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는 차갑고 F는 감정적일까?
T는 차갑고 F는 감정적일까?
요즘 이런 말을 자주 듣습니다.
“나 완전 대문자 T야.”
“나는 F라서 그런 말 들으면 상처받아.”
“미안, 내가 T라서 그래.”
처음에는 재미있는 자기소개처럼 들립니다.
나와 상대를 이해하는 작은 힌트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T와 F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언어가 아니라,
상대를 쉽게 판단하거나
내 행동을 설명하는 핑계처럼 쓰일 때가 있습니다.
특히 이런 경우가 그렇습니다.
상대의 기분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말을 툭 던져놓고는,
“내가 T라서 그래.”
정말 그럴까요?
T라서 그런 걸까요,
아니면 그냥 배려 없이 말한 걸까요?
MBTI에서 T와 F는
감정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아닙니다.
T(Thinking)는 판단할 때 논리, 사실, 원칙, 효율을 더 먼저 고려하는 편이고,
F(Feeling)는 관계, 감정, 분위기, 사람에게 미칠 영향을 더 먼저 보는 편입니다.
쉽게 말하면
T는 “문제가 뭐지?”를 먼저 보고,
F는 “사람 마음이 어떻지?”를 먼저 봅니다.
누군가 힘든 이야기를 했을 때
T는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렇게 해보면 되잖아.”
“일단 해결 방법부터 생각해보자.”
그 말 속에는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듣는 사람은 이렇게 느낄 수 있습니다.
“내 마음은 하나도 안 봐주네.”
“나는 지금 정답보다 위로가 필요한데.”
반대로 F는 먼저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많이 속상했겠다.”
“그때 정말 힘들었겠다.”
F는 해결보다
상대의 마음이 먼저 받아들여지기를 바랄 수 있습니다.
하지만 T 입장에서는 답답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거지?”
“공감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나?”
이렇게 T와 F는
서로 다른 지점을 먼저 봅니다.
하나는 문제의 구조를 보고,
하나는 마음의 결을 봅니다.
그래서 F는 T에게
“너는 너무 차가워”라고 느낄 수 있고,
T는 F에게
“너는 너무 감정적이야”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T라는 이유로
상대의 마음을 함부로 다뤄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원래 직설적이야.”
“나는 팩트만 말해.”
“나는 T라서 돌려 말 못 해.”
이 말들이
상대에게 상처 준 것을 가리는 방패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직설적인 것과 무례한 것은 다릅니다.
논리적인 것과 차갑게 말하는 것도 다릅니다.
솔직한 것과 상대를 아프게 하는 것도 다릅니다.
T라면 이렇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보기엔 이런 방법이 있을 것 같아. 그런데 먼저 많이 힘들었겠다.”
“해결책이 떠오르긴 하는데, 지금은 들어주는 게 먼저일까?”
“내 말이 차갑게 들렸다면 미안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었어.”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T가 F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자기 방식에
상대의 마음을 조금 더 얹는 것입니다.
F도 마찬가지입니다.
F라는 이유로
모든 말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상대가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했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T의 조언 속에도
나를 돕고 싶은 마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나는 T니까 어쩔 수 없어”가 아니라,
내 방식이 상대에게 어떻게 닿는지 아는 것입니다.
또 “너는 F라서 예민해”가 아니라,
상대가 왜 그 말에 마음이 다쳤는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MBTI는 사람을 단정하는 말이 아니라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기 위한 언어가 되어야 합니다.
사람은 유형보다 넓고,
마음은 네 글자보다 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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