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의 사람
‘톨레레게 성경통독’이 어느덧 큰 고개를 넘어섰습니다. 150편으로 이루어진 시편의 오르막은 정상을 넘기 위한 순례자의 가쁜 호흡과 같았습니다. 이제 잠언부터는 내리막길입니다. 그동안 시편을 하나하나 풀어내니 애창곡으로 삼고 싶은 그런 욕심을 부릴만한 시들이 파노라마처럼 눈에 들어옵니다. 2천 5백년 이전에 만든 기도와 노래가 어쩌면 지금 21세기 현대인에게까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지, 신비감마저 듭니다.
아마 스스로 피조물임을 고백하면서, 평생 하나님을 의식하고 신뢰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지닌 공통분모가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톨레레게 톨레레게”란 음성을 들은 어거스틴은 “우리 인간에게는 하나님으로 채워질 공간이 있다”고 한 모양입니다. 우리는 비록 시편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사랑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많은 성가곡과 대중노래로 만들어진 배경입니다.
시편(詩篇)은 한마디로 찬송집입니다. 율법처럼 묵상하며 읊조리는 옛 노래가 있고, 소리 높여 탄식하며 아픔을 토로하는 애상곡이 있으며, 발랄한 환호성과 함성으로 내 뿜는 찬양곡도 있습니다. 어떤 부분은 사설이 긴 판소리의 한 대목처럼 심금을 울리기도 합니다. 서시 1편은 ‘의인의 길’을 걷도록 초대하며, 송영 150편은 그 길을 걸어 온 사람이 부르는 환희의 송가입니다. 그리고 1편과 150편 사이 모든 시들은 하나님과 동행하고 있습니다.
시편을 엮은 시인과 기도자들은 인생과 역사를 ‘하나님과 함께 하는 삶’으로 이해합니다. 그들은 자신의 현실에 개입하신 하나님의 권능과 임재 앞에서 결코 침묵하지 않았습니다. 늘 하나님을 향해 여쭈었고, 또 응답하였습니다. 이를 유대인 철학자 아브라함 헤셀은 ‘하나님과 동반자 관계’로 해석함으로써, 시편이해를 돕습니다. ‘찬송’과 ‘탄원’ 그리고 ‘감사’를 주제로 한 시편 모음은 편편절절 하나님을 신뢰하며, 의지합니다.
다양한 기원과 배경을 지닌 노래들은 여러 물줄기들이 하나로 합류하여 위대한 합창을 이룹니다. 이스라엘이란 선민의 역사가 그 흐름을 열었지만, 마침내 시편은 세계적 보편성을 얻은 만민의 구원노래가 되었습니다. 특히 첫 그리스도인들은 시편에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예언과 메시아 비전을 보석처럼 찾아냈습니다. 초대교회는 이를 신약성경 안에서 고백하였는데, 시편에서 인용한 구절만 중복 없이 모두 104절이나 됩니다. 예수님의 주기도문은 시편 중의 시편, 곧 150편 전체를 걸러낸 정수(精髓)와 같습니다.
우리가 부르는 시편은 옛날 노래가 아닙니다. 지금, 여기, 오늘의 시편은 우리 시대의 기쁨과 아픔, 불안과 고단함까지 끌어 안아줍니다. 한 사람의 구성진 삶일망정 낱낱이 고백하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며, 공동체의 신앙으로 승화시키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베토벤은 시편 19편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하나님의 영광’(The Heavens Declare the Creator’s Glory)을 누구나 사랑하는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만들어 냈습니다. 위대한 작곡자의 솜씨를 통해 시편의 목소리를 더욱 호소력 있게 발산해낸 것입니다.
시편을 사랑한다는 것은 이러한 인류의 신앙전통과 문화유산에 참여하는 일입니다. 이를 통해 내 가난한 고백일망정 뿌리 깊은 나무에 접목하고, 성전 바닥의 모자이크 타일조각으로 삼아 보십시오. 당장 욕심껏 시편 암송에 도전하십시오. 정성껏 읽고 읽어, 묵상하고 묵상하여, 내 마음의 시편으로 만들어 내십시오. 내 목소리로 스마트 폰에 녹음하고, 반복해서 듣고, 입술로 따라하여 나를 시편의 사람으로 바꾸어 가길 바랍니다. 암송할 만한 시편을 추천합니다.
대표적인 시- 1, 23편.
참회- 6, 130편.
하나님과 창조세계 찬양- 8, 19편.
간절한 탄원기도- 4, 11, 12, 42편.
하나님을 의지함- 46, 62, 121편.
인생의 의미- 90편.
성전을 사랑함- 15, 24, 84, 117, 122편.
가정의 평안- 127, 128, 133편.
감사와 찬양- 95, 100, 113, 126, 146, 150편.
첫댓글 내 마음의 시편이 되도록 열심히 묵상하고 암송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