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에 아로새긴 자수(刺繡)
만경강 하구 오식도 인근
수라(繡羅) 갯벌
세계에서 가장 너른 갯벌
사(紗)인지 라(羅)인지,
비단에 다갈색 암화의 수를 놓은 낙원,
수천 수만 도요새 떼지어 날고
농게 숨 길을 내며 놀았지
새만금 방조제가
바다로 가는 길을 막고
옥구염전에 골프장이 생기면서
터전을 잃은 도요새 저어새 떠나가고
검은머리 물새, 청둥오리
갈 길을 잃었네
고라니 뛰놀지 않고
새들이 날지 않는 세상
갈대가 서걱이지 않는 땅
나이얏!
자본에 취한 우아한 사람들만
늘 푸른 서양 잔디밭을 어슬렁거리는
서해 끝 '당신들의 천국'
한때 몇 백 개의 전술핵폭탄이
감춰져 있었다는 내 고향 바닷가에
성조기를 단 가오리 비행기가 날고
민간공항인지 미군 공항인지
아리송한 국제공항을 만든다고
생명의 길을 막는구나
바다를 잃은 만경강은
심장판막증에 걸려
나날이 검푸르러 가고
수라 개펄를 잃은 생명들은
차마 떠나지 못해
고향에서 스러지는구나
아, 수라(繡羅)여
아수라(阿修羅)가 되어 가는
새만금 갯벌이여
생명이 사라진 땅에서
아직도 장밋빛 환상을 좇는
내 고향이여
ㅡ 졸시 '수라, 아 수라' (2024. 1. 15)
# 군산 수라 갯벌
# 새만금 수라 갯벌
# 새만금 신공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