역사를 그런 사람들을 통해서 배우잖아요 그때 그 시대 정치를 반영한 사람으로 말입니다.
조선 왕조뿐 아니라 일제 강점기도 생각해보면 우리 선열들이 천황폐하 만세 부르고 다니면 안 죽고 잘 살 수 있었을 텐데 왜 독립운동 하다가 죽고 그렇게 감옥소 가서 고문당하고 그랬겠어요. 그분들도 그 시대의 양심을 대변한 세력이라 이거죠.
그런데 김영삼 대통령이, 자기가 대통령이 되면 군정 종식시키겠다 말하고 야당 총재로서 국회의원 선거할 때는 야당이 되면 군정의 부정, 비리 이런 독선을 막는 데에 괜찮은 역할을 하겠다 해가지고 김영삼 대통령이 국회의원이 되고 우리도 다 국회의원이 됐어요. 그런데 어느 날 자기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군정과 손잡겠다, 이러는 거예요. 그리고 우리 당 국회의원도 59명이 전부 다 야당 한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해놓고 국회의원을 인증받았어요. 그건 국민과의 계약이잖아요. 계약인데!!!!!
야당 하겠다고 해놓고, 한 사람이 대통령 될 목적으로 여당 가는데 자기 소신도 없이 우우 따라간다, 한 정당이 몽땅 따라간다, 그게 무슨 꼴이에요? 대한민국의 망신이죠. 그럼 그 시대에 양심을 대변할 사람은 누구예요? 그래서 생각하기를, 다 따라가도 난 못 따라가겠다 노무현이가 가도 난 안 간다. 근데 노무현이는 또 김정길이가 가도 자기는 안 간다고 생각을 했나 봐요. 그러고 나중에 보니까 둘이 남았어. 둘이서 얼마나 힘이 됐는지 몰라요. 혼자 남았으면 얼마나 쓸쓸했을까요. 어느 시절에서든지 그 시대에 양심을 지키는 사람은 소수라도 있어야 하는 겁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내가 자식들을 교육 시킬 때 ‘너는 정직하게 살아라, 바르게 살아라, 어떠한 약속일지라도 약속은 꼭 지켜라.’ 이렇게 가르칩니다. 그런데 자기 아버지가 정치하는 사람인데 말이지 우리보고는 그렇게 교육시켜놓고 자기 아버지는 국민과의 약속도 안 지키고 어느 날 야당 갔다가 편하게 여당 하려고 보따리 싸고 여당 가버렸다! 그것을 어릴 때는 잘 몰라도 커서는 우리 아버지가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렇게 해서 내가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는 게 아이들한테 떳떳하고 당당한 일이냐, 내가 다음번에 국회의원 못하고 떨어져가지고 딴짓 해서, 구멍가게라도 해서 먹고 사는 것이 내가 자식들한테 떳떳하고 당당하게 살 수 있는 길이냐를 생각해봤을 때 난 전자가 아니라 후자로 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생각한 거지요.
◈ 그러면 마지막으로 정치를 하고자 하는, 국가와 국민들을 위해서 일하고자 하는 학생들에 대해 가장 해주고 싶은 말씀 한번 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정치를 하려고 하면 각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쌓아야 됩니다. 다방면을 알아야 되고 정치를 하겠다는 소신과 목적이 뚜렷해야 돼요. 내가 국회의원을 하겠다, 대통령을 하겠다, 이것이 아니고 국회의원을 해서 뭘 하겠다, 대통령이 되어서 뭘 하겠다, 내가 나 하나 잘살고 잘 먹기 위해서 대통령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됐을 때 정말 우리가 어려운 서민들을 위해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국가 발전을 위해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이런 소신과 신념이 또렷하게 있어야 합니다. 내가 어떤 목적으로 정치에 뛰어들었느냐를 자기 소신과 신념으로 뚜렷하게 키워나가야 되고 그것을 어떤 역경이나 어떠한 압박이 와도 자기 소신을 굴하지 않고 지켜나갈 자신이 있을 때 정치를 하십시오. 그렇게 안 하고 정치를 하면 오히려 정치가 아니라 해악입니다.
나는 김영삼 대통령께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총재님! 난 총재님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역사에 김영삼 총재님이 어떻게 기록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대통령을 했던 전두환, 노태우, 마르코스 대통령이 지금 역사에 어떻게 기록됩니까? 대통령을 못했지만, 김구 선생님이 어떻게 역사에 기록됩니까? 그렇다면 대통령을 하고 안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정치인 김영삼으로서 이름 석 자가 어떻게 기록되느냐 그게 더 중요한 게 아니냐!” 그렇게 설득해도 안 되더라고요. 왜? 대통령을 하고 싶은 욕구가 너무 강했기 때문에!
그래서 대통령을 했어요. 했긴 했지만 지금 평가를 어떻게 받아요? 부산 사람들한테도 제대로 평가를 못 받습니다. 참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그런 점 때문에 나는 정치를 하고 싶으면 자기의 소신과 목적이 국리민복에 부합할 때, 그것을 관철하기 위해서 자기가 어떠한 어려움이나 압력이나 어려운 여건이라도 굴하지 않을 자신이 있으면 해라. 그렇지 않으면 딴 길로 가라고 합니다. 내가 내 가족하고 편하게 살아야겠다고 하면 정치를 하면 안 됩니다. 그건 딴 길로 가야 됩니다. 사업을 하든지 회사에 취직하든지.
근데 요즘 내가 아쉬운 것이 요즘 그렇게 정치적인 야망을 가진 젊은이들을 찾는 게 어렵고 전부 대기업에 가서 잘 먹고 잘 사는 데에 욕심이 많은 것 같아요. 먹고 사는 문제, 즉 경제의 문제도 정치가 바로 섰을 때 정의로운 경제가 구현되고, 그 바탕에서 건설된 경제적 발전이어야 지속 성장과 복지선진 국가를 만드는 것이지요. 그렇게 큰 뜻을 가진 젊은이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정치인은 신의를 지켜야 해요. 지역민과의 약속도 잘 지켜야 함은 물론이구요. 부산에서 떨어질 줄 뻔히 알면서 삼당합당 이후에 나는 한 번도 부산을 떠난 적이 없어요. 국회의원이 되는 데에, 대통령 되는 데에 목적을 두고 정치를 하려고 하면 정치하지 말란 말입니다. 개인을 위해서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는데 사회를 위해서는 국가를 위해서는 도움이 안 되는 일이니까요.
◈ 소중한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바쁘신데 시간을 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랜 시간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수현양도 수고했어요. 내가 오늘 수현양에게 내가 쓴 책을 두 권 선물하려고 해요. (책상으로 가셔서 책 두 권에 사인을 해주셨습니다.)
◈ 귀한 선물 감사합니다. 참 즐겁고 진지하고 열정적인 인터뷰였습니다. |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13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