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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양승호 감독은 시즌 전 "수차례의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롯데가 강팀이 되려면 위기를 슬기롭게 타개해 나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도 16경기 만에 위기가 찾아올 줄은 몰랐다. 양 감독은 지금 첫 시험대에 올라있다 |
4승2무10패(리그 8위), 팀 타율 2할2푼3리(7위), 팀 홈런 5개(8위), 우투수 상대 타율 2할9리(8위), 득점권 타율 1할9푼7리(8위). 이상은 4월 22일 현재 시즌 16경기를 치른 롯데의 현재다. 시즌 전 우승후보로 꼽혔던 롯데가 꼴찌란 것도 놀랍지만(과거를 떠올리면 그리 놀랄 만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최강 타선’을 자랑했던 공격력이 최하위권에 머무는 건 더 놀라운 일이다(이건 정말 놀랄 일이다).
부산 사직구장을 가득 메우는 롯데 팬들이 실망을 감추지 못하는 건 그래서 이해가 되는 일이다. 선수기용이 감독의 고유권이듯 비판과 질책 역시 팬들의 고유권한이다. 그러나 ‘초보 사령탑’ 롯데 양승호 감독에겐 쏟아지는 비판과 질책이 송곳처럼 따갑기만 하다. 양 감독은 “팬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비판은 겸허히 수용하되, 기조는 잃지 않겠다”고 말했다. 22일 사직 SK 경기를 앞둔 양 감독의 속내를 들었다.
부산은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서울은 비가 그쳤는데요.
오늘 선발투수가 마땅치 않아 고민이 많았는데, 일면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요즘 롯데 성적을 보면 감독님 마음에는 부산에서 내리는 비보다 더 많은 비가 내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16경기를 치르는 동안 4승 2무 10패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아직 꼴찌지요. 하지만, 롯데가 여기서 주저앉진 않을 겁니다. 마음이 아프긴 하나, 기나긴 시즌에서 한번은 찾아올 시련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롯데의 부진에 대해 많은 야구전문가가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감독님이 판단하시기에 현 부진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담담한 목소리로) 다들 지적하시는 바와 같이 역시 타선의 부진을 꼽아야겠지요. 어제까지 팀 타율이 2할2푼3리로 리그 7위였어요. 그제 김무관 타격코치와 선참 야수들을 불러 저녁을 함께 먹었어요. 그 자리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떤?
“3년 동안 타자들이 참 잘해왔다. 하지만, 롯데의 고질적인 문제가 시즌 초반 성적이었다. 우리가 4, 5월만 쳐지지 않고, 5할 승률을 유지하면 올 시즌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 타자들을 보면 타격 밸런스가 무척 좋지 않은 듯싶다. 타격 스탠스나 스트라이드나 어딘가 모르게 문제가 있어 보인다. 혹시 타격 외적으로 무슨 문제가 있는 거냐. 몇몇 선수가 부진하면 모르겠지만, 전체 타자가 동반 부진한 만큼 뭔가 나에게 할 이야기가 있으면 해봐라. 적극 수용하겠다”라고 했습니다.
선수들이 뭐라고 하던가요.
“우리도 동반 부진이라, 참 난감합니다. 감독님도 감독님이지만, 타격코치님한테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특별한 문제는 전혀 없습니다. 우리부터 힘을 낼 테니 감독님도 흔들리지 마시고, 힘을 내십시오”라고 했어요. (홍)성흔이도 “너무 잘하려는 의욕이 앞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욕심내지 않고 편안하게 경기에 임하겠습니다”라고 하더군요.
선수들의 말에 어떻게 화답하셨습니까.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성적은 감독인 내가 책임질 테니까, 너희는 흔들리지 말고, 잃어버린 감을 찾는 데만 신경 써라. 중요한 건 다들 ‘롯데 공격력이 최고’라고 하는데, 만약 그게 지금도 유효하다면 우리가 지금처럼 해선 안 된다. 다시 힘을 합쳐보자”라고 했습니다.
"작전의 증가? 타격이 좋으면 작전을 내지 않았을 것"
4월 22일 현재 롯데의 희생번트는 8개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6개였다. 하지만, 올 시즌 롯데 팀 타율이 2할2푼3리인데 반해 지난해 같은 기간엔 2할7푼8리였다. 야구계는 '작전 때문에 롯데 타력이 약화됐느냐'와 '롯데 타력이 약해 작전이 많아졌느냐'를 두고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
일부에선 “지나치게 4월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선수들의 페이스가 막상 정규시즌이 시작했을 땐 떨어졌다”는 의견을 제시합니다.
그런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우리가 4월에 초점을 맞춰 훈련한 건 사실 수비와 투수쪽이었어요. 지난 롯데 역사를 볼 때 4월이면 항상 수비와 투수쪽이 무너져 진 경기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수비와 투수쪽 페이스를 4월에 맞춘 것이지, 타격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지난해와 비교해 너무 작전이 많아져 타자들이 타격감을 잃어버렸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기억을 더듬다가) 19일이었을 거예요. 올 시즌 롯데 희생번트가 많아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구단에 부탁해 지난해 기록을 살펴봤어요. 지난 시즌 같은 기간 희생번트가 6개였지만, 올 시즌은 19일까지 4개로 오히려 희생번트가 적었습니다. 어제 경기까지 벤치에서 5회 이전 희생번트를 지시한 건 2일 사직 개막전에서 한화 류현진을 상대로 3회 김주찬이 희생번트를 댄 게 전부입니다. 그 외는 벤치에서 5회 이전 희생번트를 지시한 바가 없어요. 일전 김주찬이 희생번트를 댔다가 더블아웃이 된 건 타자 스스로 타격감이 좋지 않아 번트로 기회를 만들려고 한 것이지 벤치 지시에 의해 한 건 아닙니다.
번트 이야기가 나와 덧붙이면 시즌 전 (홍)성흔이와 (이)대호에게 그랬습니다. “시즌 중 너희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할 일은 없을 거다. 하지만, 타격훈련 때 번트연습은 해라. 왜냐? 번트를 대기 위해서가 아니라 번트훈련을 한다는 것 자체가 경기 전, 공을 똑바로 보기 위한 좋은 훈련방식이고, 그것이 타격감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희생번트도 희생번트지만, '페이크 번트 슬래시'와 '히트 앤드 런' 등이 많아진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어제(21일) 대전 한화전만 해도 한화는 작전을 내면 선수들이 땅볼을 쳐서라도 선행주자를 진루시키는 등 거의 성공을 했어요. 반면 우리는 작전을 내는 족족 거의 성공을 하지 못했습니다. 타자들이 상대 투수 변화구에 속고, 안 속고의 문제가 아니라 한복판에 오는 속구도 못 맞췄어요. 타격감이 극도로 나쁘기 때문입니다. 한화와의 3연전에서 그래서 페이크 번트 슬래시와 히트 앤드 런을 합쳐 두 번 정도 작전을 냈어요. 주자가 나가 있어도 타자들이 후속타를 치지 못해 1루 주자가 2루까지 가지 못하니 어떻게든 주자를 득점권 상황에 놓으려고 했던 거예요. 작전이 많아졌다는 것에 주목하기 전에 왜 작전이 많아졌는지에 주목하시면 좋을 듯싶습니다.
극심한 타격슬럼프를 헤쳐나오려고 감독님께서 짜놓은 대안이 있을 것도 같습니다.
제가 볼 땐 타자들의 부진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닌 듯해요. 정신적으로 팀 분위기를 바꿔줄 필요가 있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 생각한 카드가 타순 변화였어요. 일전 손아섭을 3번 지명타자로 배치한 적이 있는데요. 물론 타순 변화가 꼭 성공으로만 이어질 순 없습니다. 하지만, 타자들이 편안하게 즐기면서 슬럼프를 극복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요즘 롯데 경기를 보면 2군 선수들이 1군으로 승격해 서서히 경기에 출전하는 듯하더군요.
사실이에요. 2군에서 올라온 선수들을 바로 기용하고 있습니다. 젊은 선수들에게도 ‘너희가 잘하면 충분히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으니까요. 그러나 2군 선수 기용은 다른 팀과는 다소 성격이 다릅니다. 만약 현 시점의 롯데가 팀을 리빌딩하는 입장이라면 노장 대신 젊은 선수를 자주 기용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나 롯데가 지금은 비록 8위지만, 하위권에 있을 팀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어쨌거나 조성환, 홍성흔 같은 능력이 뛰어난 선참선수들이 경기에 출전하면서 타격감을 찾아야 해요. 가능성 있는 2군 선수를 기용하고 있지만, 그것은 정체된 팀 타선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일환이지, 기존 선수 대신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시즌 전 ‘20경기를 치르고 나서 한 번쯤 타선 색깔을 바꿔야 할 시기가 오리라’ 생각은 했었습니다. 그 시기가 조금 일찍 오지 않았나 싶어요.
타자들의 동반 부진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강팀이 되려면 타자들의 색깔이 조금은 다양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4강을 넘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바라보려면 타선에서 팀 배팅을 할 수 있는 타자가 2, 3명은 있어야 합니다. 1번부터 9번까지 모두 풀스윙 타자로 배치되면 지금처럼 동반 부진을 맛볼 수 있어요. 감독 입장에서 상대팀 실수까지 유발할 수 있는 아기자기한 타자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건 아쉬움입니다. 시즌 초 3루수였던 전준우는 지금 중견수에 있다. 양 감독은 "이승화 기용의 실패를 인정한다"며 "쏟아질 비난을 예상했지만, 감독 체면보다 중요한 건 팀 전력 극대화였다"며 전준우의 중견수 기용의 배경을 설명했
"전준우 중견수 이동은 전술적인 차원"
시즌 개막전부터 “이승화에게 기회를 주겠다”, “30타석 무안타까진 이해를 하겠다”고 했고, 실제로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이승화가 22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3루수였던 전준우를 중견수로 재배치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승화 카드는 바람과는 다른 결과로 나타났어요. 당시 코치들한테 그랬어요. “카드를 바꾸다 보면 반드시 비판은 받는다”고요. 하지만, (손)아섭이가 완전한 상태가 아니었고, 시즌 초반 타격감이 좋았던 문규현을 그냥 놀릴 수도 없었어요. 그래서 언론에다 “외야의 중심축이 필요한 만큼 손아섭이 회복할 때까지 전준우를 중견수에 배치한다”고 이야기를 했던 것입니다. 항간에 알려진 것처럼….
항간에 알려진 것처럼?
이 이야기는 꼭 오해가 없으셨으면 합니다. 지금껏 구단과 선수기용 문제로 미팅해본 적도 없고, 어떤 이야기를 들은 것도 없어요. 만약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제가 감독직을 수행할 수 있겠습니까. 롯데로부터 감독 제의를 받고, 수락할 때도 사장님과 단장님께 그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현장의 일은 현장에 맡겨달라”고요. 두 분도 “절대 그럴 일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고, 실제로 지금까지 그런 일이 없었습니다.
구단 운영팀장이 경기 중 더그아웃에서 통역을 대신해 앉아있던 건 오해를 살 만했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운영팀장이 더그아웃에 들어온 건 원래 통역요원이 2군에 있는 라이언 사도스키에게 가는 바람에 브라이언 코리 통역을 맡을 사람이 없기 때문이었어요. 제가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거의 모든 구단의 운영팀장과 구단 직원이 더그아웃에 들어와 앉아있기도 했어요. 팀의 같은 식구니까 그랬던 것이고, 별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압니다. 이 부분은 절대 오해가 없으셨으면 합니다.
타선은 부진하지만, 수비와 투수진은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해 좋아졌다는 평이 있습니다.
지난해 이맘때 수비 실책으로 진 게 5, 6경기 정도 됩니다. 불펜진이 무너져 진 경기도 꽤 있었어요. 하지만, 올 시즌은 수비 때문에 진 경기가 줄었다고 봅니다. 승패가 결정됐을 때 신진급 투수들을 내보내 실점을 많이 한 적은 있어도 실질적인 필승조가 투입됐을 땐 큰 점수를 내주지 않았어요.
(짧게 한숨을 내쉬며) 사실 ‘저 투수라면 우리 타선이 5점 정도는 내주겠다’는 계산이 서야 하는데 지금은 상대 어느 투수가 나와도 계산이 서질 않아요. 투수들도 득점력이 약하니 실점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타선이 살아나면 투수들의 부담도 덜할 것이라 기대합니다.
시즌 초반 성적이 꼴찌이고, 팀 타선이 생각처럼 터지지 않고 있습니다. 초보감독으로 상당히 조급해할 만도 한데요.
밖에서 볼 때는 제가 조급해 보인다고 평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전 똑같습니다. 평상시처럼 팀을 이끌고 있어요. 코치들한테도 그런 주문을 했어요. “여러분과 제가 조급해하면 선수들이 더 조급해집니다. 우리부터 경기를 즐기면서 선수들의 분발을 이끕시다.” (혼잣말을 하듯) 참, 감독 입장에서 지면 정말 속이 썩어요. 하지만, 그걸 누구에게 내색하겠습니까. 더 의연해질 수밖에…. 감독이 흔들리면 팀 전체가 흔들리기 때문에 이럴 때일수록 바위처럼 단단해지려고 합니다.
아직 4월이다. 홍성흔이 고개를 숙이고 더그아웃으로 향하던 날보다 홈 관중석을 향해 손을 뻗을 날이 더 많이 남았다 |
아직 벚꽃은 지지 않았습니다. 4월이 끝나려면 8일이나 남았습니다. 롯데가 여기서 주저앉으리라 예상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4월 성적을 높이자'는 전체 선수단의 다짐이 시즌 초반엔 부담으로 작용한 것 같아요. 비록 타선이 동반 부진하긴 하지만, 타격은 언제든 살아날 수 있습니다. 4월 성적은 기대했던 것보다 낮지만, 아직 4월이 끝나지 않았어요. 어쨌거나 5월까진 계획된 데로 팀을 이끌려고 합니다. 팀 분위기를 바꾸는데 초점을 맞추겠습니다.
반전을 위해선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습니다.
외국인 투수 라이언 사도스키 상태가 관건이에요. 언제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어요. 어제도 20개 이하의 공을 던졌는데 몸이 안 좋다고 해서 마운드에서 내려왔어요. 사도스키가 지금까지 적어도 3번 정도는 1군 경기에서 선발등판을 해줬어야 하는데, 참 쉽지가 않네요.
지난해 무척 잘 던진 사이드암 이재곤의 부진도 마음에 걸립니다. 4경기에 선발등판해 3경기에서 4회도 채우지 못하고 강판당했어요. 다행히 송승준, 브라이언 코리, 장원준은 제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 있어요. 고원준도 마무리가 되기에 좋은 투구를 보여줬고.
롯데 팬들의 올 시즌 기대치가 높다 보니 비판도 많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롯데 감독은 정말 영광된 자리입니다. 이 영광된 자리에 앉은 사람이 팬들의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했다면 당연히 비판과 질책을 받아야겠지요. 팬들이 들려주신 비판과 질책은 하나도 빠짐없이 듣고 있습니다. 요즘 팀 성적이 나쁘다 보니 구단 직원들이 저만 보면 “감독님 힘내십시오”라고 해요. 그럴 땐 제가 되레 “성적이 좋아야 여러분도 힘을 내는 데 면목이 없다”라고 말합니다. 팬 여러분의 기대치를 충족할 수 있도록 남은 기간 더 열심히 팀을 이끌어가겠습니다. 좀 더 지켜봐 주십시오. 죄송하고,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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