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세계의 국기 수시로 바뀐다 아차하면 실수
88올림픽 이후 22개국 변경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는 '소녀시대 힘내라 힘' 코너의 타이틀 화면에서 태극기를 좌우가 뒤집힌 상태로 내보내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았다. (조선닷컴 6월 29일 보도)
◆국기(國旗)는 끊임없이 바뀐다
2007년 11월 21일 한국·바레인의 올림픽 축구 아시아 최종예선 6차전이 경기도 안산에서 열렸다. 경기 시작 전 최인태 동영국기 회장(전 서울올림픽 조직위 시상식과장)은 깜짝 놀랐다. 옛날 바레인 국기가 등장했던 것이다.
옛 국기는 붉은색 왼쪽에 흰 톱날 모양이 8개였다. 그런데 바레인 선수들 유니폼의 국기는 흰 톱날이 5개였다. 바레인은 2002년 2월 입헌군주제를 선포하면서 옛 왕기(王旗)였던 흰 톱날 5개의 깃발을 새 국기로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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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콩고민주공화국의 국기는 1971년의 국기(왼쪽)가 1998년 별 일곱 개가 그려진 국기(가운데)로 바뀌었고, 현재의 국기(오른쪽)는 2006년부터 쓰였다. 지금도 많은 자료에는 가운데 국기가 실려 있다.
"세계 여러 나라들의 국기는 수시로 바뀐다고 봐야 합니다." 최 회장은 "우리는 1949년 10월 15일 태극기가 국기로 공포된 뒤 변동 없이 사용돼 왔지만 다른 나라들의 경우는 다르다"고 말했다.
정권 교체, 정변, 국토 분리, 신생국가의 출현 등으로 최근 20년 새 새 국기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금세 반영되지 않는다. 최 회장은 "인터넷에서는 CIA(미 중앙정보국)의 국기 자료가 가장 정확하다"고 말했다.
◆몽골은 별, 이라크는 후세인 친필 빠져
88서울올림픽 후 국기를 바꾼 나라는 22개국이다. 몽골,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바레인, 그루지야, 홍콩, 마카오, 불가리아, 콩고, 콩고민주공화국(옛 자이르), 르완다, 투발루, 레소토 등이다.
여기에 구소련에서 분리된 러시아,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 15개국과 구 유고연방에서 분리된 크로아티아, 마케도니아 등 6개국, 에리트리아, 나미비아, 동티모르 등 신생국을 합하면 모두 40여개국의 국기가 새로 출현했다.
아프가니스탄은 80년대까지는 위부터 검정·빨강·초록 3색의 왼쪽에 문장이 있었다. 이것이 초록·흰색·검정에 문장은 중앙에 들어간 깃발로 바뀌었다. 탈레반 정권 붕괴 뒤인 2002년에는 왼쪽부터 검정·빨강·초록이 그려지고 가운데 사원 모양의 문장인 노란 색 메라브(mehrab)가 들어갔다.
1963년 제정된 이라크 국기는 위로부터 빨강·흰색·검정의 삼색기였고 가운데 흰 바탕에는 녹색 별 세 개가 그려져 있었다. 별 세 개는 이라크·이집트·시리아의 3국 연합을 상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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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라크 국기는 1963년 이래 쓰이던 국기(왼쪽)가 1991년 후세인 친필이 들어간 모습(가운데)으로 바뀌었고, 글씨가 인쇄체로 바뀌는 과정을 거쳐 지난해 별이 빠진 현재의 국기(오른쪽)로 변했다.
이후 걸프전을 치르면서 별 사이에 '알라는 위대하다'는 사담 후세인의 친필 글씨를 넣었다. 후세인 정권이 무너지자 이 글씨가 인쇄체로 바뀌었다. 지난해에는 별이 빠지고 인쇄체 글씨가 확대됐다.
몽골 국기 왼쪽에는 복잡한 민족적 표장인 노란색 소욤보(煙臺)가 그려져 있는데, 1992년 몽골이 사회주의 진영에서 탈피하면서 표장 맨 위에 있던 별이 사라졌다. 콩고는 1958년 '범(凡)아프리카색'으로 알려진 초록·노랑·빨강이 비스듬하게 그려진 삼색기를 국기로 삼았으나 1969년 사회주의 정부 집권 후 별과 망치가 그려진 붉은 깃발로 바뀌었다가 1991년 원상복구됐다. 레소토는 여야 정권 교체(1987·2006) 때마다 국기가 바뀌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초록색 바탕에 노란색 원을 그린 뒤 그 속에 횃불을 든 사람의 팔을 그려 넣은 국기를 사용했다. 이게 파란색 바탕에 노란색 큰 별(가운데)과 작은 별 여섯 개(왼쪽)를 그린 국기로 바뀌었다가 2006년부터는 파란색 바탕에 황·적·황색의 대각선을 긋고 왼쪽 위에는 노란색 별을 그린 국기를 사용하고 있다.
그루지야는 1991년 독립 이후 갈색 바탕의 왼쪽 위에 검정과 흰색 띠를 직사각형으로 그린 국기를 쓰다가, 2004년 흰색 바탕에 빨간색 십자가 다섯 개로 이뤄진 지금의 국기로 바꿨다.
◆필리핀 국기, 거꾸로 걸면 '전쟁기'
최인태 회장은 "제대로 그려진 국기도 게양을 잘못하면 엉뚱한 국기가 된다"고 했다. 인도네시아 국기는 빨강(위)과 흰색(아래)의 2색기인데 위아래를 바꿔 걸면 폴란드 국기가 되고, 러시아(위로부터 백·청·적) 국기는 위아래를 바꾸면 세르비아 국기가 된다.
왼쪽부터 초록·흰색·귤색으로 이뤄진 아일랜드의 국기는 좌우를 바꾸면 코트디부아르의 국기가 된다. 인도네시아와 모나코, 루마니아와 차드(왼쪽부터 청·황·적)의 국기는 미묘한 색도 차만 있을 뿐 구분하기 어렵다.
필리핀 국기는 왼쪽의 흰 삼각형 바탕에 노란색 태양과 별이 있고 파란색(위)·빨간색(아래)이 그려져 있다. 이 국기는 거꾸로 걸면 큰 오해를 살 수 있다. 빨간색이 위로 올라오면 전시(戰時)의 국기가 되는 것이다. 서울의 한 호텔은 작년까지 필리핀 국기를 거꾸로 걸어 놓았다.
조선일보 2009.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